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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법정의 산중편지
책읽는섬

2019년 05월 02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3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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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4.97MB)
ISBN 9791188047871
쪽수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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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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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의 길을 떠난 이가 마주한 고뇌와 깨달음의 흔적!
1955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 스님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내온 50여 편의 편지를 담은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한국 전쟁이 끝난 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참상을 목격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와 끝없이 쏟아지는 물음에 수많은 밤을 지새우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던 청년 박재철. 홀어머니를 비롯한 피붙이들과의 인연을 끊어 버린 매정함을 스스로 질책하던 그는 승려 법정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한집에서 같은 방을 쓰며 자라 온 사촌동생 박성직은 오랫동안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이듬해 기다리던 형 대신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됐다.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 편지에 자세한 내막은 담겨 있지 않았지만 중학생 머리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자라 온 사촌형 박재철이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2011년에 출간된 《마음하는 아우야》를 재출간한 이 책은 첫 판본과는 달리 출가 당시를 회상하는 법정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와 편지에 짧게 이름만 등장하는 이를 추억하며 쓴 에세이들을 덧붙여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1955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 스님이 보내온 편지에는 청년 박재철이 승려 법정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고, 1976년에 출간된 역작 《무소유》의 글감이 된 사연들과 깨우침이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청년 박재철이 승려 법정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고통과 고뇌, 희열과 깨달음의 흔적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가족을 끊고, 청춘을 끊고, 나아가 박재철을 끊어 버려야 했던 그 고통의 시간, 자신을 걱정할 동생에게 보내는 글이기에 의연함을 담았지만, 그의 편지에는 자신의 길을 택함으로써 오랜 고향을 등졌던 이의 설움이 묻어난다. 더 큰 사랑을 위해 가장 아끼는 것을 버려야 했던 그가 위대한 자연과 진리에 의탁하며 승려 법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담긴 편지와 이 책에 인용된 법정의 에세이를 함께 접하면서 편지에 담긴 사연과 의미를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 1955년 ~ 1956년
그 방이 그립다|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그동안은 죄인이다|이곳에서의 모든 일이 기쁘기만 하다|나 대신 네가 아들 노릇 해 다오|세상이 모르는 곳|가을이 온다|반복되는 일상 속의 위대함을 보아라|중은 세상천지가 집이지|당분간 편지하지 말아라|벗과 책은 가려서 맺어라

언제고 만날 날이 있으리라 : 1957년 ~ 1958년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세상일이라는 게 다 한바탕 꿈|네 글에서 내 방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너만 읽어 보아라|가을이 멀어져 간다|번민하고 사색하여라|문학이 스승이다|고통은 완성을 위한 시련|바다에게 안부 전해 다오|술은 먹지 말아라|맹목적인 신앙은 미신보다 더한 것|빈 가지가 허공 중에 외롭다|울지 마라, 울지를 마라

전 우주가 우리의 학교 아니겠느냐 : 1959년 ~ 1960년
고통 바다에서 헤매는 내 이웃을 건지리라|인생학교|책을 보낸다|단단히 공부하리라|내가 나를 키워 나가야 한다|우리는 얼마나 여물었는지|사실 부끄러운 일이다|자꾸만 널 괴롭히는구나|동해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암자를 꿈꾸어 본다|우리의 봄은 우리가 마련하는 것|살아 있음의 의미

과거는 지워져 가지만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있다 : 1961년 ~ 1964년
산승의 거처를 알리지 말아라|읽고 생각하고 쓰는 동안 나는 살아 있다|그저 성실하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만이|사실 나는 옛집의 주소조차 잊어버렸다|문득 네 얼굴이 떠오르는 가을날|벗은 우리 인격의 얼굴|기다리마|세월이 만들어 놓은 여백|고향을 다녀와서|세상과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겠지

오늘은 법당에 들어가서 많이 울었다 _1970년의 편지

■ 책 속으로

내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내려올 적엔 도시의 여름철 풍속이 비위에 거슬려 뒤도 안 돌아보고 왔더니 이젠 내 숨결이 배어든 그 방?조용한 공간?이 그리웁다.
_ 14페이지, 「그 방이 그립다」에서

