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2018년 09월 29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8월 13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6.72MB)
- ISBN 9791188660209
- 쪽수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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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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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고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303호: 그 남자, 어디로?
비정묘시(悲情猫市) ①
316호: 오케이맨
비정묘시(悲情猫市) ②
313호: 취업 무림 패도기
비정묘시(悲情猫市) ③
311호: 매일 죽는 남자
비정묘시(悲情猫市) ④
317호: 사투 소녀
비정묘시(悲情猫市) ⑤
310호: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
유령들
304호: 고양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작가 후기
"고문고시원은 수명이 다한 초식동물처럼 보인다. 한때는 사바나의 초원을 거닐며 풀을 뜯으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으나 이제는 늙고 병들어 죽을 날만을 기다린 채 엎드려 있는 하마나 코뿔소, 혹은 코끼리.
-9쪽-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동선을 짜고 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그래도 가끔 주방에서나, 화장실 앞에서나, 길고 좁은 복도에서나, 바람을 쐬러 올라간 옥상에서 누군가와 예기치 않게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서로 유령이라도 본 듯 ‘헉’ 하고 놀라고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렇다. 고문고시원의 잔류민들은 모두 유령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는 존재. 나도 고문고시원에서 유령이 되었다.
-23쪽-
자신도 모르게, 홍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머, 미쳤나 봐.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멈출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낮고 조용하게 노래를 불렀다. 몇 년간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는데도 가사가 술술 나왔다. 어둠 속에 멜로디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가슴이 환하게 부풀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딱 한 번 가봤던 제주도의 풍경이 아련히 떠올랐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손을 뻗으면 반짝이는 별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홍은 눈을 떴다. 노래는 끝났다. 한 평짜리 고문고시원 303호 안이었다. 사방은 어두웠고 곰팡내가 풍겨왔다. 초여름의 끈적끈적한 더위가 목덜미와 겨드랑이에 달라붙었다. 홍은 소리 없이 한참을 울다가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를 켰다. 옆방 남자는 그 밤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39쪽-
번개가 사방을 밝힌다 싶더니 뒤이어 천둥이 공기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하늘을 찢을 듯한 소리였다. 세 명은 그 자리에 딱 얼어붙었다. 번개가 광기 어린 눈을 치뜬 바로 그 순간, 편과 최, 그리고 깜은 똑똑히 보고 말았다. 자신들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형체를. 그 형체들은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끝도 없이 깊은 무저갱에서 솟아 나와 고문고시원을 배회하는 유령들이었다. 그 옛날, 고문고시원 터 위에서 죽어간 자들이었다. 수도 없이 많은 유령들이 세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373쪽-
"
가장 장르적인 방식으로 전하는 가장 문학적인 메시지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보여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작가는 『고시원 기담』을 통해 이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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