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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

이상한 나라의 가족, 스페인에서 길을 찾다
이경걸 지음 | 이하연 그림
마인드큐브

2019년 07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05월 13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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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6.23MB)
ISBN 9791188434152
쪽수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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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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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면 개고생, 그러나 가족과 함께 하면 대행복”
─ 경남 거창 어느 ‘초긍정 가족’의 좌충우돌 스페인 여행 이야기
여행을 위해 길을 나서는 순간, 누구나 고생을 각오한다. 여행길에서 안락과 풍요를 꿈꾸는 건 헛된 바람 혹은 허황한 소망이기 쉽다. 더구나 그 여행지가 낯설고 물선 유럽의 스페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집을 나서는 건 곧 고생길에 든다는 말과 같다.
단순히 몸만 피곤하면 그래도 괜찮다. 현지 문화를 모르는 초보 여행자로서는 허망한 분실사고에서부터 테이블치기(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을 주인 몰래 집어가는 것), 차량털이(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문을 열어 차 안의 물건을 훔쳐가는 것) 등 온갖 종류의 도난사고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게다가 비자 사고, 숙소 사고, 자동차 연료 혼유(混油) 사고까지 겹친다면 그 여행은 십중팔구 ‘폭망’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불과 20일 만에 그런 사건과 사고를 ‘종합세트’로 모두 겪었으면서도 “괜찮다,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다”고 의연할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이만하면 우리 여행은 대성공”이라고 외치는 가족이 있다. 경남 거창 이경걸 씨 가족 이야기다. 《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는 바로 그 ‘초긍정 가족’의 좌충우돌 스페인 여행 이야기를 담은 가족여행기이다.
이 가족은 여행 첫날 마드리드에서 막내 하연이가 휴대폰을 도난당했다. 여행 둘쨋날엔 가족들의 여권과 귀중품을 한데 넣어둔 가방을 도난당했다. 도둑녀석은 공영주차장에 주차해놓은 렌터카의 옆유리를 과감히 부수고 가방을 훔쳐갔다. 그리고 이를 신고하러 스페인 경찰서로 간 딸은 불법체류자로 붙들릴 위기를 겪었다. 현금을 다 털린 빈털터리가 되어 여권도 없이 프랑스와 포르투갈로 3개국 여행을 다니던 이들은 렌트한 폴크스바겐 차량의 엔진을 연료 혼유(混油)로 망가뜨리고 프랑스 고속도로에서 견인됐다. 귀국 직전 마드리드 공항에서는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심히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이 겪은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은 초보 여행자들이 ‘아주 재수 없으면 겪을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의 종합세트와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의 여행은 상황에 대한 긍정과 서로에 대한 배려로 ‘침몰’하지 않고 나아간다. 함께 격려하고 위로하며 자기만의 ‘길’을 찾는다.
이 가족은 20일 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마을 주민들과 ‘우리 동네 톡투유’라는, 일종의 ‘여행 보고회’를 가졌다.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자신들의 실수담을 솔직하게 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신들의 고행을 오히려 이웃들과 나누고자 했다. 그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에 실린 멋진 삽화는 딸(이하연)이 그렸다.

“여행 안에는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압축적으로 들어 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인생을 미리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잠깐 휴가 나와 ‘나’와 ‘가족’을 찾아 떠난 모험 이야기이며,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는 이 시대 오십대 아빠가 쓴 가족여행기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머리말
마드리드의 심장, 프라도 미술관
태양을 조각한 톨레도 대성당
발렌시아, Again 2002
공포의 집
아! 노바 이카리아 해변
캠핑 퐁 드 아비뇽
이번에는 어떤 차 줄까?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보르도 대성당
내 아이의 부모들
산티야나델마르 선언
피코스 데 에우로파 협곡 트래킹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 순례자들
카우치 서핑으로 만난 귀한 인연
일몰과 야경의 화음, 포르투
스페인 동명일기
집으로 가는 길
우리 동네 톡투유

작가는 아니지만

마드리드에서 딱 하루만 짧게 관광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프라도 미술관에 가는 게 우선이었다. 스페인에 오기 전부터 아내와 막내는 ‘반드시’라고 미술관 관람을 요구했다. 우리 가족의 가이드 역할을 맡은 소연이도 ‘당연히 마드리드에 가면 프라도 미술관을 봐야 하고, 자신이 켈리 언니에게서 여러 번 교육을 받았으니 어지간한 작품 해설이 가능하다’고 프라도 미술관 관람을 추천했다.
('마드리드의 심장, 프라도 미술관'에서)

