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2018년 09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08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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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8804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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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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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남촌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작가
윤영수가 펼쳐 보이는 독자적인 한국 판타지
『단풍나무』는 우리 문학계에 기록될 하나의 사건이다!
범상치 않은 작가의식과 성실성으로 문학의 본령을 지켜온 작가 윤영수,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윤영수는 도시의 사람살이를 폭넓게 탐사하며 소통이 단절된 인간소외의 풍경과 자본주의라는 연옥에 던져진 우리네 속물적 욕망을 냉엄하고도 사실적인 문체로 형상화하였다. 특유의 균형감각과 절제된 어조는 사람의 관계(특히 가족)가 형성하는 미묘한 갈등의 무늬들과 허위로 가릴 수 없는 삶의 진실들을 그려내는 데 탁월했다. 인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은 선과 악의 문제를 권력과 욕망이라는 또다른 역학관계를 통해 중층적으로 인식했고 그 고유한 프리즘을 통과한 삶의 풍경들은 한국 소설에서 쉬이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개성이 되었다. 그렇기에 윤영수를 향한 “우리 소설계에 있어 하나의 희망의 지렛대”(우찬제)라거나 “최근 우리 문학이 거둔 최대의 수확의 하나”(최원식)라는 찬사는 결코 과분한 것이 아니었으리라.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으며 한국 문학사에 그 믿음직한 이름을 새겨넣은 작가 윤영수. 그의 작품세계를 결산하는 야심찬 환상소설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가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모두가 기다려왔던 진정한 한국형 판타지라 할 만한 작품인 『단풍나무』는 이백 자 원고지 삼천 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장편으로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을 뒤틀어버린 완전히 새로운 시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나무가 전하는 나무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그의 창작활동을 관통하는 화두와 문제의식의 집합체로서 우리 사회와 인간 전체를 비추는 환상적인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작가 윤영수가 겹겹이 쌓아올린 기이한 공간과 존재들의 일대기 속에서 그 상상력에 압도당해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어른이족의 종류 10
어른이들의 삶과 세월 12
단풍동의 여덟 샘과 마을 20
어른이들의 세상 22
시작 24
1부
숨: 무녀 영기 28
은: 짐승과의 만남 42
골: 저잣거리 56
짜: 네 이름은 준호 79
기: 하전의 귀향 91
의: 기남의 성년식 110
단: 훈장 하전 131
풍: 신문물 147
2부
나: 순부부리의 장례식 162
무: 준호는 의사 179
한: 미단의 인형 199
그: 이안과 외삼촌 미곤 217
루: 위령제 238
빗: 저쪽 세상에서 온 사내아이 255
겨: 연토의 성년식 269
앉: 연토의 결혼례 280
은: 장저훤과 김점례 299
바: 잡혀가는 준호 315
위: 액막이 인형 소동 329
3부
틈: 여행의 시작, 호랑가시동 354
맑: 청매동 371
은: 붓동과 살촉동 390
샘: 거대한 숲 411
물: 아후밀탄을 향해 429
한: 사막을 통과하다 451
줄: 제울에서 469
4부
기: 귀향 516
찾: 행복의 의미 546
으: 삼신각 572
시: 전쟁에 대한 불안 609
거: 또다시 밝은샘마을로 618
든: 전쟁 651
새로운 시작 683
해설│ 환상문학의 진경(眞景), 그 가능성을 찾아서 687
-윤영수의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와 “단풍나무”의 이야기
작가의 말 725
“아무리 들어봐도 시계가 치컥대며 하는 말은 딱 한 가지야.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알아? 알아? 알아?’ 시계는 밤낮으로 흘러가는 모든 시간이 똑같이 중요하며 똑같이 귀하다고 종주먹을 대. 빛바위가 자고 모든 생명들이 잠든 순간에도 그는 깨어 건방을 떨어. 자기가 자지 않고 시간을 쟀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흘러갔으며 그 시간들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며 야죽거려. 시계는 끊임없이 명령해. 자기 말을 들으라고. 후회하지 않으려거든 자기에게 맞춰 자고, 자기에게 맞춰 일어나고, 자기에게 맞춰 일하라고.
