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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약용

정찬주 장편소설 | 우리가 몰랐던 인간 정약용의 슬픈 노래
정찬주 지음
한결미디어

2019년 01월 18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12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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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8.99MB)
ISBN 9791159161087
쪽수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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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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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삶과 내면의 슬픔을 그리다!
『소설 정약용』은 실학자 정약용이 아닌 인간 정약용을 다룬 작품으로, 정약용의 눈부신 업적이 아니라 정약용의 내면에 숨겨진 눈물, 회한, 고독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약용의 유배시절을 샅샅이 다루고 있으며, 정약용이 애타게 기다리던 읍중제자 황상과 해후한 뒤 75세 부부 회혼일에 질곡의 삶을 내려놓음으로써 끝을 맺는다. 이번 소설에서 저자는 전라도 사람이 등장할 때의 대화에서 전라도와 강진 향토언어를 살려냈는데, 독자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향토언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어준다.
1장
소내나루 뱃길 / 11
백자찻잔 / 20
주막집 봉놋방 / 30
봄나들이 / 41
겸상 / 53
남당네 / 65
유람과 독서 / 77

2장
영춘화 / 89
나를 지키는 집 / 100
꿈 / 110
순교의 시 / 121
다산화사 / 132
원족 / 142
초의 / 151
누비옷 / 163
하피첩 / 173
무담씨 / 183
홍임이 / 193
찻자리 / 204
매조도1 / 215
다신계 / 226

3장
햇차 한 봉지 / 239
미리 쓰는 묘지명 / 251
매조도2 / 264
두 제자 / 279
홍임이 출가 / 289
작별 / 299

작가 후기 다산의 기쁜 노래에 가려진 다산의 슬픈 노래 / 310
(다산 해배 2백주년에 부쳐)

부록
유네스코 선정 세계의 인물, 정약용 생애 / 318
참고문헌 / 323

- 지가 그 뜻을 생각해 본께 풀허고 나무에 비교허문 아버니는 씨요, 어메는 땅이지라우. 씨를 땅에 막 숭겄을 때는 보잘것?지만 땅이 질러내는 공은 많이 크지라우. 허지만 밤톨은 밤이 되야뿔고 씨나락은 벼가 되야뿔 듯 몸뗑이를 온전하게 맹글아 내는 거는 모다 땅의 기운이기는 허지만 끝에 가서 각 패로 나누어지는 거는 모다 씨에서 생기넌 거 같당께요. 옛 성인덜이 가르치고 질들이넌 일을 허고 예의를 말허는 끌텅은 아마도 요런 이치에서 온 거 아닐께라우?’라고 반박하는 말을 듣고 나는 뜻밖에 크게 깨달았지. 머리에 불벼락을 맞은 듯했느니라.
하늘과 땅 사이에서 지극히 정밀하고 미묘한 뜻이 장사하면서 세상을 살아온 할멈에 의해 겉으로 드러나게 될 줄 어느 누가 알았겠느냐?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느니라. 그때 내 방 이름을 사의재라고 짓고 나는 낡은 허물을 벗고 거듭 태어났던 게야.

- “남당네 음식 솜씨는 괜찮더냐?”
“아버님도 만족하시고 초당제자들도 모두 좋아합니다.”
“다행이구나.”
홍씨 부인의 목소리가 힘없이 작아졌다. 등골이 찌릿찌릿하다면서 두 손으로 허리를 잡았다. 통증이 하체로 내려가면 두 다리까지 결린다고 했다. 잠시 후 홍씨 부인은 속에서 쓴물이 넘어오는지 마른침을 삼키기도 했고 목덜미가 굳어지는 것 같다며 도리질을 했다.
“어머님, 피곤하시면 쉬십시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너도 쉬거라.”
홍씨 부인은 학유가 나간 뒤 부엌으로 나가 찬물을 들이켰다. 그러자 속에서 넘어 오르던 쓴물이 잠시 가라앉았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온 홍씨 부인은 다시 답답해했다. 탁한 기운이 기도를 막는 것도 같았다. 급체한 것처럼 이마에서는 진땀이 나고 현기증이 났다. 홍씨 부인은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자리에 누웠다.
‘영감은 영감 자신만 사랑할 줄 알지 나는 생각하지 않는구려.’

