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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봄날의책

2017년 09월 26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09월 2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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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95MB)
ISBN 9791186372135
쪽수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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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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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작가들의 아름다운 산문들을 채집한 책.
『천천히, 스미는』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창작된 아름다운 영어 산문들을 채집한 책이다. 모두 25명의 작가의 작품 32편을 수록하고 있는 이 책은 작가의 개인적, 사회적 기억, 자연과 사물, 인간에 대한 정확한 관찰,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과한 개성 넘치는 표현들은 그 자체로도 빛나고 도드라질 뿐 아니라, 특히 전체 글의 흐름 속에서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나방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의 《녹스빌: 1915년 여름》, 조지 오웰의 《마라케시》, 알도 레오폴드의 글들, 그리고 토머스 드 퀸시의 《어린 시절의 고통》 등. 그중 드 퀸시의 산문은 인간의 감정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듯한 압도적인 전율을, 오웰의 산문은 인간에 대한 성실한 관찰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게 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책에 담긴 작품들은 3분의 2 이상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로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산문 작품들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다.
1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버지니아 울프, [나방의 죽음] 17
F. 스콧 피츠제럴드, [잠과 깸] 23
제임스 에이지, [녹스빌: 1915년 여름] 33
제임스 에이지, [오버롤스 작업복] 42
토머스 드 퀸시, [어린 시절의 고통] 48
윌리엄 포크너, [그의 이름은 피트였습니다] 59
맥스 비어봄, [윌리엄과 메리] 63
앨리스 메이넬, [삶의 리듬] 81

2 내가 바람이라면
존 버로스, [철새들의 행진] 89
조지 오웰, [두꺼비에 대한 몇 가지 생각] 94
알도 레오폴드, [산처럼 생각하기] 102
알도 레오폴드, [내가 바람이라면] 107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소나무의 죽음] 109
마저리 키넌 롤링스, [돼지 빚을 갚다] 114
힐레어 벨록, [구불구불한 길] 130

3 어떤 질문
조지 오웰, [마라케시] 139
버지니아 울프, [야간 공습 중에 평화를 생각하다] 149
도로시 세이어즈, [용서] 157
리처드 라이트, [살아 있는 짐 크로우의 윤리] 167
리처드 라이트, [어떤 질문] 177
윌리엄 포크너, [서문] 182

4 소소하고 은밀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색깔 없는 것은 1페니, 있는 것은 2페니] 189
G. K. 체스터튼, [장난감 극장] 201
제임스 서버, [제임스 서버의 은밀한 인생] 208
홀브룩 잭슨,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 220
오스카 와일드, [읽을 것이냐, 읽지 않을 것이냐] 231
케네스 그레이엄, [행복한 여백] 235

5 길 위에서
마크 트웨인, [나의 이탈리아어 독학기] 243
로버트 바이런, [마슈하드 가는 길] 255
찰스 디킨스, [덜보로우 타운] 261
찰스 디킨스, [베로나] 279
메리 헌터 오스틴, [걷는 여인] 286

싸움은 끝났다. 보잘것없는 작은 생명체는 이제 죽음을 받아들였다. 죽은 나방을 바라보자니 너무나 거대한 힘이 너무나 하찮은 적에게 거둔 이 사소한 승리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조금 전에 삶이 기이했던 만큼이나 이제는 죽음이 기이했다. 원래대로 몸을 뒤집은 나방은 이제 무척 우아하게, 아무런 불평 없이 평온하게 누워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요. 죽음이 저보다 강합니다.
버지니아 울프, [나방의 죽음](21쪽)

잠이다. 진짜 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잠. 자장가 같은 잠. 침대와 베개가 깊고 따뜻하게 나를 감싸고 평화 속으로, 없음 속으로 나를 빠트린다. 어두운 시간을 거쳐 정화된 내 꿈에서 이제 젊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젊고 사랑스러운 일을 한다. 내가 옛날에 알았던 큰 갈색 눈과 진짜 노랑머리를 가진 소녀들이 나온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잠과 깸](30쪽)

우리 가족 모두 나보다 크고 잠자는 새의 목소리처럼 부드럽고 의미 없게 조용히 말한다. 한 사람은 화가, 삼촌은 집에서 산다. 한 사람은 음악가, 이모는 집에서 산다. 한 사람은 내게 다정한 우리 엄마, 한 사람은 내게 다정한 우리 아빠. 어쩌다 여기에 그들이 있다. 모두 이 지상에. 이 지상에 있는 슬픔을, 여름 저녁 밤의 소리에 둘러싸여 퀼트 위에 누워 있는 슬픔을 누가 말할까? 우리 가족을, 우리 삼촌을, 우리 이모를, 우리 엄마를, 우리 착한 아빠를 하느님이 축복하시길. 아, 그리고 그들을 친절하게 기억하시길. 그들이 어려운 시간에도, 그들이 떠난 시간에도. 잠시 뒤 나는 집안으로 들려가 침대에 뉘였다. 잠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나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나를 받아주고 그 집에서 친숙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말없이 대해주는,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결코, 결코, 지금도, 앞으로도, 결코 내게 알려주지 않을 그들도.
제임스 에이지, [녹스빌: 1915년 여름](39-40쪽)

