선비정신과 한국사회
2016년 10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10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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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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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들은 선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내고 학계의 연구를 심화시키기 위해 ‘학술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선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전문가 25명의 발표와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선비정신이 갖는 현재적 함의와 미래를 향해 던지는 시사점을 모색했다. 여느 학술회의와는 달리 각 논문에 대한 지정 토론자 외에도 자유 토론자를 두어 각 발표 사이의 횡단과 더불어 유기적인 연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학술회의 후, 발표자들은 토론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 논문을 수정, 보완하여 《선비정신과 한국사회》로 엮어냈다.
제1부 선비란 어떤 사람인가
1. ‘선비’ 개념의 생성과 변화 권순철 … 20
2. 선비의 유형과 현실 대응 양상 이형성 … 72
3. 여성선비[女士]와 여중군자(女中君子): 조선후기 지식인 여성의 자의식 이남희 … 112
제2부 선비와 공공(公共)의 세계
4. 조선시대의 공공과 선비 가타오카 류 … 146
5. 유교사상적 관점에서 본 선비정신과 무사도 신현승 … 172
6. 중국의 ‘향신’과 조선의 ‘선비’: 개념의 형성 과정과 그 이상의 비교 임태홍 … 208
제3부 사회변동과 선비정신
7. 선비(士)의 정체성과 그 정치적 행동 배병삼 … 246
8. 한국사에서의 선비의 부침(浮沈) 신복룡 … 268
9. 선비정신의 현재적 함의와 전망: ‘국민개사(國民皆士)’ 그리고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김석근 … 322
부록 1 “선비정신과 한국사회: 미래의 리더십을 찾아서”
[아산서원 개원 2주년 기념 학술회의 구성 및 일정표] … 356
부록 2 선비, 선비정신, 선비문화 관련 문헌목록 … 361
필자 약력 … 388
결론적으로, 우리 전통사회에서 선비는 자신들이 처한 시대에 따라 그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하는 모습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드러냈다. 즉, 삼국과 고려시대의 선비들은 뛰어난 문장을 연마하는 사장학에 치우친 반면, 성리학적 유교사상을 받아들인 선비들은 도덕적 의리와 절의에 근본하는 도학(道學)을 지향하는 면이 강했다. 때문에 그들의 시국관이나 출처관은 분명 다르게 전개되었다. 우리가 말하는 참다운 선비상이란 바로 도학을 지향한 선비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가에 대한 의리나 절의를 지키며 자주적 시대의식을 표명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학문과 사상을 통해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정신적 가치, 나아가 그들이 지향한 현실의식이 무엇인지를 더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 2장. 선비의 유형과 현실 대응 양상 중
그들이 꾸려갔던 삶은 학문을 통해서 수신하고 실천하는 존재로서의 선비의 그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여성선비였던 것이다. 여성선비 혹은 여성학자로서 그들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하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 역시 유교의 이상적인 인간으로서의 ‘군자’,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이미 당대의 학자들에게 여성군자로 평가 받고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여성들도 끊임없는 학문과 수양을 통해서 요임금 순임금 주공 공자와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지식인 여성이었던 임윤지당과 이사주당. 그들은 끊임없는 심성 수련과 도덕 실천을 통해 현실에서의 여성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으로 나아가고자 하였다. 또 남성과 여성은 다르지 않다는 강한 의지로 자아의식을 구축해가고 있었다. 이처럼 조선후기에 들어서면서 유교적 세계관이라는 큰 틀 속에서이긴 하지만 여성들, 특히 지식인 여성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으며, 학문을 통해서 수신하고 실천하는 존재로서의 여성선비를 인정하게 되었다
- 3장. 여성선비와 여중군자: 조선후기 지식인 여성의 자의식 중
시대가 아파하면 지식인의 고뇌도 깊어가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정당성이 없는 정권에 영혼을 판 지식인들(spiritual homeless)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식인들은 늘 남들보다 더 아파했다. 그 가운데서도 국난기 문인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들은 투사들이 아니다. 문인들은 “서로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 때문에 조직을 갖추지 못한 인문주의자일 뿐이었다. 서양의 경우에 문인들은 정치 고문이 되거나 군주의 사관(史官)이 될 목적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우던 시대가 있었다. 중국의 사대부는 서양 문예부흥기의 고전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고전에 관한 인문주의적인 교양을 지녔으며 아울러 일정한 시험을 거친 문학자와 비슷했는데, 한국사에서 문인도 중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치 혼돈의 시대가 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하고 그 시대의 추앙받는 지식인들의 입을 바라보며 그 대답을 기다린다. 지식인이라고 해서 그런 대답을 늘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단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황현(黃玹)의 절명시(絶命詩)가 당대 지식인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 8장. 한국사에서의 선비의 부침 중