성직아, 고난을 겪는 사람은 행복하게만 사는 사람보다는 훨씬 인생에 대해서 경험이 많아서 자신이 생기고 또한 생활에 대한 저항력도 길러지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인생에 대해서 심각하게 체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위를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할 말이 실로 많으나 한이 없겠기로 줄인다. 항상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하여라.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_ 17페이지,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에서

미안하다, 죄스럽다. 네 입학 관계도 보지 않고 떠나와 버렸다. 세상일이 한바탕의 꿈이라더니 꼭 꿈속 같기만 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버렸다. 할머니, 작은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너희들을 배반하였다. 출가가 나로서는 어떤 연유에서일지라도 집안에 대해서는 배반이 아닐 수 없다.
_ 20페이지, 「그동안은 죄인이다」에서

골짜기를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바람 소리에 내 마음을 맡겨 버리고 달빛처럼 조용히 있느라고 이제껏 침묵해 버렸다. 이렇게 멀리서 서로 아끼고 그리워하는 것도 이 한 아름다운 마음씨가 아니겠느냐?
영원히 이렇게 떠나 있다면 너무도 아득한 일이지만 얼마간의 이러한 생활이니까 오히려 아름다운 마음들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내가 다시 너희들이 있는 집에 찾아들 땐 ‘그 전의 형님’이 아닐 것이다. 내 못돼먹은 성질도 많이 가셔졌을 테니까.
_ 34페이지, 「가을이 온다」에서

반복하는 생활에서 어떤 위대한 것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생활이라고 해서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새로워야 하고, 또 오늘보다 내일은 한 걸음 앞서야 되는 것이다. 여기에 훌륭한 삶의 보람이 있고 인간 성장이 있는 것이다. 저 하늘의 태양을 보아라. 흐린 날에도 제 갈 길은 꾸준히 가고 있는 그 위대한 모습을!
_ 38페이지, 「반복되는 일상 속의 위대함을 보아라」에서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그저 먼 날에 죽어 버렸거니 생각하여라. 실은 죽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편지는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안 하는 것이 좋다. 이곳 여러 스님네들이 덜 좋아할 뿐 아니라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_ 61페이지, 「세상일이라는 게 한바탕 꿈」에서

세상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고해(苦海, 괴로움의 바다)이니라. 그러기에 삼천 년 전 인도의 왕자는 그 호화로운 궁전을 박차고 출가입산(出家入山)하여 일체에 걸림이 없는 ‘자유인’이 된 것이다.
중은 가만히 앉아서 목탁이나 치고 염불만 외우는 그런 소극적인 수행자는 아니다. 고행(苦行)이 곧 수행(修行)인 것이다. 죽고 사는 이 고해를 수행의 힘으로써 벗어나는(해탈하는) 것이다.
_ 72페이지, 「번민하고 사색하여라」에서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
청년 박재철이 승려 법정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고통과 고뇌, 희열과 깨달음의 흔적들

한국 전쟁이 끝났다.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했고, 누군가는 서서히 미쳐 갔고, 누군가는 밀항을 꿈꾸었고,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참상을 목격한 대학교 3학년생 박재철은 몇 날 며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회답 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날아온 한 통의 편지.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
그리고 그는 승려 법정이 되었다.

이 책은 1955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 스님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내온 50여 편의 편지로 엮었다. 홀어머니를 비롯한 피붙이들과의 인연을 끊어 버린 매정함을 스스로 질책하던 청년 박재철. 그가 위대한 자연과 진리에 의탁하며 승려 법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내면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그의 편지들은 구도의 길을 떠난 이가 마주한 고뇌와 깨달음의 흔적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 버렸다.”
집안의 대들보였던 한 청년의 출가