하지만 하전, 시계가 없을 때에도 빛바위는 꼬박꼬박 밝아졌고 어두워졌어. 시계가 없을 때에도 우리는 잘 살았고 잘 죽었어. 우리뿐 아냐. 나무와 풀과 가축과 새 들 모두 잘 살았고 잘 살고 앞으로도 계속 잘 살 거야. 우리는 모두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마음대로 낭비할 권리가 있어. 하전, 네 말대로 시계는 기계야. 사람이 만든 기계가 사람을 휘두를 수는 없어. 편리함을 가장한 기계의 감시 따위 나는 더이상 받을 수 없어.” _148~149쪽
검은머리짐승과 우리의 삶 중 한쪽을 거꾸로 놓고 견줘보면 신통하게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음은 신기했다. 우선 몸피가 그러하다. 검은머리짐승은 조그맣게 태어나 점점 커져서 결국 7, 80년 후 몸이 큰 상태로 죽음을 맞는다. 우리 어른이는 크게 태어나 점점 작아져 7, 80년 후 조그만 몸체로 죽음을 맞는다. 또 검은머리짐승은 태어나서 20년 후 가장 건강할 때 수컷이 암컷의 몸에 씨를 뿌려 후손을 만든다. 그리고 나머지 60년 동안 서서히 늙어간다. 우리 어른이는 몸에 붙었던 딱딱한 각질을 5, 60년 동안 서서히 떼어낸다. 몸이 가장 자유롭고 잘 움직일 때쯤 배우자와 함께 어미산에 올라 씨물과 알을 심는다. 그 후 1, 20년 동안 어른이들의 몸과 머리는 급격히 작아진다. 땅으로 돌아가기 직전, 거의 온종일 잠자다가 숨을 멈추는 어른이의 모습 역시 갓 태어난 검은머리짐승의 모습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완전히 반대의 삶을 살면서 두 세상에서 공통인 점도 있었다. 태어나서부터 7, 80년쯤 혹은 그 이상도 살아간다는 것, 갓 태어난 이를 귀히 여기고 죽음에 임박한 노인들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것도 우스울 정도로 똑같았다. _175쪽
준호가 비록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고 모든 이에게 질시받는 검은머리짐승이라 해도, 자기 스스로를 믿고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려는 모습은 존경스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짐승세상에서 의사였던 그는 특히 아픈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든 낫게 해주려고 애썼다. 다른 이가 욕을 하건 겁을 내건 불이나 훈증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상처를 지지기도 하고, 죽어가는 이에게 자신이 만든 죽을 먹여 살려내기도 했다. 환자의 고통이 안쓰러워 같이 밤을 설치고, 병이 나으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그는 사람들의 칭송처럼 ‘땅이 보낸 구원자’의 모습이었다. 준호야 당연히 부정하겠지만 나는 준호 역시 우리와 같은 몸체인 생명나무의 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가 행복하면 나도 즐겁고 다른 이가 고통스러우면 나 역시 괴로워지는 것,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만 국한된 감정은 아니다. 사람들뿐 아니라 풀, 나무, 박쥐, 축사에 갇힌 타조라도 그가 행복하고 편안하면 그 감정이 내게 전해진다. 모든 생명들이 보이지 않는 땅속뿌리로 다 이어져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_219쪽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머리와 몸에 가득 차 빠져나가지 않는 것은 미단부리도, 미단부리의 인형도 아니고 지금까지의 내 삶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녀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적어도 그녀의 분신, 그녀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미단부리는 나를 캐었을 뿐 나는 그녀의 분신이 아니다. 수십 년 전 어느 모르는 이가 뿌린, 미단부리로서는 우연히 맞닥뜨린, 의무와 관습에 의한, 땅이 던져준 일거리에 불과하다. 그렇게 태어난 나는 지금껏 무엇이었던가. 지난 30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미단부리의 인정을 받으려 애쓴 것, 그리고 짐승 준호와의 교류밖에 없지 않은가. ‘운명을 함께할 존재’를 맞아 짐승세상의 발달된 기계와 문명을 부러워하고 급기야는 그들의 교접 흉내까지 낸 것, 그것 이상 무엇이 있었던가. _345쪽
그렇다. 어둠도, 땅도, 생명을 살리는 물조차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댈 대상은 무심한 자연도, 발달된 문명도 아닌 살아 있는 우리 자신인지 모른다. 생각을 바꾸고 몸을 바꿔서라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우리의 안간힘, 내 몸속에 깃든 나의 주인. 제 몸빛으로 광대한 어둠을 밝히는 바다달팽이, 그의 몸속에 깃든 주인처럼.
