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머니즘과 인간의 교육
2020년 08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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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01 “생각하는 기계”의 자화상과 인간의 교육 3
02 인간신체의 기능적 부품화 “The Schreber Case” 29
03 세계관과 인간관의 기계화 그리고 인간교육의 본령 59
II. 포스트휴머니즘과 교육
04 포스트휴머니즘 인간관-“기능과 욕망의 변주” 97
05 휴머니즘과 교육의 종말 “슬로터다이크 스캔들” 133
06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사이의 교육의 미래 165
III. 교육과 향상
07 교육과 향상의 경계에서 인간의 도구화를 성찰하다 205
08 자유주의 우생학과 인간향상론-“유사과학과 유사교육의 합주” 235
09 생명이라는 선물의 교육적 의미-“선물론”(M. Sandel) 265
〈서문〉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를 얘기하고,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몰두하며,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던 어느 날, 나는 지난 세기말에 보았던 영화 매트릭스(1999, Wachowski)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당시 가졌던 여러 가지 의문 중 하나를 다시 기억해 내게 되었다. ‘네오와 함께 하였던 그들은 왜 그곳으로 가려 하는가? 그리고 그곳은 어떤 곳일까?’
“나는 이 스테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이걸 내 입속에 집어넣으면 매트릭스가 나의 뇌에다 이게 즙도 많고 맛있다고 말해 주는 걸 알고 있다고. 9년이 지나고 나서 내가 뭘 깨달았는지 알아? 무지가 곧 행복이라는 것이야.”(사이퍼, 매트릭스)
완벽하게 설계된 가상의 일상 속에서 여하한 위험도 위협도 없는 삶들을 지속하였어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텐데, 왜 굳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저리도 각다분하게 고생의 길을 자처하려는 것일까? 모두가 인류를 구원하도록 운명지워진 네오가 아닐텐데, 차라리 가상의 것일 망정 눈앞에 놓인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를 욕망하였던 사이퍼가 더 현명한 것은 아닐까? 비록 영화적 설정이기는 하였지만, 네오와 동료들의 그곳에는 빛과 쾌락의 여유가 허용되지 않았기에, 나의 저러한 의문은 당시에는 쉽게 해소되지 않았었다. 코드화된 거대한 기계 시스템의 일부이기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인간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숨죽이고 피흘리는 그들. 말끔히 구조화된 가상의 세계를 거부하고, 헤진 옷과 전쟁의 비참이 뒤엉킨 인간의 세계에서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그들. 그들의 동기가 자못 궁금했었다. 네오와 그 동료들이 가려고 하였던 그곳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제 시간이 이만큼 지나 인간의 교육을 고민하는 학자의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그곳이 비단 장소적 의미에 국한되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 그곳이 어떤 궁극적 진리의 처소라거나 혹은 모종의 지고의 이데올로기라는 해석은 어쩐지 그들의 저 치열한 일상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그곳은 인간의 삶이 펼쳐지고 포개어지는 모든 시간과 공간이자, 인간적 삶 그 자체가 아닐까. 그들이 힘을 다해 가려던 그곳은 결국 인간이 온전히 인간으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즉 인간성·인류성(Humanity) 그 자체가 아닐까. 기계의 일부가 아닌 인간적 인간으로 일상을 영위하고자 하였던 그 담백하고 숭고한 바람을 한낱 가상의 스테이크와 맞바꾸지 않으려던 의지의 총합이 곧 휴머니즘이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무지의 유혹을 과감히 극복하고 앎과 지혜를 추구하려는 휴머니즘적 자세가 곧 그들의 고향이자 미래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은유를 활용하여 교육을 정의하자면, 교육은 인간의 이 오래된 고향을 보존하고 그 위에 미래의 새로운 터전들을 개척해 나가는 일이다.
