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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생

한번도 보지 못한 자연을 만난다
조지 몽비오 지음 | 김산하 옮김
위고

2020년 10월 21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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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9.02MB)
ISBN 9791160892901
쪽수 5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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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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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환경운동이 침묵의 봄을 예견했다면
『활생』은 소란한 여름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조용한 봄이 시끄러운 여름이 될 수도 있다
환경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활동가 조지 몽비오의 대표작 『활생Feral』.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면 야생 동식물의 보전과 복원을 말한다. 『가디언』의 칼럼과 탐사보도, 각종 저서로 유명한 조지 몽비오는 영국과 유럽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활생 운동의 핵심 인사이다. 활생에 관해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이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고 사회운동이나 정책 반영 등에 그보다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책에 수여하는 오리온 북 어워드를 수상한 『활생』이 그 움직임을 촉발시킨 도화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웨일스, 스코틀랜드, 슬로베니아, 폴란드, 동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브라질 등의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생태적 복원에 관한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통해, 다른 생명을 해치거나 생명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삶의 지평을 제한하기보다 오히려 확장하는 환경주의를 제시한다. 억압하고자 했던 것에 대해 새로운 자유를 제안한다. 자체의 뜻대로 존재하는 광대한 육지와 바다, 한때 없어졌던 동물들이 돌아와 자유롭게 군림하는 세상을 예견한다. 우리나라 최초 영장류학자인 김산하 박사가 옮겼으며, 저자와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저자는 사라진 동물이 복원되기를 원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말한다. 과학적인, 경제적인, 역사적인, 보건위생적인 논거를 들 수도 있지만, 그 어느 것도 활생을 바라는 진정한 동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들이 아무리 이로운 부대효과라 하더라도 말이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 풍요와 무한한 놀라움, 그리고 무엇을 보게 될지, 숲과 물속에 무엇이 살며 어떤 눈이 나를 바라보는지 모르는 채 광활한 대지와 대양을 누비는 자유와 전율. 이것이 이유이다. 저자는 그런 동물 없이는 이 생태계란 반쪽짜리, 생략되고 결손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서문

1 소란한 여름
2 야생의 사냥
3 전조들
4 도망
5 보이지 않는 표범
6 사막을 푸르게
7 늑대여 돌아오라
8 희망의 작업
9 양의 파괴력
10 쉬쉬하기
11 내부의 짐승
12 자연보전의 감옥
13 바다의 활생
14 바다의 선물
15 마지막 빛

옮긴이 후기와 저자 인터뷰 _찬란한 활생의 꿈

나에게 활생이란 자연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이 스스로 제 갈 길을 찾도록 놔두는 것이다. (자생의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외래종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소수의 경우를 포함해) 없어진 동식물을 재도입하고, 울타리를 해체하고, 배수로를 차단하는 일 정도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한 발 물러서는 것이다. 바다에서는 상업적 어획과 기타 착취적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탄생하는 생태계는 야생이라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생성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인간의 관리가 아니라 자체적인 원리로 돌아가는 체계이다. 활생은 목표 지점이나 ‘올바른’ 생태계 또는 ‘올바른’ 종의 조합이라는 개념을 두지 않는다. 관목림이나 목초지, 밀림이나 산호초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자연이 알아서 결정하게끔 한다.
지금과 같이 변화한 기후와 고갈된 토양 환경에서 활생을 통해 탄생하는 생태계는 과거에 있었던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이 일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기존의 보전이 과거를 쳐다본다면, 활생은 미래를 바라본다. pp.34-35 「소란한 여름」

어떤 사람들은 활생이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물러나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관계의 재설정이라고 본다. 나는 늑대, 스라소니, 울버린, 비버, 곰, 말코손바닥사슴, 들소 그리고 먼 미래 언젠가는 코끼리와 기타 종을 자연에 다시 불러들였으면 한다. 동시에 인간 또한 자연에 들여올 수 있으면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나는 활생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것을 즐기도록 해주는 기회의 확대라고 생각한다. pp.36-37 「소란한 여름」

시간 속으로 멀어져가는 습지의 발자국 화석을 다시 바라보았다. 진흙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었고, 심각하고 긴장된 얼굴의 사냥꾼 무리를 만났고, 창과 막대기를 들고 강가를 배회하는 여자들과 노인들을 마음의 눈으로 보았다. 그러자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된 느낌이었다. 나는 어디서 왔는지, 나는 지금 누구인지. p.84 「전조들」

