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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성덕의 자족충만 생활기

성덕의 자족충만 생활기
조영주 지음
Lik-it(라이킷)

2019년 08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07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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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3.76MB)
ISBN 9791189982416
쪽수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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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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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대충 산다’가 삶의 모토이나
일단 꽂혔다 하면
순식간에 성덕의 경지에 오르고야 만다!

엉뚱한 소설가 조영주의
유난 법석한 덕질의 세계

자타공인 성덕(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의 소리 없이 왁자한 덕질 생활기,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가 출간됐다. 2016년 《붉은 소파》로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추리소설가 조영주가 ‘채널예스’를 통해 연재한 ‘조영주의 성공한 덕후’ 칼럼을 다듬은 ‘덕질 라이프’ 에세이로, 은행나무가 새로 출시한 생활공감 에세이 ‘라이킷Lik-it’ 시리즈의 첫 권이기도 하다. 셜록 홈즈 마니아부터 시작해 문장 수집, 아이템 수집, 만화 및 드라마 마니아, 책벌레 등 각종 성덕으로 이름 난 작가가 인생의 장면 장면마다 스민 덕질과 그 의미를 유쾌하게 포착했다. 소소하고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덕후의 삶에 친숙해지는 것은 물론,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동경하고 책을 사랑하고 의미를 발견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소중히 지켜온 작가의 내면에 빠져들게 된다.
‘라이킷Likit’은 은행나무출판사가 새롭게 런칭한 생활공감 에세이 브랜드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내가 사는 법”이란 표어가 보여주듯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제시한다.
프롤로그/ 빨랫줄에 대롱대롱

#1/ 성덕의 일상생활
모드 할머니 같은 그림을 그리고픈 저녁
파란 달걀
성은 개요, 이름은 몽돌입니다
매일 밤 카페를 닫을 때마다
《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
백만 번 산 고양이의 착각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일 거라고
반숙 카스테라가 있는 풍경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소녀
고마운 사람
즐기는 자가 될 테야
사랑, 빠지지 않고 그냥 하기 위해서
비 오는 날의 카페 홈즈
먹고 쉬지 말고 돈 내고 나가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2/ 성덕의 문화생활
성공한 덕후가 되는 방법
끝내기의 기술
〈고양이 마을〉을 둘러싼 모험
지극히 평범한 양심통
언제나 지금, 당신이 재미난 책을 읽으라
또 한 번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다정한 공감의 기록
오늘따라 쉼표가 내게 말을 건넨다
사라지는 것과 살아지는 것
결국 책이란 사람과의 만남
덕후의 의리는 바다도 건넌다
서른아홉, 제주도에 처음 간 사연
희망이 없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편히 살아남자
나, 개와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
덕후의 여행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일단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3/ 성덕의 창작 생활
잠입 취재와 벗어나기
안면인식장애
경전은 셜록 홈즈의 다른 말
일곱 개의 문을 지나
우리는 누구나 자기 삶이란 글을 완성하기 위한 작가니깐요
결국 사람은 자기 좋을 대로 사는 동물이니까
하이퍼그라피아
언젠가 조영주는 될 수 있겠지
소설가의 일이라는 것이 매우 이기적이지 않나
대관절 러-브가 뭣이던가
개구리의 눈물
친절한 영주 씨
거짓말 같은 진짜가 있다
중2병도 괜찮다고 말해줘

에필로그/ 그렇게 나는 덕후가 됐다

친구를 만들려고 무던히 노력하던 시절의 내가 있었다. 만화 에세이와 현실은 좀 달라 결국 중학생인 나는 친구 만들기를 포기했었다. 그냥 책으로 도망치는 덕후가 되어버려 지금에 이르렀다. 뭐, 결과적으로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듯하다. 이렇게 당시의 일을 담담하게 떠올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으니._28쪽

이런 마인드를 가진 주제에 자주 출연 요청이 오다니 왜일까.
지금이라면 “덕후니까”라는 대답이 간단하게 나오겠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덕후라는 인식이 없었다. 원래 인간이란 남들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법이다. 고양이, 해골, 리락쿠마, 카카오 프렌즈 등등 갖은 물건을 모아대는 내게도 이 이론은 정확히 적용된다._74쪽

요즘 나는 세상이 지나치게 눈부시다(어두운 곳에 숨고 싶어). 악평도 황송하다. 《중쇄를 찍자》의 명대사처럼 악평이 달린다는 건 내 팬이 아닌 사람도 내 소설을 읽는다는 뜻이니까, 모든 평에 달린 이야기는 심사숙고해서 차기작에 꼭 반영할 셈이다. 그때도 또 악평이 달린다면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다. 나는 덕후니까. 10년간 해온 일, 앞으로 10년쯤 더 못 할 까닭이 없다. 《유리가면》도 아직 안 끝났는데, 이쯤이야._82쪽