바로셀로나까지 6시간 운전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감안해 아침 일찍 마드리드를 떠났다. 덕분에 아직 관광객이 별로 없는 한적한 시간에 톨레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톨레도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예전에 성벽이었을 난간 위에 올라서 사진을 찍었다. 푸르게 굽이쳐 흐르는 타호 강을 끼고 고딕 양식의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데,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주황색 지붕을 이고 있었다. 유럽에 와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전해주는 톨레도 시가지 전경에 우리 가족은 그저 황홀할 뿐이었다. ‘그래 정말 유럽에, 스페인에 우리가 왔구나.’
('태양을 조각한 톨레도 대성당'에서)

후반전이 진행되면서 큰 TV를 보고 있던 멕시칸들이 자주 탄식을 했다. 잘못하면 16강 탈락의 위기였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응원하던 우리 넷과는 달리 지금껏 조용히 보고 있던 멕시칸 몇이 “꼬레아! 꼬레아!” 소리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딱 보니 견적 나오네. 이 애들 스웨덴한테 지니까, 독일이 크게 이기면 저희들 떨어질까 봐 겁먹었다. 우리가 최대한 독일과 비기기라도 해달라는 거다. 그때부터 그 카페의 갑은 우리 가족 넷이었다. 최대 다수인 멕시칸들이 저희 나라 응원은 안하고 큰 TV에서 작은 문간방 TV로 시선을 돌렸고, 우리가 이끄는 대로 ‘꼬레아!’를 연호하며 함께 응원했다. 뭐, 우리한테는 심히 고마운 일이었다.
('발렌시아, Again 2002'에서)

바로 그때, 차 뒤쪽 멀리서 불빛이 반짝 보였다. 자동차다. 누군가 이 산길로 우릴 따라오고 있다. 누굴까. 집 주인이 마중 나온 것이라면 당연히 앞쪽에서 와야 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칠흑 같은 이 산길을…… 누가, 왜 따라온단 말인가?…… 집주인과 저 추적자가 혹시 한패인가? 본능적인 경계심으로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아야 했다. 휴대폰을 좌우로 급하게 비추며 몽둥이가 될 만한 게 없는지 찾고 있는데, 어느새 그 차가 벌써 우리 차 뒤에 와서 섰다. 나를 향해 라이트를 상향으로 비추고 있어 운전자가 내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아직 몽둥이를 준비하지 못했다. 나는 여차하면 휴대폰으로 머리를 칠 요량으로 휴대폰만 꽉 쥐고 전방을 주시했다.
('공포의 집'에서)

소매치기가 들끓는 해변 모래사장에 여권과 귀중품을 모두 가지고 가서 해수욕을 즐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크게 안심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영주차장에 제대로 주차해놓은 차 안에 귀중품을 넣어두고 필요한 것만 가지고 해변으로 가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게다가 만일 우리 가운데 누구 하나의 여권만 없어져도 결국 네 사람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터이니, 차라리 여권을 모두 모아 한 가방에 넣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트렁크 맨 안쪽에 놓아두는 게 안전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흡사 우리 생각을 누가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차 안 다른 물건은 손 안 대고 트렁크만 뒤져 귀중품을 모아놓은 노란 가방만 가져갔다. 그것도 벌건 대낮, 사람이 많이 다니는 주차장에서 멀쩡한 차 창문을 박살내고. 그 안에는 현금 1,400유로와 여권 세 개, 스페인 이케르네 가족에게 줄 고급 수제 핸드백, 화장품, 충전기, 지갑, 국제면허증 등 우리 여행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산과 필수품이 모두 들어 있었다. 아뿔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랬는데……. 우리는 여행의 초입에 모든 걸 잃고 말았다.
('아, 노바 이카리아 해변'에서)

천만다행으로 이번 여행을 위해 만든 신용카드 한 장만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노란가방이 아닌 내 옷 주머니에 넣어두었었다. 그 카드마저 없었다면 우리의 이번 여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터였다.
“아빠, 해산물이 좋아 보이는데 좀 비싸네.”
“한국보다 더 비싼걸?”
“여보, 어떻게 할까, 다른 거 먹을까?”
“먹어, 아껴서 이백만 원 도둑놈도 줬는데, 실컷 먹어. 걱정은 한국 가서 하자. 소연아, 저 잘생긴 오빠한테 먹고 싶은 거 다 달라고 해.”
가장의 마음을 아는지, 시장의 천장 위로 세차게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바르셀로나 관광은 끝났다. 예약해놓은 구엘 공원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여권과 현금과 귀중품을 모두 잃어버린 우리는 암담했다.
('아, 노바 이카리아 해변'에서)

[머리말]
우리의 갑작스런 유럽 가족여행 결정은 사실 전혀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었지만 뜻대로 살지 못했던 신혼(?) 부부는 20여 년 전 어느날 겁 없는 약속을 했다.