죽음 후의 우리가 어떻게 될지, 땅이 과연 우리를 생명으로 태어나게 할 것인지조차 우리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지금 살아 있는 우리가 땅으로서는 최선의, 기적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살아 있다. 살아 있으므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 자신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그렇다. 죽음이 아니라 삶이 답인 것이다. 이전의 죽음과 앞으로 올 죽음을 이어주는 것이 지금의 삶이 아니라, 이전의 삶에서 앞으로의 삶으로 넘어가기 위한 잠깐의 숨 고름, 그것이 죽음인 것이다. 죽음 후의 내가 어떤 형태로든 생명을 얻게 될 때…… 나는 과연 이 조그만 달팽이라도 되어 어른이의 땅에 안착할 수 있을까? 손에 들었던 달팽이를 조심스레 개펄에 놓아주었다. 잘 살아가기를. 삶의 시간들을 후회 없이 보내기를. _511쪽
“맑은이들은 머리만 굴릴 뿐 세상을 이끌어갈 힘도, 감당할 능력도 없어. 그들이 가진 예지력 역시 미래의 위기에 행여 도움이 될지 모를 하찮은 열쇠, 자기들 스스로도 어디에 어떻게 꽂아야 할지 모르는 미래의 끊겨진 장면들일 뿐이야. 앞날의 충격적인 장면, 수많은 위험을 보는 그들로서는 세상의 모든 일, 삶의 시간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어. 다른 이를 품거나 안심시킬 아량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지.
그들에 비해 운흘 연토, 너는 아냐. 앞날을 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네게는 옳다고 믿는 일을 밀고 나갈 힘이 있어. 살아 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맑은이들이 보는 미래의 그림 역시 우리가 노력함으로써 바뀔 수 있는 밑그림일 뿐임을 너는 네 행동으로 증명하지.” _678쪽
◎ 편집자의 책 소개
한국일보문학상, 남촌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작가
윤영수가 펼쳐 보이는 독자적인 한국 판타지
『단풍나무』는 우리 문학계에 기록될 하나의 사건이다!
범상치 않은 작가의식과 성실성으로 문학의 본령을 지켜온 작가 윤영수,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윤영수는 도시의 사람살이를 폭넓게 탐사하며 소통이 단절된 인간소외의 풍경과 자본주의라는 연옥에 던져진 우리네 속물적 욕망을 냉엄하고도 사실적인 문체로 형상화하였다. 특유의 균형감각과 절제된 어조는 사람의 관계(특히 가족)가 형성하는 미묘한 갈등의 무늬들과 허위로 가릴 수 없는 삶의 진실들을 그려내는 데 탁월했다. 인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은 선과 악의 문제를 권력과 욕망이라는 또다른 역학관계를 통해 중층적으로 인식했고 그 고유한 프리즘을 통과한 삶의 풍경들은 한국 소설에서 쉬이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개성이 되었다. 그렇기에 윤영수를 향한 “우리 소설계에 있어 하나의 희망의 지렛대”(우찬제)라거나 “최근 우리 문학이 거둔 최대의 수확의 하나”(최원식)라는 찬사는 결코 과분한 것이 아니었으리라.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으며 한국 문학사에 그 믿음직한 이름을 새겨넣은 작가 윤영수. 그의 작품세계를 결산하는 야심찬 환상소설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가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모두가 기다려왔던 진정한 한국형 판타지라 할 만한 작품인 『단풍나무』는 이백 자 원고지 삼천 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장편으로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을 뒤틀어버린 완전히 새로운 시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나무가 전하는 나무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그의 창작활동을 관통하는 화두와 문제의식의 집합체로서 우리 사회와 인간 전체를 비추는 환상적인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작가 윤영수가 겹겹이 쌓아올린 기이한 공간과 존재들의 일대기 속에서 그 상상력에 압도당해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삶 자체를
낯설게 만들고 다시 돌아보게 하는 단풍나무 이야기
빛과 대립하는 ‘영원한새벽의나라’ 동굴국을 배경으로 ‘나무 인간’ 어른이들의 일대기가 펼쳐지는 이 작품은 깊이 있는 묘사와 치밀하게 세공한 세계관을 통해 이 환상적인 존재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입체감과 독자적인 논리를 부여하고 있다. ‘(나무) 인간’이되 인간(검은머리짐승)은 아닌 존재, 윤영수가 상상해낸 환상의 존재 ‘어른이족’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먹거나 마시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에겐 돈을 벌어야 할 이유도 사라지지 않을까? 돈이 사라진 이후 삶의 풍경은 어떻게 바뀔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아이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시작부터 지력과 체력을 갖춘 몸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나이를 먹을수록 주름살이 없어지고 체구가 작아져 마치 아이와도 같이 변해버리는 세상이라면? 힘없던 노인은 땅밑 나라에 떨어져 힘과 젊음을 되찾는다. 단풍동으로 떨어진 검은머리짐승 준호는 ‘젊음’을 얻은 대신 ‘빛’을 잃었다. 작가는 묻는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늙음으로써 받는 축복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인간은 짐승 취급을 받고 노예가 되어 수용소에 가야 하는 세상.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되돌려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임신과 출산이 사라지고 그저 자식은 ‘어미산’에 올라 아득한 옛날 누군가가 뿌린 씨를 캐어올 뿐이라면, 부모와 자식 간의 핏줄이라는 끈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누구도 나를 절대적으로 사랑할 까닭이 없는 세상에서 나 역시도 누군가를 사랑할 이유를 찾아 헤매야 하는 세상. 앞날을 훤히 볼 수 있어 모든 것이 결정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의미를 발명해야만 하는 존재들. 벌어질 모든 일들을 알고 있다면, 그 권태가 우리의 삶을 서서히 목 조르지 않을까? 동시에 우리에게는 “앞날을 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옳다고 믿는 일을 밀고 나갈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작가 윤영수가 그리고 있는 땅밑 나라 단풍동의 세계, ‘나무 인간’ 운흘 연토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질문들이다.
