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미술관
2017년 07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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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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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홍순은 이 책에서 ‘그림을 보고 가만히, 생각에 꼬리를 무는 과정’ 자체를 철학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수많은 철학자의 난해한 개념을 외우는 데서 벗어나 독자 스스로 자유롭게 사유하는 길을 안내한다. 그 길에서는, 전시회에 변기를 내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인 뒤샹과 소설《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이 연결되며, 다림질하는 여인을 그린 로트렉의 작품이 커피농장의 인권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Chapter 1.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
붓을 든 철학자가 있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오늘 같은 내일을 기대하지 말라
Chapter 2. 무지를 생각하는 사람
확실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내가 모른다는 것뿐
세상만사를 의심하라
Chapter 3. 기호를 생각하는 사람
이게 진짜 파이프라면 불을 붙여보시오
이미지는 현혹하고 당신은 미끼를 문다
언어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Chapter 4.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
나와 상관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국가와 만난다
영화관에서 당신은 안전한가
Chapter 5. 모순을 생각하는 사람
날마다 살며 날마다 죽는 인간
너는 나를 부정하라, 나도 너를 부정할 테니
팽팽한 갈등 속에 역사는 나아간다
Chapter 6. 개별성을 생각하는 사람
정말로 머리빗보다 침대가 중요한가
이 세상에 ‘산’이라는 산은 없다
함부로 뭉치거나 함부로 소속되지 말라
Chapter 7. 욕망을 생각하는 사람
쾌락이 정신병이던 시절
나의 초상화를 정숙하게 그리지 마세요
왜 성욕에만 시민권을 안 주는가
Chapter 8. 비정상을 생각하는 사람
당신은 닭을 어떻게 먹습니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정할까
거인이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라
Chapter 9. 예술을 생각하는 사람
단서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무의식이 외치는 소리
예술이 발을 달고 땅을 딛다
Chapter 10. 세계를 생각하는 사람
24시간은 평등하지 않다
누가 시인을 빼앗아갔는가
철학의 힘을 한번 믿어본다면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어떤 생각이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생각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은 먹고사는 문제에 국한된다. 직장에서의 일, 점심이나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가사와 연관된 생각 등이 대부분이다. (…) 일상의 습관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데서 철학적 사고의 가능성은 열린다. 매일 되풀이되는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 ‘인간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여지는 없다. 오직 매일 보는 인간관계에 적응하는 데 온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기대할 수 없다. 오늘의 삶이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해할 리도 없다.
p.36~37
마그리트의 문제의식은 그림 속에 소품으로 쓰인 책을 통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거울의 오른편에 놓인 책은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과 거울 이외에 유일하게 캔버스에 들어가 있는 사물이라는 점에서, 또한 자세히 보면 작가와 책의 제목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당연히 화가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봐야 한다.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다. 이 소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상투적인 모험소설과 다르다. 도전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오는 충격과 공포가 가득하다. 갑판 밑 창고에 숨은 핌이 밀실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고, 끔찍한 살육을 동반한 선상 반란이 일어나 죽을 고비에 처하며, 배가 난파되어 표류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큰 화제가 된 장면은 죽음의 제비뽑기다. 네 명이 작은 구명보트에 의지해 표류하는 과정에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자 제비뽑기로 한 사람을 죽여 식량으로 삼는다.
p.45~46
홀바인의 그림에서처럼 왜곡된 형상만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다. 광고든 정치든 현대사회에서 주변에 널려 있는 이미지가 실제의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함으로써 속인다. 누구나 기업 광고는 어느 정도 과장과 왜곡을 포함한다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인다. 자동차 소비만 해도 그러하다.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도 이제 웬만해서는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닌다. 하지만 채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차종이고 기능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는데, 단지 이미지만 조금 바뀌어도 그렇다. 앞과 뒤의 등 모양을 비롯하여 약간의 외형만 바꾸고 광고를 통해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면 구매 욕구가 자극된다.
