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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

알마 인코그니타
알마

2020년 06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10월 07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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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84MB)
ISBN 9791159922916
쪽수 6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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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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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소설을 만나다!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픽션과 에세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벌여오다 46세의 나이에 복용하던 우울증약이 더는 듣지 않자 자택에서 목을 매어 삶을 마감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소설집 『오블리비언』. 소설집의 제목인 ‘오블리비언’은 일곱 번째 실린 소설의 제목이자 여덟 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마케팅 회사의 이면을 파헤친 《미스터 스퀴시》, 한 초등학교의 시민윤리 교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정신착란에 빠진 대체교사 존슨이 칠판에 ‘죽여’라고 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혼은 대장간이 아니다》,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어 울부짖는 아이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와 이를 수습하는 아빠를 둘러싼 엽편소설 《화상 입은 아이들의 현현》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천재적 재능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소설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미경적인 관찰과 묘사, 소설의 오랜 관습을 타파하는 플롯과 형식, 결말에 이르러서도 기어코 해명되지 않는 진실의 실체까지 저자의 소설들을 다 읽을 즈음에서 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되고, 그즈음 아득한 슬픔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설들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미스터 스퀴시
영혼은 대장간이 아니다
화상 입은 아이들의 현현
또 하나의 선구자
굿 올드 네온
철학과 자연의 거울
오블리비언
더 서퍼링 채널

옮긴이의 말

슈미트는 해가 갈수록 체중과 체지방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다. 자신이 통통한 또는 까다롭고 뚱뚱한 남자의 어기적거리는 걸음걸이로 걷는다고 생각했다. 실제 그의 걸음걸이는 100프로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았으며, 테리 슈미트 외에 그 누구도 그의 걸음걸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난 분기 동안에는 아침에 인터콤 라디오로 WLS 뉴스와 토크쇼를 들으며 면도를 하다가 종종 움직임을 멈추고 매 분기마다 점점 진해지고 있는 듯한 얼굴의 희미한 주름과 처진 살을 보면서 거울 속 자신을 미스터 스퀴시라 불러보곤 했다. 자연스럽게 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무시하거나 저항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브랜드 이름과 로고는 그 자신을 향한 어두운 조롱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면 자신을 미스터 스퀴시라 칭하게 될 정도였다. 머릿속에서 자신의 얼굴과 미스터 스퀴시의 통통하고 악의 없는 아이콘이 서로 녹아들어 새로운 얼굴이 생겨났다. 선으로 된 조잡한 얼굴은 어떤 면에서는 똑똑해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작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용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진정으로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그런 얼굴.
_ 〈미스터 스퀴시〉, 60~61쪽

아침에 화장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할 때면 슈미트-미스터 스퀴시는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한 희미한 주름을 자세히 살펴보거나 창백한 주근깨를 의미 없이 이리저리 이어보며 머릿속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생길 깊은 주름살과 처짐과 멍든 것 같은 다크서클을 그려볼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후 바로 이 자리에 똑같이 서서 지금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마흔네 살 먹은 턱과 뺨을 면도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모공과 손톱을 살펴보고 이를 닦고 얼굴을 관찰하는 등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일련의 동작을 하며 올해로 이미 8년째 다니고 있는 똑같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가끔은 상상의 범위를 넓혀 피폐해진 얼굴로 희미한 형태의 육체를 휠체어에 기댄 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파스텔색 주변을 배경으로 무릎에는 담요를 얹고 기침을 하는 모습까지도. 그러니까 언급할 가치도 없을 만큼 있음직하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 슈미트가 로버트 아워드나 다른 수석 리서치 책임자를 밀어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해도 실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는 팀Δy의 세후 수익 중 지금보다 더 큰 금액을 받게 되어서 보다 안락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 아파트에서 마스터베이션하며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중요한 사람인 척 많은 물건과 겉치레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다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거대한 체제 속에서 어떤 실질적인 변화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지금처럼.
_ 〈미스터 스퀴시〉, 82~83쪽