“우리, 이담에 애들이 대학 갈 쯤엔, 하던 일 딱 멈추고 일년간 세계여행 하자.”
“좋아. 부자가 될 턱이 없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값진 유산이 될 거야.”

그 약속에 따라 두 딸을 모두 한 해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런데 어느새 두 딸아이가 모두 대학에 입학한 바로 그때가 되었는데, 나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직장 사정상 도저히 그럴 용기를 낼 수 없었던 거다. 부양가족이 다섯이고, 무급 휴직 제도가 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던 나는 퇴직을 감행할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큰딸 소연이가 스페인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다. 교환학생으로 갈 적에 아빠인 나는 아무런 경제적 지원도 해줄 수 없었다. 비행기 표도 딸이 아르바이트 해서 샀다. 스페인에서 지낼 곳도 딸이 마련했다. 더부살이 할 집을 스스로 찾았던 거다. 그저 대견해 할 밖에. 그런 이유로 딸이 귀국하기 전에 스페인 여행을 꼭 다녀오자고, 20년 전 약속에 대면 사뭇 초라한 새로운 약속을 했다. 빚을 내서라도 스페인에 가서 딸을 거두어준 고마운 은인들을 뵙고 감사 인사와 선물도 전하고 싶었다. 물론 겸사겸사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부, 포르투갈을 여행하자는 계획이기도 했다. 딸아이가 내 신용카드로 스무 박 숙소를 대부분 민박으로 예약해놓아서 그 일정표대로 따라가는 렌터카 여행이었다. 그렇게 보면 오랜 시간 우리 가족이 꿈꾸어왔던 여행이었던 셈인데, 그러나 이 여행은 처음부터 평탄치 않았다.

20년 전 약속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새로운 약속이었지만, 그 별것 아닌 약속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약속을 하자마자 스스로 약속을 강제하기 위해 비행기 표부터 샀다. 일찍 표를 구하면 싸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티켓 값이 아까워서라도 꼭 여행을 가게 되겠지’ 하고 배수진을 쳤던 거다. 그래서 2월 초에 왕복 60만 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표를 샀다. 하지만 왜 불길한 예측은 늘 맞는지……. 하필이면 6월 말에 직장에 큰 위기가 닥쳤다. 직장 대표는 ‘예외 없는 특근과 비상근무’를 선포했다. ‘이 판국’은 아무리 노동법이 보장한 개인 연월차 휴가라 해도 회사 입장에서 우리 가족 유럽 여행을 허락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판국’이었다. 20일 유럽 가족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을 듣더니, 나를 좋아하는 직장 동료들은 모두 내 책상을 걱정했고, 나를 싫어하는 동료들은 ‘멋진 계획’이라고 했다. 결국 나는 유럽 출발 나흘 전 휴가 결재를 받았다. 결재판에는 휴가원을, 외투 안주머니에는 하얀 봉투의 사표를 넣어가지고 결재를 받으러 갔다. 참으로 다행하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사표를 내보일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추석 상여금을 나만 혼자 못 받을 것쯤은 내가 감당해야 할 상처였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할 동료들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 열 배 스무 배의 데미지를 유럽에서 겪었고, 그 험난했던 고난을 웃어가며 극복한 우리 가족 입장에서 본다면, 그 정도 데미지는 껌이었다.

여행 첫날 마드리드에서 막내 하연이가 휴대폰을 도난당했다. 흰티를 입은 말짱하게 생긴 청년이 무슨 서명인가를 받는다고 얼쩡거리더니 서명지와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신형 휴대폰을 슬쩍 집어간 것이다. 그렇게 흰티는 우리 가족을 눈뜬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이 예고편이었다. 여행 둘쨋날엔 가족들의 여권과 귀중품을 한데 넣어둔 가방을 도난당했다. 도둑녀석은 공영주차장에 주차해놓은 렌터카의 옆유리를 과감히 부수고 가방을 훔쳐갔다. 그리고 이를 신고하러 스페인 경찰서로 간 딸은 불법체류자로 붙들릴 위기를 겪었다. 현금을 다 털린 빈털터리가 되어 여권도 없이 프랑스와 포르투갈로 3개국 여행을 다니던 우리는 렌트한 폴크스바겐 차량의 엔진을 혼유(混油)로 망가뜨리고 프랑스 고속도로에서 견인됐다. 귀국 직전 마드리드 공항에서는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심히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겪은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은 초보 여행자들이 ‘아주 재수 없으면 겪을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의 종합세트와도 같았다.

