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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 위의 철학

플라톤에서 니체까지 사유의 길을 걷다
책세상

2020년 06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4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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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6.48MB)
ISBN 9791159315039
쪽수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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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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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그들의 철학은 여행으로 완성된다.
철학과 가장 닮아 있는 활동은 바로 여행이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 보이던 길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여행, 길 위의 철학』은 자신의 철학을 완성하기 위해 여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철학자들의 여행 과정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12명의 철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들이 모여 솔론과 라이프니츠, 루소의 여행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철학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어떻게 사유영역을 확장해 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각 저자들은 철인이 다스리는 국가를 실험하기 위해 시라쿠사를 세 번이나 떠난 플라톤, 그리스 세계의 지혜와 오리엔트 지역의 지혜를 비교 습득하기 위해 알렉산드로스의 원정길을 따라 인도까지 여행했던 아폴로니오스를 추적한다. 돈과 영광을 좇아 고향을 떠났으나 기독교로 개종한 아우그스티누스, 자신의 열정과 야망을 실현하고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돌아다닌 라이프니츠,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 평생을 떠돌아다닌 니체까지 철학자들의 지혜를 찾아 떠난 긴 여정을 보여준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닿고 닿은 질문이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때문에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내린 정의 ‘지혜 사랑’을 아직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영원한 여행자’ 루소는 책에서 얻은 지혜보다 직접 체험한 경험을 옹호했다. ‘여행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나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뜻한다. 이것이 ‘지혜 사랑’의 철학이다. 이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이 보여주는 여행의 참 의미이자 여행을 통해 완성해가는 철학의 진면목이다.
서문 : 철학자의 여행법 _ 마리아 베테티니, 스테파노 포지 · 007

오래된 지혜를 찾아 떠나다 _ 주세페 캄비아노 · 019
- 솔론·플라톤·아폴로니우스

아프리카 시골 청년, 기독교 성인이 되다 _ 마리아 베테티니 · 047
- 아우구스티누스

페르시아에서 지식의 근원을 찾다 _ 마시모 캄파니니 · 075
- 이븐 시나 ·알 가잘리

여행, 의심을 없애는 과정 _ 파스콸레 포로 · 099
- 토마스 아퀴나스

서양에서 온 선비, 중국의 마음을 훔치다 _ 필리포 미니니 · 117
- 마테오 리치

세 개의 시민권을 가진 철학자 _ 프란체스코 피로 · 147
-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파리로 간 밀라노의 계몽주의자 _ 쟌니 프란초니 · 173
- 피에트로 베리 ·알레산드로 베리 ·체사레 베카리아

방랑하는 인간, 영원한 여행자 _ 바르바라 카르네발리 · 203
- 장 자크 루소

내 방 여행 안내서 _ 마르코 피아차 · 237
- 멘 드 비랑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스탕달

플라톤의 이탈리아 상상여행 _ 주세페 카치아토레 · 261
- 빈첸초 쿠오코

유토피아와 혁명을 찾아서 _ 스테파노 포지 · 285
- 토머스 칼라일 ·미하일 바쿠닌

나약한 인간, 초인의 신화를 쓰다 _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 315
- 프리드리히 니체

참고문헌 · 351

30쪽
태어난 고향과는 다른 새로운 도시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사회학자들이 ‘초월적인 역할’이라고 말하는 어떤 능력을 훈련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시민이 아닌 손님으로서 고정관념 없이 자유롭게 그 도시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리스의 철학과 민주주의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다소 성급한 일반화를 경계하기 위해서 기억하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실 다른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을 떠나면 철학자들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아예 단념했다. 타지에서의 정치적 참여는 불가능했으며, 아테네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특히 더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정치학》 같은 작품을 읽을 때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다.

140쪽
리치가 유럽에 소개한 중국의 가장 중요하고도 함축적인 단어는 바로 ‘세계’였다. 중국은 영토, 역사, 문화, 언어, 행정 등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유기적인 나라이며, 유럽 대륙 전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또 다른 세계’였다. ‘또 다른 세계’라는 표현은 리치가 편지에서 언급한 말이다. 리치는 중국을 유럽인이 교류해왔던 다른 어떤 국가와도 다른 ‘세계’로 인식했다. 지리적으로도 광대한 ‘세계’일 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 풍부한 천연자원과 모든 국민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적 풍요, 정치·사회 구조의 완벽함, 중국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세계’였다. 리치의 눈에 비친 중국은 “동양에서 발견한 자연적·초자연적인 경이로움”이었다.