포스트휴머니즘과 인간의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는 이 책의 주제는 역설적이게도 “휴머니즘과 인간의 교육”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부연하자면, 현재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용어 아래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크게 두 갈래이다. 그 첫째는 ‘포스트?휴머니즘’으로 표기되기도 하는 그것인데, 이것은 문자 그대로 ‘휴머니즘?이후’를 의미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전통적 휴머니즘이 인간이라는 존재만 과도하게 중시하였고, 그마저도 모든 인간이 아니라 특정 인종과 성별과 그룹의 이해를 대변하는 폐쇄적 방식의 인간중심주의의 관점을 견지해 왔다는 비판적 성찰에 기반한 것이다. 즉 세계 속에는 특정 부류의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고, 또한 더 넓게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만 있는 것도 아니며, 아울러 인간은 이 거대한 생태 구조 중 일부에 불과하기에, 인간?비인간이라는 이분법 너머에 있는 인간과 비인간적 존재들 사이의 공존과 상호의존의 가치가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현대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미래에 등장하게 될 다양한 양상의 새로운 기계적 존재들도 공존과 상호의존의 영역 속으로 포함될 경우, 기존의 휴머니즘은 아주 편협한 개념틀이 될 것이다. ‘휴머니즘?이후’라는 의미의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였고, 보다 넓고 개방적인 개념의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가운데, 학계의 공감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른바 ‘포스트휴먼?이즘’으로 표기되기도 하는 담론이다. 이것은 ‘포스트?휴머니즘’에 비하면 그 대상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다. 포스트휴먼이즘은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능하여진 혹은 미래에 가능하여질 인간의 변형태 혹은 업그레이드된 인간상을 ‘포스트휴먼’으로 통칭하고, 이들 포스트휴먼의 출현이 갖는 인류사적 의미와 사회구조 변화의 가능성 및 이와 관련된 생명윤리적·사회윤리적 함의와 준거들을 현재의 기준에서 그리고 미래를 전망하求가운데 성찰하려는 일련의 학술적 흐름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인한 기계의 인간화 및 인간의 기계화 현상이 가속화할수록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 둘의 섞임을 통한 각종 혼종적 존재의 출현이 가시화할수록 세간의 흥분과 염려는 증폭되어 갈 것이다. 과연 포스트휴먼·포스트휴머니즘이 현존의 휴먼·휴머니즘의 영역과 가능성을 더욱 확장해 나가게 될 것인가 혹은 이것이 기존의 휴먼·휴머니즘에게 오히려 회의와 불안과 위협의 요인으로 귀결될 것인가가 중심 쟁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쟁점은 주로 인간본성론과 생명윤리의 차원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다. 인간인가 혹은 기계인가, 호모사피엔스인가 혹은 로보사피엔스인가 등의 표현들은 이러한 쟁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수사(修辭)들이지만, 일상적 경험의 영역에서는 대조적으로 표기된 이들 존재들 사이의 경계를 확정짓기 어렵다는 점이 난제로 남아 있다. 예방과 보정과 치료의 목적으로 수행되는 인간의 포스트휴먼화(化)는 긍정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이지만, 그 임계점에 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는 또 지난한 여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제하에 진행되는 위 두 가지 담론들을 보노라면, 그 주제가 공히 인간과 휴머니즘으로 수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공통된 관심은 결국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또한 인간이 급격히 진보하는 과학문명의 와중에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나가게 될지 그리고 이것이 인간 자신과 인간의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인간적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성의 문제들이 포스트휴머니즘의 주요 주제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상이한 관점과 주장이 공존한다. 즉 앞서 간략히 언급된 바와 같은 휴먼·휴머니즘에 관한 개방적 관점이 있는가 하면, 휴먼·휴머니즘의 미래적 이름으로 명명되기도 하는 포스트휴먼·포스트휴머니즘에 관한 낙관적·기술지상주의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의 병존이 포착되기도 하며, 동시에 휴먼·휴머니즘에 관한 전통적 견해들도 여전히 선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에 대한 명명이 어떠하든, 그 주제는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미래상에 관한 것이며, 그러므로 이것은 결국 휴머니즘의 문제이다. 