이런 옷 한 점을 관찰하고 만지고 눈으로, 손가락으로, 가장 민감한 입술로 거의 무한에 가깝도록 오래 연구하고도 결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나름의 아름다운 세상을 담지 않은 작업복은 한 벌도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특히 셔츠 어깨 꼭대기와 굴곡도 변한다. 옷감이 눈처럼 해지고 꿰매어지고 덧대어진다. 이렇게 꿰매고 덧댄 곳이 다시 해지고 다시 꿰매어지고 덧대어지고 다시 해져서 바늘땀과 헝겊 조각 위로 다시 바늘땀과 헝겊 조각이 여러 겹 덧대어진다. 그리고 다시 꿰매어지고 덧대어지니 결국 셔츠 어깨에는 원래 옷감이랄 게 거의 남지 않는다.
제임스 에이지, [오버롤스 작업복](45쪽)

정말 변하지 않았나? 이마는, 침착하고 고귀한 이마는, 진짜 똑같을지 몰랐다. 하지만 얼어붙은 눈꺼풀, 그 눈꺼풀 아래 몰래 번진 어둠, 대리석 같은 입술, 고통을 끝내달라고 거듭 탄원하는 것처럼 손바닥을 맞댄, 뻣뻣해진 두 손. 이런 것들을 생명으로 착각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왜 눈물을 흘리며 그 천상의 입술로 달려가 영원히 입 맞추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동안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두려움이 아니라 위압감이 나를 덮쳤고 그렇게 서 있는 동안 엄숙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귀가 들었던 것 중 가장 애절한 바람이. 애절하다! 그 말로는 조금도 그 바람을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백세기 동안 유한한 운명의 들판을 스쳐간 바람이었다. 나는 그 뒤로도 여러 번 여름 날, 태양이 가장 뜨거울 때 그날과 똑같은 바람이, 그날과 똑같이 공허하고 엄숙하게, 멤논처럼, 그러나 성스럽게 부는 소리를 느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귀로 들을 수 있는, 영원의 상징이다.
토머스 드 퀸시, [어린 시절의 고통](52-53쪽)

과거도 없이 태어난 이 세상에 기대하는 것도 거의 없었고 불멸 같은 것은 바라지 않았어요. 먹이(애정으로-자신이 이해도 못하고 대답도 못하는 말을 하지만 친숙한 목소리와 손길로-주는 먹이는 무엇이든, 얼마나 조금이든 상관하지 않았지요)와 달려갈 땅, 숨 쉴 공기, 철따라 찾아오는 태양과 비, 그리고 피트가 땅을 알고 태양을 느끼기 오래 전부터 물려받은 유산인 꿩 무리면 충분했습니다. 피트는 직접 꿩 냄새를 맡기 전부터 충실하고 충직한 사냥개 혈통의 조상들로부터 그 냄새를 알고 있었지요. 그게 피트가 원하는 전부였습니다.
윌리엄 포크너, [그의 이름은 피트였습니다](59쪽)

윌리엄의 동굴에서 끌려 나와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책들, 메리의 정원에서 온 환한 꽃들. 그 서까래와 계단, 타일이 여전히 있다. 먼지와 거미줄과 어둠에도 변함없이 이 문 너머에, 나와 너무도 가까운 그곳에. 마법에라도 걸린 듯 문 경첩이 천천히 돌아가며 열린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아마 들어가서는 안 되리라. 쳐다봐서도 안 되리라. 그곳에 의미를 주는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도, 그 모든 것을 빼앗겼는데도 남아 있는 사물들을 보고 싶지 않으리라. 하지만 남아 있다는 이유로 그 물건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과거의 그 무엇도 그들을 다시 찾아와 서성이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한단 말인가? 과거의 무엇이, 언젠가, 어쩌면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사람이 아는 것은 너무 적다. 떠난 이들이 아마도 사랑했을 그 물건들에 어떻게 마음이 부드러워지지 않겠는가?
맥스 비어봄, [윌리엄과 메리](77-78쪽)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거리는 가늠되지 않고, 간격은 측량되지 않으며, 속도는 확실치 않고, 횟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주나 지난 해 마음이 겪었던 것을 지금은 겪지 않으나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다시 겪을 것이다. 행복은 사건에 달려 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병에도 운율이 있다. 점점 짧아지는 주기로 죽음을 향해 거리를 좁혀가고 점점 길어지는 주기로 회복을 향해 멀어져간다. 하나의 원인에서 생긴 슬픔을 어제도 참지 못했고 내일도 참지 못하겠지만 오늘은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견딜 만하다. 심지어 해결되지 않은 무거운 근심조차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허락한다. 후회도 머물지 않는다. 되돌아온다.
앨리스 메이넬, [삶의 리듬](81쪽)

어린 시절 봄이나 가을에 나그네비둘기들이 벌이던 축제와 행진을 보며 자라고 나이 든 사람치고 그 광경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면 삶에서 가장 기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것은 너무도 풍요롭고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장대한 동물적 삶의 광경이자 하늘과 야생에서 펼쳐지는 너무도 비옥한 광경이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나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새된 소리로 울부짖는 이 푸르고 하얀 새 떼로 들판과 숲이 하루나 이틀쯤 뒤덮이는 광경을 보았다. 그 무렵이면 가끔씩 하늘이 비둘기 떼로 변하는 듯 보이곤 했다.
존 버로스, [철새들의 행진](91쪽)