222쪽
루소의 사회학적 궤도를 생각해보면 사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고백록에서 격렬하게 비판해 마지않던 앙시앵레짐 사회의 피라미드 구조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시계공의 아들이었던 루소는 짧은 기간 내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은 위치에 오른다. 처음엔 견습공 신분에서 방랑자로, 그 후엔 가정을 부양하다가 신학생으로, 등기소 직원, 음악 선생, 가정교사, 성공을 꿈꾸는 무명의 음악가, 외교관과 자산가의 비서, 귀부인들이 드나드는 살롱의 사교계를 거쳐 당대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가 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루소의 개인적 목표가 달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경험들이다. 진정한 사랑과 더욱 견고한 사회적 인정 같은 야망은 그가 토리노의 견습생 시절부터 열망했던 것이다. 비록 이러한 이미지는 자신의 ‘전향’에 의해서 알려진 진정성이라는 형태와 조화를 이루지는 않지만, 루소는 사회적 인정에 대해서 ‘낭만주의’와 ‘보상’ 사이에 낀 매우 강한 양의성을 보여준다.
또 다른 전망 속에서, 사회적 흐름은 루소의 정치이론에 급진성을 부여하면서 새로운 정치이론의 토대를 제공해주었다. 모든 상황을 몸소 시도하지만 그러한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만이 사실 사회적 위계질서를 상대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올바른 정치 질서의 당연한 토대를 구성하는 인간의 영원한 본질에 대해 알 수 있다.

331쪽
니체가 정신적으로 매우 나약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항상 자신과 사랑하는 대상 사이에 늘 누군가를 두어 스스로를 방어하고 어떤 관계에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바그너의 아내인 코지마에 대한 니체의 열정도 그랬다. 니체는 자신의 ‘광기 편지’**에서 세 사람의 관계를 그리스신화 속의 삼각관계에 비유했다. 즉, 코지마는 아리아드네, 바그너는 미노타우로스 그리고 자신을 테세우스에 비유했다. 바그너와 코지마, 니체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기 신화화’라고 할 수 있는 사례를 목격하게 된다. 이것은 루 살로메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그녀가 파울 레와 함께 베를린으로 떠난 뒤 니체는 라팔로로 은거한다. 이곳에서 약물에 빠져 지낸다. 그리고 1883년 1월, 단 열흘 만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 권을 쓴다.
자기 신화화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권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니체는 자신을 페르시아의 예언자와 동일시하고, 우리가 아는 사람은 누구든지 초인에 이를 수 있다는 사상을 제시한다. 초인의 본성에 대해서는 해방된 탈형이상학적 인간이나 나치 친위대, 슈츠스타펠을 예로 드는 등 논란이 많다. 그러나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초인’이라는 존재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것은 정확히 기독교가 탄생한 지 거의 2000년이 다된 시점에서 새로운 종교와 신을 창조하려는 시도였다. 이것은 물론 낭만적인 해석이다. 이 책이 출판되기 바로 전에 나온 《즐거운 학문》의 아포리즘 125장에서 우리는 신의 죽음을 선언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은 ‘초인’이라는 존재는 루 살로메로 인한 좌절을 극복하기 위한 과장된 표현으로도 보인다. 즉 빼앗기고, 궁지에 몰려 모욕감에 휩싸인 니체가 칼라

영원한 여행자, 위대한 철학자
“세계를 주유하다, 인간을 탐구하다”

철학과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활동이 무엇일까? 독서나 사색, 대화처럼 정적인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놀랍게도 철학과 가장 닮아 있는 활동은 여행이다. 새로운 세계와 만나고 자신을 발견하는 데 여행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흰 수염에 튜닉을 입고 도서관 같은 곳에 틀어박혀서 일부 학자들만 아는 어려운 개념어를 사용해서 형이상학적인 사유에 몰두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철학자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외국에 사는 현인을 만나기 위해 험준한 산을 넘고 거친 바다를 건너는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았다. 신기하게도 생각이란 것은 꽉 막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다가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 보이던 길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들은 대부분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이를 세계 속에 펼쳐놓고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부유하는 생각을 손에 움켜잡기 위해,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하기 위해 위험한 여행에 나섰다.
이 책은 철학자들의 여행이 철학으로 열매 맺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12명의 철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들이 모여 솔론과 라이프니츠, 루소의 여행을 되짚어가며 그들이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플라톤과 마테오 리치, 바쿠닌처럼 자신의 철학을 세상에 관철시키기 위해 여행했던 모습도 그려낸다. 일견 다른 듯 보이지만 두 과정이 모두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즉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었다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철학자들의 여행 이야기를 엿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철학자의 여행
사유 영역의 확장
일 년에 한두 번,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새로운 인연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기대하면서 캐리어를 꺼내 든다. 행선지까지 이어줄 교통편, 머물 곳을 알아보느라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그곳에서 해야 할 일과 사야 할 물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등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여행이 주는 유익은 명확하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곳,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나의 결핍된 무언가를 찾는 것, 그렇게 나를 새롭게 하는 것이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다.
단순히 머리를 식히거나 즐거움을 찾기 위한 여행이 대부분이지만, 보다 진지한 목적을 가진 여행도 있다. 특히 ‘지혜 사랑’을 직업으로 하는 철학자들의 여행은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자가 도서관이나 연구실처럼 한적한 곳에서 책에 묻혀 지낼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선입견을 심어준 인물은 칸트일 것이다. 칸트는 평생 한 곳에 머물면서 시계처럼 정확한 삶을 살았던 철학자다. 늘 절제된 삶을 살며 철학에 매진했다. 아마도 철학자에 대한 선입견은 그의 이런 모습이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탓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칸트를 예외적인 경우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거의 모든 철학자가 은둔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떤 철학자는 탄압을 피해 도망을 치느라, 새 제자를 찾아서, 정치인을 새로운 체제로 인도하려고, 또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더 위대한 현인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물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철학만으로는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목적은 제각각이었지만, 여행은 결과적으로 철학자들의 사유 영역을 확장시켰다. 여행은 철학자들에게 이방인으로서 기존의 관계성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초월적인 역할’을 선물했다. 새로운 장소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철학자의 굳어 있던 생각의 틀을 깨뜨렸고 부유하던 생각을 손에 거머쥐게 만들었다. 여행은 ‘철학하는’ 적극적인,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렇게 철학자들은 길 위로 자신을 던졌고 그들의 여행은 위대한 철학으로 완성되었다.