치밀하고 빈틈 없는 서사체계로
우리 삶을 비추는 환상의 거울
풍향계가 아닌 풍향계를 움직이는 ‘바람의 눈’을 보는 작가 윤영수. 가장 깊은 진실은 눈을 감아야 보인다(「사랑하라, 희망 없이」)는 작가의 믿음은 우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땅밑 나라로 이끌었다. 윤영수가 『단풍나무』의 구상을 시작한 것은 무려 스무 해 이전 과거로 돌아간다. 그동안 꾸준하고 우직하게 작가는 우리 인간이라는 종을 되돌아보기 위한 하나의 손거울로서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속에 ‘영원한새벽의나라’의 공간을 공들여 세공하였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되는 단풍동 집안의 가계도와 맑은이, 하얀이를 비롯한 어른이족들의 특징,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서 흐르는 시간에 대한 꼼꼼하고 의미 있는 설명을 따라 읽다보면 허구의 세계를 이토록 완성도 있게 창조하는 데 들인 상상력과 그의 소설가로서의 사명감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또한 작가 윤영수가 그동안 발표해온 소설들을 따라 읽은 눈 밝은 독자라면 작품 곳곳에서 마치 한깍지처럼 닮아 있는 문제의식의 씨앗이 담긴 장면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성주」의 ‘통나무 노파’ 남편이 보여주는 환상이나 「삼가 조의를 표함」에서의 출세주의자 함준호, 등단작 「생태관찰」 속 수현의 어머니가 지점토로 인형 만드는 장면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말이다. 완전히 재창조된 허구의 사회에서 여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고 바뀐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의 발전한 문제의식의 깊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써내려가기 위한 디딤돌
단풍나무는 우리 사회와 인간 전체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너고 나고 할 것 없이 모두 너겁인 썩은 웅덩이 속에서 오물로 뒤발을 한 채 자신이 오물을 뒤집어쓴 줄도 모르는 이들을 향해 거울을 치켜들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운명이라고, 그 손거울이나마 깨끗이 닦아내면 좋으련만 이 오염된 웅덩이가 그의 삶의 장이자 거울로 비출 모든 것이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윤영수는 일찍이 고백한 바 있다(「시대, 작가, 손거울」). 종교는 모두 하늘을 가리키지만 사실 우리 생물은 헛헛한 허공보다 지구라는 이 땅과 관계가 깊다. 하늘엔 아무것도 없다. 나무들도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지만 뿌리는 땅에 있다. 해탈이 아니라,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선 채로 희망을 발견하려고 악착(齷齪)했던 그는 단풍동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는 회복시켜야 할 두 개의 뿌리가 있다고 호소한다. 하나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끝에 이제 물과 공기마저 평등하게 누릴 수 없게 되었음을 가르쳐주는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생각하는 힘, 이야기의 상상력이다.
단풍나무는 이것 혹은 저것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담은 소설로서 이 겹겹이 싸인 진실을 파헤쳐가는 길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작가가 책 곳곳에 배치해둔 이야기의 단서를 찾아 스스로 조합하며 읽어나가는 데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도중에 나가떨어질지도 모른다. 잘 읽히는 것이 소설의 미덕인 것처럼 요구되는 사회에서 몇 번이고 앞장으로 돌아가 인물 이름을 확인하고 배경지식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이 독법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나 추천하고픈 방법은 노트를 하나 만들어 인물과 사건, 시간 등을 기록하며 읽는 것이다. 그렇게 연토의 여정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면 어느새 자기만의 단풍동 지도가 손에 쥐어져 있으리라. 그렇다면 앞서 사소하게 언급되었던 인물이나 사건 들이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 어떠한 폭풍우를 몰고 오는지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공들여 쓴 소설을 힘들여 읽는 독자에게는 이 책의 숨겨진 가치와 또다른 독서의 재미가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니, 이는 어쩌면 작가가 오늘날 독자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이자 도전장이기도 한 것이다. 이백 자 원고지로 삼천 매, 칠백 쪽이 넘는 책을 펴내는 것은 작가에게도 출판사에게도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긴 이야기를 읽지 않는다는 시대라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이 초대에 기꺼이 응할 독자가 있다고 믿는다.
