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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김인자 지음
푸른영토

2019년 07월 18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03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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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8829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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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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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호흡과 감성으로 맞이하는 자연의 정취
숲 속에서 발견한 소소하고 행복한 삶
모든 자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시간이 가면 나를 버린 그 사랑도 미쁠 수 있다는 걸 나비로 날아와 꽃으로 살다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은 마른 꽃잎에게서 배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지독한 고독에 몸을 담고 태초의 그 날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망연히 자신을 바라볼 때조차 자신을 속이는 것이 인간”이라는 걸 문득 깨닫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존재가 다 옳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다 가겠단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풀꽃 하나 나무 한 그루의 전생이 그러하듯 언젠간 편안한 바닥에 몸을 펴고 붉은 단풍나무와 노란 민들레와 작은 벌레의 한 끼 밥이 되리라. 그리운 사람은 지구 반대편 어둠 속에 있고 숲 속에 우두커니 그러나 평화로이 앉아 그를 그리워한다.

처음의 속도를 회복하고 싶다. 느린 호흡과 먹고 자며 억지 부리지 않고 절로 그리되기를 희망하는 것, 단문이 장문이 되기를 바라진 않지만 지나친 절제는 감성을 건조하게 하므로 경계대상이다. 오늘도 나와 함께 밤을 보냈지만 선택되지 못한 것들은 가차 없이 내려놓는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버리다 보면 언젠간 그곳에 닿을 것이다. 어둠이 검은 막을 밀어내고 창이 밝아오는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건 약간의 시간과 따듯한 커피다.

이 책은 숲이 전하는 말, 숲에서 만끽한 사유의 편린, 잠언 같은 글을 모았다. 이것은 지금의 내 마음이기도 하고 이쯤에서 내려놓고 싶은 당신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삶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가 아닌가. 불가능을 예측하되 가능을 꿈꾸며 자연과 사회가 제시하는 규범을 지키며 그러나 아무도 이길 필요가 없는 일상을 꿈꾼다.
프롤로그 | 나무사원, 숲가에 달빛

1부 | 고양이가 나를 바라볼 때의 사랑스러움
| 나무들의 사랑 | 저 작고 여린 것이 | 단상들, 순간에 스미다 | 스스로를 결박하는 삶 | 고양이가 나를 바라볼 때의 사랑스러움 |
걸으면서 듣는 한여름 밤의 월광곡 | 침묵, 가장 완벽한 저항과 경멸 |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걷기 예찬, 내면으로 가는 문 |
네 숨결을 느껴 | 천 개의 눈과 만 개의 마음을 가진 생각나무 | 자작 숲에서 전하는 겨울 안부 | 섬, 북한강 금대리 |
누가 누구를 용서하나요? | 몸이 아프다 찬란하게 아프다 | 우리들의 비빔밥 | 나무사원의 아침 | 아침 첫 커피 |
모멘트, 은빛 순간들 | 고독한 원시림, 풍경이 전하는 말 | 사랑, 끌림 혹은 자발적 갈망 | 와일드 가든에서의 한나절 |
이를테면 발견의 아름다움 같은 | 노안으로 사물을 흐리게 하는 신의 배려 | 온갖 꽃잎이 머리에 앉았다가는 | 필립 아일랜드 |
시(詩), 텅 비었으나 가득 차있는 태허(太虛) | 우리는 작은 사탕 하나로도 얼마든지 달콤할 수 있다 | 딱 1년만 살았으면 좋겠다 |
숲이라는 성전 | 어쩌자고 꽃은 피어서 | 무엇이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 | 혼자 깨닫고 즐거워한다는 독락 |
애월(涯月), 물가의 달빛이라니 | 나는 고독사한 나무를 본 적이 있다 |

