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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탱고 : 그림책 들고 너에게 사뿐

그램책 들고 너에게 사뿐 | 제님 에세이
제님 지음 | Knysh Ksenya 그림
헤르츠나인

2018년 12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12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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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5.58MB)
ISBN 979118696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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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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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마음에 너울너울 춤추듯 꽃피울 그림책을 선물합니다. ”
『그림책 탱고』는 제님씨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거나 친구에게 직접 선물했던 매력적인 그림책 33권의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그림책만으로 아이를 교육했던 제님씨는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아이가 중학생이 된 지금도 그림책을 읽고 사람들과 나눕니다. 그림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느껴야 할지 그 방법론을 안내하는 동시에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제님씨만의 심미안으로 고른 서른세 권의 그림책은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1부 아브라쏘(abrazo) - 옆자리에 놓인 것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세요?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
아빠도 그림책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쑥갓 꽃을 그렸어
어쩐지 손편지가 더 어울리는 당신에게 편지
투덜대는 마음까지 알아줘서 고마워요 펭귄은 너무해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렸던 우리에게 흔들린다
일상의 순간이 기적임을 깨달을 때 기적의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았던 옛주인들에게 나의 작은 집
풀꽃과 눈맞춤 하는 이들에게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2부 까미나르(caminar) - 내 마음이 하는 말
나에겐 나의 말이 있어 얀얀
관계를 섬세하게 다듬고 싶은 곰씨들에게 곰씨의 의자
냄비 속에 꼭꼭 숨고 싶은 아나톨들에게 아나톨의 작은 냄비
삶이 불행하다 느낀 순간 만난 그림책 우리 집은 시끌시끌해
몸은 젖어도 마음은 뽀송뽀송하도록 빗방울이 후두둑
가만가만 포근하게 보아야 보이는 것들 나는 지하철입니다
문득문득 슬픔이 찾아온다면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파란 하늘 한 뼘 정도면 친구인 거죠 내 마음 / 팔랑팔랑

3부 까미나도(caminado) - 추억보다 깊은 곳
아무도 믿지 않아도 나는 나를 믿어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춤추는 고양이 차짱
엄마 목소리를 마음에 담기 위하여 무릎딱지
아빠의 마당에도 모란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핀다
그곳의 따사로운 시간 속으로 다시 그곳에
나지막한 담을 품은 골목길을 걷다가 골목이 데려다줄 거예요 / 담
너에게 커다란 나무가 되어 줄게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4부 꼬라손(corazon) - 삶이 전하는 선물
주름살이 걱정되는 나에게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이에게 하지만하지만 할머니 /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모자 이야기 모자를 보았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의 향기 지하 정원
격식과 시선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해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백석의 시로 물든 저녁 무렵 박각시와 주락시
할머니가 두려워한 것은 삶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아빠도 그림책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쑥갓 꽃을 그렸어
유춘하, 유현미 저, 낮은산

저에게도 누워서 쉬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곧 아흔 살을 앞 둔 친정아버지가 있습니다.
워낙 생각이 많아서 조용히 이러저러한 일 많이 하던 분이 치매로 무기력해졌습니다. 기력조차 쇠약해져 신발 신을 때는 넘어질 듯 비틀거리고 호탕하게 웃던 웃음도 사라지고 무엇보다 돌아다니는 걸 귀찮아합니다. 궁금한 게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가장 좋아했는데 말이에요.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얼마나 지루할까? 그래서 혼자 곰곰이 고민을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어떤 즐거운 일을 만들어 드릴까? 책을 권해 드리면 어떨까? 책이라면 어떤 책이 좋을까? 나무를 좋아했으니까, 쉽고 재미난 나무도감을 사드릴까? 아니면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읽어 드릴까? 평생 농사일만 해 온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뜸만 들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러던 중에 유춘하 할아버지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아버지가 성가실 정도로 그림을 그리시라고 권유한 셋째 딸 유현미 작가 또한 저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어마어마한 나이 아흔 살에, 하루하루가 그저 그런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반짝반짝 빛나는 기쁨을 스스로 느껴보시기를 바라는 자식의 간절한 마음 말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심심하지 않도록 이렇게 저렇게 놀아주고, 재미난 곳에 데려가 주고, 자신의 진로를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애쓴 부모님, 이제 다 자란 자식들이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일이 전부인 부모님께 재미난 놀이를 찾아 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 사 드리고 좋은 옷 사 드리고 멋진 곳 구경시켜 드리는 거 말고, 스스로 하는 놀이 속에 희한한 기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것 말입니다.
두 눈 꼭 감고 일을 저질렀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할 틈도 없이 평소에는 말 느린 제가 숨넘어가듯 얘기했습니다.
“엄마, 아빠, 이 할아버지가 실제로 아흔 살이래요. 시골에서 농사짓다가 도시에 사는 딸네 집 왔는데 그 딸이 그림 그리는 화가라 아버지가 심심해하니 자꾸만 그림을 그리라 해서 그림 그리고 있네요. 실제 이야기래요. 할아버지 성함이 유춘하인데 우리 버들 류씨예요.”
가뿐 숨을 내쉬는 틈을 타 아버지가 느릿느릿 한 말씀 하십니다.
“얼굴이 거뭇거뭇 허니 아흔 살은 먹었겄다.”
휴, 이제 버럭 소리는 안 하겠다 싶어 책장을 넘기고 천천히 읽어드립니다.