아버지를 일찍 여읜 박재철은 작은아버지 댁에서 공부하며 자랐다. 해방이 되었지만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버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전쟁통에 시골 살림은 힘들었으며, 삶은 삭막하고 피폐했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영민하고 어른스러웠던 박재철을 대학까지 보냈다. 어려운 시기에 친자식도 아닌 그를 대학 공부까지 시킨 것을 보면 작은아버지에게 박재철은 조카가 아니라 ‘큰아들’이었다.
전쟁이 끝났지만, 박재철은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와 끝없이 쏟아지는 물음에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중 그는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연히 집을 떠났다. 집안의 대들보가 되어 주리라 믿었던 가족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박재철과 한집에서 같은 방을 쓰며 자라 온 사촌동생 박성직은 오랫동안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형이 떠난 방에는 그가 남기고 간 책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형은 오지 않았다. 대신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편지에 자세한 내막은 담겨 있지 않았지만 중학생 머리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자라 온 사촌형 박재철이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얼마간의 수도를 쌓은 뒤에 다시 세상에 나아갈 것이다.”
출가 그리고 승려의 길

박재철은 불자(佛子)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승려가 되기로 결심했을까? 이 책의 엮은이 박성직이 들려준 의미심장한 일화가 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어떻게 인연이 닿아 박재철이 승복을 입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그 회색 옷을 입고는 몸과 마음에 딱 맞는 자리를 찾은 것처럼 무척이나 만족해했다는 것이다. 일찍이 부처를 접하지는 못했으나 그는 태생적으로 승려의 길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박재철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한 것은 1955년으로, 그가 사미계를 받고 불제자의 길을 걷기 한 해 전이었다. 가족 중에는 유일하게 박성직에게만 편지를 보내오면서 그는 자신의 거처를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가족들이 묻거든 멀리 일본 같은 데로 떠났다고, 차라리 죽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편지에 적었다. 그러면서도 일일이 가족들의 안부를 챙겼다. 이즈음 보내온 그의 편지에는 피붙이의 정을 끊어 내려는 독한 마음과 새록새록 가슴에 차오르는 그리움이 교차한다.
그런데 청년 박재철이 보내온 편지에서 유독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그렇다고 일생 동안을 중노릇 할 것은 아니다. 얼마간의 수도를 쌓은 뒤엔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 것이다. 그동안만은 죄인이다. _ 1956년 3월 21일자 편지, 「그동안은 죄인이다」에서

이 글귀를 통해 두 가지를 추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짓누르는 고뇌로부터 벗어나고 끝없이 떠오르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출가라는 방법을 택했지만, 당시 박재철에게 출가란 하산을 염두에 둔 일종의 수련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일고여덟 살 아래의 어린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러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또 있다.

영원히 이렇게 떠나 있다면 너무도 아득한 일이지만 얼마간의 이러한 생활이니까 오히려 아름다운 마음들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내가 다시 너희들이 있는 집에 찾아들 땐 ‘그 전의 형님’이 아닐 것이다. 내 못돼먹은 성질도 많이 가셔졌을 테니까. _ 1956년 9월 6일자 편지, 「가을이 온다」에서

이 편지를 썼을 때 처음으로 ‘법정’이라는 불명(佛名)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미 사미계를 받았을 때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수도를 끝내고 고향 집으로 찾아갈 즈음에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을 기대하는 문구를 편지에 적어 넣었다. 이 글을 쓸 때의 마음을 알 길은 없으나, 이 글귀는 그가 ‘승려 법정’보다는 ‘청년 박재철’ 쪽에 가까웠던 때의 마지막 기록으로 남아 있다.

“고통 바다에서 헤매는 내 이웃을 건지리로다.”
승려 법정으로 다시 태어나다

이후 법정의 편지 내용은 사뭇 달라진다. 형제를 염려하고 가족을 걱정하던 것에 덧붙여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승려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깨우침을 전한다. 불가에 귀의한 수도승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전한다. 그러한 그의 편지들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1959년 3월 10일의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밝힌다.

