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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공감 사전

인생에서 만난 특별한 말들 | 이윤정 에세이
이윤정 지음
행성B

2018년 05월 18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4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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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87MB)
ISBN 9791187525769
쪽수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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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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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윤정이 골라낸 인생의 특별한 말들
산다는 건 나만의 사전을 쓰는 일이다

같은 말이어도 그 말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나 기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벚꽃’ 하면 누구는 입학식, 첫사랑을 떠올리고 누구는 벚꽃이 필 무렵 돌아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죽음을 생각할지 모른다. 이처럼 말은 말로서 존재하되, 그 안에 많은 사연도 품게 된다. 《그 여자의 공감 사전》은 저자가 살아오면서 특별하게 와 닿은 말들을 뽑아 자신의 시각으로 정의하고, 그 말들이 남다르게 된 사연을 털어놓은 에세이다. 말들을 정의하려면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자가 “말들과의 관계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밝힌 이유다.

자신을 탐구하는 방법,
나만의 사전 쓰기

어떤 말은 보기만 해도 설레고, 어떤 말은 바라보면 슬프고, 어떤 말엔 괜스레 미소 짓게 된다. 보듬어 주고 싶은 말이 있고, 영 자신과 친해지지 못하는 말도 있고 그러다 마침내 화해하게 된 말도 있다. 또 시간이 지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같은 말을 다시 정의하게 되는 일도 있다. 말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산다는 것은 자신만의 사전을 쓰고 또 그것을 거듭 수정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스쳐 지나듯 혹은 필연적으로 만나는 낱말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지금은 또 어떤 의미인지 기록하면서 삶을 다져 나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사전 쓰기는 일기를 쓰는 것보다 더 치밀하게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책을 내며 6

저는 이렇습니다
고양이 / 말줄임표 / 무작정 / 미니멀리즘 / 미루다 / 미장원 / 발 / 빈둥빈둥 / 좋아요 / 지각 / 쿠바 / 핸드백

나잇값은 글쎄요
기억력 / 나잇값 / 동안 / 박주영 / 시계 / 양궁 / 50세 / 조지 클루니 / 처음 / 치킨 / 팬 / 평양냉면 / 피아노 / 휘트니 휴스턴

새해 꿈은 손톱 손질입니다
거짓말 / 김연아 / 모기 / 물샐틈없는 / 밤 / 봄 / 부암동 / 비행기 / 새해 결심 / 손톱 손질 / 11월 / 야생동물 / 주말 / 짝 / 침대 / 페친 / 학교

계속 까다롭게 살겠습니다
권력 / 까다롭다 / 나는 모른다 /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 뒷담화 / 리스트 / 묘비명 / 미움 / 사직서 / 이름 / 인간관계 / 지난날 / 축하와 질투 / 편두통 / 혈액형

빈둥빈둥이란 말에 부정의 멍에 대신 긍정의 왕관을 씌워 줘야 한다. 이제 이 말은 무엇을 꼭 해야 하는 당위와 책임과 의무의 세계로부터의 해방, 내 시간과 생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감성과 상상력의 원천, 무위와 성찰을 뜻하는 말로 격상되어야 한다. -45쪽

기대와 환상과 계획에서 어긋날 때 비로소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기대를 채우겠다는 마음을 버릴 때 기대하지 않았던 다른 것이 나를 채워 준다는 걸 알았다. 이제야 나는 욕심 부리지 않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한 단계 수준 높은 여행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쿠바 여행이 나에게 가져다준 가장 의외의 수확이다. -60쪽

혹시 핸드백 속에서 영화 <토이 스토리> 같은 세계가 펼쳐지는 게 아닐까. 내가 가방을 닫는 순간 가방 속 물건들이 살아나서 저희끼리 운동회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쫓고 쫓기고. 립스틱과 아이펜슬은 “모자 벗고 한판 싸우자”며 박치기를 하다 저렇게 상처를 달고 사는 싸움꾼이 되었고, 볼펜은 한 대 맞고 매일 검은 눈물을 흘려 대는 울보고, 귀걸이 한 짝은 주인이 마음에 안 들어 탈출에 성공하고 한 짝은 굼떠 남겨지고. -62, 63쪽

기억력: 나이 들어 가물가물해지는 그것을 잘 지켜 보겠다며 수첩에 메모를 열심히 하지만 수첩을 어디 뒀는지 몰라 당황하게 하고, 그것이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해야 한다기에 열심히 게임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까먹게 되며, 두뇌에 좋다는 견과류를 열심히 먹다 보면 새록새록 맥주 생각이 들어 음주량만 늘어나게 되는, 정말 이 나이엔 지키기 힘들어지는 것. -66쪽

나잇값: ‘마흔이 넘으면 긴 생머리는 절대 안 된다’ ‘청바지도 안 된다’ 같은, 주부 커뮤니티의 규율을 지키며 살아왔으나, 정작 나이가 들자 ‘꼭 그럴 필요 있어?’라며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 그러고 보니 젊었을 땐 늙은 마음으로, 늙어선 다시 철없어진 마음으로 사는 자세 때문에 아마도 영원히 제대로 한번 해 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 -71쪽

