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2022년 06월 02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9월 2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1.92MB)
- ISBN 9791160949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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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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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인 주인공 소년이 참사 1주기 추도식 다음 날, 학교를 벗어나 하루 동안 배회하는 이야기이다. 참사 이후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모든 것에서 예외 취급을 받는 ‘나’는 삶 자체가 번외가 된 기분이다. 주인공이 무작정 길을 나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낯선 이들이지만 이들은 내가 입은 교복을 알아보고 참사에 대해, 추도식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이들이 보내는 관심이 버겁기도 하고,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K와 공범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욕망이 교차하는 소년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속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총기 난사 사건과 K에 대한 기억을 환기한다.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소년의 독백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모순을 발견한다. 동시에 불가해한 인간 존재에 대한 탁월한 서사를 끌어낸 박지리 작가의 천재성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흔들고 있다. 번식하는 꽃씨들 때문에 쓰러지도록 만들었다가, 이제 정말 끝이구나, 그래, 차라리 잘됐어,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이봐, 눈을 떠, 눈을 떠, 하면서 멋대로 숨을 집어넣는다. ( 76~77쪽)
심리 상담을 해준 닥터 장은 소년의 삶을 “아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덤”인 것마냥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고 전화하게 하면 실컷 욕을 해 주겠다고 소년을 위로하지만 소년은 세상 전체가 그런 말을 한다고 느낀다.
떠돌이 개와 새, 고양이의 꿰뚫어 보는 눈빛에도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를 불러 주어야 했다. 죽은 애들은 더 이상 겪을 수 없는 5월, 6월, 7월로 넘어가는 달력에도 명함을 붙여야 했다. 오늘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부모님의 말투에도 명함이 어딨지? 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려야 했다. (…) 무엇보다도 매일 아침 일어나는 나 자신에게도 여기에다 전화를 해 보라고 해야 했다. (97~98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란
소년은 결국 의사에게도, 가족에게도, 어느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한 자신의 고통을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눈앞에 보이는 교회에 전화를 걸어 털어놓는다. 아무래도 그날 자신이 죽지 않은 것에 모든 사람이 의심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며. 아무 계획도 없이 떠난 여정은 병원과 경찰서를 거치며 탈주극으로 이어지고, ‘베드로의 집’이라는 노숙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시설에까지 가게 된다. 소년은 그곳에서 베드로 신부를 죽이려고 모의하는 부랑자들 이야기를 듣고 신부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안 무서우세요?
무서워할 게 무언가요? 어차피 인간은 다 죽기로 정해져 있는데.
하지만 살인당하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아요.
모든 인간은 결국 다 살해돼 죽는 거예요. 인간의 숨을 거두어 가는 손길은 다 살인 아닌가요? (133쪽)
날마다 살인 모의를 하는 부랑자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신부는 삶 자체가 지닌 모순을 인정하며 ‘오늘’을 사는 존재다. 작품의 제목 ‘번외’는 계획에 들어 있지 않다는 뜻이고, 사실 우리는 삶 자체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년 역시 삶과 죽음의 욕망이 격렬하게 교차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하여튼 되게 살고 싶어” 하는 존재임을 안다. 작품 곳곳에 쓰여 있는 이 문장은 끊임없이 소년으로 하여금 삶을 자각하게 한다.
청소년문학평론가 오세란은 「작품 해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삶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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