콜럼버스시 경찰청 조사위원회는 거친 단면으로 부러진 분필과 커다란 팔 동작, 그리고 책상에 놓인 존슨 선생님의 서류 가방이 가까웠다는 점을 ‘인질 안전에 대한 인지된 위협’으로서 사살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들었지만, 사실 서둘러 발포하도록 그들을 자극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존슨 선생님의 표정과 흔들림 없이 지속되던 고음과 분필 내려놓고 두 손 펴서 앞에 들고 칠판에서 떨어지라는 경관들의 명령에도 아랑곳없이 점점 더 무섭게 열중하며 칠판 위의 언어적 혼돈에 글씨를 더하던 그의 완벽한 무심함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 이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_ 〈영혼은 대장간이 아니다〉, 169~170쪽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뒤에 아빠가 스스로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엄마와 함께 작은 수건 두 개를 교차시키고 거즈를 덧대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한 단단하게 기저귀를 채우면서 너무나 간절하게 지금 이 순간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아빠는 아이를 신생아처럼 한 손으로 뒷머리를 받쳐 들고 집 밖으로 달려나가 과열된 트럭에 올라타고 타이어에 불이 날 정도로 빠르게 달려 시내의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세입자용 문은 하루 종일 그대로 매달려 있다 결국 경첩에서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고통이 멈추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자 아이는 스스로를 떠나 아래에서 전개되는 일들을 위에서 굽어보는 법을 익혔다.
_ 〈화상 입은 아이들의 현현〉, 201쪽

마을 주교들은 지난한 논의와 토론 끝에 투표를 거쳐 아이의 부모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고 아이에게, 이를테면 마을 전체의 피후견인 혹은 피부양자 자격을 주고 미성년자도 성인도 아니고 주교나 향사나 샤먼을 비롯한 그 어떤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전례 없고 유일무이한 완전히 새로운 법적 신분을 부여하기로, 이와 동시에 아이의 명목상의 ‘부모’에게는, 마

2004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한계를 시험하는 유형의 작가들이 있다.
언어의 한계, 사고의 한계, 감정과 기억, 신체와 행위의 한계,
다시 말해 인간 존재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작가들.
그런 시도가 옳은 것인지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계와 부딪치려고 했을 때만 탄생하는 것이 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소설이 그 완벽한 사례다.”
_정지돈 소설가

두 번째 장편소설 《무한한 재미infinite Jest》로 세계의 시선을 끌어 모은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생전에 출간된 마지막 소설집이자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픽션

“기가 막히게 기발하다.”_ 〈타임〉

“플로베르 이후 가장 빼어난 스타일리스트 중 하나이자 니체 이후 가장 깊은 곳까지 이른 허무주의자”(신형철 문학평론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천재적 재능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학에서 월리스에게 철학을 가르친 한 교수는 "나는 그가 소설 쓰는 취미를 가진 철학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철학이 취미인, 당대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하나였다"고 했을 만큼 철학에도 뛰어났다.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픽션과 에세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벌여온 작가는 46세의 나이에 복용하던 우울증약이 더는 듣지 않자 자택에서 목을 매어 삶을 마감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세 편의 장편소설(마지막 소설은 미완성 유작으로 사후에 출간)과 세 권의 소설집을 남겼는데, 《오블리비언》은 월리스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소설집이다. 월리스 소설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미경적인 관찰과 묘사, 소설의 오랜 관습을 타파하는 플롯과 형식, 결말에 이르러서도 기어코 해명되지 않는 진실의 실체…. 그의 소설들을 다 읽을 즈음에서 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즈음 아득한 슬픔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설들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오블리비언(Oblivion)’은 소설집의 제목이자 일곱 번째 실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데, 여덟 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오블리비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a) 잊고 있는 혹은 잊은 상태, (1b) 방심 또는 부주의로 인한 건망, (1c) (특히 정치적인) 범법 행위에 대한 고의적 간과, (2a) 잊힌 상태, 모호함, 무(無), 공허, 죽음, (2b) 잊힌 무언가.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로서의 ‘오블리비언’은 (2a)의 뜻을 기저로 하되 얼마간 (1c)의 ‘고의성’이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의식의 가장자리’ ‘잠재의식’ ‘의식의 밖’이라는 표현이 결국 ‘오블리비언’이며, 이것이 ‘의식의 여러 층위’ 중 무의식과 가장 맞닿아 있는 상태, 즉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라는 점에서 각 단편에서 ‘오블리비언’의 ‘고의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_ 옮긴이의 말에서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할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삶을 이어가야 하는가. 한계가 명확한 질문에 죽기 직전까지 집착하기 또는 죽음과 함께 집착하기. 실비아 플라스의 말처럼,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할 때 그것이 우리가 무(無)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소설은 그러한 한계의 흔적이자 망각의 신호다. _ 정지돈

