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2021년 07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4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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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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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재탄생의 과정이다
한국 사회의 상식과 통념을 흔드는 치열한 글쓰기를 지속해 온 여성학자 정희진은 자신이 편협하게, 편파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페미니즘을 비롯한 논쟁적인 주제에 관심 있는 ‘편협한’ 독자다. 예상 가능한 내용이나 편안한 말, 기존의 언어나 이데올로기를 반복하는 책보다는 ‘전압이 높은 책’, ‘나를 소생시키는 책’을 선호한다. 이런 책은 몸과 마음의 평화를 깨는 ‘격동’을 일으키고 긍정적 의미의 ‘스트레스와 자극’을 준다. 즉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 인생관이 뒤바뀌는 책이다.
그에게 편협한 책 읽기는 ‘독창적 글쓰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같은 책이어도 어떤 동기와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글쓰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편협한 책 읽기는 ‘편협하지 않다’. 편협하게 읽는다는 것은 다른 세계와 만나고 나의 사고방식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독서력과 문장력은 사유의 방향을 바꾸는 문제의식, 질문, 재해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창작과 비평은 같은 말이 아닐까. 비평 자체가 독자적인 창작, 새로운 글이다. …… 내게 글쓰기는 입장과 표현이 가장 중요하다. 장르가 곧 내용인 것은 분명하지만 입장 없는 글쓰기는 어느 장르나 불가능하다. 창작으로서 비평, 예술로서 비평을 지향하는 나는 서평과 그 외 글을 구분하지 않는다. - 머리말·14, 15쪽
1장 아픔에게 말 걸기 - 온몸으로 견디며 쓴다
불안하지 않은 이들에게 권함 _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스콧 스토셀
“지금 뭐하세요?” “아프고 있습니다.” _ 《통증 연대기》, 멜러니 선스트럼
모든 인간의 눈물은 무색이고 피는 빨갛다 _ 《세상과 나 사이》, 타네하시 코츠
가장 어려운 혁명, 내 몸 긍정하기 _ 《몸의 말들》, 강혜영 외
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_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마리나 칸타쿠지노
아픈 사람은 건강한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_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메이 외
모든 권력은 고통에서 온다 _ 〈얼음의 집〉, 《완전한 영혼》, 정찬
고통을 나눌 수 없는 세상과 투쟁하기 _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엄기호
2장 우리에겐 ‘불편한’ 언어가 필요하다 - 통념을 부수는 글쓰기
자기 경험을 믿지 못하는 여성들 _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저출산의 간단한 이유, 노동하지 않는 남성 _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오지 않을 그날’까지 필요한 책 _ 《여성성의 신화》, 베티 프리던
자연의 법칙은 누가 정하는가 _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마리 루티
다윈은 ‘우리 편’ _ ‘다윈의 대답’ 시리즈, 피터 싱어 외
뼈, 털, 집착, 욕, 비참함에 대한 이론 _ 《여성, 거세당하다》, 저메인 그리어
세상의 모든 페미니즘을 나의 것으로 _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
여성도 한국인도 아닌 _ 《기지촌의 그늘을 넘어》, 여지연
군 위안부 운동의 ‘희비극’ _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3장 마음과 몸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 - 질문하고 해체하는 글쓰기
가장 글로컬했던 근대인 _ 《대화》, 리영희
침략국이 되지 못한 한국 남성의 ‘한 ’ _ 《1968년 2월 12일》, 고경태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소설가 _ 《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기술 시대, 가짜 감정의 의미 _ 《탈감정사회》, 스테판 G. 메스트로비치
코로나는 거버넌스와 자유를 재정의했다 _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궈징
당사자의 글쓰기 _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
태초에 목소리들이 있었다 _ 《선녀는 참지 않았다》, 구오
인생이 왜 이리 모순일까, 비참한 상황에서 나는 웃고 싶다 _ 《대지의 딸》, 애그니스 스메들리
여성의 몸 위에 세워진 국가 _ 《성의 역사학》, 후지메 유키
국가 안보와 젠더 _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홍세미 외
부록 _ 정희진이 읽은 책
“서평이 없다면 텍스트는 맥락 없이 부유한다.
어떤 책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의 반응, 언급, 평가가 있어야 의미를 얻는다.”
정희진에게 글을 쓰는 목적은 ‘익숙한 것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하기’에 있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의 세 번째 책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는 이러한 창의적 글쓰기의 예를 잘 보여주는 27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정희진은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읽으며 인간과 사회의 ‘질’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용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대지의 딸》에서는 서평을 쓴 사람은 전체 독자를 대변하는 길잡이가 아니며 서평은 자기 자신의 입장과 맥락에서 출발하는 글이 되어야 함을 깨닫는다. 《선녀는 참지 않았다》를 읽으면서는 새로운 상상을 떠올리려면 여성주의 시각 혹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다시 쓰기’의 과정이 필수적임을 발견한다.
“서평은 독자적인 창작이자 새로운 글이다.”
육화된 책의 내용을 몸속에서 뽑아내는 일
정희진은 자신이 ‘페미니즘’이라는 특정한 사고방식에 집중하는 필자이자, 고통과 몸, 권력과 지식, 젠더와 관계 등 논쟁적인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고 털어놓는다. 이 책은 페미니즘을 인식틀로 삼아 온몸으로 견디고, 통념을 부수고, 질문을 던지며 써내려 간 그의 독후(讀後)의 기록이다. 페미니즘은 다른 세계, 몰랐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그 충돌에서 최대한 심각한 부상을 입는 과정이 바로 글쓰기이며, 그것이 자신을 진전시키는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깊은 여운이 남고, 괴롭고 슬프고, 다양한 차원의 변화를 이끄는 고통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가 글을 계속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성주의적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공부’이기 때문이다.
나는 페미니즘을 ‘열심히 공부한다’. 내가 아는 한 페미니즘은 인류가 만들어낸 그 어떤 지식보다 수월(秀越)하다. 정치적, 이론적, 학문적으로 다른 어떤 언설보다 세련되고 앞서 있으며 상상력조차 뛰어넘는 참신한 문제의식과 질문을 던지는 사상 체계다. 지식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행위라면, 또 지식이 윤리적이어야 한다면, 그리고 지식이 사유 능력을 의미한다면 최소한 페미니즘을 따라올 지식은 없다. - ‘세상의 모든 페미니즘을 나의 것으로’·146쪽
정희진은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에 실린 책이 모두 자신이 선호하는 책,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동의하지 않는 책, 비판받아야 할 책도 있다. 정희진에 따르면 어떤 책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의 반응과 평가라는 ‘비평’의 과정이 있어야 책은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희진이 말하는 다양한 시각의 서평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공동체에 책과 서평이 필요한 이유는 사유의 방향을 틀기 위해서이다. 서평이 없다면 텍스트는 맥락 없이 부유한다. …… 해제가 필요한 이유는 책을 쉽게 읽기 위한 풀이라기보다 로컬의 상황, 즉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서다. 맥락 없는 책 읽기처럼 위험한 일도 없다. - 머리말·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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