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방된 세계
2017년 01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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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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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SF 마니아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한 수준급의 단편 작품을 각종 지면에 발표해왔고, 한편으로 해외의 최신 SF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해 온 김창규 작가의 소설집이 드디어 나왔다. 세 차례 열린 SF 어워드에서 단편 부문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한국 단편 SF의 절대 강자. 사이버펑크와 하드 SF를 넘나들며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감추지 않지만, 과학적 식견보다 더 탁월한 스토리와 감성으로 무장한 김창규의 작품 세계를 만나 보자.
순수한 배드민턴 클럽
업데이트
백중
발푸르기스의 밤
서울 대지진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파수
나는 별이다
모자를 벗지 않는 사람들
해설 감성 하드 SF 작가의 시대가 온다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내가 소설에 그린 세계가 현실에 그대로 구현됐다면,
소설가로서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릅니다.“
- 윌리엄 깁슨
낯설지만 익숙한 우리 세계,
혹은 우리가 추방된 세계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배경으로 하드 SF와 사이버펑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최신 해외 작품까지 번역해온 김창규 작가의 첫 소설집. 2007년 작품에서부터 2016년 최신작까지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열 편의 작품을 골라 실었다.
표제작 [우리가 추방된 세계]는 더 이상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게 된 근미래 지구, 그중에서도 우리가 사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전 세계 학생들의 수학 여행이 4월 16일 같은 날짜, 같은 시각으로 동시에 잡힌다. 이상함을 느낀 아이는 부모에게 이유를 물어보지만, 부모는 수학 여행을 다녀오면 알 거라고, 선생님 말씀만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탄 배가 출발하려 하자, 항구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연이어 발생하는 알 수 없는 사건들…. 아이들에게는, 그리고 멸종을 코앞에 둔 인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인류 멸종과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결합하여 슬프고도 희망적으로 엮어냈다. 2016년 SF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추방된 세계]에서처럼 근래 김창규 작가는 우리가 사는 익숙한 세계를 낯선 과학적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 투영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멀리 가지는 않는다. 절망을 그리면서도 또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지구에 남은 어른들은 결국 추방된 세계에 남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는, 아이들은 생을 희망한다.
2014년 SF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업데이트]나 [순수한 배드민턴 클럽],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역시 비슷한 계열의 작품. 작가의 초기작에 속하는 [서울 대지진]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도드라지는데, [서울 대지진]은 숱하게 반복되는 아포칼립스의 기본 문법에 아주 충실하다.
[서울 대지진]에서 주인공 부자는 환경 오염과 원전 폭발에 보태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환경을 견디다 못해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그저 숨 한번 제대로 쉬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을 위한 죽음의 여행. 우연히 부자를 도와줄 이웃집 소년을 만나 음식을 구하고, 낡은 자동차를 구하게 된 행운까지 보태지긴 하지만, 거대한 불행 앞에 작은 행운은 씁쓸함을 더할 뿐이다.
뿐인가. 천신만고 끝에 지옥 같은 한반도에서 거의 유일한 오아시스 같은 피난처를 찾아가지만 그곳은 한국 사회 극소수 VVIP들을 위한 안식처. 짧은 단편에서 미처 다 그리지 못했겠지만 주인공 부자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그 사실을 우회적으로 설명하듯 아이는 죽고, 아버지는 아이를 땅에 묻으며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남기지 못한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세계, 우리가 설 자리 없는 추방된 세계.
한국을 대표하는 하드 SF 작가가 펼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
작가의 절망적이고 허무주의적인, 혹은 거의 아나키스트적인 면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으로는 [파수]를 빼놓을 수 없다. 우주 자체의 몰락 앞에 선 소수 인류의 극단적 청교도 생활 속에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정치 지도자를 살해하는 모습은 우화라기보다 공포물에 가깝다. 작가의 우주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나는 별이다]와 [모자를 벗지 않는 사람들]은 작가가 그동안 써온 많은 우주 연작에 비해서 소품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하드 SF와 사이버펑크를 넘나들었던 작품의 다양성을 파악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형사를 파트너로 둔 형사물 [백중]과 고스트 사냥꾼 [발푸르기스의 밤]은 장편 소설의 일부분이다. 단편만으로도 이미 일가를 이루어 온 작가의 작품에 보태어, 더 긴 호흡의 묵직한 세계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독자로서 행복한 일이다. 물론, 각 작품을 통해 단편으로 기획된 작품과는 또 다른, ‘캐릭터’에 더 집중해 이야기의 얼개를 엮어가는 저자의 노련한 솜씨도 엿볼 수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면 23년, 공식적인 데뷔로부터도 12년 만에 작품집을 엮는 작가는 말한다. “SF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이라고. 김창규의 말대로 그 거짓말은 때로 화려하고, 종종 황당하다가 굉음을 내며 갈라지기도 하고, 가끔 더 길고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형상으로 등장하기도 할 것이다.