열대지방에서 모험하는 삶을 산 지가 어언 6년, 하지만 어느덧 내 삶은 작고 초라해 보였다. 몇 개월이 지나 집에 가면 무엇이 나를 기다릴지 생각해보았다. 쓰던 책을 끝내고, 새 일을 찾고, 옛 친구들을 만나고, 집 한 채를 청약해둘 계획이었다. 뇌말라리아를 두 번 겪고, 늘어나는 지출과 줄어드는 저금을 보며, 빈대와 모기와 더러운 물과 망가진 도로에 지쳤을 때에는 집에 돌아가는 게 기다려졌다. 하지만 ‘r’자로 시작되는 세 가지 주제에 한정된 대화들을 떠올려봤다. 리노베이션, 레시피, 리조트. 기찻길과 울타리를 떠올렸다.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소리를 질러대는 영국 시골의 산책길을 생각했다. 나는 밀려드는 공허감에 무릎을 꿇었다.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pp.93-94 「도망」

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고 믿는 그 짐승은 어쩌면 이제 인공적인 방법 말고는 제공해줄 수 없는 어떤 위험한 순간의 짜릿함을 우리의 삶에 불어넣어주는지도 모른다. 크고 위험한 고양이처럼 우리 조상들이 맞서야 했던 가장 힘든 투쟁과 생존에 관한 오래된 유전적 기억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른다. 그 짐승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보다 더 야생적이고 거친 삶에 대한 표출되지 않은 갈망을 드러낸다. 우리의 갈망은 마음의 덤불에서 노란 눈과 송곳니를 드러낸채 우리 스스로를 노려본다. p.120 「보이지 않는 표범」

이 세상 모든 생물 중 활생을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는 아마 아이들일 것이다. 자연의 파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난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아이들과 자연 간의 관계가 파괴된 것이다. 단 한 세대 만에 한때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던 바깥 세상은 사라져버렸다. 1970년대 이래 영국에서 아이들이 부모 없이 놀러 다닐 수 있는 야외 공간은 90퍼센트 가까이 줄어들었고, 야생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놀던 아이의 비율은 절반 이상에서 열에 하나도 안 될 만큼 감소했다. p.295 「쉬쉬하기」

공유지는 모두의 것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것이었다. 자연 상태의 공유지 내 나무와 지형은 그 자체로 미끄럼틀과 정글짐, 모래밭과 경사로, 시소와 그네, 장난감 집과 비밀 기지를 제공했다. 이제 놀이터는 전부 설계 및 제작되고, 시험 및 평가되고, 검사되고, (깔끔하게 기획되고, 엄격하게 관리 감독 되기에) 고비용으로 과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재미를 선사한다. 공유지의 막대기와 꽃과 벌레와 개구리 모두 아이의 세상을 채우는 데 필요한 장난감이었다. 인클로저 이후 “땅만큼이나 어린 시절도 울타리로 봉쇄된 것이다”라고 그리피스는 말한다. pp.297-298 「쉬쉬하기」

토마시는 이끼로 온통 뒤덮인 채로 쓰러져 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뭔가 네 발로 할퀸 듯한 하얀 자국을 보여주었다. 곰이 발톱을 갈면서 난 줄이 평행으로 나 있었다. 이 숲에서 곰은 실컷 보았지만, 이곳에 많이 살고 있는 늑대나 스라소니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토마시는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이 숲에서 보내는 매 순간이 풍요롭고 짜릿해졌다고 했다. 숲은 가능성으로 꿈틀거렸다. 감히 오든Auden의 시를 바꾸어 인용하자면, 자연 밀림의 생장은 거침없었으며, 그의 과장된 괴물들은 부끄러움을 몰랐다.3 이 위대한 활생은 인간이 저지른 끔찍한 비극이 낳은 우연적 결과였다고 토마시는 설명했다. pp.334-335 「내부의 짐승」

