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속이는 말들
2020년 09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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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03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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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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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언어의 민낯!
우리는 사회와 정치에 이용당해 온 사실을 이제야 알 뿐이다
《우리를 속이는 말들》은 인간에 대해 부당한 편견을 심어주는 말과 세상에 관해 왜곡된 사고방식을 퍼뜨리는 말을 다루었다. “소확행을 즐겨라”는 사회와 기업이 주도한 ‘유행’이며, “그놈이 그놈이다”는 정치적으로 사용된 ‘구호’다. 또한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심리학자와 유전학자의 ‘오판’이며,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기준일 뿐이다. 이러한 어그러진 말들을 그림, 역사, 사회현상을 관찰해 인문학적으로 고찰한다. 상식적이고 규범적인 말에 속지 않는 방법은 말 뒤편에 숨겨진 진실을 들춰내는 것이다.
말은 우리의 생각을 조종한다
PART 1 인간에 대한 편견의 말
chapter 1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 나머지는 안 봐도 비디오야 | 정말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가? | 열을 봐도 하나를 알기 어렵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chapter 2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을까? | 심리적, 유전적 근거가 동원되다 | 욕구가 인간을 변화시킨다 - 제러미 벤담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chapter 3 공부는 때가 있다
- 공부 기회는 지금뿐이야 | 우정과 첫사랑은 나중에 경험해도 되는가? | 누구를 위한 상식인가?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chapter 4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 너 몇 살이야? | 노인과 소년이 친구라고? | 위아래가 없어야 우정이다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우정에 관하여〉
chapter 5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 저 사람은 진정성이 없어 | 진정성의 정체는 있는가? | 인간은 임시변통 재주꾼이다 - 질 들뢰즈 《안티 오이디푸스》
chapter 6 인간은 다 이기적이다
-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상식 | 유전적으로 결정된 이기성?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이타성이 진화를 이끈다 - 매트 리들리 《이타적 유전자》
PART 2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
chapter 7 아는 만큼 보인다
- 먼저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 현대미술은 알아야 보이는가? | 보고 느끼고 안다 - 레프 톨스토이 《예술이란 무엇인가》
chapter 8 아프니까 청춘이다
- 청춘은 원래 아프다는 위안 | 불확실과 불안 속에 사는 청춘 | 청춘의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 조지프 피시킨 《병목사회》
chapter 9 소확행을 즐겨라
- 일상의 작은 행위에서 행복을 찾다 | 소확행이 행복을 주는가? | 진정한 욕구인가, 허위의 욕구인가? -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chapter 10 손님은 왕이다
- 손님이 제왕이 되다 | 소비중독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 존 더 그라프 《어플루엔자》 | 감정의 상품화 - 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노동》
chapter 11 그놈이 그놈이다
- 모든 정치인은 썩었다? | 정치 불신이 만드는 정치적 무관심 | 정치가 희망이다 - 박상훈 《정당의 발견》
chapter 12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
- 여성만의 신비한 본능? | 모성애가 여성에게 강제하는 것 | 모성이라는 신화의 역사 - 섀리 엘 서러 《어머니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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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우리는 말도 팔다리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여긴다. 누가 뭐래도 생각이 주인이고, 언어는 단지 주인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하인이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사물과 현상을 그대로 설명해 준다고 믿는다. 언어에 대한 신뢰가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실제 진실은 상당히 다르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말을 통해 생각한다. 언어는 선택적 기능이 아니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지금 머릿속에 논리적 흔적을 갖는 어떤 생각을 떠올려보라. 대부분 언어를 매개로 구성되었음을 발견한다. 심지어 몇 년 동안 토굴에 앉아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묵언수행과 면벽수도를 하는 수도승이라도 마찬가지다. 수도승이 붙잡은 화두가 말이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언어의 논리적 체계에 의존한다. 언어와 생각은 서로 작용하며 거의 일체화되어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장 프랑수아 밀레 Jean Fran?ois Millet(1814~1875)의 〈만종〉에 나오는 농민들이 그러하다. 원래 제목은 〈삼종기도〉로 ‘안젤루스’를 번역한 말이다. 가톨릭에서 아침, 정오, 저녁에 하는 전통 기도로 하루 세 번 한다. 〈만종〉은 유럽에서 널리 복제되던 그림이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하다. 어린 시절에 이발소와 식당, 가정에 흔히 걸려 있었다.
농민 출신이었던 밀레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담아 그린 듯하다. 들판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해 질 녘에 기도하는 젊은 부부다. 여자는 가슴에 두 손을 꼭 모으고, 남자는 모자를 벗어 경건한 자세로 기도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으리라. 사회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성격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권력자나 부자에게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찍소리 못 하는 순종적 기질을 평생 안고 사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사회 변화는 보수적인 농민의 성격과 기질도 바꾼다. 18~19세기 유럽의 농민 저항이 이를 잘 보여준다. 조선 말기에 빈곤과 신분적 억압, 외세 침략에 대항한 동학농민운동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변동은 평생 한마디 항의도 하지 못하고 순종적이기만 하던 농민과 빈민조차 격렬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중에서
바뀐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많은 사람이 진정성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일을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모든 인간이 지녀야 할 훌륭한 덕목이자 상대를 판단할 때의 흠 잡을 데 없는 잣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다가서면 진정성이라는 기준에 여러 문제를 발견한다.