성공한 덕후가 되는 방법
1. 우선 즐기라
2. 자신의 재능을 믿고 누구보다 깊이 파고들라
3.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라. 인생 길게 보라
4. 목표는 높게 잡으라_82쪽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에 그렇다면 사회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한 것이 바로, 잠입 수사……가 아니라, 잠입 취재였다. 기자 생활을 다룬 영화를 많이 봤고 나도 하나쯤 써보고 싶어 썼다가 또 이게 말 이 되냐는 말을 연거푸 들었다. 오기가 생겼다. “그렇다면 내가 기자 해보면 될 거 아냐!” 하는 생각으로 몇 군데고 면접을 본 끝에 기자로 취직했다._148쪽

지금껏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할 때도, 연애를 할 때도, 무엇이든 내 모든 걸 바쳐 한 적은 없었다. 그저 재밌기에 한껏 즐겼을 뿐이었다. 나는 늘 적당한 수준의 보답을 원했다. 너무 큰 행운이 오면 그만큼 큰 불행도 따르기 마련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런데 텔레비전 뉴스에 나올 정도의 상을 타다니 한숨부터 나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어떻게 해야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울 것 같았다. 정말로 울기도 했고. 그래서 일단 평소 쓰는 것보다 좀 더 집중해서 쓰기로 했다. 그랬더니 뜻밖에 글이 꽤 써졌다.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기운을 냈고, 나보다 더 혈안이 되어 달려드는 편집자 덕에 힘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불행은 행복을 질투하기 마련이다. 나는 눈에 문제가 생겼다. 백내장이 왔다._202쪽

그래서 나는 노력한다. 그래도 나는 노력한다. 그리하여 나는 노력한다.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일단 노력해서 부딪쳐 깨지는 것이 삶이라고 언젠가 깨달은 이후, 그저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살아간다.
덕후가 된다.
적어도 나는, 내 머리가 남의 것을 읽고 아주 쉽게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비상한 기억력이 아주 조금은 내 글이 좋아지도록 돕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_206쪽

좋아하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파고들면 들수록 인생은 풍요롭다

책은 크게 3부, ‘성덕의 일상생활’ ‘성덕의 문화 생활’ ‘성덕의 창작 생활’ 3부로 나뉜다. 덕질의 대상은 다채롭고 거기서 파생하는 에피소드는 끝이 없다. 만화 《야와라》를 보고 동생을 엎어치기 하다가 엄마에게 맞았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서유기》를 읽고 자신만만 퀴즈대회에 나갔다가 아무 문제도 맞추지 못해 자존심에 금이 간 이야기, 영화 〈허드슨 호크〉를 보고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료 제조에 나서는 이야기까지. 또 만화 《유리가면》을 통해 덕질 방법을 다듬고《은혼》의 연재가 끝날까 전전긍긍하기도 하며 스타벅스 한정판 텀블러를 사기 위해 투지를 불태우고, 좋아하는 책은 판본별로 모으기도 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나 전시회에 찾아가는 건 물론이다.

차영민의 《달밤의 제주는 즐거워》와 《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제목이 바뀌며 구판이 절판됐다. 그러니 작가가 일하는 제주도 편의점에만 있는 유일한 절판본을 사고 사인을 받는 건 덕후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관광 코스였다._120쪽

여행은 또 어떨까. 덕후에게 그냥 떠나는 여행이란 없다. 《20세기 소년》을 읽었으니 오사카 만국박람회기념공원 정도는 당연히 들러줘야 한다. 드라마 〈아이보우〉 공연을 위해 미리 뱀의 똬리처럼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덕질을 함께하는 친구의 집에서 만화책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오간다. 동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멋진 장소를 보면 그 장소를 배경으로 시나리오가 쓰고 싶어 ‘위장 취업’도 불사한다.

아, 이곳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를 하나 쓰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실천한 것은 당연히 취재였다. 바로 카운터로 가서 “아르바이트 구하는데요”라고 말했다. 취재를 하려고 지원한 거니 카운터에서 빵을 팔고 싶었는데 사장님은 나를 보더니 카페로 운영 중인 홀에서 일을 하라고 시켰다. 나는 ‘이건 내 계획과 다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홀로 갔다. 이후 처음으로 남을 위해 음료를 제조하며 카페 일이 생각보다 상당히 귀찮은 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_150쪽

좋아하는 게 너무 많다는 건 삶에 생기가 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만 좋아해도 시간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뛰는 덕후 위에는 나는 덕후가 있다. 나는 덕후가 되기 위해, 덕후의 삶은 계속된다.