물론 우리 여행이 사건사고로만 점철된 건 아니었다. 가정집 위주로 민박을 예약한 덕분에 유럽 가정집의 진솔한 내면을 경험했다. 패키지여행이라면 불가능했을 스페인 북부 최고의 협곡 트래킹도 만끽할 수 있었다. 마침 월드컵 기간이었으므로 독일, 스웨덴, 멕시코인들이 밀집해 있는 스포츠카페에서 독일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유쾌한 경험도 했다. 무료로 여행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카우치 서핑을 통해, ‘소유욕’에 결박당해 살아온 우리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스페인에서 우리를 가족으로 맞아준 이케르네 식구들과 반가운 만남도 가졌다. 여느 여행자들처럼 우리 가족도 화려하고 감성 넘치는 유럽의 성당과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실 그런 관광지에서 우리가 본 건, 멋진 성당과 이국의 아름다운 풍광보다는 우리 가족과 나 자신의 진솔한 모습이었다.
여행은 나와 우리 가족의 알몸을 적나라하게 거울에 비추어 보여주었다. 여행 안에는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압축적으로 들어 있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인생을 미리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어설픈 이 여행기에 기억과 자료를 알끈히 보태준 아내와 소연이에게 감사한다. 소연이는 이 여행을 사실상 이끌었던 리더였으며, 아빠의 이 여행후기를 뿌리치지 않고 여러 번 고쳐주었다. 그리고 멋진 삽화를 그려준 막내 하연이에게 세상 누구한테보다도 더 특별한 하트를 날린다(빨리 그려주지 않아, 어지간히 애를 태우며 받아낸 삽화라는 사실은 꼭 밝혀야겠다). 그리고 별것 아닌 여행기를 풀어놓으라고 ‘우리동네 톡투유’를 열어준 거창군 이웃 주민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은 결론이 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그러나 개고생을 해도 가족과 함께 하면 대행복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경걸

출판사에서 ‘저자 소개’라도 쓰라 했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나’를 세상에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자 생각해본다.
열여섯에 대전고등학교 문예반에서 ‘시 창작’을 하며 최초의 학생문예동인지 『석란(石蘭)』에 시를 발표했다. 80년대 초에 노동운동을 하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전공인 국문학보다 정치경제학에 더 관심을 두고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다. 6월 항쟁 때 서울 시청 앞 백만 인파 속에 있었고, 광주항쟁 10주기 스트라이크를 주동한 죄(?)와 학원 민주화를 위해 싸운 죄(?)로 두 바퀴 반 대전교도소에서 살았다. 대전교도소 정치수 옥중투쟁위원회 제1기 운영위원장이 내 생에 가장 큰 감투(?)였다. 사면 복권되고 노동자신문사에 입사하여 인천 항만노조를 오가며 신문도 배달하고 취재도 했지만 배가 고파 월간 잡지 『인사이더월드』에서 경제부 기자 생활을 했다. 학원 강사와 장돌뱅이 노점상을 거치며 생계를 잇다가, 공기업 홍보실에 입사하여 사보 기자 생활을 했다. 수백명인 회사 직원 중 나만 유일하게 비정규직이었다. 나 때문에 내 뒤로 비정규직이 206명 생겨났다. 그래서 노동조합 사무국장으로 7년간 일을 했다. 결국 207명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고, 몇 년간 교육팀장으로 일하다가 사표를 내고 나왔다. 귀촌하여 관련 업계 특성화 대학과 산업단지, R&D 센터로 구성되는 클러스터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고, 지금은 그 대학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2급 고위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강등되어 6급인 회사원. 오십을 훌쩍 넘은 나이에, 또 직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 다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노동조합을 다시 꾸렸다. 나는 뭘까? 변혁운동가도 아니고, 노동운동가도 아니며, 글쟁이가 되기엔 함량이 모자라고, 회사원으로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 힘든 나는 누굴까.
이 책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잠깐 휴가 나와 ‘나’와 ‘가족’을 찾아 떠난 모험 이야기이며,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는 이 시대 오십대 아빠가 쓴 가족여행기이다.

그림/만화 이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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