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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지성, 고야

박홍규 지음
들녘

2020년 09월 16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9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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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64.61MB)
ISBN 9791159255731
쪽수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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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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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고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궁정화가’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인간의 위선과 욕망의 추악함을 낱낱이 고발했던 고야의 고뇌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지금, 우리가 고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궁정화가’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인간의 위선과 욕망의 추악함을 낱낱이 고발했던 고야의 고뇌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고야에 대해 잘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해도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그린 작가, 곧 ‘아, 그 끔찍하고 기괴한 그림을 그린 화가?’로 기억한다. 그렇다. 얼핏 보면 이 그림은 잔혹하고 괴상하다. ‘기괴망측’한 그림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그렸을 뿐만 아니라 반체제적인 그림들을 수백 점이나 그렸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그가 50년 이상을 궁정에 충성한 어용화가였다는 점이다. 허나, 고야가 처음부터 이런 기괴망측한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는 지상 30미터의 높이에 〈신이라는 이름의 숭배〉와 같은 지배계급 취향의 천장화도 그렸고, 왕과 왕비의 공식 초상화는 물론 왕족 일가를 담아낸 그림들도 그렸다. 그런데도 고야의 그림에는 분명 그만이 가지고 있는 위험함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고야의 그림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다. 스페인의 수석 궁정화가로서 왕의 총애를 받던 그가 이런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말 _ 그림은 삶을 그리는 것이다

제1장 스페인
1. 스페인 이모저모
스페인과 한국┃바르셀로나 올림픽┃자유와 자치의 사상┃스페인을 아시나요?┃정열의 나라?┃스페인 관광┃스페인의 자연┃에스파냐
┃스페인 이미지┃음악 속 스페인┃오페라 〈카르멘〉┃영화 속 스페인┃투우와 축제┃플라멩코┃스페인 사회┃스페인 정치
2. 스페인어, 스페인 문학
스페인 언어와 스페인 문학┃『돈키호테』┃돈키호테와 돈 후안, 그리고 카르멘
3. 고야 시대까지의 스페인 역사
유럽 속 스페인┃국민의식의 형성┃성聖과 속俗의 나라┃이단심문과 대항해 시대┃유토피아의 계보┃고야 시대
4. 스페인의 지방
스페인 북부와 중부 지역┃지중해 지역

2장 시작
1.스페인 미술
프라도 미술관┃‘스페인 미술’이라는 것┃스페인 미술의 특징┃신비주의자 엘 그레코┃자연주의자 벨라스케스┃고야와 피카소의 삶
2. 고야는 괴물인가?
반反주의자 고야┃고야의 작품┃나의 고야
3. 출생
고향┃생가┃야의 이름과 뿌리┃고야의 어린 시절
4. 출세
마드리드에 내딛은 첫발┃카를로스 3세의 개혁┃진보와 반동┃유행과 민중의 삶┃모든 길은 로마로┃다시 사라고사로┃결혼
5. 초기 작품
칼톤 제작┃초기 칼톤┃초기 판화┃종교화┃초상화┃왕가 초상화와 자화상┃후기 칼톤┃경박과 교양, 진보와 보수의 공존

3장 위기
1. 세기말
프랑스 대혁명┃청각의 상실┃자유와 창의┃1790년대의 자화상
2.《로스 카프리초스》
알바┃〈마드리드 화첩〉┃《로스 카프리초스》의 사상┃권력 또는 괴물┃운명┃악마 또는 마녀┃마녀의 나라┃인간성의 묘사
┃고야의 미학┃《로스 카프리초스》의 운명
3. 유화
종교화와 초상화┃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알바와 마하┃마하┃50대의 고야

4장 전쟁
1. 스페인과 프랑스
제 2의 비극┃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스페인 독립전쟁┃전쟁 속의 고야┃1810년대 유화들
2.《전쟁의 참화》
《전쟁의 참화》┃전쟁을 보는 눈┃전쟁, 비참, 참살┃기근┃자유┃양식의 변화┃칼로와의 비교
3. 5월의 그림들
새로운 역사화┃〈5월 2일〉┃〈5월 3일〉
4. 후기 작품
1810년대 후반의 유화┃판화집 《투우》의 사상┃《투우》의 분석
5. 만년의 소묘와 판화
고야 만년┃1820년┃《C화첩》┃《어리석음》┃〈검은 그림〉┃1824년┃사후의 고야┃고야와의 마지막 대화

5장 고야, 그 이후의 스페인
1. 19세기 스페인
커피, 정치 그리고 지배계급┃노동운동과 쿠데타, 피지배계급┃언론과 문화 및 교육┃19세기의 일상생활┃‘혁명의 6년’과 아나키즘┃낭만적 민족주의
2. 20세기 스페인
세기 초 스페인┃20세기 초 스페인 문화와 생활┃제2공화국┃시민전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시민전쟁하의 사회개혁
3. 민주화
스페인의 봄, 민주화가 꽃피기까지┃정치 민주화┃사회 민주화
나가는 말 _ 한국에서의 고야