뼈를 손으로 돌리고 무게를 느껴보면서 나는 청동기시대의 유물이 가득한 그 동굴에 서서 마치 세월을 거슬러 과거를 경험하는 듯 짜릿한 전율을 맛보았다. 둔중한 뼈의 무게감과 그게 어떤 동물의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 너무나 깨끗하고 새것으로 보이던 그 뼈, 그것에 달린 머리를 쳐들었던 동물이 3,000년 전뿐 아니라 최근에도 사냥되고 도살당했다는 사실, 그저 팔만 뻗으면 그 널찍한 몸에 난 땀과 털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팔을 타고 머리까지 올라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된 상상의 여행이 수년 후 이 책을 탄생시켰는지도 모른다. p.357 「내부의 짐승」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나의 활생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를 고취시키는 땅과 물을 찾아가서 자연에 활기를 되찾으려는 시도가 내 삶의 활기를 회복시켜주고 있었다. 내 원대한 자연 복원의 꿈이 실현되기 전에, 내가 그토록 돌아오길 갈망했던 길들여지지 않는 영혼이 이미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더 풍요롭고 거친 미래를 상상하면서 나는 내 생태학적 권태를 몰아냈다. 세상은 이제 의미와 가능성으로 넘치는 곳이 되었다. 나무는 코끼리의 흔적을 품었고, 협곡에서 생존한 나무는 늑대의 귀환을 예고했다. 아무것도 예전 같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무無에서 돌아온 연어처럼, 고갈된 육지와 바다는 이제 가능성으로 풍부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이 세상의 일원임이 느껴졌다. 이제부턴 아무리 황폐한 곳으로 삶이 나를 인도할지라도, 이 가능성과 가능성을 통한 소속감이 나에게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희망을 찾은 것이다. p.437 「바다의 활생」

내가 떠나는 곳들, 그곳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황량한 산비탈에 나무가 돌아오고, 만에 물고기와 고래가 돌아오는 장면을 마음속으로 그렸다. 내 아이, 내 손자 손녀가 여기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이 야생의 비전이 실현된다면 이 땅과 바다를 일구며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더 윤택해질지 상상했다. 자연이 가진 자기 재생의 힘과, 한때 쫓겨났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야생의 잠재력에 대해 지난 5년간 조사하면서 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 되돌아보았다.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야생의 삶을 내 안에 품고 갈 것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환희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는 곳을 만드는 데에, 그리고 가장 귀하고도 소중한 가치인 희망을 찾는 데에 내 삶을 헌신할 것이다. 붉은발도요와 검은머리물떼새의 검은 실루엣이 해변을 배회했다. 남쪽에는 달빛이 마치 판화처럼 물에 빛의 홈을 파고 있었다. p.461 「마지막 빛」

★ 오리온 북 어워드(2015)
★ 영국왕립생물학회 베스트 제너럴 북(2014)
★ 런던동물학협회 톰슨 로이터 동물학 기록상(2013)

마지막으로 숲이나 공원에 가본 것이 언제인가? 그리고 거기서 무엇을(누구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느낀 것이 언제인가? 만약 그 답이 “꽤 오래되었다”라면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몽비오는 상상력이 가득한 대담한 책 『활생』에서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사는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21세기 상황을 새로운 용어로 정의했다. 바로 “생태적 권태”이다. 그가 내리는 처방은 이렇다. 인간이 다른 종들을 모두 몰아내고 자신의 영토로 만들어버린 이 땅에 핵심종들을 광범위하게 재도입할 것. 믿기 어렵고 무모해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몽비오는 이미 깜짝 놀랄 만한 동물 종의 목록을 만들었고, 이 목록이 자신의 조국 영국과 얼마나 잘 맞을지 조사를 마쳤다. 무스와 스라소니에서 하마와 검은코뿔소에 이르기까지 『활생』은 독자들로 하여금 조금 더 야생의 자연, 좀 더 원초적이고 덜 숨 막히는 세상을 꿈꾸게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동물적 본성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 오리온 북 어워드 심사평

● feral, rewilding, 活生
‘활생活生’은 영어의 ‘feral’, ‘rewilding’을 번역한 단어로 ‘rewilding’을 직역하면 ‘재야생화再野生化’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마치 어떤 특정 상태로 정확히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 옮긴이 김산하 박사는 야생의 자연은 언제나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특정 상태를 목표로 한다는 것 자체는 비현실적이고 자연의 과정에 반反하는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재야생화’보다는 저자가 ‘feral’이나 ‘rewildling’을 사용할 때의 의도처럼 과거의 어떤 특정 시기나 특정 생태계로의 복귀가 아니라, 자연이 알아서 제 갈 길을 갈 수 있도록 허락하고 도와주고 지켜본다는 의미에 가까운 번역어를 고심했다. 이에 따라 어딘가로 되돌아가는 의미의 ‘재야생화’가 아니라 생명체들의 삶이 추동하는 집합적 의사결정이 도달하는 새로운 야생 상태를 지칭하는 의미에서 ‘활생’이라는 단어가 태어나게 되었다.