이 무렵이면 오랜 단식을 마친 두꺼비는 사순절이 끝나갈 무렵의 앵글로 가톨릭교도들처럼 대단히 종교적인 인상을 풍긴다. 움직임은 힘이 없지만 절도 있고 몸은 쪼그라든 반면 눈은 기이하게 커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때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사실을 알게 되는데 바로 두꺼비가 살아 있는 그 어느 생명체보다 가장 아름답다고 할 만한 눈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두꺼비 눈은 금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인장 반지에 가끔 박히는, 아마 금록석이라 불리는 금색 준보석 같다.
조지 오웰, [두꺼비에 대한 몇 가지 생각](94-95쪽)

봄을 비롯한 계절의 변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일이 위험한가? 더 정확히 말해 우리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족쇄에 묶여 신음하거나, 어쨌든 신음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래하는 검은 새나 노랗게 물든 시월의 느릅나무처럼 돈 한 푼 들지 않을뿐더러 좌파 신문 편집장들이 계급 관점이라 부를 만한 게 없는 자연 현상 덕택에 삶이 종종 살 만하다고 말한다면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일인가?
조지 오웰, [두꺼비에 대한 몇 가지 생각](97쪽)

우리가 어린 시절 사랑했던 나무와 물고기, 나비 그리고 두꺼비 같은 것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면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미래가 조금 더 가능해질 것이며, 강철과 콘크리트만 떠받들라고 가르친다면 우리 인류는 남아도는 에너지를 서로 증오하고 지도자를 숭배하는 일에 쏟아붓게 되리라 나는 믿는다.
조지 오웰, [두꺼비에 대한 몇 가지 생각](99쪽)

구름에서 울음소리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려온다. 온 세상이 궁금해하며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낯설다. 곧 소리가 커진다. 기러기 울음소리가 보이지 않지만 다가온다.
기러기 떼가 낮은 구름에서 나타난다. 낡고 해진 새들의 깃발이 곤두박질치다 솟구치고, 위로 아래로 나부끼다가, 함께 또는 따로 펄럭이며 전진한다. 키질하는 새들의 날개 하나하나에 바람이 다정하게 엉긴다. 기러기 떼가 먼 하늘의 희미한 얼룩이 될 무렵 마지막 울음소리가, 여름을 보내는 영결 나팔소리가 들린다.
통나무 뒤가 따뜻해진다. 바람이 기러기 떼와 함께 떠났으니. 나도 갈 텐데-내가 바람이라면.
알도 레오폴드, [11월: 내가 바람이라면](107-108쪽)

소나무가 차지하고 있던 하늘은 앞으로 이백 년간 빈다. 소나무는 이제 재목이 되었다. 소나무를 쓰러뜨린 사람은 하늘을 파괴했다. 봄이 되어 머스케타퀴드 강둑을 다시 찾아온 물수리는 앉아서 쉴, 익숙한 나뭇가지를 찾아 빙빙 맴돌아도 못 찾을 테고 매는 새끼들을 지켜줄 만큼 우뚝 솟았던 소나무들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이백 년에 걸쳐 차츰 차츰 하늘을 향해 자라며 완성된 식물 하나가 오늘 오후에 사라졌다. 올해 일월 추위가 풀릴 무렵까지도 소나무 우듬지가 어린 가지를 펼치며 다가오는 여름을 예고했는데 말이다. 왜 마을 종은 애도의 종소리를 울리지 않는가? 애도의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거리에, 숲길에 애도 행렬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다람쥐는 다른 나무로 뛰어갔다. 매는 빙빙 돌며 점점 멀어져 새로운 둥지에 자리를 잡았지만 벌목꾼은 그곳에도 도끼질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소나무의 죽음](111-112쪽)

사람들은 갈색 얼굴을 지녔다. 게다가 너무 많다. 그들이 진짜 당신과 같은 인간인가?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나? 아니면 벌이나 산호충 개체들처럼 서로 구분되지 않는 갈색 물건에 불과한가? 그들은 흙에서 나와 몇 년간 땀 흘리고 굶주리다가 묘지의 이름 없는 흙더미로 되돌아가며 아무도 그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무덤마저도 곧 희미해져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버린다.
조지 오웰, [마라케시](140쪽)

육체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는 일이 중요할수록 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흰 피부는 언제든 꽤 잘 보이는 편이다. 북유럽에서 밭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아마 한 번 더 쳐다보게 될 것이다. 더운 나라에서는, 지브롤터 남쪽이나 수에즈 동쪽에서는 어디를 가나 일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내가 거듭 경험한 일이다. 열대 지방에서 우리 눈은 사람만 빼고 모든 풍경을 흡수하는 것 같다. 메마른 토양과 손바닥선인장, 야자나무, 먼 산을 빨아들이지만 작은 밭을 가는 농부는 노상 보지 못한다. 농부는 땅과 같은 색깔일뿐더러 다른 걸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덜 흥미롭다.
조지 오웰, [마라케시](143쪽)

