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2020년 06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05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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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5.54MB)
- ISBN 9791188862757
- 쪽수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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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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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란 존재의 그러함을 집요하게 파고든
이야기꾼 김진송만의 몹시도 특별한 소설!
우리 근대현대역사를 공부해온 연구자이자, 나무 작업에 매진해온 목수이자, 간간 특유의 기억과 시각을 예리하게 담아낸 글을 써온 소설가로, 다재한 그만의 이력을 다양한 책 안팎에 뻗쳐온 김진송 작가의 첫 소설집 『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를 펴낸다. 장편의 긴 호흡으로는 몇 차례 선을 보인 적 있었으니 단편의 짧은 호흡으로는 처음이라 하겠다.
짝 31
달팽이를 사랑한 남자 55
꼭대기의 사람들 81
종이 아이 101
안섬 한 바퀴 115
신의 기원 147
어린 왕자의 귀향 169
섬 205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 241
집을 짓는 일은 다른 모든 물리적인 일과 마찬가지로 중력에 저항하거나 타협하는 일이다. 그가 알고 있는 집짓기의 유일한 원칙이다. 그는 바닥에서 짠 벽체를 들어 올리면서 중력의 실체를 절감했으며 그때마다 그의 육체가 중력과 타협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중력은 일과 노동 그 자체이도 하지만 집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집이 중력을 버티지 못하면 무너져내릴 것이다. 기둥과 벽체를 똑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는 중력에 저항하는 가장 큰 힘이 수직이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사실은 결코 망각될 수 없다.
어디 집뿐일까. 사는 것도 다르지 않아.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숟가락을 뜨고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일 모두 중력에 저항하거나 타협하는 일이지. 사는 게 버겁다면 그건 곧 중력에 저항할 힘이 없다는 뜻이야. 말하자면 중력은 인간의 아니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 힘이 들면 사람은 주저앉거나 누울 수밖에 없어, 중력과 타협할 힘조차 남아 있지 못하면 더이상 살아갈 수 없는 것이지. -「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에서
중편 분량의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를 포함하여 총 10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이번 소설집은 앞서 그가 발표해온 글들에서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그만의 시선을 기본으로 하되 조금 더 깊고 깊게 내밀해졌다고 해야 할까, 조금 더 넓고 넓게 자유로워졌다고 해야 할까, 읽는 내내 말과 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문체와 사유로 말미암아 그만의 서사에 한층 활달해진 입체성이 더해진 듯도 하다. 특히나 묘하게 중독성 있는 그만의 입말 같은 문장들, 정확한 단문의 묘사로 빠른 전개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아주 매서운데 그 덕인지 ‘사람’이라는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고들어 내보이는 데 있어 나 지금 핀셋 하나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쥠’의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
무엇보다 소설은 재미가 미는 수레 아니려나. 그 재미에 재미가 더해지면 수레의 무게에도 아랑곳없이, 힘이 든 줄도 모르고 끌고 가지 않겠나. 김진송의 소설은 언뜻 무거운 주제로 내 입에 물린 이것이 딱딱한 나무 조각인가 싶게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사물에 대한, 인간에 대한 의심과 회의의 시선을 한 번도 거두어들인 적이 없노라고” “회의와 의심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방편이었다”라고 소설 속에서 그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타고난 솔직함을 바탕으로 우리가 평생 고민하고 또 고심하게 되는 주제인 ‘나’를 포함한 ‘사람’의 안팎을 헤집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함께 머리 싸매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동시에 수다하게 만든다. 소설 속에서의 ‘이입’이라는 정서는 기실 이 상황에 이 정황에 참견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마음이겠지.
그리하여 김진송의 소설은 부지깽이 같은 게 있다면 그걸로 푹푹 제 걸음 속에 의심나는 그 무엇인가를 계속 찌르면서 걷게 하는 ‘뒤돌아봄’을 연거푸 반복하게 하는데, 그 행위로 보자면 정도라는 어떤 균형, 정확이라는 어떤 옳음을 제 살아감의 중심에 둔 한 인간의 결벽과는 좀 다르다 할 순도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데, 예서 작가 김진송이 삶에 임하는 태도랄까 삶에 취하는 방향성이랄까 그 부러지거나 휨을 일견 추측해보게도 된다.
“개인적 취향이라는 말은 착각이다. 시선의 취향일 뿐.” 김진송의 소설을 읽다보면 묘하게 ‘중력’이라는 단어에 중간 중간 무릎이 휘게 되는데 표제작인 「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의 제목만 보더라도 ‘홀로’에서 ‘집’에서 ‘짓기’에서 ‘시작’에서 장옷처럼 쓰인 여러 상징성에 내 삶의 무게중심을 자꾸만 걸어보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도 된다. 그의 ‘소설’을 읽는데 나의 ‘속내’를 들키는 기분이었다면, 삶인가 죽음인가 우리 사는 데의 원형 같은 주제들이 소소하고 흔한 연장 같은 데서 풀이가 되고 있다면, 이 작음에서 그 큼을 엿보게도 된다면, 이 소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밑줄 긋고 있는 여러분의 손끝에서 묘한 안도를 특별한 충만으로 가지게도 될 것이다.
그는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서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히 혼자여야 했다. 숲에 들어와 집을 짓고 살기로 작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라는 건 용기인 동시에 외로움이자 두려움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는 다짐하곤 했다. 완전히 하나이기 위한 짝은 필요 없어. 짝은 얄팍한 위안이자 타협에 불과해. 짝이 완전하다고 믿는 비겁한 짝수주의자들! 나는 당당한 홀수주의자로 남을 거야.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자신에게도 미심쩍은 다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또다른 나를 곁에 두고 싶어한 것이 외로움 때문이라는 건 누가 보아도 자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나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쨌든 그의 이런 의지가 젓가락이나 신발의 경우처럼 물질로 전환되어 사물을 사라지게 하거나 변형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짝」 중에서
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했다. 문화연구와 근현대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를 쓴 이후, 역사를 주제로 한 『장미와 씨날코』 『가부루의 신화』 『화중선을 찾아서』 등의 책을 냈다. 유년시절 도시의 기억을 담은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와 문명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담은 『인간과 사물의 기원』이라는 소설을 썼지만 형식만 그러했다. 1997년쯤부터 시작한 나무작업으로 열 번의 〈목수김씨〉전을 열었다. 이야기와 목물을 결합한 작업으로 〈나무로 깎은 책벌레이야기〉전을, 여기에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더하여 2013년 〈상상의 웜홀〉전을 열었다. 나무작업과 관련하여 『목수김씨의 나무작업실』 『상상목공소』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등의 책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강진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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