《오블리비언》에는 총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마케팅 회사의 이면을 파헤친 첫 번째 소설 〈미스터 스퀴시〉는 마케팅 용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갑과 을 사이의 알력 관계, 을과 병 사이의 줄다리기 등을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을 넘나들며 풀어낸다. 미스터 스퀴시사(社)의 신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타깃 포커스 그룹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회사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르는 형상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이 소설은 1996년에 발표한 《무한한 재미》로 일약 미국 문학계의 스타로 떠오른 월리스가 1999년에 두 번째 소설집을 낸 후 ‘엘리자베스 클렘’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작품이지만 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단박에 월리스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작가만의 집요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번째 소설 〈영혼은 대장간이 아니다〉은 한 초등학교의 시민윤리 교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사건은 정신착란에 빠진 대체교사 존슨이 칠판에 ‘죽여’라고 쓰면서 시작된다. 존슨은 점점 더 무섭게 열중하며 ‘죽여, 저들을 죽여’라고 쓰기를 멈추지 않고 그의 이상 행동에 공포에 질린 학생들의 집단 탈출을 시도한다. 특히 그 학생들 중 ‘무자각적 인질 4인방’의 이야기다. 교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으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평생 트라우마를 겪는다. 무자각적 인질 4인방 중 한 명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사건은 회상되는데, 창밖 풍경으로 묘사된 온갖 기괴한 이야기들과 연루되며 ‘비극’은 모호해지는 동시에 강렬해진다.
세 번째 수록된 〈화상 입은 아이들의 현현〉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어 울부짖는 아이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와 이를 수습하는 아빠를 둘러싼 엽편소설이다. 비극은 부모의 간절한 바람에도 수습되지 않는다. 아빠는 불가항력적 슬픔의 와중에도 멈추지 않는 자신의 본능을 비난하며 죄책감을 직시한다. 아이는 자라고 어른이 되지만 “사물들 속의 사물로 주인이 떠나버린 삶을” 산다. 아이의 비극은 그날 벌어진 비극적 사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래 삶이란 그런 것일까.
네 번째 소설 〈또 하나의 선구자〉는 화자의 비행기 좌석 앞에 앉은 이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범신론적 샤머니즘과 원시적인 수렵·채집 생존 방식의 구석기 시대의 한 우림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외딴 마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마을에 등장한 비범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진 한 아이와 새로운 지배 세력이 권세를 누리다가 서서히 몰락하는 이야기다. 소설은 도입부-전개부-최고조부-대단원이라는 서사 구조를 충실히 다루며 서사를 전달하는 화자의 입말로만 작품 전체가 구성된다. 친구의 지인이 비행기에서 앞자리에 앉은 승객이 그 옆자리 승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엿들었다며 친구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친구가 전해준 것을 청중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다섯 번째 소설 〈굿 올드 네온〉은 2001년 처음 발표한 후 《2002 오 헨리상 수상 작품집(The O. Henry Prize Stories 2002)》에도 수록되었다. 이 소설은 평생을 기만적인 인간으로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주인공이 자살한 이후, 죽음 이후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자신이 자살에 이르게 된 이유와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기만적인 인간으로 사는 삶과 타자를 사랑할 수 없는 현실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과 죽음을 마치 관찰자처럼 들려준다. 주인공은 종교와 코카인과 성 중독에 빠져 정신과 상담을 받다가 자살을 결행하고 그 와중에 주인공의 동문 ‘데이비드 월리스’도 잠시 등장하는데, 그 서사 속에는 작가 스스로가 깊이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죽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죽는 데는 영원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진실이다.” 한편, 소설에서 주인공은 인간의 소통 도구로서 언어가 갖는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동시대의 어느 누구보다도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역설적이다.
여섯 번째 소설 〈철학과 자연의 거울〉은 눈가 잔주름을 제거하는 성형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로 얼굴이 흉측하게 변한 어머니를 모시고, 변호사를 만나러 버스를 타고 가는 아들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얼굴이 “미친 듯한 공포로 영원히 일그러진 가면”처럼 보이는 까닭에, 버스 승객들은 깜짝 놀란다. 그럴 때면 아들은 “‘각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든 다른 사람이 그 이유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불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급히 결론 내리지 말자고요’라고 말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어쩌면 의사의 “야만적인 칼질”은 “예고된 재앙”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표제작이자 일곱 번째 소설 〈오블리비언〉은 몽상과 망상 사이의 어딘가에서 끝내 사라져버린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쫓다 끝내 허무와 불안에 이른 자들을 위한 유머 같은 소설이다. 주인공의 코골이를 비난하는 아내와 아내의 환각을 의심하는 남편은 위기에 빠진다. 결혼생활은 권태를 지나 분열에 이르고 분노와 피곤이 일상을 지배한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과학적으로’ 진실을 규명하기로 합의한다. 그러나 과연 과학은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까. 소설은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소설 〈더 서퍼링 채널〉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예술품을 생산해내는 한 아티스트를 둘러싼 이야기다. 그 아티스트의 예술품은 말 그대로 ‘똥’이다. 진실을 쫓으면서도 자본을 설득해내야 하는 저널리즘은, 이 ‘똥’의 서사를 궁리하고 탐사하고 욕망하고 담아낸다. 그리고 세상은 아티스트의 “끔찍한 수치와 모순적인 감정과 인간적인 고통”을 시청한다. ‘의식이 자연의 악몽’이 되는 순간이다.
알마 인코그니타 + ‘DFW’