팬으로 살아온 인생에 뭐가 남았냐고 물어 온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내 안의 열정과 환희를 일깨워 준 것은 팬심이라고, 그것이 내 젊은 시절의 전부이자 마음속 공허함이 쏟아져 내리지 않게 해 준 든든한 댐 같은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헛헛하고 고달픈 삶을 느끼는 사람에게, 나는 여전히 무엇인가의 ‘팬’이 되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112쪽

천 번보다 훨씬 더 흔들렸는데도 아직 철이 안 드는 내 삶을 보면 아예 어른이 되길 포기해야 그나마 천진난만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까딱하면 거짓말이 되기 쉬운, 그게 아니면 믿기 싫은 말들을 내 자식과 자식 세대들에게 덜하며 살고 싶은 게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이다. -135쪽

만약 내가 비유의 매뉴얼을 만든다면 겪어 보지 않은 일은 쉽게 비유로 쓰지 말도록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담긴 비유가 좋은 것이라고 강조해야겠다. 예를 들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 앞에서 “한숨도 못 잤어”라고 하거나 자식을 잃은 부모 앞에서 쉽게 ‘애끊는’이란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148쪽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떨구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풍경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기껏 전화를 받지 않아 봐야, 카톡을 읽지 않아 봐야,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막강 권력 스마트폰의 노예일 뿐이다. -210쪽

“나는 잘 모릅니다.” 부끄럽고 비겁하긴 하지만 이 말을 더 하면서 살고 싶어졌다. 물론 확신을 혐오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신이 덜 필요한 일을 찾겠지만 확신을 가지지 않고는 살 수 없을 테니. 그래도 ‘나는 잘 모른다’는 말을 방패로 삼아야 그 뒤에서 조
금씩 나는 확신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217쪽

편두통 덕을 본 게 있다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좀 더 공감하게 됐다는 점이다. 편두통은 특별한 증상도 없고 한번 지나가면 너무나 멀쩡해져 남들에게는 딱 꾀병처럼 보이기 쉽다.

영 철들 것 같지 않은
‘까다로운’ 그 여자가 선택한 낱말들

말들을 정의할 때 그 사람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배어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여자’ 이윤정은 어떤 사람일까. 막 오십을 넘긴 나이에도 자신이 “커서 뭐가 될”지가 여전히 궁금하다. “젊었을 땐 늙은 마음으로, 늙어선 다시 철없어진 마음으로 사는 자세” 때문에 앞으로도 영 철들지 못하고 나잇값도 못하리라 예감하는 사람이다. 그 비법은 ‘나는 모른다’의 정의에서 엿볼 수 있다.

나는 모른다: 여자의 오래된 선택 장애 혹은 비겁함 혹은 무지함 때문에 자꾸 남들에게 하게 되는 말이지만, 어쩌면 그것 때문에 그 여자가 세상의 확신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 주문과도 같은 말. -215쪽

확신 자체를 점점 더 믿지 않게 된 이유도 있다.

확신이 혐오와 맞물렸을 때 그 확신은 위험하고 두려운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여자를 배제하고, 외국인을 배제하고,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배제하고, 자신의 편이 아닌 사람들을 배제하고…. -217쪽

그러면서도 앞으로 대략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기준 정도는 세워 두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며 냉소를 날리지 않는 사람. 페이스북 쓰기부터 그림 그리기까지 늘 현재진행형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사람. 여전히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퍼 온 웃긴 글’ 말고 자신만의 유머 감각을 보일 줄 아는 사람. 남의 말보다는 ‘자기만의 언어’로 말할 줄 아는 사람. 자기만의 언어로 잔소리만 하지 않는 사람. -94쪽

또 저자 이윤정은 ‘까다로운’ 사람이다. 이런 주변 평에 억울한 마음도 별로 없다. 젊었을 때는 까다로운 자신이 밉고 늘 그런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변명한다.

그건 내가 남과 어떻게 다른지, 달라야 할지 고민한 결과야. 매사에 엄격하겠다는 까다로움이 없다면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잖아. 아직 세상에는 까다롭게 맞서고 지적‘질’해서 바꿔야 할 일이 많아. -214쪽

까다로움만큼 저자 이윤정을 특징짓는 것이 ‘엉뚱함’이다. 역사적인 2016년 ‘11월 12일’을 ‘십일 십이’로 부를지 ‘일일 일이’로 부를지 고민하는 식이다. 카오스 자체인 핸드백 안을 들여다보며 <토이 스토리>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고, 새해 꿈을 ‘손톱 손질’로 정하기도 한다. ‘빈둥빈둥’거리며 이것저것 곰곰 생각하다 남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건져 내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 하고 큭큭대고 공감할 만한 구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윤정

저자 이윤정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 등에서 10년 넘게 기자로 일했다.
2003년부터 〈중앙SUNDAY〉와 〈중앙일보〉 등에 영화, TV 등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을 썼고, 2014년부터는 <중앙SUNDAY S 매거진> ‘공감 대백과 사전’ ‘내맘대로 리스트’에 에세이를 연재했다.
막 오십을 지났다. 돌이켜 보면 늘 철들지 못하고 나잇값 제대로 못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초조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덕분에 지금 이 나이에도 “난 커서 뭐가 될까” 하면서 설렐 수 있는 것 아닌가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독자들이 “맞아, 맞아” 하면서 큭큭대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
고양이 루시와 서울 부암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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