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관찰자 시점
2018년 09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09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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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1570426
- 쪽수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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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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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를 닮은 괴물인가, 편견의 희생자인가?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조경아의 장편소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아들이 가톨릭 사제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변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다각도로 서술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김성곤, 은희경, 서영채, 우찬제, 엄용훈, 하성란, 정이현)은 “이런 방식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의 진리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선과 악의 경계를 다각적으로 탐문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02 베드로의 시점
#03 레아의 시점
#04 요셉의 시점
#05 유스티노의 시점
#06 베드로의 시점
#07 요셉의 시점
#08 안나의 시점
#09 베드로의 시점
#10 안나의 시점
#11 유스티노의 시점
#12 남 형사의 시점
#13 베드로의 시점
#14 남 형사의 시점
#15 강치수의 시점
#16 베드로의 시점
#17 김 간호사의 시점
#18 마 교수의 시점
#19 김 간호사의 시점
#20 남 형사의 시점
#21 마 교수의 시점
#22 강치수의 시점
#23 베드로의 시점
#24 로사리오의 시점
#25 남 형사의 시점
#26 유스티노의 시점
#27 마 교수의 시점
#28 남 형사의 시점
#29 베드로의 시점
#30 남 형사의 시점
#31 마 교수의 시점
#32 남 형사의 시점
#33 베드로의 시점
#34 요셉의 시점
#35 베드로의 시점
#36 마 교수의 시점
#37 베드로의 시점
#38 마 교수의 시점
#39 베드로의 시점
#40 남 형사의 시점
#41 마 교수의 시점
#42 구급대원의 시점
#43 마 교수의 시점
#44 남 형사의 시점
#45 도팔의 시점
작가의 말
디모테오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치수의 아들이었다. 강치수는 서울 변두리 외딴 지역에 살면서 자기 집 지하에 감금 시설을 만들어놓고, 열 명도 넘는 여자와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 집에서 태어난 디모테오는 이 희대의 살인마와 12년이나 함께 살았고, 살아남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디모테오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달아난 강치수를 체포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디모테오의 아버지이자 극악무도한 살인마 강치수는 열두 살짜리 아들 때문에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니 안 그래도 인상이 범상치 않았던 디모테오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물론, 살인을 비롯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디모테오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 강치수였다. 하지만 그런 살인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열두 살 소년이 해낸 일들은 두려울 정도로 냉정하고 치밀했다. 마치, 살인마 강치수처럼. (35~36쪽)
“살려주세요!”
누구보다 당당해 보였던 테오가 갑자기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건 뭐지? 괜히 실성한 사람처럼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테오를 죽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때, 환청처럼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그럼 그렇지! 테오 저놈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지금 내 앞에서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우 같은 새끼! 결국, 그날 나는 칼을 휘둘러 테오의 숨통을 끊어놓지 못했다.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초조했기 때문일까? 마음만 먹으면 테오 정도는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어쨌든, 그런 안일한 생각 때문에 나는 평생을 교도소에서 썩어야 했다. 평생 후회할 짓을 한 줄도 모르고 나는 테오를 남겨두고 집을 나섰다. (100~101쪽)
“베드로 신부님은 디모테오 신부님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확신하나요?”
“글쎄요. 테오에 대해 다 안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내가 아는 한 테오는 한 번도 내 믿음을 배신한 적 없는 사람이에요.”
“디모테오 신부님이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테오가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사이코패스처럼 냉정하고 잔인해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사제라는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아니, 사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164쪽)
“지금 와서 이런 말씀을 드리긴 조금 그렇지만, 디모테오 신부는 누님을 죽인 강치수의 아들 아닙니까?”
“절 구하기 위해 살인마에게 무릎까지 꿇었던 친구이기도 하죠.”
“베드로 신부님! 설마, 진짜로 그렇게 믿고 계신 건가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미치광이 살인마가 왜 디모테오 신부는 살려두었을까요? 무릎 꿇은 아들에게 감동받아서? 베드로 신부님은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순진하시군요.”
“마 교수님!”
“강치수는 한눈에 알아봤던 겁니다. 디모테오 신부가 자신을 쏙 빼닮은 괴물이란 것을. 그래서 디모테오 신부를 죽이지 못했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강치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거죠. 디모테오 신부는 자신과 똑같은 괴물이 아니라, 더 악랄한 괴물이었으니까요. 잘 생각해보세요. 엄밀히 따지고 보면,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아는 악랄한 괴물, 열두 살의 디모테오가 강치수를 잡아 죽인 거죠. 아닌가요?” (195쪽)
“주여, 악마를 거두어주소서.”
“우리는 악마가 전해주는 영성체를 받을 수 없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레아 아버지와 가까운 성도들은 성당 문밖에서 팻말을 들고 ‘악마 디모테오는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또한, 테오가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이런 기막힌 상황 속에서도 테오는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테오는 원래 단단한 사람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따르던 성도들이 한순간에 돌아서서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테오도 보통 사람들처럼 상처받고 절망했을 것이다.
