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2020년 04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12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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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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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처럼 폭발하는 상상력이 SF소설로 쏟아진다!
원종우 작가는 그 까닭에 대해 “나는 실제로 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아니라 과학 자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때로는 전문가의 입을 빌릴 수밖에 없었는데,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과학을 말하는 것은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또 조금 과장하면 자신을 키운 것의 절반은 SF인데, 초등학교 때 접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 동화책 버전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SF 소설,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웹툰에 이르기까지 삶에서 결코 SF와 멀어졌던 적이 없었다고 밝힌다.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는 표제작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를 비롯하여 단편 SF 소설 8개를 묶은 단편 모음집이다. 형식 면으로는 종래의 소설에서 문법에서 벗어나 각 소설의 앞과 뒤에 해당 작품을 읽기 전에 알아 두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 지식과 작품의 배경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 두었다. SF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더 흥미롭게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내용 면으로 원종우 특유의 입담과 빅뱅처럼 폭발하는 그의 상상력이 과학 지식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윤리적, 철학적, 사회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덧붙여 놓아 해당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사색하면서 침잠하게 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ㆍ 11
세대 차이ㆍ 37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ㆍ 59
유로피언 ㆍ 87
인형들의 천국ㆍ 105
튜링 히어로 ㆍ 131
계몽의 임무 ㆍ 155
산타 신디케이트 ㆍ 177
꼬리말ㆍ 193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 심지어 문과 출신이고 예체능 분야를 공부했다. 그런 내가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된 연유에는 기나긴 배경과 우연, 도움 등이 있었지만 여기서 그런 말들을 일일이 주워섬기진 말자. 그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불편해하는 과학을 내가 듣고 싶었던 방식으로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게 성공적이었다고 요약하면 될 것 같다.
_머리말, 5쪽
이 상황을 처음 눈치챈 사람은 연구소에 갓 들어온 젊은 박사 후 연구원이었다. 컴퓨터 시스템을 교체하고 동물들의 데이터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평균 수명이 2년밖에 되지 않는 흰쥐 한 마리가 5년이 지나서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여전히 면역 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그 쥐는 조금도 노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곧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고, 이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마저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순전한 우연으로 불로불사의 약 ‘이터너티Eternity’가 세상에 등장했다.
_〈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22쪽
고양이인 처지에 굳이 이렇게 글을 쓴다고 나선 것은 이제 살날이 길지 않은 만큼, 오래전에 직접 겪은 기이한 체험을 기록으로 남겨 두기 위해서다. 인간들이 목숨이 아홉 개 있다고 말하는 나 미야옹의 입장에서도 평생의 의문으로 남을 그 경험. 그래서 주변 고양이들에게조차 발설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머리 좋은 인간들은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_〈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66쪽
나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나를 관찰할 수 없던 그 시간 동안 혹시 나는 닐스의 말처럼 정말로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 자신이 그 시간의 기억을 갖고 있지 않으니 그런 이상한 상태가 결코 아니었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게다가 그들은 다른 실험에서는 비슷한 상황들이 얼마든지 벌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더 혼란스러운 점은 나 미야옹이 실은 그때 죽어 없어진 세상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몇 년 후 어느 집 창문을 통해 본 TV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경우 세상이 둘로 갈라질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_〈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73~74쪽
마이사가 잠시 뜸을 들이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세 번째 전쟁은 정말 참혹했지요. 인류의 4분의 3이 죽었으니까요. 사회, 경제, 정치 시스템이 모두 붕괴되었고 자연도 끔찍하게 훼손되어 이전으로 돌아가기조차 어려울 만큼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판단을 해야 했죠. 인류가 과연 이 문명을 계속 이어 나가고 발전시킬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는 인류 문명을 억지로 부활시키는 대신 인류와 망가진 생태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지우고 리셋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거의 모든 영역에 우리의 손길이 닿아 있었기에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한 세기 전의 일이죠.”
_〈인형들의 천국〉, 117쪽
일종의 비밀결사라고 할 바로 이 조직, 산타 신디케이트가 만들어진 바탕에는 산타클로스라는 존재의 역할과 그것이 어린아이들에게 주는 신비감과 경외감의 중요성이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산타클로스의 전설이 시작된 이래로 수 세기에 걸쳐 인류는 산타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가졌고, 이후 나이가 들면서 그것을 상실하는 경험을 범지구적 차원에서 공유해 왔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실망감은 크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산타클로스의 전설을 믿었던 어린 시절의 감정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 결과로 어른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자발적으로 암묵적인 결사체를 결성하고 산타클로스 개인이 해야 할 역할을 자신들의 아이들을 상대로 대신하게 되었다. 강력한 밈meme이 형성된 것이다.
_〈산타 신디케이트〉, 186~187쪽
SF적 상상력이 만든 세계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는 인간과 우리 사회의 모습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 최고수를 이겼고, 로봇이 두 다리로 덤블링을 하며, 도로 위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SF 작품 속에 나오는 장면으로만 여기던 것들이 이제 하나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에 수록된 단편 소설 8개의 각 상황이 허무맹랑하다고만 볼 수 없게 되었다. 더군다나 원종우 작가는 막연한 상상에만 기대지 않고, 과학 사실이라는 날실과 자신의 번뜩이는 상상력을 씨실로 삼아 글을 써 내려가 독자들을 소설 속 세계로 깊게 빠뜨린다.
