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2020년 02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0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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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063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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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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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아 밤이 찾아오지 않는 남극의 백야. 그래서 펭귄들은 24시간 먹이를 찾아 바다를 헤엄치거나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눈과 얼음뿐인 삶의 터전에서 펭귄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하루를 더욱 치열하게 살아낸다. 책장을 넘길수록 남극의 탁 트인 풍경이 갑갑한 도시에서 흐려진 마음속을 환기시켜줄 것이다.
1부 먼 길을 앞두고
2부 스윽 지나쳐야 할 때
3부 때로는 쉬엄쉬엄
마치면서
비록 바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펭귄은 그 안에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얼음 끝에서 주저 없이 바다 위로 몸을 맡기고 뛰어내릴 수 있다.
_‘먼 길을 앞두고‘ 중에서(본문 35쪽)
바다로 들어가지 않고 한참을 서서 물을 바라보고 있던 녀석. 바다에는 살얼음이 동동 떠 있다. 그 안에 들어가야 먹이를 찾을 수 있지만 제아무리 펭귄이라 하더라도 차가운 물에 들어가기는 싫을지 모른다.
_‘먼 길을 앞두고‘ 중에서(본문 79쪽)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해가 많이 기울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낮처럼 밝아 아직은 더 움직여야 한다. 눈 위에는 다른 펭귄들의 발자국이 가득하다. 그 위를 혼자 걷는 시간.
_‘스윽 지나쳐야 할 때‘ 중에서(본문 101쪽)
자정 무렵 조사를 마치고 텐트로 돌아가는 길, 검푸른 바다 위 반짝이는 별빛 사이로 펭귄이 날았다. 밤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처럼 유유히 바다를 가로질렀다.
_‘스윽 지나쳐야 할 때‘ 중에서(본문 117쪽)
아델리펭귄 암컷과 수컷은 서로 자리를 교대하기 전후에 둥지로 돌을 물어다 나른다. 새끼를 돌보는 사이사이에도 별것 아닌 돌을 통해서 서로 부지런히 애정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다.
_‘스윽 지나쳐야 할 때‘ 중에서(본문 139쪽)
바다로 향하는 길에 얼음이 녹아서 생긴 웅덩이를 발견하면 종종 뛰어들어 수영도 하고 깃털도 다듬고 간다. 이 녀석은 몇 번이나 얼음 턱에 걸려 나가지 못하다가 간신히 성공했다.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턱이 너무 높아 올라가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_‘때로는 쉬엄쉬엄‘ 중에서(본문 163쪽)
모르긴 몰라도, 다른 동물을 보겠다고 서른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먼 남극까지 와서 순전히 보기만 하고 돌아가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_‘때로는 쉬엄쉬엄‘ 중에서(본문 183쪽)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있는 풍경. 종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으르렁거리지는 않는다. (사실 그럴 이유도 없다.) 반대로 같은 종이라고 해서 잘 지내는 것도 아니고. (잘 지낼 이유도 없다.)
_‘때로는 쉬엄쉬엄‘ 중에서(본문 215쪽)
갓 부화한 젠투펭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몸집이 커지고, 발가락 힘도 강해진다.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자란다. 펭귄의 시간은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낸다.
_‘때로는 쉬엄쉬엄‘ 중에서(본문 219쪽)
가파른 얼음산과 차디찬 바다 앞에서도
짧은 날개를 휘저으며 펭귄은 자신의 길을 간다
어딘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인상에 동그란 배, 곧게 뻗은 짧은 팔로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는 펭귄. 그들은 넘어져도 금세 다시 일어나고, 가파른 얼음산이나 차디찬 남극 바다 앞에서도 머뭇거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 자그맣고 통통한 몸으로 새끼를 노리는 남극도둑갈매기도 쫓아내고 바다에서는 물결 위를 튀어오르는 ‘포퍼싱’ 영법으로 표범물범도 따돌린다. 펭귄에게도 하루를 무사히 버텨내기란 녹록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갓 태어난 새끼 펭귄들은 천진난만하다. 얼음알갱이들이 날아와 엉겨 붙는 남극의 칼바람은 부모의 날개 밑에서 피하고, 친구들과 ‘유치원’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를 깔고 앉기도 하며, 아무 데서나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한다. 물론 포식자는 언제나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
책 안에는 지금껏 만나지 못한 펭귄이 그득하다. 자그마한 몸으로 매서운 남극의 눈보라를 버티는 젠투펭귄, 빙판길에서는 쉬엄쉬엄 배를 깔고 썰매를 타는 황제펭귄, 고개를 하늘로 쭉 뻗고 우렁차게 우는 턱끈펭귄, 검푸른 바다 위의 별빛 사이를 날아오르는 아델리펭귄까지. 펭귄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새끼 펭귄들이 삐약삐약 우는 소리, 미세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남극의 공기가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
일단 오늘을 버티는 펭귄의 마음으로!
귀엽고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극 펭귄의 일상도감
한국에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즈음, 남극에는 봄이 찾아온다. 그리고 매해 그때가 되면 작가는 펭귄을 만나러 간다. 서른 시간 동안 배도 타고 비행기도 타고 간 끝에 작가가 조금씩 수집해온 이야기 속 펭귄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관람하던 펭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몇십 킬로미터를 헤엄치고 울퉁불퉁한 얼음길을 급하게 뛰어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는 야생동물로서의 진짜 펭귄이다.
눈이 내린 새벽, 텐트 주위에 무수히 찍힌 펭귄의 발자국을 보며 그날의 조사를 시작한다. 작가는 펭귄 연구자인 동시에 열렬한 팬인 탓에 때로는 연구 대상과의 거리 조절에 실패하기도 한다. 그만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펭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는 알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둥지를 떠나 독립을 하기까지 펭귄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삶의 막막함이 나를 누를 때에도 꾸준히 한 발 그리고 다시 한 발을 내딛어나가자’라는 답을 찾아낸다.
때로는 산다는 일이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하루하루를 조금의 후회나 아쉬움 없이 성실하게 살아내는 펭귄들에게서 내일을 살아갈 기운을 얻게 될 것이다. 펭귄처럼 우리 역시 하루하루 묵묵히 걷고 또 걷다 보면 어딘가에 다다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실에서 까치 연구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물속을 나는 새, 펭귄을 지켜보고 있다.
펭귄이 없는 곳으로 돌아가더라도 그들을 선명하게 기억하고자 한 장 두 장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고, 혼자 보기 아까운 모습들은 짧은 글과 함께 SNS에 기록하고 있다.
〈한국일보〉에 ‘이원영의 펭귄 뉴스’를 연재하고, 팟캐스트 ‘이원영의 새, 동물, 생태 이야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 일기’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펭귄의 여름》, 《물속을 나는 새》,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가 있다. 올해도 겨울이면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직접 펭귄을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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