● 21세기, 대멸종과 생물다양성의 소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활생은 간단하게 말하면 야생 동식물의 보전과 복원이다. 극소수만 남은 종을 보호하고, 한때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종을 되돌려놓는 작업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오늘날의 대멸종과 생물다양성의 소실은 결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며, 그 속도가 너무 급격해서 생태계가 이에 충분히 대응 및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괴와 교란의 행위를 멈추어 자연에게 최소한의 운신의 폭을 제공하는 노력과 함께,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공든 탑의 조각들을 최대한 모으고 보존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사라진 종은 최대한 복원해야 한다.

그중에는 소위 무서운 동물도 포함된다.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 특히 먹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위치한 최상위 포식자의 중요성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들이 먹이 동물을 사냥하고 잡아먹음으로써 생태계의 위에서부터 아래로 퍼지는 탑다운(top-down) 효과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각종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사납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문명이 배척했던 이 동물들은, 바로 그 동일한 야성으로 자연의 체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우리가 이제야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동식물이 온전하게 갖춰진 생태계일수록 탄소 흡수 및 저장 능력이 높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 물길을 바꾼 늑대, 누비스개코원숭이의 증가와 장내기생충의 증가, 독수리의 감소와 광견병의 확산…
가장 잘 알려진 예는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재도입하고 나서 일어났던 극적인 변화들이다. 공원에서 멸종된 지 70년이 지난 1995년에 늑대가 재도입되었다. 늑대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넘쳐나는 붉은사슴이 식생을 모두 뜯어 먹어 개울가와 강변이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늑대가 오자마자 사정은 변했다. 늑대는 코요테를 잡아먹기 때문에 토끼나 쥐와 같이 작은 포유류의 수가 늘어나는 데 일조하고, 이는 매, 족제비, 여우와 오소리의 먹이를 증가시키는 결과가 됐다. 사체를 먹는 대머리독수리나 갈까마귀는 늑대가 먹고 남긴 사슴의 사체를 먹어치웠다. 늑대의 귀환은 곰의 개체수도 늘렸다. 곰은 늑대가 남긴 사체를 먹기도 하고, 사슴이 줄어든 덕에 더 많아진 관목의 열매도 먹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슴에게 뜯어 먹혀 자라지 못했던 강변 나무 중 일부는 늑대가 오고 나서 6년 사이에 키가 5배나 더 자랐다. 그들 나무는 물에 그림자를 드리워 수온을 식히고 물고기나 다른 동물들의 은신처를 제공함으로써 야생동식물의 군집을 바꾸었다. 씨앗과 묘목의 생존률도 높아졌다. 황량했던 계곡은 사시나무, 버드나무, 미루나무로 덮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명금류의 증가였다. 다시 자란 나무의 숲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노래참새, 미국초록개고마리, 아메리카솔새, 버드나무긴꼬리딱새 등의 개체수가 증가했다. 옐로스톤의 늑대 복원 사례는 단 한 종을 자연 상태로 되돌려놓으면 생태적으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강의 흐름과 형태, 땅의 침식 등 물리적 지형 자체도 바꿔놓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상위 포식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많은 곳에서는 초식동물의 개체수와 생존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 아래 초기 유럽 사냥꾼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사자와 표범을 죽였다. 그러자 뜻밖에도 아누비스개코원숭이가 증가했다. 그 후 원숭이들이 농작물과 가축에 일으키는 피해가 워낙 극심해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까지 동원해서 쫓아내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원숭이들은 주변에 사는 인간들에게 장내기생충을 감염시키고, 초식동물의 새끼를 잡아먹음으로써 오히려 개체군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하게 플로리다의 환경운동가들이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알을 먹는 너구리를 죽이자 오히려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걸 발견했다. 너구리가 더 이상 달랑게를 잡아먹지 않자 달랑게가 바다거북 알을 더 많이 먹은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가장 기묘한 사례는 인도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독수리의 감소와 광견병의 확산이다. 매우 짧은 기간에 독수리가 거의 멸종했는데 디클로페낙이라는 가축용 약물이 우연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독수리가 이 약물을 투여한 가축의 사체를 먹으면서 폐사했기 때문이다. 독수리의 수가 크게 줄자 그들이 먹던 사체를 야생 개들이 먹기 시작했다. 야생 개를 줄이려는 당국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수리의 감소와 함께 개들은 급격히 증가했다. 인도에서 광견병으로 인한 사망의 95퍼센트가 개에 물려서 일어나므로 개의 증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릴 확률의 증가를 의미한다. 독수리들은 감염된 고기를 먹어치움으로써 브루셀라병, 결핵, 탄저병 등 가축 전염병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 비버, 북극여우, 멧돼지, 늑대가 만들어내는 세상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생태학자들은 영양단계 캐스케이드(trophic cascades, 영양단계가 위에서 아래로 폭포처럼 내려오는 효과를 지칭한다)가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반응은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동물들에서 시작되어 맨 밑에까지 도달한다. 포식자와 대형 초식동물은 그들이 사는 공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토양의 속성, 강의 흐름, 바다의 화학적 조성, 심지어는 대기의 성분까지 변모시키기도 한다. 자연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신비롭고 정교한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연구 결과들은 말해준다. 생태계의 작동원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키고 기존의 자연보전관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대형 포식자와 없어진 종들을 재도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증거를 제시한다.