연쇄살인범의 아들 디모테오 신부와 그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찰자들
그들의 시선 어디쯤에서 한 인간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조경아의 장편소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아들이 가톨릭 사제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변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다각도로 서술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김성곤, 은희경, 서영채, 우찬제, 엄용훈, 하성란, 정이현)은 “이런 방식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의 진리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선과 악의 경계를 다각적으로 탐문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연쇄살인범 강치수의 아들 테오, 혹은 가톨릭 사제 디모테오는 살인마 아버지와 12년을 함께 살면서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친구의 누나가 아버지에게 잔혹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끝내 살아남았을뿐더러, 아버지의 은신처를 경찰에 알림으로써 살인범 체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특수한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가 무시무시한 폭력의 피해자이자 어머니를 잃은 당사자였음에도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성장했고, 신학교에 들어가서도 여러 논란을 거치며 처절한 노력 끝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소설은 사제가 된 그가 성당에 부임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는 소설에서 내내 괄호 속 인물로 존재한다. 주인공이되 자신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디모테오가 아닌 그의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각자의 입장에 따라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판이하다. 어떤 이는 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정신세계는 보통 사람과 다를 거라며 그를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어떤 이는 그의 따뜻한 면모와 날카로운 통찰력에 반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과연 그는 아버지를 닮은 괴물인가, 오해와 편견의 희생자인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궁금증은 증폭된다.
“내가 아는 한 그는 한 번도 내 믿음을 배신 한 적 없는 사람이에요.”
“세상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더 지독한 사람이라고 여기니까요.”
테오에 대한 여러 시선 중에 어떤 경우에도 테오에게 변치 않는 믿음을 보이는 대표적인 인물이 심해성당 제1보좌신부 베드로다. 그는 어린 시절 테오와 함께 성당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자신과 테오가 열두 살 나이에 보통 사람은 경험하기 힘든 끔찍한 상처를 공유했기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유일한 혈육인 누나가 테오의 아버지 강치수에게 살해당하고 자신마저 죽을 위기에서 테오 어머니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강치수는 증오하지만 테오는 자신과 똑같은 피해자라고 여긴다. 때문에 테오를 향한 사람들의 삐뚤어진 시선에 대해 고통받는 사람의 상처를 헤집는 가혹하고 부당한 처사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이들은 순진하고 물러빠진 베드로가 교활한 테오에게 이용당하는 거라고 충고하기도 하지만 그는 테오가 단 한 번도 자신의 믿음을 배신한 적 없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베드로와 달리 심해성당의 주임신부 유스티노는 좀처럼 디모테오에게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뭐든 분명하고 확실한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원리원칙주의자인 그에게 디모테오는 불확실한 사람이며 믿을 수 없는 존재다. 디모테오의 사제 서품을 마지막까지 반대한 것도 그 때문이며, 아직도 그가 사제가 될 만한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신학교에서 식복사의 횡령을 무리하게 추궁하다 결국 식복사를 자살로 몰아넣은 것만 봐도 테오는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살인마 아버지 밑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제거한 냉혈한이 되었으며, 오랜 시간을 괴물과 함께 살면서 형성된 그의 비정상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안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유스티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디모테오의 헌칠한 키와 곱상한 얼굴 덕에 성당의 신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그리고 인간 본성에 깃든 악에 대한 성찰
새로 부임한 젊고 잘생긴 신부 디모테오는 심해성당 신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의 죽음으로 성당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시신 주위에서 “디모테오 신부님, 사랑해요!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잠시만 안녕!”이라고 쓰인 유서가 나오면서 소녀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되지만, 디모테오는 성당 사람들에게 원망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죽은 소녀 레아는 평소 디모테오를 짝사랑했는데 그에게 무시당해 엄청난 모멸감을 느끼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비난은 그가 소녀를 죽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무언의 책임 추궁이었다. 경찰에서 나온 남 형사도 자살의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며 그에게 죄책감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편 디모테오는 레아의 죽음이 자살로 위장된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레아가 다니던 정신과병원 의사 마 교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마 교수는 유스티노 신부보다 더 노골적으로 테오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켜 그들로부터 정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이를 현실화할 방법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었다. 마 교수의 견해는 일부 사회적 공감을 얻기도 한바, 그의 주장에 비춰보면 테오야말로 격리되어 마땅한 존재였다.
“대개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증상은 어린 시절 받았던 잔인한 학대 혹은 반복된 폭력에 노출되었을 경우 발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전 요인이 추가되었을 경우 발현 가능성이 확 올라갑니다. 한마디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사이코패스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경우를 말합니다. 환경 요인 못지않게 유전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직계 자손들은 반드시 장기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격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214~215쪽)
디모테오는 그런 마 교수에게 접근해 레아의 죽음과 관련된 숨겨진 진실을 캐내려 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레아의 죽음에 얽힌 의문과 디모테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엇갈린 시선이 쌓여갈수록 소설은 인간 본성에 내재한 악과 사회적 편견이라는 주제의식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베드로, 유스티노, 남 형사, 마 교수 외에도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흔들림 없이 디모테오를 쫓는다. 여러 시점들의 대화성이 탐문의 깊이를 더하고, 독자의 참여 공간을 넓히면서 흥미를 북돋운다. 그 관찰자들의 시선 속에 과연 디모테오의 진짜 모습이 있을까. 우리는 한 사람의 진실을 판단할 능력이 있는 존재인가. 이런 질문을 하노라면 “작가의 역동적인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무척 작은 존재임을 절감하게 되면서 겸허히 반성하게 된다.”는 문학평론가 우찬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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