한국사회, 선비정신에 주목하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선비촌, 선비문화학회, 선비문화축제, 선비문화 수련원, 선비정신실천운동본부, 선비정신 실천 매뉴얼 등이 주목을 끄는가 하면, 선비에 관한 다양한 저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비를 재조명하고, 나아가 오늘날 그 정신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마치 ‘운동’처럼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선비의 부정적인 측면을 조명한 연구서부터, ‘선비질’, ‘열선비’ 등 약간의 비아냥이 담겨 있는 신조어 등은 선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선비, 선비정신, 선비문화가 오늘날 한국사회의 중요한 키워드로 주목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산정책연구원 한국학연구센터에서 기획, 추진한 〈한국문화대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주 다양한 연구진들이 열띤 토론 후 기사 주제를 선정하곤 했는데, ‘선비’의 경우에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프로젝트의 ‘선비’ 시리즈를 마친 후, 연구진들은 선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내고 학계의 연구를 심화시키기 위해 ‘학술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선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전문가 25명의 발표와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선비정신이 갖는 현재적 함의와 미래를 향해 던지는 시사점을 모색했다. 여느 학술회의와는 달리 각 논문에 대한 지정 토론자 외에도 자유 토론자를 두어 각 발표 사이의 횡단(橫斷)과 더불어 유기적인 연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학술회의 후, 발표자들은 토론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 논문을 수정, 보완하여 《선비정신과 한국사회》로 엮어냈다.
미래의 리더십: 선비정신과 도덕성
학술회의를 통해 알아본 20대 젊은이들의 생각은 이러했다. 그들은 “선비정신은 우리의 중요한 정신적 유산이며 도덕·인격적 수양을 갖추고 사리사욕을 넘어 공적인 것과 공동체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빛나는 우리 고유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의를 추구하는 선비정신은 현대에도 계승되어야 할 소중한 덕목”으로 봤다.
그 바탕에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에 어느 때보다 선비, 그리고 선비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들의 문제의식은 미래지향적이다. “나는 선비정신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의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리더십, 즉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리더십’ 및 ‘교육’ 키워드와 관련하여 ‘선비’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면 도덕적인 ‘선비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복고주의나 시대착오와는 맥락을 달리하며,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통의 좋은 측면을 되살리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품격과 교양을 갖춘 새로운 리더로서의 인간형을 지난 우리 역사와 선비정신에서 찾아보는 것. ‘미래를 여는 전통’이라 해도 좋겠고, ‘오래된 미래’로서의 선비정신이라 해도 좋겠다.
하지만 원론적인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영역을 보게 되면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任重而道遠)’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인 선비와 선비정신에 대한 학문적 탐구 및 논의 내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선비의 기원을 단군신화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거나, 선비를 이념적으로 홍익인간과 연결시키자는 주장도 나와 있다. 또 실천의 영역에서는 구체적으로 선비, 선비정신의 어떤 덕목을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어쩌면 선비와 선비정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재조명 작업은 이제부터인지도 모른다.
이에 편자(編者)는 《선비정신과 한국사회》의 출간이 선비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초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글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각각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약간의 편차나 서로 부딪히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선비와 선비정신 연구에서 활발한 토론과 대화의 소재가 되면서 새로운 장(場)을 펼쳐가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귀중한 글을 써주신 필자들 역시 이러한 바람에 기꺼이 동의해줄 것으로 믿는다.
- 서문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가타오카 류
저자 가타오카 류는 일본 도호쿠대학 문학연구과 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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