“고대시가 호머에서 출발하듯이 현대회화는 고야에서 시작된다.”고 이 탈리아 미술사가인 벤투리(Lionello Venturi, 1885~1961)는 말한다. 프랑스의 말로(Andr? Malraux, 1901~1976)도 고야가 현대회화의 막을 올렸다고 비유했다. 고야처럼 스페인 출신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믿어도 좋다.
나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가 ‘신은 죽었다.’고 했듯, 고야에 의해 ‘미는 죽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미’ 는 과거의 낡은 그것, 즉 18세기를 풍미했던 고전적인 아름다움이다. 따라서 옛 눈으로 보면 고야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 물론 고야는 그런 괴물이 좋아서 그린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괴물을 증오하고 그것을 쫓아내고자 그렸다. 아울러 그것에 고뇌하는 인간들을 그린 최초의 화가이다. 민중은 그의 그림에서 비로소 최초로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그는 민중을 사랑하긴 해도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야가 좋다. _ 〈저자의 말〉 중에서

스페인은 성모 마리아의 나라이다. 검은 성모마리아상이 발견된 몬세라트 수도원은 스페인 3대 순례지 중 하나로, 전 세계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이 성모를 수호성인으로 모신다. 『스페인의 초상Portrait of Spain』(1963)이라는 책에 19세기에 유행한 마리아와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13세기의 걸출한 스페인 왕 페르난도 3세(Fernando III, 1199~1252)가 죽어 성모를 만났다. 성모는 그에게 사랑하는 스페인을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먼저, 왕은 포도주와 밀을 희망했다. 마리아는 흔쾌히 포도주와 밀을 주었고 왕은 이번엔 푸른 하늘, 강한 말, 용감한 남자, 아름다운 여자를 소원했다. 다시 마리아가 그것들을 주자 왕은 더욱 많은 것을 원했고, 성모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왕은 좋은 정치를 달라고 기원했다. 이에 성모는 낭패한 듯 고개를 저으며 “그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좋은 정치란, 성모조차도 이룰 수 없으며 모든 천사가 내려와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당시 스페인 정치는 엉망이었다. _ 〈스페인 정치〉 중에서

고야는 피카소와 달리 이른바 ‘조숙한 천재’가 아니었다. 벨라스케스는 피카소처럼 조숙한 천재였으나, 고야는 나이 마흔이 훨씬 넘어 자기의 세계를 표출했다. 또한 고야는 마사초(Masaccio, 1401~1428)나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처럼 요절한 천재도 아니었다. 그는 당시 예술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오래 살아 82세에 죽었다. 그리고 작품 3분의 2 이상이 생애 후반에 집중되었고, 근대회화의 선구를 이루는 걸작들은 만년(晩年)에 그려졌다. 피카소는 더욱 오래 살아 91세에 죽었는데, 15세에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해 생전에 부와 명예를 얻은 피카소와 달리 고야의 생애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고야와 피카소. 이 두 사람은 같은 스페인 출신 화가라는 점 외에는 시대도 다르고 성격이나 화풍도 다르기에 굳이 공통점이라고 할 만한 게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그 두 사람이 함께 보였다. 때론 같게, 또 다르게도 보였다. 적어도 두 사람은 모두 위대하고 기이한 거인들이다. 말하자면 고야는 ‘사후의 거인’이고, 피카소는 ‘생전의 거인’이다. _ 〈고야와 피카소의 삶〉 중에서

카를로스 3세는 나폴리에서 스페인에 도착하여 마주한 스페인의 더러움과 위험함에 치를 떨었다. 이미 앞에서 눈치챘겠지만, 모든 창에서 대소변을 버리는 바람에 거리는 그야말로 시궁창을 방불케 했으며 길을 걷다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져 다리가 피투성이가 되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밤이 되면 길은 완전히 암흑에 잠겼다. 또한, 거리뿐만 아니라 시내의 공터란 공터는 모두 공동화장실이나 마찬가지였다.
(…)개혁은 계속되었고 현재 프라도 미술관이 있는 지역부터 정비되었다. 프라도란 ‘목초지’를 의미했는데, 목초지를 산책로로 만들

고야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고야가 살았던 시대와 역사를 알고 싶어진다. 저자가 고야의 삶, 작품과 함께 스페인의 역사를 조명한 이유다. 고야가 살아간 시대는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위기였다. 당시에는 이단심문소의 위세가 등등했으며, 카를로스 3세의 계몽주의 개혁으로 계몽사상이 보급되었고 지배층의 문화와 대중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따랐다. 카를로스 3세가 죽고 이듬해 카를로스 4세가 즉위했을 때, 프랑스에서는 대혁명이 터졌지만 스페인 정부는 백성들에게 대혁명에 대한 소식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1808년에는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략하여 고야는 전쟁 상황 속에 놓이기도 했다. 이처럼 19세기 스페인의 정치변동은 급격했으며 동시에 모순적인 정치적 입장이 공존했다. 이처럼 인간들의 욕망으로 파괴되어 모순으로 가득한 왕국 한가운데에서, 고야는 스페인 전쟁의 위용을 찬양하거나 영웅적 장면을 예찬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 가식과 가면을 모두 벗겨내고 그 안에 감추어졌던 황폐함과 잔혹함을 드러냈다.