저자가 영양단계 캐스케이드와 더불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핵심종이다. 핵심종은 존재하는 수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생물종을 말한다. 가령 비버, 북극여우, 멧돼지, 늑대 등이 이에 속하는데, 핵심종이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종의 서식 조건을 결정한다. 최상위 포식자와 핵심종은 자신도 모르게 토양의 조성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재건축한다. 핵심종을 없애면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이들을 과도하게 사냥하거나 남획하지 않는다면, 자연생태계는 토착종이 폭증하는 것을 막고 외래종의 침입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 오염, 질병, 태풍 등 다른 교란에 대한 대항력도 강해질 수 있다. 먹이그물이 망가지기 전의 지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동식물에 의해 자체 조절되었다. 생태계의 원리와 관련해 점점 축적되고 있는 이러한 증거들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자체 조절 시스템으로 작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생태적 권태에 맞서,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좇아
하지만 저자는 사라진 동물이 복원되기를 원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말한다. 과학적인, 경제적인, 역사적인, 보건위생적인 논거를 들 수도 있지만, 그 어느 것도 활생을 바라는 진정한 동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들이 아무리 이로운 부대효과라 하더라도 말이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 풍요와 무한한 놀라움, 그리고 무엇을 보게 될지, 숲과 물속에 무엇이 살며 어떤 눈이 나를 바라보는지 모르는 채 광활한 대지와 대양을 누비는 자유와 전율. 이것이 이유이다. 저자는 그런 동물 없이는 이 생태계란 반쪽짜리, 생략되고 결손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한발 물러나 비록 코끼리와 코뿔소의 재도입이 현실에서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추측만으로 우리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지 않는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나무들이 코끼리에 적응되어 있다는 것, 그 그림자에서 인간과 함께 진화한 웅장한 짐승들을 보며, 어느 공원과 길가에 난 식물에서 그 동물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세계에 새로운 신비감을 불어넣는다. 그것은 마법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문이기도 하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조지 몽비오

George Monbiot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후 BBC에서 라디오 자연 프로그램과 환경 탐사 프로그램 등을 제작했다. 첫 르포 『독화살Poisoned Arrow』을 쓴 후 브라질로 건너가 약 2년 동안 체류하게 되는데, 이때 원주민의 땅을 지키는 저항운동에 참여하면서 광범위한 사회운동에 눈을 떴다. 이후 케냐, 탄자니아 등에서 원주민들과 저항운동을 함께했고, 영국에 돌아온 뒤 언론인과 환경운동가로 일하면서 절멸에 이르고 있는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협력해오고 있다. 1995년 공동 설립한 ‘모두의 땅이다The Land is Ours ’라는 단체는 토지 사용 결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고, 1996년부터 매주 『가디언』에 기고하고 있는 칼럼은 독창적인 관점과 깊이 있는 조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요 저서로 『무인 지대No Man’s Land』, 『도둑맞은 세계화The Age of Consent』, 『아포칼립스여 오라Bring On the Apocalypse』, 『잔해 밖으로Out of the Wreckage』 등이 있다. 탁월한 환경 업적에 대해 수여하는 ‘UN 세계 500대 상’을 넬슨 만델라로부터 받았다(1995). 2019년 대대적인 생태계 복원 캠페인의 일환으로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출연한 다큐멘터리 〈지금 자연은Nature Now〉은 6천만 뷰를 기록하면서 웨비(Webby) 상을 수상했다.
monbiot.com

서울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서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이다. 생태학자로서 자연과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할 뿐 아니라 생태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가져 영국 크랜필드대학교 디자인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생명다양성재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비숲』, 『김산하의 야생학교』, 『습지주의자』, 『살아있다는 건』, 그림 동화 『STOP!』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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