투덜대는 마음까지 알아줘서 고마워요
펭귄은 너무해
조리 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미디어창비

살다 보면 그런 날 있지 않나요? 지금까지 나의 삶을 삽으로 갈아엎고 싶은 날.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또박또박 야무지게 삶을 다시 쓰고 싶은 그런 날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날에는 매사가 불만투성이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이 나이 먹도록 나는 왜 이 모양인 거야?’ ‘어제 마음에 쏙 들어 샀던 옷은 오늘 보니 왜 이리 촌스러운 거야?’ ‘이렇게 좋은 날 만나자고 전화하는 친구 하나 없는 걸 보면 나는 인생을 잘못 산 거야. 그래 한참 잘못 산 게 분명해.’
…중략…
오늘 본 책은그저 순전히 귀여워서 데려온 그림책 『펭귄은 너무해』입니다. 제목을 되뇌다 보니 문득 궁금합니다. ‘펭귄이 뭐가 너무하다는 거지?’
읽어도 또 읽어도 또다시 읽어도 ‘펭귄은 너무해’라는 제목이 영 마뜩잖아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제목이 어쩌고저쩌고는 쏙 빼고 그냥 재미난 그림책이니 한번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남편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더니 자꾸만 피식거립니다. 저는 그 웃음의 의미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크게 웃어도 돼. 투덜이 펭귄이 어쩜 그리 나랑 똑같을까 싶어서 그런 거지?”
“알고 있는 거야? 딱 당신을 위한 책인데, 당신 인생 그림책으로 하는 거 어때?”
…중략…

작가정보

저자(글) 제님

그림책에 빠진 그녀의 까베세오(cabeceo)
그림책에 빠져 10년 동안 그림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그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즐긴 것뿐이었죠. 아이와 도서관을 다니면서 사랑스러운 내용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득 찬 그림책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그림책만으로도 아이를 기를 수 있겠다 생각을 하고 그림책 육아를 시작했죠. 그러다가 그림책으로 아이와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담아 낸 책 두 권을 썼고요.
아이는 지금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림책을 찾는 나이는 이미 지났습니다. 그녀도 그림책 세상으로부터 졸업을 해야 할 때가 되었지만,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녀에게 그림책은 생활이 되었습니다. 가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착한 마음씨의 아이는 강하게 거부하지는 않지만, 엄마가 읽어주는 동안 스마트 폰을 보고 있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그녀는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처럼 따뜻한 시간을 기억할 거라고. 그래서 마음이 아픈 상황이 닥쳤을 때 위로와 힘을 주게 될 거라고.
그녀는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림책으로 인해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림책은 아이에게 거울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 효과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유효하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그녀는 모든 사람들과 그림책의 경험을 나누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녀가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까베세오(cabeceo, 함께 춤을 추자고 권하는 몸짓을 칭하는 탱고 용어)를 한다면, 당신에게 꼭 맞는, 당신과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을 찾았다는 뜻입니다.

저자 제님(다정한 그림책 큐레이터 제님씨 | blog.naver.com/noirejn)은 한적한 오솔길이나 과꽃 피어있는 골목을 사부작사부작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에 마음이 가고 그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저절로 피고 지는 모든 풀꽃과 나무들, 햇살과 바람과 가을 풀벌레 소리를 좋아하고, 말라비틀어진 들꽃대궁과 가을 열매들, 그림책과 도서관을 사랑합니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고 이화여대에서 불어교육과 영어교육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그림책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림책으로 소박하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림책이 좋아서』(2013, 헤르츠나인), 『포근하게 그림책처럼』(2016, 헤르츠나인).

그림/만화 Knysh Ks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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