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전 약속
2019년 02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12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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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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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는 시루 증(甑)을 써서 시루섬이라고도 불렀다. 700년 전 무역선에 탔던 세령의 후손인 쾌영이 눈보라를 뚫고 시루섬에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시때때로 그물에 걸려 올라온 도자기는 시루섬 사람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물건이었다. 바다에 고려장을 지냈던 이 섬의 오래 전 풍습과 한국전쟁의 상처로 인해 그것들은 ‘귀신 붙은 그릇’으로도 통했다. 게다가 해저 유물을 인양하는 십여 년 간 고요하던 섬과 순박하던 섬사람들은 수난을 당해야 했다. 해서 시루섬 사람들에게 중국 도자기는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상처기도 했다.
유독 상처가 깊은 도화는 오랫동안 시루섬을 떠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7년 전 다시 섬에 들어왔다. 그녀는 쓰러져가던 아버지 집을 허물고 배 모양의 카페를 짓고 조용히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의 카페에 민박 손님으로 찾아든 쾌영은 중국 도자기에 대해 자꾸만 캐고 다니고, 신문기자인 딸 채목까지 신안해저유물에 관련한 프로젝트 취재를 맡으면서 그녀의 상처를 건든다. 남편 기석의 죽음과 연루된 박 교수가 딸 채목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도화는 점점 예민해지고 그녀는 깊은 불안의 늪으로 빠져든다.
시루섬 앞바다에서 건진 수만 점의 유물 중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시가 적힌 접시’였다. 이름 모를 어느 여인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시(漢詩) 한 편은 마치 700년 전 메시지처럼 그것을 읽는 이들 가슴에 찡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오늘을 살지만 우리가 맞이한 오늘 하루는 수백 년 전의 어느 오늘과 맞닿아 있었다. 그 누군가의 오늘이 나의 오늘을 열어준다고 생각하니 더욱 소중해지는 오늘이다. 또한 언제 어느 때 침몰할지 모를 우리 생(生)이어서 귀하고 귀하다.
겨울 여행자 14
꿈에라도 27
그녀, 그리고 딸 36
보물선을 만나다 49
검은 폭설 67
악몽 76
삐비꽃 91
떠도는 소문 104
고려여인 순이 119
오빠 서도일 130
잔인한 기억 139
잔잔한 파도, 영파 148
겨울과 봄 그 사이 158
불청객 167
따뜻한 재회 175
그 바다의 진실 184
넋드리춤 195
멀고 긴 귀향 201
에필로그 시루섬 전설 207
작가의 말 파먹을 것이 많은 고향 ‘증도’를 위하여 211
이진숙 소설가, 고향 신안 앞바다의 보물 자취 따라간 장편 『700년 전 약속』 출간
2016년 진주형평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이진숙 작가가 고향 전남 신안 앞바다에 수장되었던 보물급 도자기의 자취를 추적한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을 출간했다.
소설은 700년 전 무역선에 탔던 세령의 후손인 쾌영이 눈보라를 뚫고 전남 신안의 중도, 시루섬에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안군 증도는 앞바다에서 어업 중이던 한 어부의 그물에 중국 도자기가 올라와 유명세를 치렀던 섬이다. 도자기들은 700년 전 중국 저장성 칭위엔을 출발해 일본으로 향하던 범선에 실렸던 무역품 중 하나로 밝혀졌다. 범선은 풍랑을 만나 증도 앞바다에 침몰했고 바다 속 갯벌에 묻혀 잠자다가 700년 만에 발견된 것이다.
이진숙 작가는 몇 해 전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들렀다가 두 줄의 한시(漢詩)가 새겨진 백자 접시를 보았다. 중국의 한 궁녀가 지었다는 한시(漢詩)를 읽다가 장편소설을 구상했다.
流水何太急 深宮盡日閑
흐르는 물은 그리도 급한데 깊은 궁궐은 종일 한가롭네
이진숙 작가는 “사람들은 내 고향을 보물섬이라고 부른다. 한때 고향 앞바다에서 2만 점이 넘는 보물이 올라왔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멸치젓국물처럼 물색 칙칙한 바다에서 끝도 없이 보물이 올라오던 모습은 과히 장관이었다. 수만 점 보물이 올라오면 뭣하랴. 거기 사람들은 지금도 변함없이 가난할 뿐이다. 보물 한 점 없는 보물섬! 빛나고 값나가는 것들은 영악한 이들이 싸들고 가버렸고 남은 것은 가슴에 깊이 팬 생채기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그 섬이 부끄러웠던 아이는 한때 고향을 빛내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기도 했다. 세월은 무참히 흘러버렸고 고향은커녕 저 스스로도 빛나지 못한 그네는 잿빛 도시를 이리저리 떠돌다 다시 그 섬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곤 흩어진 추억들을 긁어모아 이야기 하나 뚝딱 만들었다. ‘작가는 고향을 파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선지 내 글에서 비릿한 바닷내와 설운 노을이 만져진다고들 말한다. 아직도 파먹을 고향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한때 보물섬이라 불렸지만 이젠 보물섬이 아닌 고향 증도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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