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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드문 개들만이

이나경 소설집
이나경 지음
아작

2021년 12월 03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11월 05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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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57MB)
ISBN 9791166686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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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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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루프에 빠진 개 보리의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가상세계 이야기”

문제적 단편 〈다수파〉를 발표하며 데뷔 후 5년간 장르의 지평을 넓혀온
이나경 작가의 위태하고도 아름다운 첫 소설집!

멀지 않은 미래, 평행우주를 관측하는 프로그램 ‘옴니션트’가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다.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긴 했지만 작가에 대한 꿈보다는 당장의 취업에 정신없는 주인공은 후배의 강권에 못 이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가상의 세계를 지켜보게 되는데, 자신의 집 주소에 살고 있는 건 성별도 다른 남자 고등학생 가족과, 한 마리의 개, 보리. 현실보다 몇십 배는 빠르게 흘러가는 평행우주의 세계에서 가족은 이런저런 시대적 풍파에 휩쓸리며 삶을 살아가지만 주인공은 딱히 그를 소재로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어쩌다 다시 들여다본 평행우주는 뭔가 이상하다. 그것은 보리의 하루가 무한히 반복되고 있었던 것. 저 혼자 불멸의 생을 살며 하루를 반복하는 보리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적 단편 〈다수파〉를 발표하며 혜성 같이 등장한 이나경은 장르 작가들 사이에선 이미 많은 사랑과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작가다. 오죽하면 어느 작가는 이나경 작가를 일컬어 “보험 약관이나 제품 설명서를 써도 사람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장르적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 자체의 힘을 믿으며 SF와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로 구분되지 않는 이나경 만의 이야기들. 장르의 지평은 이렇게 넓어진다. 또 한 명의 독보적 이야기꾼의 등장을 환영한다.
01_냉장고에 코끼리 집어넣기_9
02_극히 드문 개들만이_17
03_다수파_53
04_누나 노릇_99
05_사랑손님과 나_119
06_포스트잇 사용법_175
07_메리 크리스마스_243
08_냄새_263
09_포스트 잇!_331

작가의 말_339
수록 지면_345

작품이다. SNS가 발달한 이 시대에 대한 짧은 스케치이기도 하다.
〈누나 노릇〉은 오랜만의 남동생의 연락을 받은 장녀의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문화에서 기인하는 남아선호사상에 따르는 갈등을 직유로 풀어낸다.
〈사랑손님과 나〉는 제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설정을 차용한 SF다. 순간순간의 물음에 즉흥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듯한 진행과 앞을 짐작하기 어려운 전개가 이색적이다.
〈포스트 잇 사용법〉은 마법의 포스트 잇을 갖게 된 아이가 마법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며 보다 성숙해지는 성장담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무척 교과서적인 내용으로 보이겠으나, 그 전개나 내용은 과격한 폭주로 가득한 점이 매력적이다. 본 단편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에 택시 기사와 승객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을 들으며 크리스마스를 추억한다는 내용이다. 짧지만 이나경 작가의 개성이 가장 짙게 묻어난 작품이다.
〈냄새〉는 죽기 직전에 맡을 수 있는 향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곳곳에서 튀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 자체가 기괴한 매력으로 작동해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성공하였다.
〈포스트 잇!〉은 단편집을 닫는 짧은 글이다. 능숙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다정하게 독자들을 끌어들였다가 어느 순간 폭력적으로 전환되는 방식이 이 단편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깔끔하게 축약한 느낌이다.

이렇듯 이나경의 글에서는 앞에서 제시된 내용이 뒤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 자체로 매력이자 무기라 할 수 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자연스럽다는 개념만큼이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개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자연스럽다는 개념은 무척이나 이데올로기적이며, 장르라는 분류는 그 이데올로기적인 요소를 가시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나경의 글은 그러한 투쟁에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눈앞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만 주목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정답과 오답을 구분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겠으나, 그의 글이 그만의 독자성을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꼭 밝히고 가야겠다. 참 이상하고, 참 재미난 작가다.

- 홍지운, 소설가

작가정보

저자(글) 이나경

저자 : 이나경
단편 〈다수파〉가 2016년 독자우수단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며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에 합류했다. 앤솔러지 《공공연한 고양이》, 《꼬리가 없는 하얀 요요 설화》 등에 참여했다.