그녀는 나이 든 여자라는 자기 자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짐을 나르는 짐승이라 자리 말이다. 한 가족이 길을 갈 때 보면 아버지와 다 큰 아들은 당나귀를 타고 앞서가는데 나이 든 여인이 짐을 짊어지고 걸어서 그 뒤를 따라가는 모습이 흔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주 동안 늘 거의 같은 시간에 장작을 짊어진 노파들이 줄지어 우리 집 앞을 지났고 내 망막에 그 모습이 맺히기는 했지만 내가 그들을 봤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장작이 지나간다. 그것이 내가 본 것이다. 어느 날 내가 그 뒤를 따라가다가 장작더미가 이상하게 위아래로 흔들리는 바람에 장작더미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우연히 시선이 갔을 뿐이다. 그제야 나는 처음으로 흙 빛깔과 똑같은 가여운 늙은 몸을 주목하게 됐다. 짓누르는 무게 아래 허리가 꺾인, 뼈와 가죽만 남은 몸을.
조지 오웰, [마라케시](145-146쪽)

그 기쁨의 꾸러미에 눈이 멀어 조금이라도 더 보고 더 만지려 조바심치며 뜸을 들이는 아이의 망설임에 비하면 뷔리당의 당나귀가 겪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볼 만큼 보고 만질 만큼 만진 아이는 드디어 연극을 선택하고 인내심이 바닥 난 점원은 나머지를 회색 서류함에 쓸어 담는다. 아이는 다시 밖으로 나온다. 저녁 식사 시간에 조금 늦었다. 푸르스름한 겨울 저녁 하늘에 가로등이 불빛을 터트린다. 〈방앗간 주인〉이나 〈해적〉 같은 연극을 옆구리에 끼고 달려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얼마나 경쾌했던지! 그 환한 웃음소리는 또 얼마나 우렁찼던지! 그 웃음소리가 여전히 내 귓가에 들린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색깔 없는 것은 1페니, 있는 것은 2페니](192쪽)

사라져버렸다. 아름다운 산사나무 두 그루도 산울타리도 잔디도 그 모든 미나리아재비와 데이지도 덜컹대는 냉혹한 철로에 자리를 내주었다. 역 너머로는 흉측한 검은 터널 괴물이 그 모두를 집어삼키고도 아직도 허기진 듯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나를 싣고 떠났던 마차는 ‘팀슨의 파란 눈 아가씨’라는 경쾌한 이름으로 불렸고 윗길에 있던 팀슨 승합마차 회사에 속해 있었지만 나를 싣고 되돌아온 기관차는 97번이라는 엄숙한 이름으로 불리고 S.E.R.(영국 남부 철도)에 속해 있으며 지금 황폐한 바닥에 재와 뜨거운 물을 토해내고 있다.
찰스 디킨스, [덜보로우 타운](262-263쪽)

“좋은 에세이를 읽을 때 우리는 모든 능력이 활발하게 깨어 즐거움의 햇볕을 쬐는 느낌이 든다. 또 좋은 에세이는 첫 문장부터 우리를 사로잡아 삶을 더 강렬해진 형태의 무아지경으로 빠뜨린다.”
- 버지니아 울프

1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현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창작된 아름다운 영어 산문들을 채집한 이 책은 지금, 이곳의 우리가 보아도 공감이 갈 만한, 어쩌면 우리보다 더 넓고 깊게 사물과 인간을 찬찬히, 오래도록 들여다본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했다. 바로 이들의 이 작품들.

잠과 깸(F. 스콧 피츠제럴드) 녹스빌: 1915년 여름(제임스 에이지) 오버롤스 작업복(제임스 에이지) 나방의 죽음(버지니아 울프) 어린 시절의 고통(토머스 드 퀸시) 그의 이름은 피트였습니다(윌리엄 포크너) 윌리엄과 메리(맥스 비어봄) 삶의 리듬(앨리스 메이넬) 철새들의 행진(존 버로스) 두꺼비에 대한 몇 가지 생각(조지 오웰) 산처럼 생각하기(알도 레오폴드) 내가 바람이라면(알도 레오폴드) 소나무의 죽음(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돼지 빚을 갚다(마저리 키넌 롤링스) 구불구불한 길(힐레어 벨록) 마라케시(조지 오웰) 야간 공습 중에 평화를 생각하다(버지니아 울프) 용서(도로시 세이어즈) 살아 있는 짐 크로우의 윤리(리처드 라이트) 어떤 질문(리처드 라이트) 서문(윌리엄 포크너 )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홀브룩 잭슨) 읽을 것이냐, 읽지 않을 것이냐(오스카 와일드) 행복한 여백(케네스 그레이엄) 색깔 없는 것은 1페니, 있는 것은 2페니(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장난감 극장( G. K. 체스터튼) 제임스 서버의 은밀한 인생(제임스 서버) 나의 이탈리아어 독학기(마크 트웨인) 마슈하드 가는 길(로버트 바이런) 덜보로우 타운(찰스 디킨스) 베로나(찰스 디킨스) 걷는 여자(메리 헌터 오스틴)