- 정약용은 이전과 같이 종이에 몇 번 연습을 하더니 바로 천 조각을 폈다. 그런데 지난번에 그린 「매조도」와는 조금 다르게 그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고매 두 가지를 그리더니 잔가지를 눈에 띄게 줄였다. 꽃망울 개수도 적고 더욱이 멧새는 한 마리만 그렸다. 붓 가는 데가 적다 보니 지난번 그림보다 단조롭게 보였다. 또 어찌 보면 욕심을 줄인 듯하여 담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약용은 매우 흡족한 얼굴로 홍임 모에게 말했다.
“꽃을 피운 묵은 매화나무는 나일세.”
“기림은 반짓만 기리신 거 같은디 뗄롱허니 앙근 쬐깐헌 새는 누구당가요?”
“묵은 매화가 나니까 당연히 홍임이지. 멧새 깃털만 초록으로 그린 까닭은 우리 홍임이에게 초록 빛깔의 저고리를 입힌 것이네.”

- 기러기 끊기고 잉어 잠긴 천리 밖
해마다 오는 소식 한 봉지 차로구나.
雁斷魚沈千里外
每年消息一封茶

차 한 봉지를 받으며 홍임 모녀의 안부를 짐작한다는 시였다. 홍씨 부인과 자식들의 눈치 때문에 더 이상 자세하게 쓰지 못하는 편지였다. 홍임 모 또한 윤종진이 읽어주는 한자의 시구만 듣고서도 정약용이 하지 못한 말까지 알아들었다.
기러기는 강진으로 오고 싶지만 날지 못하는 정약용이고, 초당 연못에 잠기어 있는 잉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홍임 모였다. 햇차 한 봉지를 받을 때마다 ‘아, 홍임 모녀가 잘 있구나!’ 하고 안도하는 정약용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시였다.

- “나가 으째서 중 될라고 맴 묵은지 아요? 주지스님이 그란디 시상 사람덜은 뭐든지 가질라고 허고 중은 뭐든지 버릴라고 헌다고 그랍디다. 나는 주지스님 고 말씸이 가슴에 꽉 백혀부렀어라우. 나는 아부지도 버리고…… 글도 버리고…… 꿈도 버릴라요…….”
홍임이는 뒷말을 목이 메어 더듬거렸다.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흘렀다. 홍임 모도 눈물로 베갯잇을 적시면서 홍임이를 꼭 껴안았다.
“내 앞서 눈물이란 눈물은 다 흘리고 가부러라잉. 으디 가서 몰래 짜면 어메 맴은 홍어창시멩키로 썩어불 팅께.”
“어메가 으째서 우요. 어메 ?는 디서는 안 울 팅께 울지 마쇼잉.”

- “불쌍한 홍임 어미는 잘 있느냐?”
“홍임이 따라서 대둔사로 갔습니다요.”
“중이 됐구나, 우리 홍임이가.”
정약용은 홍임 모녀의

다산 해배 2백주년 기념 출간

다산의 찬가(讚歌)에 가리어진 다산의 슬픈 노래
2018년은 다산 해배 2백주년이자 다산 탄신 256주년이다. 올해 들어 방송 언론에서 다산 해배 2백주년을 기념하여 적잖게 재조명했다. 그러나 올 한 동안 소설로서 재조명하기는 <소설 정약용>이 처음이다. 방송 언론의 재조명은 대부분 실학자 다산을 찬양하는 찬가였다. 그러나 <소설 정약용>은 실학자 정약용이 아니라 인간 정약용을 다루고 있다. 정약용의 눈부신 업적이 아니라 정약용의 내면에 숨겨진 눈물, 회한, 고독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은 특히 정약용이 유배를 가 있는 동안 홍임 모(母)라고 불린 강진여인과의 사연에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다. 실학자 다산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내심 놀랄지도 모른다. 실제로 소설은 정약용의 저술 작업의 내용과 고충보다는 유배시절에 사랑했던 여인, 제자, 강진의 산야, 음식 등을 이야기하며 병풍 속의 수묵화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풍경 너머에서는 정약용의 깊은 내상(內傷)들이 언뜻언뜻 아프게 다가온다. 작가가 정약용의 슬픈 노래, 즉 비가(悲歌)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소설 정약용>은 정약용의 유배시절을 샅샅이 다루고 있으며, 정약용이 애타게 기다리던 읍중제자 황상과 해후한 뒤 75세 부부 회혼일에 질곡의 삶을 내려놓음으로써 끝을 맺는다.