2부 | 모든 존재는 고독하다
| 그들에겐 통속 내겐 자유 | 삶은 지금 여기 같아야 해 | 슬픔과 눈물을 노트에 적다 | 도착하지 않는 버스는 없다 |
꽃 한 송이가 모여 꽃밭이 되고 | 눈을 감아도 돌아누워도 너는 내 안에 있지 | 새별 오름을 걷다 |
유혹의 다른 이름, 미친 바다 | 이 소나기를 다 맞을 필요가 있을까 | 다시 읽는 춘원의 ‘무정’과 장자의 ‘소요유’ |
극락의 세계, 만다라(曼陀羅) | 밤은 어디서 오는지 | 무덤이라는 그리움 | 침묵, 생각을 놓는 것 |
자연으로부터 무위를 배우다 | 누군가는 해야 할 일 | 자신과 멀어진다는 것 | 단순한 삶 단순한 죽음 |
신(神)의 특사(特使)로 오신 어머니 | 서로 다르니까 화목할 수밖에 | 슬퍼할 권리와 웃을 권리 | 사랑만하다 죽을 순 없는가 |
아름다운 곳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 | 어쩌겠는가 믿어야지 | 만만의 사유를 이끌어 내는 언어의 길 |
가장 눈부실 때 떠나는 가을 |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본시 내 것이 아니었으니 |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빵 |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봐 두려워 | 내가 쓸 가족사 | 아파트 마당에 핀 보리경전 | 서툴러서 그런 거야 |
모든 존재는 고독하다 |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

3부 | 스미듯이 스며들 듯이
| 새벽안개 속을 걸으며 | 숲의 정령들은 어디서 왔을까 | 201,480시간에 대한 기록 | 정약용의 초당 여유당(與猶堂) |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 | 눈 속의 마른 꽃 | 나는 까마귀를 이길 수 없다 | 빗속에서 초록이 짙어 갈 때 |
여행 전날의 행복한 불면들 | 금잔화가 반기는 칠장사의 가을 | 밖으로 나가야 보이는 내부 |
까치는 말(馬)에게 어떤 존재일까 | 현재를 이탈하지 않기 위해 | 사람이 가장 눈부시다 | 붉은 단풍 거두어 가는 이 누구 |
빵 하나를 나누어 먹던 그리운 시절 | 힐링 다큐, 〈나무야 나무야〉 ‘시간이 멈춘 숲’ |
집이 없었다면 우리는 영원한 노마드였을 거야 |설국(雪國)으로 초대해준 그분에게 감사하며 |
상상이 부재한 세상은 암흑일 거야 | 지친 영혼을 위무해 줄 오래된 미래 | 연둣빛 예감들 | 꽃다방에서 전하는 초록 안부 |
왜 내가 우리를 괴롭혀야 해? | 스미듯이 스며들 듯이 | 저 그늘은 나무의 전 생일지도 | 오후 1시와 3시 사이 |
하나가 온다는 말은 하나가 간다는 말 | 아프리카 밀림이 고향인 피그미 목조각 | 위로가 필요해 |
꿈,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
사랑은 얼음처럼 날카롭고 어둠처럼 아득해 |

4부 | 빈 곳을 오래 바라보는 마음
| 꽃과 열매 사이를 지켜보는 일 | 가장 행복하고 서러운 곳에 가장 고운 꽃이 핀다 |
겨울 숲은 산 자의 뼈로 엮은 울타리는 아닐까 | 호접란과의 동거 | 연두색 크레용을 사고 싶어 |
영속성 혹은 영생 | 이민자, 영원한 노마드 | 안전한 매혹이 있을까 | 더 많은 수선화가 피더라도 | 스승이었구나, 마른 꽃 |
고원이어서 더욱 빛나는 토리 음악숲 | 미쳐야 꽃도 피우고 그러는 거 맞지 | 죽음이란 자연과 온도가 일치되는 것 |
석양, 돌아서면 미치게 그리워할 | 빈 곳을 오래 바라보는 마음 | 저 먼 별에서 내게로 오고 있는 그대 |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소한 문장들 | 더 많은 오늘 같은 신산한 날들 | 꽃이 시들었으니 새로운 꽃을 꽂았을 뿐 |
선재길, 화엄(華嚴)을 꿈꾸다 | 미안하다. 작은 초록 애벌레야 | 화사한 고독 | 시간에게 답을 구해보는 건 어때 |
할머니의 꽃자리 | 돌아

나는 숲 속 샘가에 쪼그리고 앉아 여리고 여려 절로 애달파지는 상처로 얼룩진 물봉선 이파리들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이 꽃은 어느 별에서 왔을까. 꽃의 9할은 이미 떨어져 쓸쓸히 바닥을 베고 누웠다. 더러는 저걸 가짜 슬픔 가짜 고통이라고도 한다지만 의심하지 마라. 한 철 잠시 웃고 서둘러 모가지를 꺾는 저 고통이 설마 가짜일까. 어쩌다 개울을 따라 홀로 떠내려가는 꽃잎은 비보호에 놀라 어리둥절할 법도 한데 바람과 물결이 꽃을 멀리 데려가는 동안에도 저 작고 여린 것은 자신을 버린 세상을 이미 용서한 듯 염화미소다.
─ 「저 작고 여린 것이」 중에서