2 기억의 기록, 관찰의 기록, 사색의 기록
작가의 개인적ㆍ사회적 기억, 자연과 사물, 인간에 대한 정확한 관찰,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과해 개성 넘치는 표현을 얻은 글들은 정확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대목들로 넘친다.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남김없이. 그들은 자체로도 빛나고 도드라질 뿐 아니라, 특히 전체 글의 흐름 속에서 더욱 가치를, 멋을 발한다.
가령 버지니아 울프의 [나방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의 [녹스빌: 1915년 여름], 조지 오웰의 [마라케시], 알도 레오폴드의 글들, 그리고 토머스 드 퀸시의 [어린 시절의 고통] 등. 그중 드 퀸시의 산문은 인간의 감정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듯한 압도적인 전율을, 오웰의 산문은 인간에 대한 성실한 관찰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에이지의 글은 “소리로 이루어진 글을 쓰겠다”며 앉은 자리에서 50분 만에 완성했다는데, 그의 표현 그대로 내내 고막을 홀렸다. 여섯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 보낸, 마지막 여름의 소리를 담은 글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나니 더욱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3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한곳에 모여 독특한 화음을 이루었다

ㆍ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생긴 생활과 공간과 생태의 변화를 다룬 글들, 가령 존 버로스의 [철새들의 행진], 힐레어 벨록의 [구불구불한 길], 알도 레오폴드의 [산처럼 생각하기] 같은 글들은 지금, 이곳의 문제들, 현실들과 거의 구분 없이 겹쳐 읽힌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들에 대한 절제된 애도의 글이라 할 만하다.

ㆍ 지금의 세상을 형성한 폭력과 차별 그리고 공포에 대한 당대의 체험이 녹아든 글들, 가령 조지 오웰의 [마라케시], 버지니아 울프의 [야간 공습 중에 평화를 생각하다], 리처드 라이트의 [살아 있는 짐 크로우의 윤리] 같은 글들은 불평등과 갈등, 불안과 초조를 선명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그 현상들에 대해, 그 감정들에 대해 끊임없이 돌아보고 성찰하는 작가의 모습까지 은연중 드러낸다.

ㆍ 인간 존재의 보편적 조건들 즉 상실, 죽음, 고통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산문들, 가령 버지니아 울프의 [나방의 죽음], 피츠제럴드의 [잠과 깸], 토머스 드 퀸시의 [어린 시절의 고통] 등이 한 축을 이룬다. 또 작가들의 작품이 싹튼 토양을 엿볼 수 있는 글들, 가령 찰스 디킨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리처드 라이트, 윌리엄 포크너의 글들은 그들의 이후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깊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덧붙임
모두 25명의 작가의 작품 32편을 수록했는데, 그중 3분의 2 이상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엮은이는 가장 아름다운 산문으로 제임스 에이지의 [녹스빌: 1915년 여름]과 찰스 디킨스의 [덜보로우 타운]을 들고 있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 G. K. 체스터튼은 1874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삽화가가 되려는 꿈을 품고 슬레이드 예술학교에 들어갔으나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 〈스피커〉, 〈북맨〉, 〈데일리뉴스〉 같은 당대의 간행물에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와 문학비평, 사회비평을 발표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으며 시, 희곡, 전기, 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글을 왕성하게 썼다. 힐레어 벨록과 함께 대안적 정치 주간지 〈아이 위트니스〉를 발간했으며 가톨릭 사회 교설을 바탕으로, 사유재산제를 인정하되 자본의 집중과 무절제한 축적을 규제하자는 분배주의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32년부터 BBC 라디오 방송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1936년 울혈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방송을 계속했다. 근래에는 브라운 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탐정소설 ‘브라운 신부 연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저자 도로시 세이어즈는 1893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고 출판사와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피터 윔지 경이 등장하는 탐정소설 연작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시, 비평, 희곡,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저술을 남겼다. 말년에는 단테의 《신곡》을 생동감 넘치는 구어체 영어로 옮기는 일에 몰두했으며 ‘지옥’과 ‘연옥’ 편을 마쳤으나 ‘천국’ 편을 마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는 피터 윔지 탐정소설 연작을 비롯해 산문집 《창조자의 마음》, 《여자는 사람인가》, 《왜 일하는가》 등이 있다. 〈용서〉는 세이어즈가 2차 세계대전 중에 신문에 기고하기 위해 쓴 글이었으나 (‘멈출 수 없는 증오를 기독교 신학으로 정당화해주기를 원했던’ 편집자의 의도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신문에는 실리지 않았고 훗날 세이어즈의 에세이를 모은 《인기 없는 생각들》에 수록되었다.

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지킬박사와 하이드》, 《보물섬》, 《유괴》로 널리 알려진 19세기 스코틀랜드 작가이다. 1850년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등대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에든버러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하다가 법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지만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고 어릴 적 꿈꾸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습작 시절에 찰스 램과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를 따라 쓰며 글 쓰는 법을 배웠다. 《내륙여행》, 《당나귀와 함께 한 세벤느 여행》, 《남쪽 바다에서》 등 소설 못지않게 많은 여행기와 에세이를 남겼다.

