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판화
2014년 05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14년 04월 21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32MB)
- ECN 0111-2018-800-00267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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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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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풀밭 위의 식사
바람처럼/ 이름 모를 강가에서 귀양살이나 했으면/ 풀밭 위의 식사
풍류는 해학이다/ 쌀뜨물 연못에서 달구경/ 선교장의 과객들
소나무껍질 조각배/ 좋은 술 석 잔의 유혹/ 노회한 사기꾼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제2부 서른 즈음에
진달래꽃은 하앴어라/ 서른 즈음에/ 소리 향연/ 음악이 흐르는 나의 사원
에로티시즘의 낮과 밤/ 어둠 속의 판화/ 조선의 팜므파탈/ 촛불 제사
빗방울 전주곡/ 가을, 아름다운 저지레
제3부 달빛 냄새
겨울 바다, 그 쓸쓸함에 대하여/ 산중 친구/ 묵호항 갈매기
운문사 솔바람 소리/ 유선여관/ 대관령 휴양림에서/ 민어 울 때 달구경
바람기 많은 달/ 달빛 냄새/ 한계령 연가
작가론- 풍류, '자연함'을 펼치는 구활의 미학 ㆍ박양근
연보
이번 선집이 세 번째다. 욕심이 과했다. 선집을 내기 전에는 ‘생애 중에 딱 한 권의 선집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선집은 개인이 내고 싶다고 내는 것은 아니어서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문단 말석에서 어영부영 지낸 세월이 벌써 삼십 년이다. 그러다가 소 뒷발로 쥐잡기 같은 행운이 따라 첫 선집이 선우미디어에서 《정미소 풍경》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게 2008년이었다. 그 후 좋은수필사의 ‘현대수필가100인선’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어 두 번째 선집인 《어머니의 텃밭》을 상재한 것이 그 이듬해였다. 깜냥에 비해 억세게 재수가 좋았다.
이번 세 번째 선집 《어둠의 판화》는 출간 계획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생각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머리말을 써야 하는 절박한 순간까지 와 버렸다. 부끄럽고 송구스런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한 번 선집에 냈던 작품은 중복해서 싣지 않는 것을 위안으로 삼기로 했다.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반투족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고 빨리 달리는 아이가 그걸 먹도록 했다. 아이들은 손잡고 걸어가 함께 나눠먹었다. “왜 달려가지 않았니?”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우분투(UBUNTU) 우분투!”라고 소리 질렀다. 이 말은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는 뜻이다.
이번 선집을 낸 후에도 ‘우분투’란 외침이 한참 동안 나를 괴롭힐 것 같다.
구활의 수필 선집 ≪어둠 속의 판화≫는 풍류에 대한 갖가지 색조를 보여준다. 유랑인의 수기처럼 처연하고, 음유시인의 서사처럼 낭만적이고, 세속의 모든 것을 내던진 과객의 자서(自序)처럼 표표하다. 표제작 <어둠속의 판화>는 작가의 이러한 내면을 밝혀주는 자전수필로 자리한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날은 양촛불, 닭서리, 폭설, 무 구덩이 등이 은유하는 궁핍과 허기의 연속이었지만 가족의 웃음으로 가난을 잊은 다감한 시절이기도 했다. 문인이라면 그렇듯이 가난조차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고 원초적인 감성과 방랑벽을 ‘어둠 속의 판화’로 내걸었다. 그에게 풍류는 가난을 이겨내는 치유의 수단이고 옥죄이는 자아를 문학적 상상으로 해방시키는 귀거래사라는 것이다. 구활의 문체는 웅장하거나 비감하지 않다. 그의 문장은 당상관에 오른 선비의 화려체나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귀향 간 선비의 날선 언어와 거리가 멀다. 기름기가 넘치는 삶과 글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초립을 쓰고 골골로 피해 다닌 김병연의 행보와 문체처럼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그러면서 애절한 색조가 후면에 깔려있다. 수필가 구활은 문단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문명(文名)이 높아 그의 글을 한 편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풍류객을 닮은 풍채와 도량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의 삶과 문학이 ‘자연함’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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