거짓 없이 너에게 말하마. 형아는 금생뿐이 아니고 세세생생(世世生生) 수도승이 되어 생사해탈(生死解脫)의 무상도(無上道)를 이루리라. 하여, 고통 바다에서 헤매는 내 이웃을 건지리로다. _ 1959년 3월 10일자 편지, 「고통 바다에서 헤매는 내 이웃을 건지리라」에서

‘거짓 없이 말’한다는 뜻이 무엇일까.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앞선 편지글이 어린 동생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기 위해 가장한 것임을 고백하는 말일까. 아무튼 법정은 이 편지글에서 번민을 이겨 내기 위한 수도의 도장이었던 불가(佛家)가 비로소 자신의 온전한 집이 되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가 이같이 마음을 굳히기까지는 고향과 가족을 등진 5년 동안 마주한 봄여름가을겨울이 도왔을 것이고, 산과 나무와 꽃과 풀과 물과 하늘과 새들이 부추겼을 것이며, 모범이 된 도반들이 길을 열어 주었을 것이다.
이후로도 박성직을 수신인으로 한 법정의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에 중학생이었던 박성직은 군인이 되었고, 법정은 빼어난 도량으로 불가의 이곳저곳에서 필요로 하는 구참(연륜 깊은 승려를 불가에서 이르는 말)이 되어 갔다.
그러던 1964년 1월 14일, 법정은 박성직에게 보낸 편지에서 궁벽한 산중으로 들어가 수도할 뜻을 밝힌다. 처음 집을 나서던 그때처럼 절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또 한 번의 ‘출가’를 감행했던 것이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군인 시절의 엮은이와 법정 스님
“오늘은 법당에 들어가서 많이 울었다.”
_ 산중에서 보내온 법정의 마지막 편지

법정이 다시 편지를 보내온 것은 1970년의 일이다. 작은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늦은 전갈을 받고 난 뒤였다. ‘작은아버지’는 이 책의 엮은이 박성직의 아버지이자 법정을 대학까지 공부시켜 눈을 뜨게 해 준 은인이었다. 법정은 출가외인이라 불효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죄스러워하는 한편 사십구 일 동안 불전에서 명복을 빌겠다고 이른다.
박성직에게 보내온 법정의 편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우리의 봄은 우리 몸소 마련하는 데서 오는 것일 게다.”
_ 청년 박재철에서 승려 법정으로 나아가는 길목의 편지들

1955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이 엮은이에게 보내온 편지에는 청년 박재철이 승려 법정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한 1976년에 출간된 역작 『무소유』의 글감이 된 사연들과 깨우침이 알알이 박혀 있다.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된 『마음하는 아우야』를 재출간한 것이다. 하지만 첫 판본과는 달리 출가 당시를 회상하는 법정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와, 편지에 짧게 이름만 등장하는 이를 추억하며 쓴 에세이들을 덧붙여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독자들은 법정의 편지와 이 책에 인용한 법정의 에세이를 함께 접하면서 편지에 담긴 사연과 의미를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승려 생활 초기에 법정이 견뎌야 했던 가장 큰 고행은 ‘끊어 버림’이었을 것이다. 가족을 끊고, 청춘을 끊고, 나아가 박재철을 끊어 버려야 했던 그 고통의 시간. 자신을 걱정할 동생에게 보내는 글이기에 의연함을 담았지만, 그의 편지에는 자신의 길을 택함으로써 오랜 고향을 등졌던 이의 설움이 묻어난다. ‘옛집의 주소조차 잊어버렸다’는 그의 서글픈 음성이 들려온다. 그는 그렇게 더 큰 사랑을 위해 가장 아끼는 것을 버려야 했던 것이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_ 법정이 오늘의 우리에 보낸 편지

법정이 박성직에게 보낸 편지에는 항상 당부가 빠지지 않는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술 마시지 말라고, 책과 친구는 가려서 접하라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빛나는 보석 같은 순간을 건지라고, 고통의 시간이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는 거라고, 번민하고 사색하라고, 자연으로부터 배우라고…… 그리고 울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법정이 박성직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 6년 뒤 『무소유』가 세상에 나온다. 앞서 밝혔듯, 『무소유』에는 법정이 박성직에게 보낸 편지를 원전(原典)으로 삼은 에세이가 더러 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법정이 써온 그동안의 에세이들은 수취인 불명의 편지가 아니었을까. 도량이 넓어지면서 피붙이와 남의 분별이 사라진 지점에서 그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온 것은 아니었을까. 수십 년 전 법정이 동생에게 보낸 이 편지들은 누군가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했던 한 사람이 추억이라는 타임캡슐에 담아 오늘의 우리에게 보내온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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