저자 로버트 바이런은 영국의 여행 작가로 아토스산, 인도, 소련, 티베트 등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역》(1928), 《처음은 러시아, 그다음은 티베트》(1933) 등의 여행기를 썼다. 특히 베이루트와 예루살렘을 거쳐 옥시아나에 이른 여행담을 담은 《옥시아나 가는 길》(1937)은 유적지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지역 사람들과의 만남을 생생하게 그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국의 문학사가 폴 푸셀은 “양차 대전 사이에 《율리시즈》가 소설에서 이룬 것과 〈황무지〉가 시에서 이룬 것을 《옥시아나 가는 길》은 여행기에서 이루었다”고 평했다. 바이런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신문사 통신원으로 활동하던 중 타고 있던 배가 독일 잠수함 유보트의 어뢰 공격을 받아 북대서양에서 침몰하여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 리처드 라이트는 1908년 미시시피에서 노예의 손자이자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정식 교육은 9학년까지밖에 받지 못했고 접시닦이, 배달원, 안경 공장 급사 등으로 일했다. 책을 무척 좋아했지만 당시 미시시피에서는 흑인의 도서관 이용이 금지돼 있어서 백인 동료의 심부름을 가장해 책을 빌려 탐독했다. 1938년 첫 단편소설집 《엉클 톰의 아이들》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1940년 미국 흑인 하층민의 삶과 내면을 그린 《미국의 아들》을 썼다. 《미국의 아들》은 미국 흑인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이후 자서전 《깜둥이 소년》과 소설 《국외자》를 비롯해 많은 시와 에세이를 썼다. 국외거주자로 체류하던 파리에서 1960년 세상을 떠났다.

저자 : 마저리 키넌 롤링스
미국의 작가로 플로리다의 시골 지방에 살면서 시골을 배경으로 작품을 썼다. 《아기 사슴 플랙》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작가의 사후에 발견된 작품인 《비밀의 강》으로 뉴베리 아너상을 받았다. 삼십대에 플로리다의 아주 작은 마을 크로스크릭으로 이주해 작은 오렌지 농장을 일구며 마을의 자연과 사람들을 그린 에세이집 《크로스크릭》을 발표했다.

저자 : 마크 트웨인
1835년 미주리 플로리다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에 아버지를 잃고 열세 살부터 인쇄소 견습공으로 일했으며 열다섯 살부터 형의 신문사에서 인쇄공과 편집보조로 일하며 글쓰기에 흥미를 느꼈다. 1857년부터 미시시피강에서 도선사로 일했으나 남북전쟁으로 증기선 무역이 중단되자 남부군에 잠시 있다가 일확천금을 꿈꾸며 네바다의 금광으로 떠났지만 실패했다. 1865년에 단편소설 〈짐 스마일리와 뜀뛰기 개구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명성을 얻었다. 이후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을 비롯해 많은 소설을 썼고 여행기, 문학 비평, 사회 평론, 정치 평론 등 다양한 에세이를 왕성하게 썼다. 헤밍웨이는 모든 미국 문학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나왔다고 평했다.

저자 : 맥스 비어봄
영국의 풍자 화가이자 언론인, 작가이다.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 런던의 여러 출판물에 풍자화와 글을 기고하여 호평을 받았다. 훗날 조지 버나드 쇼의 뒤를 이어 〈더 새터데이 리뷰〉지에 연극 비평을 쓰며 14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1935년부터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소설 《줄라이카 돕슨》과 단편소설집 《일곱 명의 남자》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주로 에세이에 집중했다. 친근한 목소리로 친구처럼 이야기하는듯한 에세이로 당대에 열성적인 독자를 거느리며 ‘비할 데 없는 맥스’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버지니아 울프는 어니스트 리스의 에세이 선집 《현대 영국 에세이: 1870~1920》에 대한 서평인 〈현대 에세이〉에서 그의 에세이를 언급하며 비어봄을 에세이의 ‘왕자’라 표현했다.

저자 : 메리 헌터 오스틴
1868년 일리노이, 칼린빌에서 태어났다. 책을 좋아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나 열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얼마 뒤 가장 가까웠던 언니까지 잃고 나서 글을 쓰며 외로운 성장기를 보냈다. 스무 살 때 농장을 일구기 위해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이주했다. 모하비 사막을 사랑하여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등을 돌아다니며 아메리카 원주민의 시와 민담을 채집하며 지역의 사람과 자연을 묘사한 글과 여자들의 삶을 다룬 글을 주로 썼다. 1903년 모하비 사막과 아메리칸 원주민의 삶을 그린 《비가 드문 땅》을 시작으로 32권의 책과 150편의 글을 남겼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비가 드문 땅》, 《사라진 경계》, 《바구니 여인》 등이 있다.

