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우리 아빠
2022년 05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2월 21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2.50MB)
- ISBN 979119171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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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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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20년 후의 이야기
다움이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했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언제 알게 될까?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을까? 결국 아버지의 희생적인 사랑을 깨닫게 될까? 독자들이 궁금했을 이야기들이 담겼다.
아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 채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낯선 땅 프랑스로 갔다. 아버지가 그리웠지만 마음껏 그리워할 수 없었다. 그리움은 미움이 되고 분노가 되고 마침내 아버지를 기억 밖으로 밀어냈다. 영화 조명감독으로 촬영 차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스물아홉 살의 청년 다움은 필연적으로 아버지의 흔적들과 만나게 된다. 아픔과 상처를 씻고 화해와 사랑으로 새롭게 나아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장
3장
4장
5장
6장
1) 모니터에 표시된 항로는 동해를 지나고 있었다.
위스키는 독했고, 한동안 술을 입에 대지 않던 내 몸은 감당치 못했다. 잠에 빠졌다. 그사이 비행기는 태평양을 건넜다.
도착까지 52분.
10년을 살았던 땅이다. 그 두 배의 세월 동안 떠나 있었다.
20년 만에 돌아간다고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회귀의 숙명을 따르는 연어 신세쯤으로 여겨야 할까. 간단하게 생각하자. 밥벌이의 수단일 따름이다. 감상을 앞세워 밥벌이를 차단한다면, 나는 바보 멍텅구리다. p.23
2)
돌아왔다.
결국 돌아오고 말았다는 사실이 저릿한 통증으로 다가왔다. 20년 만이었고, 그 세월의 부피를 비로소 실감했다.
아홉 살 꼬마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
잡아주리라 기대하며 울며 사정했고 몸부림을 쳤다. 결국 무력한 저항이었다.
스물아홉 살 사내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감정의 절제를 넘어 아예 차단하고 봉쇄하길 원했다. 감정에 휘둘려봤자 무모한 자학이라는 걸 익히 경험했다.
20년의 시간이 어쨌든 흘러갔다. p.36
3)
불쑥 조명 장비를 매단, 까마득한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현기증이 밀려왔다.
아빠가 죽었다.
나는 어쩌자고 거기까지만 생각했을까.
죽어 땅에 묻혔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또 산소의 행방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사실 속에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 앞에서 나는 눈먼 자가 되어 허둥대고 있었다. p.97
4)
견딜 만한 힘?
인내를 두고 한 말이라면, 틀렸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그림이 아니라 인내였다. 나에게 인내란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동전 같은 거였다.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었다.
인내만 놓고 따진다면, 나는 100살 노인보다 더 험난한 세월을 살았다.
백혈병으로 뼈와 살이 너덜너덜해지는 고통을 견뎠다. 아빠에게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참아야 했다. 이방의 땅에서 외톨박이로 지내도 묵묵히 버텼다. p.139
5)
어느 날 한 사람을 그리워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끝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리움이 있던 자리에 새로이 미움이 들어선다. 미워하고 미워하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을 때, 한 사람의 존재가 덧없어진다. 문득 떠올려도 감정의 동요는 없다. 비로소 한 사람에게서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줄 알았다.
틀렸다. 내 스스로 거북이처럼 연약한 부분들을 단단한 껍질 속에 감추고 있었다. 아빠로부터 달아나려 안간힘을 썼을 뿐이다.
이제 와서 다시 미워하고, 미워하다 예전처럼 그리워하란 말인가.
미움은 괴롭고, 그리움은 서글프다.
자신 없다. 피하고 싶다. 아빠의 존재 없이 홀로 이룩한 삶의 균형이 속절없이 무너질까, 나는 두렵다.
애석하게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예 이 땅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모를까. p.177
6)
박 화백이 고개를 돌려 어스름이 내린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움이한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솔직히, 정 선생이 부러웠다. 정 선생한테는 다움이가 있었으니까.”
창턱에 앉은 비둘기 두 마리가 하루의 안부를 묻듯 부리를 비벼대고 있었다.
