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날들의 기록
2015년 08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06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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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5896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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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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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냉동공장
오늘도 꿈은 허공을 집 짓고
콘크리트 가슴 밑으로 청계천은 흐르고
저 기계의 눈에 골목은 깊고 어두워
길
어두운 기억의 거리 1
공중변소 속에서
풀밭에서
지푸라기 한 올에 목을……
부록, 강시야화(夜話)
암의 집
순환회로
철거 이후
그들은 더 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 1
비가(悲歌)
소
기억 속의 들꽃
어떤 공친 날
그 빈집털이 누군지 모릅니꺼?
제2부
꽃의 자갈치
하이에나의 숲
그 겨울의 빈대
수건 색소폰
염낭거미 1
어두운 기억의 집 1
그들은 더 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 2
독(毒)
밧줄타기 아니 밥줄타기
보관소가 있는 밤, 풍경
나는 에델바이스를 본 적이 있다
잡풀을 뽑으며
용(龍)
바이킹이라는 녀석
그림. 어디서 본 듯한, 그러나 본 적이 없는……
어떤 사냥개에 대한 기억
미꾸라지의 꿈
제3부
해질 무렵
우화
부록, 로트레아몽에 의한 변주
감방에서의 사색
에이즈를 위하여
재생원(再生院)에서
황사바람
빈민일기 1
지게가 바라본 지게꾼에 대하여
르포·저녁 이야기
매미 울음
어처구니없는 꿈의 기록
벽돌을 쌓으며
꼬꼬댁 섬섬옥수
개같은 날 1
지게에 대한 명상
개같은 날 2
저녁길
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불알 두 쪽
그늘의 그늘
다시, 주점(酒店)에서
어두운 기억의 집 2
별, 그 모스부호로 자장가를……
그들은 더 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 3
해설 허기의 밥풀로 그린 사실화 / 정효구(문학평론가)
불알 두 쪽
꿈을 꾸고 나면 더 허기가 져,
아무리 둘러봐도 허물어져가는 집, 때묻은 사람들
더러운 빈민굴 벌집 동네의 이 작은 방, 마치 관 속 같아.
이 무덤 속의 시체로는 나 혼자로서 충분해,
삼십 년 노가다 생활에 너에게 줄 것이라곤 몸밖에 없어.
골병이 쥐새끼처럼 들락거리는 이 텅 빈 집,
허망의 송곳니에 갉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무거운 등짐에 짓눌린
등뼈와 무릎 관절통,
이제 맑은 날에도 무시로 붉은 신호등을 껌벅거려.
몇 백만 원짜리 혼수는 고사하고, 너에게 구리반지 하나 끼워줄
여력이 없어. 치솟는 전셋값을 보라구, 이 골방의 방세마저 껑충거려.
내 거북이의 일당으로는 라면마저 맘놓고 먹일 자신이 없어.
남들이 뭐라는 줄 알아? 죽으면 썩지도 않을 거래. 날 보구……, 왜냐구?
하도 라면만 먹어 방부제 처리가 되어 있어서래. 우스워? 미라처럼
방부제에 공업용 유지로 기름포장까지 된 이 몸이 우스워?
그래도 꿈을 꾸었어. 내 등의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밝아오는
세계를.
땀방울 불켜고, 공순이 너, 지친 육신이나마 뉘일 수 있는
방 한 칸을.
그러나 잠 깨면 흔적 없이 쓸려가는 모래의 집,
가슴에 칼을 품었어. 저 물신이 넘쳐나는 도시를 향해
강도가 되고 싶었어. 사람의 얼굴을 벗고, 개기름 흐르는 기형(畸形)의
탈을 쓰고…… 정말
꿈을 꾸고 나면 더 허기가 져! 너에게 줄 것이라곤 불알 두 쪽밖에 없어.
무슨 말씀이세요? 그 불알 두 쪽,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르세요? 그것은
불의 알이에요. 불의 알?.
허기의 밥풀로 그린 사실화
〈시인동네 시인선〉 031.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하다가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 1집에 「양동시편―뼉다귀집」 외 6편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김신용 시인의 첫 시집. 출간 당시 체험적 진실로써 도시 빈민들의 생태를 적나라하게 묘파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시집을 개정판으로 복간했다. 시인이 젊은 시절 도시 빈민들의 처절한 삶을 맨몸으로 통과하며 쓴 이 ‘개같은 날들의 기록’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펀치드렁크’와 같은 충격을 안겨준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이 시집을 처음 출간할 때, 시인의 말을 쓰지 않았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슴만 답답하고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시에 할 말이 다 들어 있는데 무슨 말을 더해야 한단 말인가’ 그때는 아마 이런 생각도 한 듯하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시인의 말〉이 없다.
이 침묵이, 빈 공간이, 〈시인의 말〉인 것처럼.
어떤 말도 사족인 것처럼.
이 사족에, 사족 한마디를 덧붙인다.
“이‘개같은 날들의 기록’이 현재진행형이 아니기를……”
1990년 가을, 벌써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까마득하기도 하고, 엊그제 같기도 하다.
이 시집이 세상에 던져질 때, 나는 ‘펀치드렁크’에 취한 듯 도무지 몽롱하고 막막했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내가 시인으로 살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비몽사몽으로 젖어오곤 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대책 없는 이 생각 하나 붙들고 지금까지 걸어온 듯하다.
마치 핏덩이처럼 세상에 던져진 이 시집도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이 느낌으로 뒤돌아보곤 했던 것 같다.
어쨌든 한때 절간되었던, 이 시집의 재출간 소식에
문득 뒤돌아보니, 지나온 세월이 모두 폐허 같다.
이 폐허에 서서 중얼거려 본다. 내가 폐허에서도 시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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