《오블리비언》은 ‘알마 인코그니타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인 동시에, 알마가 펴내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첫 번째 책이다. 알마는 《오블리비언》을 시작으로 앞으로 〈타임〉이 ‘20세기 100권의 영문 소설’로 꼽은 《무한한 재미(가제, Infinite Jest)》를 비롯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펴낼 예정

작가정보

(David Foster Wallace)

소설가, 문학비평가, 에세이스트로, 1962년 뉴욕에서 태어나 2008년 46세에 사망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였고 졸업 논문으로 장편소설 《체계의 빗자루(The Broom of the System)》(1987)를 썼다. 두 번째 발표한 장편소설 《무한한 재미(Infinite Jest)》(1996)는 20세기 말 미국 현대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문제작으로, 〈타임〉은 이 소설을 ‘20세기 100대 걸작 영어 소설’로 선정했다.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미완성 유작인 《창백한 왕(The Pale King)》의 원고를 죽는 날까지 정리하고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설은 그의 사후 2011년에 출간되었다.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포모나 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활동했으며, 맥아더 펠로십(MacArthur Fellowship), 래넌 문학상(Lannan Literary Award), 화이팅 작가상(Whiting Writers’ Award) 등을 수상했다.
〈뉴욕 타임스 북리뷰〉는 그의 소설을 두고 “한두 번의 손짓만으로도 사물의 물리적 본질이나 감정의 진실을 전달할 줄 아는 능력, 엄청난 속도와 열정으로 평범한 것에서부터 철학적인 것으로 단숨에 도약하는 재주”가 있다고, 〈타임〉은 “정교한 플롯과 부조리한 베케트식 유머와 SF급 세계관이 천천히 흐르는 현실적인 의식의 흐름과 함께 펼쳐진다”고 썼다. 현대 사회에서 기만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고, 타자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비극적 현실을 예민하고도 명민한 시각으로 포착한 후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에너지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의 소설은 미국 현대 소설의 최정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체계의 빗자루》 《무한한 재미》 《창백한 왕》, 소설집 《희한한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Girl With Curious Hair)》 《추악한 남자들과의 짧은 인터뷰(Brief Interviews with Hideous Men)》 《오블리비언》, 산문집 《랍스터를 생각해봐(Consider the Lobster and Other Essays)》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A Supposedly Fun Thing I’ll Never Do Again)》 《육체적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Both Flesh and Not)》, 케니언 대학교 졸업 축사를 담은 《이것은 물이다》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전자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이노베이터》(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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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오블리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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