먼저 진정성이 확인 가능한 대상인가 하는 점이 문제다. 진정성은 의도나 동기처럼 내면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보통 말이나 행동이 마음과 일치된다고 여길 때 진정성이 있다고 한다. 반대로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그것이 속마음과 다를 때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위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도나 동기를 상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타인의 내적 의도와 동기를 알 수 있을까? 굳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내면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얼마든지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중에서
주지주의적 경향은 감성을 이성보다 낮은 지위로 보는 편견 때문에 생겨난다. 하지만 톨스토이에 의하면 감정으로 인한 교류는 “언어의 작용에도 필적할 만한 것”이다. 여기에서 ‘언어’는 학문처럼 지성을 통해 이뤄지는 활동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지성과 마찬가지로 감성을 통해서도 이전의 인류가 경험한 일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동시대 사람의 경험에 대해서도 공감을 일으킨다. 단지 기쁨, 슬픔, 노여움, 절망 등 비교적 단순한 상태만이 아니다. 자유와 정의를 비롯해 시대적 과제처럼 더욱 복잡한 주제에 대해서도 미술과 문학 등의 예술 작품을 통해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중에서
대량소비를 위한 전략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소비트렌드의 일환으로 권장되는 소확행은 불황 시대, 고실업 시대, 저소득 시대에 대한 사회의 대응 전략 성격이 강하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한데, 하나는 경제 하강 국면에서의 대량소비라는 마케팅 전략이다. 중산층의 상당 부분이 하층으로 밀려나 가는 상황에서 행복을 위해서는 소소한 소비라도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마치 마른 수건을 짜내듯이 대량소비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의 이해가 깔려 있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고통이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관리 전략으로
더 이상 상식과 사회적 통념에
속지 않을 자유와 기회
말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관점을 얻는다!
인간의 삶은 말에서 시작해 말로 끝난다. 삶을 하루로 요약하면,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언어의 매개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데 사회적 통념의 말들에 권력과 사회적 강자의 의도가 들어가면서 속절없이 말의 덫에 빠져버렸다. 상황과 의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말도, 처음부터 조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말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졌다.
저자 박홍순은 《우리를 속이는 말들》의 궁극적 목적은 말에 의한 생각 왜곡을 걸러내고 새로운 시각을 갖는 일이라고 한다. 이제 더는 당연하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고,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다. 그렇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식이라는 덫을 의심할 때, 비로소 관성적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말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덜 속는 것만으로도 삶과 생각이 더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일보를 내디뎠다면 생각이 엉뚱하게 나아가지 않도록 일정한 한도 내에서는 제어하는 일이 가능하다.”
_저자의 말에서
하나를 봐도 하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말과 사람
라파엘로부터 칸딘스키 그림까지 훑어가며 생각의 왜곡을 파헤치다!
《우리를 속이는 말들》은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명화를 통해, 인간이 밟아온 역사를 통해 그리고 사회가 내비치는 현상을 통해 편견을 꼬집는다. 이 책으로 밀레 〈만종〉, 라파엘로 산치오 〈아네테 학당〉, 바실리 칸딘스키 〈무제〉 등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작품뿐만 아니라 테오도르 제리코 〈도벽환자의 초상〉, 아돌프 멘첼 〈쇠 압연 공장〉, 장 시메옹 샤르댕 〈차 마시는 여인〉 등 익숙하지 않지만 감각적인 작품을 보며 우리는 말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말은 오래된 통념이다. 프랑수아 부셰의 〈몸단장〉을 보면, 하녀의 도움을 받으며 몸단장에 열중인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 주변에는 온갖 물건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우리는 이 여인은 방만하고, 우유부단하며 충동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단편적인 한 장면을 두고 인간을 규정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상황, 관계,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내비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봐서 하나를 아는’ 것조차 어려운 게 진실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만이다.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 스스로 편견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한번 생긴 편견을 확대 해석한다.” _본문에서
말과 사회는 맞닿아 있는 것,
‘모성애는 본능’이라는 프레임
고전과 현대의 책으로 사회현상을 풍부하게 읽다
또한 이 책은 권력과 차별에서 벗어나고자 투쟁한 프랑스대혁명을 비롯해 전, 근대사를 되짚으며 시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고전과 현대의 책을 인용해 생각의 왜곡을 바로잡고 병목현상, 소비중독 사회, 여성의 의무 등을 분석한다.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라는 관념은 대중매체나 일상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었다. ‘모성애=본성’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여성의 육아 의무는 당연시해 왔다. 섀리 엘 서러가 쓴 《어머니의 신화》에 따르면 여성은 본래 육아에 예속되어 있지 않았다. 역사학과 문화인류학 연구에서는 원시공동체는 모계사회고 이 사회에선 오히려 육아에 남성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게다가 중세 유럽에서는 아이는 보통 유모들이 키웠다. 그렇기에 모성은 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본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모성애가 본성이라는 말이 여성을 억압하고,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부담을 준다는 데 있다.
“인류 역사에서 육아를 둘러싼 어머니의 역할 변화 과정을 고려할 때, 모성애는 본성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특정한 조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육아에 충실한 ‘좋은 어머니’라는 개념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인위적, 문화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_본문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조율되느냐에 따라 언어가 가지는 힘은 더없이 강력해진다. 여기에 속수무책으로 우리가 끌려다니면 위 현상처럼 사회에 자신을 옭아매는 꼴이 된다. 말의 겉모양에 속지 않는 것, 어렵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홍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미술과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라 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고전과 미술 등을 매개로 인문학을 벗으로 삼도록 하는 데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상의 사건과 삶에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삶을 웅숭깊은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과 《일인분의 인문학》을 비롯해 그림으로 철학을 관통하는 《생각의 미술관》을 썼다. 한 문장 시리즈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철학 수업》,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제학 수업》,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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