동시에 이것은 곧 교육학의 주제이기도 하다. 교육학은, 넓게 정의하자면,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현재상뿐 아니라 인간의 개선과 인류의 진보에 관한 담론들의 체계적 뭉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과 휴머니즘에 관한 위와 같은 관심과 관점에서 지난 2년여 동안 집필한 논문들을 묶은 논집이다. 우선 제I부에서는 인간을 기계적 존재로 이해하였던 사례들을 교육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교육학은 전통적으로 신 또는 동물과의 비교를 통해 인간의 교육적 본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교육의 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한 논거들을 구성하여 왔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새로운 비교 대상, 즉 기계(류)가 등장하면서 교육적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인간은 전례 없이 유능하고 쉼 없이 학습하는 기계와 비교되기에 이르렀고, 심지어 그러한 기계적 시스템의 일부 혹은 기계와 섞인 혼종적 존재가 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21세기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인간을 기계적 관점에서 규정하려는 시도는 시계와 해부학으로 은유되는 17세기 교육학의 담론들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이후에 펼쳐진 교육학의 역사에서 인간신체의 기능적 부품화라는 관점으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제I부에서는 이와 관련된 몇몇 사례들을 소개하고, 인공지능과 뇌과학이 빈번히 회자되는 오늘날의 맥락에서 이러한 현상의 교육학적 의미를 성찰하였다.
제II부에서는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경계로 장을 옮겨 논의를 이어간다. 우선 1980년대에 최초로 제기되고 최근 다양한 학계에서 중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인간관을 고찰하되, 이것을 인간의 기능주의적 환원 그리고 완전을 향한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세기말 유럽 지성계·언론계에서 큰 논쟁을 야기하였던 이른바 “슬로터다이크 스캔들”(1999)을 중심으로, 다양한 휴머니즘들 사이에서 그리고 전통적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사이의 경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학적 논의를 소개한다. 이러한 경계적 논의들이 교육학적으로 유의미할 뿐 아니라 이에 관한 고찰이 불가피한 이유는, 이러한 논쟁들 속에 휴머니즘과 교육의 종언에 관한 담론들이 포함되어 있고, 아울러 모종의 새로운 휴머니즘의 탄생에 대한 예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교육학은 이러한 철학적 논쟁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 서 있었지만, 이제는 이에 관한 교
작가정보
독일 Justus-Liebig-Univ. Giessen(Dr. Phil.)
독일 Justus-Liebig-Univ. Giessen 연구강사·강의전임
現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주요 논문
Responsivit?t und P?dagogik (2007, Dissertation)
‘부자유를 통한 자유’와 교육행위의 지향성 (2007)
의사소통적 상호주관성의 교육학적 수용가능성 검토 (2007)
마틴부버-대화철학과 대화교육학의 임계점에 관하여 (2007)
Subjektivit?t und Responsivit?t (2008)
P?dagogischer Bezug. Erzieherisches Verh?ltnis (2008)
Ikonographie der Interkulturalit?t (2008)
코메니우스의 기독교 우주론적 보편주의에 대한 소고 (2009)
레비나스의 타자성 철학에 대한 교육학적 소고 (2009)
Responsivit?t und Fremdverstehen (2010)
‘Inclusion’ in Martin Buber’s Dialogue Pedagogy (2012)
Hannah Arendt의 ‘탄생성’의 교육학적 의미. (2013)
Humanism of the Other by E. Levinas and pedagogy of responsivity (2014)
탄생적 상호주관성과 교육 (2015)
Niklas Luhmann의 체계이론과 교육적 관계에 대한 소고 (2015)
Revisiting Orbis Sensualium Pictus (2016)
“포스트휴머니즘과 교육” 관련 연구들 (2018-2019)
Revisiting the Analects for a modern reading of the Confucian dialogical spirit in education (2019)
일제강점기 한국 교육사상가에 대한 연구 현황 고찰 (2019)
번역
Buber, M. (1964). Reden ?ber Erziehung. ?마틴 부버의 교육강연집?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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