“나와는 달리 정 선생은 굉장히 살고 싶었겠지. 하지만 스스로 잃게 될 것은 돌보지 않더구나. 오로지 자신의 죽음 때문에 장차 다움이가 잃게 될 것을 아파했다.”
수만 볼트의 전압에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이 떨려왔다.
나는 아빠의 죽음만을 팩트로 받아들였다. 다른 것들은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여겼다. 아빠가 살고 싶었으리라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채로. p.228
7)
과연 사락골의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이름처럼 정다운 아이? 3학년이면서 5학년 수학 문제도 척척 풀어대는 아이? 배우지 않고도 원하는 모습을 조각해낼 수 있는 아이?
그리고, 아빠라면 죽고 못 사는 아이가 바로 정다움이었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뿐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소년 에뒤아르는 아빠를 그리워하다 미워하게 되었다.
청년 케인은 미워하다 끝내 아빠의 존재마저
20년 시간의 흐름을 현실감 있게 반영하여 공감대 자아내는 전개
만화로 혹은 동화로 〈가시고기〉를 읽었던 어린이 독자들은 청년이 되고, 청년의 시기에 접했던 독자들은 부모가 되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2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심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시고기〉 소설 속 주인공은 아홉 살이었고, 〈가시고기 우리 아빠〉에서는 스물아홉 살이다. 현실의 시간과 같이 자라온 셈이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가시고기〉 집필 당시 작가의 아들은 소설 속 다움이와 같은 아홉 살이었다. 그 아들이 어느덧 스물아홉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소설 속 다움이는 여전히 아홉 살 꼬맹이로 남아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다움이의 삶이 궁금했고, 그 아이가 외롭고도 힘든 시간을 거쳐 반드시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후기에 썼다.
문득 다움이가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인 듯한 착각이 든다. 현실의 시간과 같은 기간을 살아온 다움이의 삶을 통해 작가의 바람처럼 혼자 남겨진 듯 외롭고 쓸쓸한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시고기 사랑의 완결판
누구나 부모가 있고, 또 부모가 된다. 소설 〈가시고기〉를 읽고 나면 자식은 부모를 떠올리고 부모는 자식을 헤아리게 된다. 끊을 수 없는 관계. 본질은 사랑인데 모습은 많이 왜곡되기도 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시고기〉는 그 사랑의 본질을 되찾게 하는 책이어서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알아가는가? 그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식은 먼저 사랑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을 당연시하고, 때로는 거부하고, 심지어 왜곡하기도 한다. 부모가 나를 이렇게 사랑했구나, 하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부모를 사랑할 수 있다. 〈가시고기 우리 아빠〉는 그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다움이는 혼자 남겨진 삶을 살아내려 지독한 현실주의자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리움도 밀어내고 외로움도 무심한 척 넘기며 오늘의 삶만을 추구한다. 스물아홉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땅인 조국과도 완벽하게 등을 진 채 살아간다. 그러나 촬영 때문에 잠시 귀국한 다움이는 아버지의 사랑이 삶의 곳곳에서 여전히 자신과 함께 있었음을 알게 된다.
과거와 화해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삶. 아버지의 사랑은 자신이 아버지가 되어 또 아이에게로 흘러가는 사랑의 유전. 가족 간의 사랑과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또 하나의 명작으로 새겨질 것이다.
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여러 해 잡지사와 신문사 취재기자로 일했고, 출판기획 ‘열림’의 대표로 많은 책들을 기획했다. 처녀작 『그녀가 눈뜰 때』는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었고, 『먼 훗날 느티나무』와 『따뜻한 포옹』을 발표했다. 숭고한 아버지의 사랑을 그려낸 『가시고기』는 42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만큼 독자의 성원이 뜨거웠다. 누적 부수 300만부를 넘어서며 10여 나라에 번역 출간되었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11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등대지기』 역시 140만 부의 밀리언셀러로서 외딴섬 등대원의 고된 삶을 통해 직업의 의미와 사랑의 정의를 그려냈다. 각국에 번역 출판되었고, 현재 영화로 제작 중이다. 이후 『길』, 『아내』, 『살아만 있어줘』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책들을 집필해왔다. 최신작 『해피빌라』에서는 공동체의 의미와 소통의 가치에 주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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