박스 세트 위에 놓인 같은 작가의 책, 《작가의 수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노력해서 평생 쉬는 작가가 여기 한 명 있다. ‘S & M’ 시리즈의 작가 모리 히로시. 그는 개인 정원에 진짜 기차를 들여놓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200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번, 기차 덕후 최종병기 같은 인간이다._198쪽


덕후가 된다,
누가 뭐라 하든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하지만 이 에세이가 덕후의 생활을 나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덕후’로서의 생활은 기실 보다 나은 작가가 되려 애쓰는 노력과 촘촘히 엮여 있다. 어린 시절 방에 매달린 아버지의 만화 원고에 대한 막연한 동경, 친구가 없어 책으로 파고들던 중학생의 성숙한 외로움, 대학 입시를 위해 백일장에 나갔다가 심사위원 작가로부터 ‘거짓말을 꾸며낸다’며 호되게 혼난 기억, 시나리오 쓰는 모임에 기웃거린 시절, 작품이 ‘현실성이 없다’는 주변 평가에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열정, 어떤 생활에서도 소설의 장면을 떠올리는 직업의식, 알바를 하면서도 본업은 작가라는 자의식을 놓지 않는 중심, 다른 작가·작품에 대한 경외에서 비롯한 팬심까지 ‘성덕 생활’은 실은 더 나은 작가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에피소드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연필을 쥐기 시작한 작가가 어떤 삶의 장면 장면을 거쳐 책임감을 갖고 쓰게 되었는지, 작가라는 직함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냈고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 등 작가로서의 속마음을 짐짓 들춰 보여준다.

“어디 발칙하게 고등학생이 백일장에 와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적어 내나. 리얼리티가 있는 이야기를 써라.”
나는 그 의견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문제의 호랑말코가 쓴 작문인즉, “점쟁이 할아버지가 새벽에 쫄면을 먹다가 급체하여 죽는다, 이후 손 벌릴 데 없어진 손녀는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 사는 게 더 고돼졌다”는 이야기인데, 그건 내가 적어낸 작문과 꼭 같았다. 이런 우연이 일어나다니.
30분 넘게 조목조목 문장까지 일일이 예시로 들며 따지는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경청하자니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그 호랑말코가 나였다. 내가 적어낸 일상이 누군가에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처럼 보인 탓으로 꽃놀이가 지체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글은 모두 사실이었다. 할아버지는 역술인이었다. 정말 쫄면을 드시다 새벽에 급체해 돌아가셨다._194쪽

대학교가 주최한 백일장에 참가해 본인의 집안 이야기를 적어 제출했다가 고등학생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며 심사위원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호되게 혼나는 이 에피소드에는 진실을 적어냈다가 거짓으로 호도당한 어느 고등학생의 상처가 담담히 묘사되어 있다. 점쟁이 할아버지가 쫄면을 먹다 돌아가신 이후 가세가 기울었다는,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오로지 글에만 털어 놓을 수 있었던 현실을 거짓으로 부정당한 고등학생에게 문인 심사위원은 어떤 존재로 다가왔을까. 그 심사위원 작가가 누군지는 글 말미에 등장한다.

그때 내 작문을 보고 분기탱천했던 심사위원이 만약 어른이 되어 내가 쓴 소설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어른이 되어 조금은 생활이 나아진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까. 아니면 그날처럼 집에 돌아가서 난동을 부릴까. 알고 싶다.
그러니 ○○○ 선생님, 시간 나시면 20년 전 꽃 피던 그 봄날처럼 제 소설 좀 봐주세요. 이번엔 진짜, 거짓말만 썼어요._194~196쪽

결국 ‘덕후의 일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 아닐까. 재미를 발견하는 예리한 눈과 의미를 파고드는 온기 어린 탐구심이 끝내 덕후를 낳고, 작가를 낳았다는 것을. 저자는 엉뚱하고 발랄한 에피소드 사이사이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산다.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런고로 나는 지금 ‘살아 있다’. 지금 이 순간 또 한 번 작품을 잘 쓰기 위해 책탑을 쌓는다. 누가 뭐라 하든 간에 삶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기 위하여 아마 나는 계속 덕후의 삶을 살 듯하다._30쪽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조영주

만화가 딸내미, 글 쓰는 바리스타, 성공한 덕후 등 여러 별명으로 통하는 소설가.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만화 콘티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자연스레 글 쓰는 법을 익혔다. 셜록 홈즈에 꽂혀 홈즈 이야기를 쓰다가 홈즈 패스티슈 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로 제6회 디지털작가상을 타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예스24, 카카오페이지 등 각종 공모전을 섭렵하다가 2016년 《붉은 소파》로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업이었던 바리스타를 졸업하고 전업 소설가로 거듭났다. 채널예스에서 ‘조영주의 성공한 덕후’ 이후 ‘조영주의 적당히 산다’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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