p.79
도미에, 로트렉, 르누아르, 드가 등 우리에게 친근한 많은 화가의 작품에서 세탁부의 모습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피카소도 파리에 정착한 초기에는 다른 가난한 화가와 마찬가지로 몽마르트 언덕의 빈민가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30여 명의 가난한 화가의 작업실이 모여 있던 건물이었다. 매우 낡아 흔들리는 모양새가 세탁부들이 빨래터로 쓰는 강변의 낡은 배와 비슷하다고 해서 ‘바토-라부아르’, 즉 세탁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20세기에 접어들어 도시에 상하수도 시설이 보급되고 나서는 점차 사라진 옛 풍경이 되었다. 슬론의 <옥상의 햇볕과 바람>처럼 각 가정에서 빨래를 하고 옥상에 너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 사소하고 평범한 광경 하나조차도 그 안에 결코 가볍지 않은 많은 사정과 사회 변화를 담고 있는 것이다. 늘 접하는 일상의 빨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연관관계를 찾으면 사회 전체의 구조나 시스템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거나 빨래를 하기 위해 무심코 수돗물을 튼다. 하지만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지극히 사소하고 당연한 현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사회구조가 필요하다.
p.112~113
제라르는 다비드의 제자이기도 하다. 스승의 영향을 받아 신고전주의 화풍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림으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고결함과 정숙함은커녕 한눈에 요염하다 못해 농염한 자태다. 몸을 살짝 틀기는 마찬가지지만 등을 돌리고 접근을 거부하는 다비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가슴이 한껏 앞으로 향해서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바짝 다가선다. 눈을 살짝 치켜뜨고 입술에 보일 듯 말 듯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 앞에 있는 남성을 유혹할 기세다. (…) 감각적 성행위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라는 충고는 점차 현실적 설득력을 잃었다.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행위나 도덕적 경건주의가 갈수록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레카미에 부인에게 다비드는 육체적 욕망을 벌레 보듯이 하는 고루한 노인네로 보였을 것이다.
p.212~213
마그리트가 <새를 먹는 소녀>를
“가장 쉬운 철학은 미술관에 있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그림 사용법
시각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움튼다!
철학의 길에 놓인 그림의 이정표들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건가.’
수많은 타인의 시선에 갇힌 채 먹고살기 바쁜 일상의 반복 속에서 문득 궁금할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한 번뿐인 인생에 한순간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을 때가 있다. 답답한 생각의 벽을 허물고 싶을 때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론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류는 철학적 사유를 축적해 왔다. 인간으로 태어나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그 질문들을 피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신과 세계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철학을 만날 때, 미술은 친절한 안내자가 된다. 좋은 그림은 시각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움트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히 ‘붓을 든 철학자’라 불리는 르네 마그리트로부터 생각의 가지를 뻗는다. 그리고 이어서 마주치는 여러 화가들이 하나씩 생각의 잎을 피우게 한다. 그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밑줄 치거나 외우지 않았는데도 어느덧 품에 안긴 생각의 열매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철학은 한때 미술의 연인이었다!
그림을 따라 확 터지는 생각의 물꼬
마그리트의 《새를 먹는 소녀》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치킨 소비량을 걱정해본 적이 있는가? 드가의 《허리를 숙인 발레리나》를 보면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영화 대사를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피카소의 그림들을 보다 문득,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의 말이 연상되지는 않던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술 작품을 앞에 두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화가들은 예부터 선과 면과 색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단서’를 그림 안에 숨겨놓았다. 그 단서들은 비교적 노골적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뚜렷한 힌트를 주기도 하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복선을 예고하기도 한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그렇다면 한 폭의 그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생각의 미술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술 작품에서 발견한 하나의 단서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술 작품과 인문학을 여러 각도에서 꾸준히 접목해온 저자 박홍순은 이 책에서 ‘그림을 보고 가만히, 생각에 꼬리를 무는 과정’ 자체를 철학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수많은 철학자의 난해한 개념을 외우는 데서 벗어나 독자 스스로 자유롭게 사유하는 길을 안내한다. 그 길에서는, 전시회에 변기를 내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인 뒤샹과 소설《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이 연결되며, 다림질하는 여인을 그린 로트렉의 작품이 커피농장의 인권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한 장의 그림이 철학적 사유의 소중한 텍스트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훌륭한 화가는 ‘한 폭의 철학’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철학은 미술의 연인이라는 것도.
작가정보
저자 박홍순은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살다 문득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한 건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인문학이 그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친근한 벗이 되기를 바라며 평범한 일상에 철학적 사유를 밀착시켜 왔다.
저서에 《미술관 옆 인문학》(1·2), 《사유와 매혹》(1·2), 《히스토리아 대논쟁》(1~5)을 비롯해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헌법의 발견》, 《말의 전쟁》 등이 있다. 그림이 선사하는 충격을 통해 철학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지성을 자극하고자 《생각의 미술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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