그대에게 천 개의 눈이 있다면 오로지 나만 바라보는 눈이었으면, 그대에게 만 개의 손이 있다면 오로지 내 어깨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이었으면, 그대에게 천만 개의 발이 있다면 그 발은 오로지 나를 향해 뛰거나 걸어오는 발이었으면, 지금 내 바람은 그대와 나란히 생각나무에 등을 대고 앉아 말없이 초록 물결을 바라보는 것. 배고픔을 잊고 솨솨~ 숲이 들려주는 파도소리를 밤이 이슥토록 듣는 것, 캄캄한 숲에서 짐승처럼 길을 잃어보는 것. 별을 헤며 노랠 흥얼거리다가 스르르 잠이 드는 것. 잠투정하던 아기노루도 곁에 와서 눕고 아침이 와도 깨어나지 않는 것.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 「천 개의 눈과 만 개의 마음을 가진 생각나무」 중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거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좋아했다면 당신이 곧 나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거다.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았듯 말랑말랑한 것을 경계했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나 사랑해서 내가 내 가슴에 박은 못 자국으로 나는 단단해졌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걸어둔 외투가 바닥으로 떨어진 후에야 지금껏 나는 허공이나 다를 바 없는 스티로폼 벽에 못을 박았다는 걸 알았다. 그 후론 정말 알 것 같았다. 망치로 벽을 꽝꽝 두드려보지 않아도 못이 견딜 자리와 그렇지 못할 자리를,
─ 「우리는 작은 사탕 하나로도 얼마든지 달콤할 수 있다」 중에서

격렬한 외로움은 사랑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증표랬는데 그도 아닌 모양이다. 가을과 함께 보낸 책이 반송되었다. 이제 더는 네가 내게로 오지 않겠다는 선언이겠지. 그렇게 해서라도 제발 만정이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누군가 죽도록 좋아서 헤어진 후에도 기다릴 대상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로인지.
─ 「침묵, 생각을 놓는 것」 중에서

흙 묻은 신발을 털고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어둠에 포위당한다. 도움을 청할 이가 없으니 속수무책이다. 산골생활이 아니어도 나는 몸으로 경험하는 것을 선호하지 머리에 쌓은 지식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지식은 일정 노력으로 가능하나 지혜는 실천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철학자의 말을 인용할 때 나는 밭에서 풀을 뽑는 노파의 굽은 등을 베껴 쓰느라 동분서주했다.
─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 중에서

진정한 고립은 홀로 이루는 완벽한 세계 그 자체를 일컫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락을 추구하는 동물이고 육신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다중성을 가진 존재니까. 고통이 없다는 건 생각이 멈춘 상태를 말하는 것이므로 정신이나 영혼으로 가는 가장 완벽한 단계는 육체를 올바르게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어떤 세계도 육신을 통과하지 않고 닿을 순 없을 테니까.
─ 「붉은 단풍 거두어 가는 이 누구」 중에서

꽃아, 혼을 불살라 피고 지는 건 네가 자처한 일인데 왜 내가 슬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 뒤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가까이 오는 걸 느끼면서 그게 무엇인지 모를 때 오는 당혹스러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저 산속의 꽃이 홀로 피었다가 지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다 가고 싶다.
─ 「가장 행복하고 서러운 곳에 가장 고운 꽃이 핀다」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김인자

강원도 삼척 출생.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했으며 현대시학 ‘시를 찾아서’로 등단했다. 2016년 2017년 출간한 산문집(『대관령에 오시려거든』,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으로 2년 연속 세종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현재 강원도 산골에 살고 있으며 잡지 기획, 경인일보 오피니언 고정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서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다.
저서: 시집 『겨울 판화』, 『나는 열고 싶다』, 『상어 떼와 놀던 어린 시절』, 『슬픈 농담』 / 산문집 『그대, 마르지 않는 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대관령에 오시려거든』 / 여행서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 포구』, 『걸어서 히말라야』, 『풍경 속을 걷는 즐거움, 명상 산책』, 『아프리카 트럭여행』, 『남해기행』, 『사색기행』, 『나는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한다』, 『뉴질랜드에서 온 러브레터』,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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