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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무소의뿔

2016년 12월 16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04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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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66MB)
ISBN 979118668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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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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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이은 류시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이 시집은 1997년에 출간한 류시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개정판이다. 시인이 서문에 썼듯이 초판본에 실었던 시들 중에서 여러 편을 수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시'들을 덜어냈다. 그러나 시 속에 담긴 시인의 시선은 변함이 없다.
소금 10 /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11 / 나비 12 / 두 사람만의 아침 14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16 / 빵 17 /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18 / 패랭이꽃 20 / 별에 못을 박다 21 / 질경이 22 / 나무는 24 / 꽃등 26 / 지상에서 잠시 류시화라 불리웠던 27 / 새들은 우리 집에 와서 죽다 28 / 물안개 30 / 여행자를 위한 서시 31 / 감자와 그 밖의 것들에게 34 /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36 / 나무의 시 39 / 첫사랑 40 / 짧은 노래 42 / 저녁의 꽃들에게 43 /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44 / 시월의 시 46 / 수선화 47 / 빈 둥지 48 / 소금별 50 / 옷 51 / 별 52 /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54 / 저편 언덕 55 / 히말라야의 새 56 / 램프를 고치러 성좌읍 화동에 가다 58 / 구름은 비를 데리고 60 / 여우 사이 62 /

그건 바람이 아니야 63 / 물쥐에게 말을 가르치며 64 / 폐결핵 67 / 사물들을 저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다 68 / 자살 69 / 가을 유서 70 /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72 /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74 / 피로 써라 76 / 가을날의 동화 77 / 하얀 것들 80 / 눈물 82 / 길 가는 자의 노래 83

작품 해설 │〈소금인형〉에서 〈소금〉으로 (이문재)

류시화 시인은 일상 언어들을 사용해 신비한 세계를 빚어 낸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시의 중요한 미덕이다. 낯익음 속에 감춰져 있는 낯설음의 세계를 발견해 내는 것이 시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그의 시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그의 시의 또 다른 미덕은 탁월한 낭송시라는 것이다. 나는 간혹 그가 전화로 읽어 주는 시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읽어 준 시”에 반해 훗날 눈으로 읽었더니 그 감동이 반감돼 실망한 경우도 있었다. 소리 내어 읽을 수 없는 시들이 양산되는 이즈음 그의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시들은 감동적이다. 시는 활자에 갇혀 있는 것을 싫어한다.

시가 노래라는 숙명을 거부한 시들의 생명력을 나는 길게 보지 않는다. 그의 시들은 소리 내어 읽는 동안 독자의 온몸으로 스며든다. 그의 시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불필요한지도 모른다. 좋은 물에 대한 정의는 무색과 무취, 무미로도 충분하다. 나는 그의 시를 설명하는 대신에 ‘좋은 물 마시듯 이 시들을 입에 넣고 중얼거려라’고 말한다.

- 이문재 시인의 해설에서

소금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패랭이꽃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꽃등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 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등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더 서둘러
꽃집을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등 하나가
꽃집에 걸려 있다

물안개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이 이따금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이은
류시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1997년에 출간한 류시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개정판이다. 시인이 서문에 썼듯이 초판본에 실었던 시들 중에서 여러 편을 수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시'들을 덜어냈다. 그러나 시 속에 담긴 시인의 시선은 변함이 없다. 아무리 해도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쓸쓸한 언어로 화사한 인생을 노래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이다. 그래서 시는 이상하다.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며, '사물들은 시인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류시화의 일관된 시정신이다. 여기, 특별한 시적 감각과 삶을 응시하는 독특한 시선, 그리고 이 세계를 마주한 사유가 돋보이는 48편의 시가 있다. 가수 안치환이 노래로 부른 〈소금인형〉처럼 류시화의 시는 소리 내어 읽을 때 더 울림이 크다.

작가정보

저자(글) 류시화

저자 류시화는 195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 재학 중인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여행과 명상을 통한 자기 탐구의 길을 걸었다. 등단 10년 후인 1991년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발표했고, 5년 뒤인 1996년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발표했다. 등단 35년을 맞아 시선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출간했다.

자신의 시를 쓰는 일 외에도 좋은 시를 널리 소개하는 일에도 앞장서서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엮었다. 열일곱 자의 시 하이쿠를 읽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해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바쇼 하이쿠 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지난 25년 동안 해마다 인도, 티베트, 네팔을 여행해 온 기록은 두 권의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지구별 여행자』에 담았다. 이 기간 동안 매년 한두 권의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이어 와 『삶의 길 흰구름의 길』 『성자가 된 청소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인생수업』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양서들을 소개했다.

작가의 말

이상하다.
과거에 쓴 시를 자꾸만 고치게 된다.
전부 다시 쓰고 싶을 때도 있다.
동경과 환상,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내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나의 것이 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시를 여러 편 덜어 냈지만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는 아직 인생을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 시인의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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