소설에서 현실을 보건, 미래를 보건 그 또한 어쩌면 독자의 몫일 테지만 그 다양한 멋진 거짓말 중에 지금 이 시대에 아작에서 김창규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대단히 거짓말 같은 일이다. 작가의 데뷔 이래 내노라하는 대형 출판사 몇 군데에서 김창규의 책을 엮고자 몇 해를 공을 들였으나 묘하게 일이 틀어졌었다. 많이 늦었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기를 근래 작가의 희망찬 변신처럼, 추방된 세계를 우리가 먼저 버리고, 우리 자신의 세계를 되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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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하드 SF 작가의 시대가 온다
김창규 작가의 작품집이 드디어 선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무척 반갑고 각별한 심정이다. 오랜 빚을 마침내 덜게 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SF 전문출판 ‘오멜라스’를 맡고 있을 때 김창규 작가의 책을 내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이 겹쳐 이루지 못했다. 그 뒤로 꽤 시간이 흐르도록 김창규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SF작가 중의 한 명으로 위상을 점점 더 굳혀가면서도 정작 단독 창작서 출간 기회를 좀체 잡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심해진 출판계의 불황에다 작가 개인으로도 일상에 치이는 생활이 계속되는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이 실리는 단행본 앤솔로지나 그밖에 여러 매체들이 매년 수시로 선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늦게나마 김창규 작가의 작품집이 나온다는 사실이 한 명의 독자로서 갖는 뿌듯함에 더해 같은 분야 종사자로서 특히 반갑다. 이 책에는 21세기를 사는 한국 독자들에게 진작부터 널리 읽혔어야 할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김창규 작가는 2005년에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 중편 부분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공모전은 당시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2004년부터 단 3년 동안만 시행했지만 김보영, 김창규, 박성환, 배명훈 등 오늘날 한국 창작 SF계를 대표하는 작가들 다수를 배출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 활동 경력은 그보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아직도 20대 초반 시절의 김창규 작가를 기억한다. 큰 눈의 강렬한 인상에 늘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평소 말이 없는 편이지만 일단 입을 열면 신랄하고 예리한 관점이 두드러지던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도 깊고 진지했던 이였다. 90년대 초반 PC 통신 시절부터 SF 동인 활동에 참여했던 그는 90년대 중반에 출간된 창작 SF 작품집인 《창작기계》(서울창작, 1993)와 《사이버펑크》(명경, 1995) 등에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지금껏 일관되게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또한 번역가로서 그의 공헌 역시 한국 SF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아마 웬만한 SF팬이라면 그가 번역한 SF를 한 권이라도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사이버펑크를 포함한 하드 SF 분야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해외의 최신 하드 SF들이 보여주는 과학기술적 묘사를 이해할 사람은 꽤 있겠지만, 그게 SF 스토리텔링과 결합된 맥락을 잘 이해하고 우리말로 매끄럽게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번역가가 아닌 SF 창작자로서 김창규 작가의 강점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IT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으며, 이를 감동적인 스토리텔링과 결합하는 솜씨 또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하드 SF 작가라 하면 주저 없이 김창규 작가를 꼽을 수 있는 이유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들에는 적잖은 세월 숙성된 삶과 시대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따금 ‘머리로만 쓴 SF’의 가벼움이 감지되는 작가들이 있지만, 김창규 작가의 작품들은 읽다 보면 어느새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그의 작품들이 하드 SF 계열이어서 부담을 느낀 독자가 많았다면 생각을 달리 할 일이다.
과학적인 수사로 표현하자면 김창규 작가의 작품 세계는 비열이 높을 것 같다. 달아오르는 데 꽤 긴 세월이 걸린 만큼 쉽게 식지도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가속 발달하는 21세기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가 앞으로도 계속 내놓을 SF 스토리에 관심과 기대가 크다. 이 작품집을 시작으로 김창규 작가에게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작가정보
저자 김창규는 1993년 공동작품집 [창작기계]에 첫 글을 실은 뒤 2005년 [별상]으로 과학기술창작문예 중편 부문에 당선됐다.
[업데이트]와 [우리가 추방된 세계]로 1회 및 3회 SF 어워드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 2회 SF 어워드에서는 [뇌수]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독재자], [백만 광년의 고독] 등 공동 SF 단편집에 참여했고 [뉴로맨서], [이중도시], [유리감옥] 등을 번역했다.
몸 안에 바이오칩을 이식해 지적 능력을 확장하고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우주선으로 화성에 들르는 날이 생전에 오길 바라면서, 창작 외에도 SF의 매력을 전파하려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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