지금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자 동시에 최악의 빌런이다. 10년 전 세상을 뒤흔든 AI 대반란 이후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들은 철저히 통제되기 시작했다. 인간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했던 안드로이들을 모두 파괴하고 단순한 노동과 잡무만 수행하는 고전 로봇으로 대체하는 작업은 그 자체가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미 인간과 구별하기가 어려운 안드로이드 수백만 대가 세상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 그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백여 년 전의 고전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그려진 것처럼 여전히 많은 수의 안드로이드들이 곳곳에 숨어들어 인간으로 위장해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찾아 확인하고 제거하는 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_〈튜링 히어로〉, 135쪽
당신들은 바닥으로 내려왔고 우리에게 우주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우리도 용기를 내어 많은 한계를 극복하면서 얼음벽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가 목숨을 바치며 대우주를 처음으로 본 지 정확하게 200년이 지난 오늘, 유로파의 지도자인 저는 우리가 공동으로 개발한 지구와 목성 사이, 이 소행성 세레스의 수중 기지에서 기념 연설을 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당신들에게도 200년 전 오늘은 드넓은 우주에서 당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역사적인 날이기도 합니다.
지구인 여러분. 태양계 주민의 일원으로 다시 한 번 친선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는 유로피언입니다.
_〈유로피언〉, 101~102쪽
한편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한 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상황 설정과 이야기 전개는 각 소설이 연작 소설 혹은 장편으로도 이어져도 좋을 만큼 흥미롭다. 그 뒷이야기들이 도대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우주를 바라본다면
눈 앞에 펼쳐진 세계는 어떻게 바뀔까, 이 세계는 환상인가?
원종우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발전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고 묘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예를 들어 표제작〈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에서는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화자로 내세워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묻고,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이 세상은 어떤 곳인지 묘사한다. 그러면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편협한 관점을 지적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세계를 바라보던 방식은 전복되고 무너진다. 이와 더불어 세상을 인식하는 눈이 새롭게 트이고 확장된다.
나아가 더 혼란스러운 점은 나 미야옹이 실은 그때 죽어 없어진 세상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몇 년 후 어느 집 창문을 통해 본 TV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경우 세상이 둘로 갈라질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게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것보다는 더 그럴듯한 소리일 수도 있단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상자에서 나온 후 여자 친구 나비가 갑자기 쌀쌀맞아진 것 같기도하다. 내가 예전과는 다른 우주에서 살게 되어서 그런 걸까?
_〈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73~74쪽
그 뒤에 나오는〈계몽의 임무〉에서는 인간 중심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볼 때 무시되는 가치들을 조명하고 있다. 인류가 살아 있는 개 라이카를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 귀환장치도 없이 우주로 쏘아 올렸던 실제 사건과 이를 지켜보았던 외계생명체라는 소설 속 상황을 더해 인류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비인간 생명에게 취했던 이기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다. 개체 수로 가장 많은 존재는 35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박테리아이고, 비록 기계 문명을 이룩하지는 못했지만 돌고래의 지능은 인간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만물의 영장을 운운하는 오만함을 버리고 인간의 약함과 덧없음을 깨닫는 게 진정한 성숙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지를 깨닫고, 한편으로는 인간이라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협업한 수조의 세포들과 진화의 위대함을 동시에 깨우쳐야 우리 안에 내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_〈계몽의 임무〉, 174~175쪽
그 밖에도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에 수록된 단편들을 통해 인공지능, 튜링 테스트, 세대 우주선, 과학과 신화의 경계,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등을 폭넓게 이야기한다. 원종우 작가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면서 단단하게 다진 내공에서 나오는 통찰이다.
과학×SF 소설×원종우,
원종우가 말하면 다르다, 재미있다!
원종우 작가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불편해하는 과학을 자신이 듣고 싶었던 방식으로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답한다. 이 말은 그의 첫 소설집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작가는 이 소설로 켤코 과학을 ‘가르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소설은 그냥 그 자체로 재미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다만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과학과 SF 소설에 호감을 갖게 된다면 참 기쁘겠다고 덧붙인다.
과학과 SF가 함께하는 독특한 구성의 이 소설집,《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는 소설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 인간인 우리가 우주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게다가 과학에 대한 흥미까지 한껏 끌어 올리기까지 한다. 현실로 밀려오는 SF 소설 속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직접 목격하길 원한다면 꼭 읽어 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작가정보
무엇으로도 규정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철학도, 록 뮤지션, 대중음악 운동가, 칼럼니스트, 정치사회 논객, 음모론 전문가, 다큐멘터리 작가, 과학 커뮤니케이터 등 온갖 경력이 붙었다. 그러던 가운데 세계 30여 개국을 여행했고 캐나다, 영국, 오스트리아에서 도합 7년을 살았다.
지금은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만들고 있는데, 2019년 말 현재 누적 1억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한편으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과학 코너를 맡고 있고, 이런저런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며,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의 감투도 쓰게 되었다. 원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아 향후에 어디로 갈지는 자신도 모르는데,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출간을 통해 소설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파토 원종우의 태양계 연대기》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과학하고 앉아있네》 1~10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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