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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과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 김병욱 옮김
뮤진트리

2022년 06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7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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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111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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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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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은 프랑스어의 거장이다. 그 이전에 수학자에 탁월한 물리학자였으며, 철학자에 독보적인 신학자이기도 했다. 39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쳤으나 그의 삶을 하나의 범주 안에 담기란 헛된 시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 과학에서는 천재였고 인문학으로는 《팡세》라는 프랑스 문학의 걸작을 남긴 사람, 블레즈 파스칼. 이 무시무시한 천재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마음은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거나 “이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이 나는 두렵다”처럼, 《팡세》에는 수수께끼 같은 단편들이 가득하지만, 파스칼의 말은 생각하는 즐거움을 준다. 파스칼은 독서를 다른 사람의 책에서 자기 자신을 읽는 행위로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콜레주 드 프랑스 대학교 교수인 앙트완 콩파뇽은 41개의 주제로 파스칼의 주요 사상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편안하게 파스칼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이 책은 프랑스의 라디오 채널인 〈프랑스 앵테르〉에서 매년 여름 〈~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기획으로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2012년 몽테뉴를 주제로 시작한 방송이 대성공을 거두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책은 그 방송 내용을 토대로 다시 집필하여 이듬해에 출간되는데, 현재까지 10권이 출간되어 매년 프랑스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뮤진트리에서는 그중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을 한국에 번역 소개했고 이제 《파스칼과 함께하는 여름》,《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을 출간한다.
머리말 6
1 이 무시무시한 천재 13
2 “구두 뒤축” 18
3 자기애 24
4 “오류와 거짓의 주인” 30
5 “파스칼 씨의 생애” 36
6 “세계의 여왕” 42
7 “설득술에 관하여” 48
8 폭정 55
9 결의론 61
10 아버지 67
11 “나는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의 견해를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73
12 파스칼과 마르크스주의자들 79
13 “이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이 나는 두렵다” 86
14 단계 92
15 폭력과 진실 98
16 “제도적인 위대함, 제도적인 존경” 103
17 “달아난 생각” 109
18 “그는 천사도 짐승도 아닌, 인간이다” 115
19 자유사상가 121
20 “기쁨, 기쁨, 기쁨, 기쁨의 눈물” 127
21 파스칼의 방법 133
22 “숭고한 인간혐오자” 139
23 “오락이 없는 왕” 144
24 세 가지 질서 150
25 “마음은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 156
26 “그것은 몽테뉴에게서가 아니라…” 162
27 세 가지 사욕 168
28 예정설의 신비 173
29 ‘성스러운 가시’의 기억 179
30 중용 185
31 이중사고 191
32 “자아란 무엇인가? 196
33 촌락의 여왕들과 가짜 창문들 202
34 ”불확실한 것을 위해 일하는 것“ 208
35 ”무한한 무“ 214
36 사적인 악덕, 공공의 이익 221
37 ”네가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를 찾지도 않을 것이다“ 226
38 숨은 신 233
39 기하학의 정신, 섬세의 정신 239
40 교양인 245
41 므슈 드 몽스, 루이 드 몽탈트, 아모스 데통빌, 솔로몬 드 튈티 251

참고문헌 257
옮긴이의 말 259

“진정한 웅변은 웅변을 무시한다”(671-513). 사람들은 《팡세》에 수록된 이 말을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면서 종종 인용하곤 한다. 그것은 당시에 유행하던 생각이었다. 교양인은 거침없이 행동해야 하는데, 사실 이 ‘negligentia diligens(성실한 소홀함)’은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교양인이 가꿔온 바이기도 하다. _ 48p

내가 공작에게 경의를 표하는 건 그가 공작이기 때문이요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야 하지만, 그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에게 존경심을 품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제도적 위대함에 지우는 의무는 ‘외적인 의무들’로서, 이런 의무들은 파스칼이 ‘내적인 경멸’이라 부르는 것과 공존할 수 있다. 귀족도 정신이 저열하면 그런 경멸을 받을 수 있다. _106p