길을 떠난 철학자
지혜 사랑의 실천
각각의 저자들은 아테네의 법을 제정하고 지중해의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며 관습과 제도, 풍습에서 오래된 지혜를 찾았던 솔론을 시작으로, 철인이 다스리는 국가를 실험하기 위해 시라쿠사를 세 번이나 다녀온 플라톤, 그리스 세계의 지혜와 오리엔트 지역의 지혜를 비교하고 습득하기 위해 알렉산드로스의 원정길을 따라 인도까지 여행했던 아폴로니오스를 추적한다. 그리고 돈과 명예를 좇아 이탈리아로 떠났으나 기독교로 개종하고 성인의 반열에 오른 아우구스티누스의 역정으로 이어진다. 무함마드의 신비로운 영적 여행과 신 안에서 완전히 자신을 버리는 여행을 했던 이슬람 철학의 선구자 이븐 시나, 알 가잘리와의 만남도 뒤따른다. 이야기는 다시 의심을 품어야 진실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여행과 대비된다. 토마스 아퀴나스만큼이나 뛰어난 재주로 새로운 세계, 중국에 가톨릭을 알린 ‘서양에서 온 선비’ 마테오 리치, 철학자로서의 업적 외에도 자신의 열정과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외교관으로서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쉬지 않고 돌아다닌 라이프니츠, 인쇄공 견습생에서 신학생, 등기소 직원, 가정교사, 음악가, 비서를 거쳐 유명 작가에 이르기까지 낮에는 귀족과, 밤에는 이름 없는 농부와 식사를 함께할 정도로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계급을 경험한 루소, 자신을 관찰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면으로 여행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소개한 멘 드 비랑과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분열된 국가 속에서 무너진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기 위해 플라톤의 상상여행을 만들어낸 쿠오코,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고 고통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자신에게 맞는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 평생을 떠돌았던 니체까지. 여러 철학자들의 지혜를 향한 길고 긴 여정이 이어진다.
이들 모두에게 여행은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으며, 동시에 자신의 철학을 세상에 관철시키기 위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즉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었다.

《에밀》의 마지막 5권인 ‘새로운 인간’의 교육에 관한 부분에서 우리는 ‘여행에 관하여’라는 항목을 발견할 수 있다. 여행을 가르치는 일종의 ‘여행의 기술’을 알려주는 짧은 글이다. 여기서 루소는 ‘한층 더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검토한다. 인생에 유용한 것들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많은 책을 읽으면 될까? 아니면 혹시 혼자서 여행하며 많은 경험을 얻는 게 더 좋지는 않을까? 몽테뉴의 《수상록》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 대한 응답으로 루소는 책을 통한 문화 체험을 거부하고 직접 경험, 즉 ‘생생한’ 문화 체험의 가치를 옹호한다. - 231쪽

닳고 닳은 질문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태까지 어느 누구도 이 질문에 똑 부러지는 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래서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내린 정의, ‘지혜 사랑’을 그대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지혜’는 무엇이고 그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이것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이다. 지혜에 다가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훌륭한 스승을 찾아가거나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기는 등의 방법이 있으나 지혜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경험’이다. 다른 이의 지혜를 빌려온다 하더라도 그것에 나의 경험이 더해지지 않으면 그것은 무미건조한 지식에 머물 뿐이다.
‘영원한 여행자’ 루소는 책을 통한 체험보다 직접 체험한 경험의 가치를 옹호했다. 그는 책 속에 누워 있는 글에서 얻은 지식보다 ‘세상이라는 위대한 책’에서 얻은 지식을 더 선호해야 하며, ‘읽는’ 능력(지식)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능력(지혜)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보았다. ‘여행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나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교함으로써 생기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이런 중립적인 관찰과 이해가 있어야만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고, 지식에서 지혜로 거듭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지혜 사랑’, 철학이다. 이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철학자들이 보여주는 여행의 참 의미이며 여행을 통해 완성해가는 철학의 진면목이다

작가정보

엮은이 마리아 베테티니는 밀라노대학교 철학과 교수

엮은이 스테파노 포지는 피렌체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역자 천지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7년간 이탈리아에서 살았다. 옮긴 책으로는 《아서의 섬》, 《방황하는 시절》, 《조용한 혼돈》, 《다이아몬드 도그》,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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