저자 : 버지니아 울프
1882년 런던에서 작가이자 비평가 레슬리 스티븐의 딸로 태어났다. 정식 교육은 받지 않았고 아버지 서재의 책을 두루 읽으며 독서와 글쓰기를 익혔다. 1905년 〈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글을 쓰기 시작해 500편이 넘는 방대하고 다양한 에세이와 비평을 남겼다. 문예 비평지뿐 아니라 〈보그〉와 〈애틀랜틱 먼슬리〉 같은 대중적인 잡지, 〈타임앤타이드〉 같은 페미니스트 잡지에도 글을 썼다. 정치평론가인 레너드 울프와 결혼하여 호거스 출판사를 함께 운영했으며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저자 : 알도 레오폴드
1887년 아이오와, 버링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밖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을 관찰하며 기록하는 일을 즐겼다. 예일대에서 삼림학을 공부했고 미국 삼림청에서 일하며 야생 보존 지역 지정을 위해 힘썼으며 나중에 위스콘신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가르쳤다. 자연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 공동체로 여겨야 하며 우리는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지 윤리’ 개념으로 현대 환경윤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후에 출판된 《모래 군의 열두 달》(1949)과 《둥근 강》(1953)은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깊이 있는 생태의식, 시적 이미지가 어우러진 산문집으로 레오폴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저자 : 앨리스 메이넬
영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1875년 첫 시집 《서곡》을 냈고 이후 잡지 편집자로 활동하며 〈스코츠 옵저버〉, 〈스펙테이터〉 등 여러 잡지에 왕성하게 글을 기고했다. 정밀한 표현과 우아한 문체로 주목받았고 특히 1893년부터 1898년까지 〈폴몰 가제트〉지에 실은 주간 칼럼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말년에는 ‘여성 참정권을 위한 여성 작가 동맹’을 이끌며 글을 쓰고 연설을 하고 행진을 하며 여성 참정권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저자 : 오스카 와일드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시인. 작품으로는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희극 《원더미어 부인의 부채》, 《살로메》, 평론집 《의향》 등이 있다. 극작가로 명성과 경제적 여유를 얻기 전까지 〈폴 몰 가제트〉, 〈드라마틱 리뷰〉, 〈스피커〉, 〈우먼스 월드〉 같은 간행물에 많은 서평과 에세이를 기고했다. 극작가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1895년 동성연애 혐의로 기소되어 레딩 감옥에 2년간 수감되었고 출옥 후 프랑스에 머물던 중 사망했다. 레딩 감옥에서 쓴 편지를 묶은 《심연으로부터》가 사후에 출간되었다.

저자 : 윌리엄 포크너
1897년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났다. 잠깐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할리우드에 머물던 때 말고는 대개 고향에서 글을 썼으며 고향을 모델로 한 가상의 소읍 요크나파토파(Yoknapatawpha)를 배경으로 여러 작품을 썼다. 1949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이후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소리와 분노》, 《압살롬, 압살롬》,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8월의 빛》 등이 있고 1962년 마지막 소설 《도둑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저자 : 제임스 서버
미국의 삽화가이자 유머 작가로, 살아 있을 때 마크 트웨인 이후 미국 최고의 유머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어릴 적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혼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상상력을 키웠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공부했으나 당시 필수과목이던 ROTC 과정을 시력 때문에 통과하지 못해 졸업은 하지 못했다. 지역신문인 〈오하이오 디스패치〉에서 책과 영화, 연극 기사를 쓰다가 뉴욕으로 옮겨 가〈뉴욕 이브닝 포스트〉의 기자로 활동했고 나중에는 〈뉴요커〉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저서로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과 《공중그네를 탄 중년남자》 등이 있다.

저자 : 제임스 에이지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영화평론가이다. 1909년에 테네시, 녹스빌에서 출생했고 여섯 살에 교통사고로 우체국 직원이던 아버지를 잃었다. 이후 기숙학교를 거쳐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에이지는 1930년대와 40년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영화평론가 중 한 사람으로 〈타임〉과 〈더 네이션〉에 영화평을 썼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1936년에 사진가 워커 에반스와 함께 미국 남부 지역의 소작농 가족과 함께 머물며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제 유명인들을 찬양하자》(1941), 영화평을 모은 《에이지의 영화론》, 사후에 출간되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자전적 소설 《가족의 죽음》(1957)이 있다. 1955년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녹스빌: 1915년 여름〉은 아버지를 잃기 직전 어느 여름날 저녁을 회상한 글로 1933년 〈파르티잔 리뷰〉에 실렸다. 나중에 사후에 출간된 소설 《가족의 죽음》의 프롤로그로 쓰였으며 미국의 작곡가 새뮤얼 바버가 이 글의 일부에 곡을 붙이기도 했다.

저자 : 조지 오웰
1903년 인도 벵골에서 태어나 이듬해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튼 학교를 졸업했으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영국의 식민지이던 버마에서 제국 경찰로 5년을 복무했다. 제국주의에 환멸을 느낀 뒤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며 글을 썼다. 1933년 첫 저서인 《런던과 파리의 노숙자들》을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고 이후 버마 경험으로 토대로 한 소설 《버마 시절》, 스페인 내전 참전 경험을 담은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으며 여러 잡지에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정치적 통찰이 담긴 글을 기고하며 잡지 편집인으로도 활동했다. 대표작인 《동물농장》과 《1984년》을 각각 1945년과 1949년에 발표했고 1950년 세상을 떠났다.