“미통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비난할 것”(433-853). 바로 이것이 호교론의 목표다. 즉 미통을 움직이게 하는 것, 무신론자에 반종교적이지만 전혀 방종하지 않은, 자유사상가 교양인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 파스칼은 결의론자들의 말을 무수히 인용하는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의 언어와는 전혀 다른 언어로 그에게 말한다. 그 자신의 언어인 자유사상가 교양인의 언어로 그에게 말한다는 점, 그것이 3세기가 넘도록 『팡세』를 성공시킨 비결이다. 포르루아얄 수도원은 그 초고 더미 앞에서 분통을 터뜨렸지만 말이다. _ 125p

빛의 세기의 사람들은 파스칼에게 당황했다. 한편으로 그들은 진공의 존재를 발견하고 확률 계산법을 발명한 그의 과학적 재능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적을 믿고 효능 은총의 필요성을 이론화하고 포르루아얄 수도원의 엄격한 도덕을 옹호한, 시대에 역행하는 이 신자를 비난했다. 그들은 이 당혹스러운 상황을 그가 미친 거라는 가설로 해소했다. _ 139p

오락divertissement은 파스칼이 《팡세》 서두에서 제시한 인간학의 주된 개념 중 하나다. 이 말은 다양한 여가활동이나 취미 활동을 가리키는 오늘날의 통속적 의미가 아니라 훨씬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니며, 파스칼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역설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즉, 인간에게 오락은 생의 비참을 외면하는 것-말 그대로 자신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se divertir -이요, 자기 조건의 허무를 자기 자신에게 감추는 것이요, 권태와 불안을 모르는 체하는 것이다. _ 144p


파스칼에게는 중간이 하나의 타협이 아니라, 지나치게 단순한 두 입장의 극복이다. 변증법적인 단계적 상승의 한 경우다. 양극단보다 쟁취하기 더 어려운 자리이지, 더 쉬운 자리가 아니다. _ 188p

사회생활의 밑바탕은 자연적 질서가 아니라 임의적 관례들이다. 그런 사정을 조난자가 왕이 된 것만큼 잘 말해주는 이미지는 없다. 한데 사실은 모든 사람이 조난자다. 그래서 사람들, 특히 귀족들의 교만이나 오만은 자기들 자신에 대한 거짓, 혹은 장-폴 사르트르의 표현에 따르면 그들의 ‘불성실’의 증거인 것이다. _ 195p

파스칼과 함께하는 여름은
그의 기하학의 정신, 섬세의 정신을 만나는 시간

영화 〈다가오는 것들〉의 주인공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한 출판사 ‘철학 총서’의 기획·작가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에서 참석자들 앞에 선 그녀가 손에 든 책을 펼친다. 화면에 언뜻 책의 제목이 보인다. 《팡세》다. 그녀는 천천히 다음 문장이 포함된 글을 읽어나간다. “(…) 영원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비싸지 않다.” 학생들이 세상사에 참여하는 것보다 아직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파스칼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가일 것이다.

파스칼은 프랑스어의 거장이다. 그 이전에 수학자에 탁월한 물리학자였으며, 철학자에 독보적인 신학자이기도 했다. 39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쳤으나 그의 삶을 하나의 범주 안에 담기란 헛된 시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 과학에서는 천재였고 인문학으로는 《팡세》라는 프랑스 문학의 걸작을 남긴 사람, 블레즈 파스칼.

샤토브리앙은 그의 저서 《기독교의 정수》에서 파스칼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2세 소년일 때 ‘막대기’와 ‘동그라미’로 수학을 창안했고, 16세 때는 고대 이후 가장 박식한 원추곡선 논문을 저술했던 사람, 19살 때는 전적으로 오성의 영역 안에서만 존재하는 학문을 기계화하는 데 성공했고, 23세 때는 대기의 중력 현상을 증명하여 고대 물리학의 가장 큰 오류 하나를 타파했던 사람, 다른 사람들이 이제 막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에 이르러서는 이미 여러 인문학의 원을 일주한 후 그 허무함을 깨닫고서 자신의 사유를 종교 쪽으로 돌린 사람, 그때부터 39세에 임종의 순간을 맞기까지, 보쉬에와 라신이 사용했던 언어를 고정하여 가장 완벽한 재담과 가장 강력한 추론의 모델을 제시했던 사람, 마지막으로 병마와 병마 사이의 그 짧은 기간들에 기하학의 가장 난해한 문제 하나를 추상抽象으로 해결하고, 신과 인간에 관한 생각들을 종이 위에 던져놓은 사람, 이 무시무시한 천재의 이름은 블레즈 파스칼이다.”