저자는 ‘현실 그 자체’를 그린 고야에게 주목했다. 고야는 50대의 문턱에 청각을 상실했고 노년에는 눈도 거의 멀었다. 이에 말년으로 갈수록 외부 세계와는 차단된 채 내면에 더욱 침잠하였다. 더 이상 궁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작품에 온전히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고야는 잔혹한 것은 잔혹하게, 인간의 광기는 신비로운 대상이 아닌 광기 그 자체로, 참혹한 인간 현실의 단면을 드러냈다. 중요한 것은 고야가 택한 그림의 주제들이 ‘인간’과 ‘인간행위’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그의 예술은 다른 화가들과 확연히 구별된다고 본다. 고야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스페인 역사’이다. 고야는 변하지 않는 사회의 악폐와 인습, 위선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과 함께 ‘기괴함’을 앞세워 정치에 대한 풍자를 이야기했다. 그는 당면한 현실과 시대정신을 기록한 스페인 역사의 증인이자 기자다.

지금도 나는 배운다

저자는 “사십 대만 되어도 대가 행세를 하고, 소속 집단에서 군림하려 들며, ‘나 때는 말이지’를 예사롭게 읊조리는 그런 ‘권위의 조로 현상’이 대세인 한국에서 고야와 같은 행보는 몹시 낯설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일명 ‘꼰대’들이 사용한다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까? 고야는 죽기 직전 해, 82세의 나이에 〈지금도 나는 배운다〉라는 작은 소묘를 그렸다. 허리가 굽은 백발의 노인은 지팡이를 두 개나 짚어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와 배움을 향한 눈빛만은 잃지 않았다. 고야의 삶에서, 첫 분기점은 사십 대 후반이었고 두 번째 분기점은 육십 대였다. 육십 대 이후 고야의 예술은 절정에 이르렀으며,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그는 석판화를 배워 활발한 작업을 했다.
우리는 고야를 유심히, 제대로 보아야 한다. 고야를 깊이 이해하지 않은 채 그림만을 두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고야를 알기 위해서는 18세기, 19세기 스페인을 알아야 한다. 스페인은 유럽이지만 당시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후진적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모두 엉망인 그런 극단적 모순에서 철저한 부정과 완전한 신생의 사상이 나오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지금, 우리에게도 그러한 사상이 필요하다.

고야, 권력과 욕망이라는 이름의 괴물에 저항하다

고야는 권력이 사랑했던 비너스나 모나리자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부정했다. 그런 수만 년 동안 수용되었던 아름다움 대신, 고야의 그림에는 기괴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고야를 아예 ‘괴물’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그러나 고야는 고약하지도 않고 괴물도 아니다. 고야가 그린 괴물은 오락영화에 나오는 괴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지배하고 억압하며 차별하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비합법적인 권력을 뜻한다.
고야는 권력을 추악하게 그린 최초의 화가이다.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숭상되던 절대 권력을, 다른 관점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고야는 미의 해방자, 이단자가 되었지만 고독했다. 그러나 고야는 젊은 화가들이 마음속에 품었던 표현

작가정보

저자(글) 박홍규

저자 : 박홍규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다. 인문·예술의 부활을 꿈꾸는 르네상스맨으로 영남대학교에서 1991년부터 2018년까지 노동법 등을 가르쳤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자전거 타기와 걷기를 사랑하며, 자유·자연·자치의 삶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그동안 쓴 책으로 『놈 촘스키』『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 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카프카, 권력과 싸우다』『헤세, 반항을 노래하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누가 릴케를 함부로 노래하나』『조지 오웰: 수정의 야인』『니체는 틀렸다』『인문학의 거짓말』『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라만차의 돈키호테』『가거라 용감하게, 아들아: 루쉰의 외침을 듣다』『내 친구 톨스토이』『함석헌과 간디』『자유란 무엇인가』『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독서독인』『까보고 뒤집어보는 종교』『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동자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나키 유토피아』『이반 일리히』『메트로폴리탄 게릴라』『예술, 법을 만나다』『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플라톤 다시 보기』『윌리엄 모리스 평전』『내 친구 빈센트』 등이 있다.
함께 쓴 책으로는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청년 인생 공부』『거꾸로 생각해봐! 세상도 나도 바뀔 수 있어』 등이 있다.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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