작가의 말

이럴 줄은 몰랐다.
문서창을 열었을 때만 해도 ‘작가의 말’ 때문에 애먹으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여흥 같은 거였으니까.
그런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그만 머릿속이 하얘진 것이다. 어림잡아 한두 시간이면 끝냈을 일을 사흘째 빈 화면만 노려보고 있다. 참다못한 아내가 그게 뭐 대수냐는 듯이 말했다.
“자, 불러줄 테니까 받아 적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오랜 세월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덕에 창작에 매진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내용이 책에 실리지 않으면 앞으론 국물도 없을 것이며….”
그러나 독자 제위께서 일개 필부의 가정사를 궁금해하실 리 만무. 어쨌거나 국물은 확보했으니 헌사는 이쯤 해두고, 이제 또 무슨 얘기를 쓸지 다시 골몰해보자.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가 속한 합평 모임은 소설 합평 외에도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미식을 추구하며 친목을 도모하는데, 비록 최근 몇 년간은 온라인 그룹채팅으로 갈음하는 실정이지만 한창때는 매주 만날 만큼 열의가 대단했다.
그 모임에서 한번은 이런 얘기가 나왔었다.
“앞으로는 소설을 쓰면 후기 같은 것도 첨부합시다.”
“자고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법일진대 그리하자는 의도가 무엇인지 여쭈어도 될는지.”
“우리가 청운의 뜻을 품어 소설도 쓰고 수필도 쓰고 있다지만 후기란 사뭇 생소한 장르가 아니겠습니까? 장차 기량이 늘고 운도 따라 출간을 목전에 두었을 적에 사소한 것에 발목을 잡혀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미리미리 실력을 연마하자는 말씀입지요.”
“그렇게 깊은 뜻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래를 대비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론 우리 모두 그랬다. 늑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벽돌집을 세우기는커녕 볏짚조차 모으지 않은 것이다. 특별한 핑곗거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위기감이 없었을 뿐이니 잡아먹혀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혹시 또 모를 일이다.
저 얘기가 오갔을 무렵의 나는 온갖 것들을 온갖 데에다 끼적여대는 이른바 메모 강박에 빠져 있었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물론이요 불쑥 떠오르는 재미난 소재나 근사한 단어도 닥치는 대로 기록했다. 소설에 쓸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 같은 타이밍에 어울리는 멋들어진 문장을 몇 마디쯤 적어놓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했지만 어차피 손도 뇌도 놀고 있는 김에 메모장을 뒤져보았는데, 그래서 찾은 것들이란 온통 취객의 낙서처럼 의미불명인 단어 꾸러미들뿐이었다. 나는 내가 더는 메모에 집착하지 않게 됐던 이유를 새삼 이해했다. 그래도 소득이 아예 없진 않았다. 개중에 멀쩡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일기였다.
아이와 있으면서 우습거나 희한하거나 대견해지는 상황을 기록한 모음집으로, 일기 어플리케이션에 저장한 탓에 편의상 일기라고 부르는 것이고 엄밀히는 스케치 정도로 칭하는 게 맞겠다. 실제 있었던 일을 실제 날짜와 함께 기록했으니 그냥 일기로 봐도 무방하겠으나 이 경우 통상의 일기와 일말의 괴리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간 모음집의 분위기는 다음과 같다.
—  아빠, 나는 <미키와 카레이서 클럽>(디즈니 만화다)이 별로 재미가 없어.
—  왜? 지금까지는 잘 봤잖아. 이제 시시해졌어?
—  그런 건 아닌데… 쥐가 나와서 뭔가 좀 별로야.

이런 것도 있다.

‘ㅎ’의 꼭지 부분을 세우거나 눕혀서 써도 된다는 것을 배움.
—  이런 재미가 있네.

또는 이런 것.

—  새 이불 사줄 테니까 이제 이불 버리자. 너무 낡았어.
—  안 돼. 내가 좋아하는 이불이야.
—  이젠 덮지도 않잖아.
—  벌써 이름도 지었단 말이야.
—  뭐? 무슨 이불에까지 이름을 붙여? 이름이 뭔데?
—  핑크색 이불.

다 이런 식인지라 더 본다고 해서 딱히 쓸 만한 문장이 튀어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어쨌든 이것들을 끝까지 읽었다. 본래의 목적은 잠시 망각한 채 순전히 읽고 싶어서 읽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애당초 내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만 모았으니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쓴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지금까지는 문제가 안 됐지만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작가의 말’을 쓰면서(빈 화면을 노려보면서) 그만 독자의 존재를 의식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바라건대 내가 사랑하는 이 아홉 편의 소설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이상적인 전개는 2018년 3월 4일 일요일 밤에 이루어진 아래의 대화가 엇비슷하게 재현되는 것이겠다.

자기 전에 아이가 앵무새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줌.
—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만 자자. 재미있었어. 내일도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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