이 무시무시한 천재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이 책의 저자이자 콜레주 드 프랑스 대학교 교수인 앙트완 콩파뇽은 41개의 주제로 파스칼의 주요 사상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편안하게 파스칼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파스칼은 젊은 시절 잠시 사교계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일찍이 연구와 세상사에 대한 논쟁에 열정을 쏟은 탓인지 30대 초에 이미 세속에 염증을 느끼고 포르루아얄 수도원으로 은둔하여 고독 속에서 명상을 즐겼다. 평생 질병으로 고통받은 건강 상태도 큰 이유였을 것이다.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900여 개의 단편으로 남아 후세인들이 ‘팡세’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대작 《팡세》에는 기하학과 물리학 등에 관한 논고뿐만 아니라 철학과 종교, 인간학에 이르는 그의 모든 사상이 담겨있다. 그만큼 인간의 본성을, 인간의 이중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간의 실존을 논리적으로 분석한 사람이 또 있을까.

《팡세》의 곳곳에서 파스칼은 ‘자기애’를 다룬다. 그는 “자기애와 인간 자아의 본질은 자기만 사랑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것이다”라며, ‘사욕’을 멀리해야 함을 강조한다.

“바라건대 인간이여, 이제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라. 자기를 사랑하라. 왜냐하면 자기 속에 선을 행할 수 있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자기 속에 있는 비천한 것들을 사랑하지는 마라. 자기를 경멸하라. 왜냐하면 그 능력은 공허한 것이기 때문이다. (…) 자기를 미워하고, 자기를 사랑하라. 인간은 진리를 알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자기 속에 지니고 있다.”

《팡세》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 글 쓰는 법, 읽는 법에 관한 많은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학과 신학의 여백에, 우리 현대인들도 느낄 수 있는 자잘한 여러 성찰이 숨어 있다. 이런 불꽃 같은 문장도 있다.

“나는 달아나는 생각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그 생각이 나에게서 달아나버렸다고 쓴다.”

좋은 생각이 내 머릿속에 떠올라 막 적어두려는 순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나가버린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나 파스칼은 이 망각은 더욱더 중요한 다른 생각 하나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내가 잊어버리려고 하는 나의 비참, 나의 취약함 혹은 나의 허무다. 파스칼은 위의 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위대함과 인간의 취약함을 동시에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기가 비참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데 있다. / 나무는 자기가 비참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 그러므로 [자신의] 비참을 아는 건 비참한 일이지만, 사람은 자기가 비참한 존재임을 알기에 위대하다.”

파스칼은 수없이 인간을 모욕하고 인간을 낮추고 인간을 비참 속에 빠트린다. 그러나 그는 늘 인간 편에 서 있다. 그는 인간에게 명백한 비참을 제시한 후, 인간의 위대함을 동시에 인식하게 한다. 인간이 자신의 비참을 모르면 제 위대함만 보게 되고, 그래서 더 비참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유일한 출구는 자신의 비참과 위대함을 동시에 인식하는 것이다. 파스칼은 그것을 이렇게 상기한다.

“(…) 각각의 진실 끝에, 사람들이 그 반대의 진실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여야 한다.”

“마음은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거나 “이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이 나는 두렵다”처럼, 《팡세》에는 수수께끼 같은 단편들이 가득하지만, 파스칼의 말은 생각하는 즐거움을 준다. 파스칼은 독서를 다른 사람의 책에서 자기 자신을 읽는 행위로 생각했다. 그러니 우리도 한 번쯤 파스칼을 따라 해보면 어떨까. 그의 생각을 읽고 그의 논법을 따라가며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 올여름에 해봄직 한 일이다.

작가정보

Antoine Compagnon
작가이자 프랑스의 콜레주 드 프랑스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현대성의 다섯 가지 역설》, 《이론의 악마》, 《문학 왜 하는가?》, 《수사학 수업》,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등이 있다.

프랑스 사부아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불멸》 《느림》 《배신당한 유언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망친 책,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로맹 가리의 《게리 쿠퍼여 안녕》 《징기스콘의 춤》,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 《촛불》 《물과 꿈》, 앙투안 콩파뇽의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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