저자 : 존 버로스
1837년 뉴욕주 캣스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열일곱 살에 고향을 떠나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며 공부를 했다. 에머슨과 소로우의 글을 사랑했으며 1860년부터 〈애틀랜틱 먼슬리〉에 글을 쓰기 시작하여 새와 꽃, 숲을 소재로 100편이 넘는 자연 에세이를 남겼다. 1863년부터 십 년간 미국 재무부 통화부서에서 일한 뒤 고향 캣스킬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살았다.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자연 속의 삶을 감수성 있게 그린 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자 : 찰스 디킨스
1812년 영국 포츠머스에 태어났다. 채텀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열두 살 무렵 런던으로 이주했으나 아버지의 빚 때문에 가세가 기울어 학교를 그만두고 구두약 만드는 공장에서 하루에 열 시간씩 일을 해야 했다. 이후 약간의 교육을 더 받은 뒤 열다섯 살에는 법률 사무소의 사환으로 일자리를 얻었고 속기술을 공부해 신문사 통신원으로 활동했다. 1834년 보즈라는 필명으로 〈모닝 크로니클〉지에 쓴 글로 인정을 받기 시작해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소설가뿐 아니라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수백 편의 에세이를 썼고 편집자로 활동하며 다른 이가 쓴 수백 편의 에세이를 편집했으며 〈매스터 험프리스 클락〉과 〈하우스홀드 워즈〉 같은 주간지를 창간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1859년부터 죽기 직전까지 편집했던 〈올 더 이어 라운드〉지에 실었던 에세이들은 런던의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친근한 어조로 그려내어 주목받았고 나중에 《비상업적 여행자》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저자 : 케네스 그레이엄
1859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했고 낮에는 잉글랜드 은행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글을 쓰며 잡지에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몸이 아픈 아들 알레스테어에게 들려주기 위해 지었던 두꺼비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20년 아들이 죽은 뒤 거의 글을 쓰지 않았고 1932년에 세상을 떠났다.

저자 : 토머스 드 퀸시
찰스 램, 윌리엄 해즐릿과 더불어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세이 작가로 꼽힌다. 〈런던 매거진〉에 네 편으로 나뉘어 실렸던 자전적 기록인 《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몇 편의 단편소설과 소설, 데이비드 리카도의 경제이론에 대한 논문도 썼으나 무엇보다 문헌학부터 천문학, 고대사, 문학평론, 정치경제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의 에세이를 많이 남겼다. 독일 관념론 철학을 좋아하여 칸트의 글을 비롯해 독일의 낭만주의 소설을 번역하기도 했으며 스스로 ‘격정적 산문’이라 부른 정교하고 시적인 산문을 썼다.

저자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낙원의 이편》, 《밤은 부드러워》 같은 소설을 남겼고 여러 잡지에 160편이 넘는 단편과 중편 소설을 썼다. 1920년대 잃어버린 세대의 모습을 묘사한 《위대한 개츠비》로 명성을 얻었으나 이후 개인적 불행과 작품의 연이은 실패로 알코올에 빠져 힘든 시기를 보냈다. 1940년 《마지막 거물》을 집필하다가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사후에 그의 친구이자 문학평론가인 에드먼드 윌슨이 미완성 소설 《마지막 거물》을 편집해 출간했고 피츠제럴드의 에세이와 미공개 편지글, 메모 등을 모은 유작 에세이집 《균열》(1948)을 펴냈다.

저자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817년 매사추세츠 콩코드에서 연필 제조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뒤 잠시 교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었고 이후 일정한 직업 없이 아버지의 연필 제조를 돕거나 토지 측량, 목수 일을 하거나 강연 등을 하며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글을 쓰며 지냈다.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소박한 삶을 살았던 2년을 기록한 《월든》(1854)으로 널리 알려졌다. 1846년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다가 투옥되
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의 불복종〉(1849)을 썼다. 〈시민의 불복종〉은 20세기에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저항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1862년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소로우가 직접 만든 나무 상자 안에 담겨 있던 소로우의 일기를 비롯한 글들이 사후에 출판되었다.

저자 : 홀브룩 잭슨
영국의 저널리스트, 작가, 출판인으로 당대의 유명한 애서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던 문예지 〈더 뉴에이지〉를 조지 버나드 쇼의 재정 지원을 받아 인수하여 편집과 경영을 맡았다. 시인 랄프 호지슨과 함께 작은 출판사 ‘플라잉페임 프레스’를 세워 운영했으며 소출판과 활판술, 책 수집을 소재로 많은 글을 썼다. 저서로는 《서적광의 해부》, 《애서가의 즐거움》, 《1890년대: 19세기 말의 예술과 사상》, 《에드워드 리어의 완벽한 난센스》 등이 있다.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는 홀브룩 잭슨이 17세기 고전 《우울증의 해부》에 영감을 받아서 쓴 《서적광의 해부》의 일부이다.

저자 : 힐레어 벨록
프랑스 태생의 영국 시인이자 역사학자, 수필가, 언론인, 정치인으로, 다양한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글을 썼다. 당통과 로베스피에르를 연구한 역사서와 여행기, 소설, 시, 에세이 등을 왕성하게 발표했으며 무엇보다 명료하고 힘 있는 에세이로 인정받았다. 〈모닝 포스트〉지에 서평을 썼고 〈선데이타임즈〉, 〈위클리 리뷰〉 등에 칼럼을 썼으며 친구인 작가 G. K. 체스터튼과 함께 정치주간지 〈아이 위트니스〉를 창간하고 운영했다. 1906년부터 1910년까지는 영국 자유당 하원의원을 역임했다. 《모든 것에 대하여》, 《이것저것 그 외의 것》, 《처음이자 마지막》 등 여러 권의 수필집을 남겼다.

저자(글) 마크 트웨인

저자(글) 맥스 비어봄

엮음 : 강경이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번역 공동체 펍헙번역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리스의 끝 마니》,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린이 문학의 역사》, 《오래된 빛》 등이 있다.

엮음 : 박지홍
출판기획자로, 엮은 책으로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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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천천히, 스미는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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