소설로 누구를 가르치거나 특수한 상황을 보여주는 시대는 지났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적나라하고 이야기들은 영상으로 화하여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오늘날 책이 할 수 있는 몫은 무엇일까? 진짜 진솔한 소설에 목마른 독자들이 있다는 믿음 하나로 작가는 이 작품을 쓴 것은 아닐까.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써내려가기 위한 디딤돌,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 그 밑바닥에 자리한 벽돌이 되겠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이토록 환상적이면서도 적나라하게 사회를 비추는 작품이 있었던가,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94년 그가 처음 발표했던 소설집 『사랑하라, 희망 없이』의 해설에서 “기존의 정제된 단편미학을 토대로 더 크고 깊이 있는 세계를 창조하여 우리 앞에 펼쳐 보여줄 수 있으리라. 우리는 그 열린 가능성을 크게 신뢰한다”라는 기대에 긴 시간이 지나 비로소 이 작품으로 답하게 된 것은 아닐까. 우리가 누구인지, 나와 세상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고 알아가는 과정이 삶이라 한다면 그 질문에 답하기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 것처럼도 보인다.
‘어른이세상’에서의 모험, 그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의 마음속엔 붉은 단풍잎 한 장이 남아 바람이 일렁일 때면 이들 인물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게 될지도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단풍동 운흘 연토의 모험에 함께해주시기 바란다.
더럽고 냄새나는 존재가 인간이고 그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해도, 우리는 더럽고 냄새나는 우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되풀이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더럽고 냄새나는 부족한 존재가 우리 자신이고 또 부족한 인간이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만큼 ‘인간’으로서 소중한 존재이고 우리의 삶이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단풍나무』는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반성할 소중한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지만, 이와 동시에 연토와 준호의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를 통해 결함투성이인 우리네 인간들과 인간들의 삶 자체에 대한 적극적이고 따뜻한 이해로 우리를 유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 윤영수의 환상적인 환상소설 『단풍나무』가 우리에게 소중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_장경렬 해설 「환상문학의 진경(眞境), 그 가능성을 찾아서」 중에서
◎ 추천사
이 소설은 적어도 『금오신화』 이래 한국형 본격 판타지의 현대적 부활을 고지하는 획기적 작품임을 언명해야 하겠다. 멀리 『남가태수전』과 가까이 쥘 베른의 지저세계 상상의 맥락 속에서 작가는 고유의 신화적 감성과 준일(俊逸)한 필치로 독자적 풍격(風格)을 지닌 한국 판타지를 빚어냈다.
지상에는 뿌리박힌 나무들이, 그러나 지저에는 자유로운 ‘나무 인간’ 곧 수인(樹人)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발상이 흥미롭고 경이롭다. 소설에서는 수인 집안, 세대 간의 갈등, 굴곡진 개인사는 물론 영웅적 수인의 성장, 모험, 투쟁 등 과거 가문소설과 군담소설의 재현을 방불케 하듯 수인 종족의 일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근래 우리에게 이처럼 장려한 구상과 복잡한 정절(情節)의 판타지는 없었다.
기서(奇書) 『산해경』의 신화적 세계관을 토양으로 전개된 작중세계에서 작가는 ‘나무 인간’의 눈으로 침통히 인간 존재의 당위성을 심문한다. 나아가 ‘생명의 연대성’에 근거하여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숱한 이타적(異他的) 존재의 생존방식에 대해 호혜의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이 작품을 단순히 환상을 현실의 알레고리나 도피로 보는 관점과는 다른 차원에서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른바 ‘부족(部族)의 시대’가 도래하는 이 시점에서 사라진 물활론적 감성을 일깨우는 이 작품으로부터 우리는 환상이 삶의 비의(秘義)를 계시하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좌증을 발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소설의 등장은 진정한 한국 판타지의 출현을 갈망해온 독자들에게 큰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판타지의 유수한 고국(古國)이었던 우리도 그 지위에 상응하는 걸출한 작품을 갖게 되었다.
_정재서 | 신화학자·문학평론가·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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