다산이 사랑했던 그림자 여인과 차(茶), 제자와 가족 이야기
<소설 정약용>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실학자로서의 강학과 눈부신 저술 작업 이면에 서성거리는 강진 여인 홍임 모와의 숨겨진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다산을 연구하는 어떤 학자도 주목하지 않고 다루지 않았던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홍임 모를 작가는 애정 어린 눈으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후기의 다음과 같은 부분도 작가의도를 충분히 짐작케 한다.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은 동문 밖 밥집 노파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지난날의 교만을 버린다. 초당으로 가서는 본연의 선비로 돌아가 강학을 열고 밭뙈기를 일구며 농부들의 수고를 경험한다. 그러던 중에 다산은 남당포 여인을 동암에 들였고 홍임이라는 딸을 얻는다. 초로의 나이에 늦둥이를 보았으니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훗날 홍임에게 주려고 꽃핀 고매(古梅)에 새 한 마리가 나는 그림을 그려둔다. 한때 다산은 유배생활의 후유증으로 반신 마비가 와 절망한다. 그러나 홍임 모가 날마다 차(茶)로 병수발을 하여 다산이 다시 집필할 수 있게끔 해준다.
마침내 다산은 해배가 되어 고향 마재로 간다. 뒤에 홍임 모와 홍임이도 마재로 갔지만 곧 초당으로 돌아오고 만다. 초당과 마재의 공기는 견디지 못할 만큼 달랐다. 그래도 다산은 생이별을 감내할 뿐이다. 마재의 아내와 가족들도 신산하기는 마찬가지. 다산은 홍임 모가 덖어 올리는 햇차로 그녀의 외로운 살림살이를 짐작할 뿐, 몇 해가 지나 그마저도 아득해지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
뿐만 아니라 <소설 정약용>은 혜장선사와 초의선사 등이 등장하면서 남도 다도(茶道)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차의 제작 과정이 반복 언급됨으로써 한 권의 다서(茶書)를 읽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차에 대해 조예가 깊은 작가의 심미안이 군데군데 발휘되어 행간에 차향(茶香)이 스며있는 듯하다. 선비는 유배를 가더라도 강학을 연다는 전통에 따라 다산 정약용도 강진의 읍중제자와 초당제자들을 가르친다. 저술하는 데 강진제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출세지향적인 일부 제자에게 실망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미완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허망한 꿈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제자의 캐릭터도 소설이 끝나갈 때까지 섬세하게 살려내고 있다. 물론 가족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하피첩을 통해서 아들들에게는 인간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신산한 삶을 살아온 아내에게는 해배 이후 못다 한 사랑을 보여준다. 살아남은 형(정약현)과 형수들, 친구에 대해서는 마음으로나마 인간의 도리를 다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세월이 심판해준다
<소설 정약용>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천주교 박해사이다. 정약용 일가의 고난은 1801년 신유박해로 시작된다. 정약용의 동생(정약종), 매형(이승훈), 조카사위(황사영)는 참수당하고 형(정약전)과 조카(정마리아)는 유배를 간다. 그런데 정약용은 일가의 참혹한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살아남아 실학을 집대성한다. 정약용은 선비로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세월이 심판해준다. 정약용을 시기하고 모함했던 당시 인물들은 우리들에게 잊혀져버렸지만 정약용은 다시 살아나 오늘 우리들의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는 것이다. 2012년에는 한반도의 울타리를 넘어 유네스코가 루소, 헤르만 헤세, 드비쉬, 정약용을 세계의 기념 인물로 지정한 바 있다. 유네스코가 다산 정약용을 선정한 이유로 ‘정약용은 매우 중요한 한국 철학자로서 의 업적과 사상은 한국 사회와 농업, 정치 구조의 현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남의 말을 빌 것도 없이 일찍이 위당 정인보 선생은 다산을 가리켜 ‘다산 1인의 연구가 곧 조선의 역사 연구이며 조선 근세사상 연구’라고 찬탄했던 것이다.

강진 향토언어가 영롱하게 흐르는 영랑의 시(詩) 같은 소설
<소설 정약용>의 또 다른 성과가 있다면 전라도 사람이 등장할 때의 대화에서 전라도와 강진 향토언어를 살려냈다는 점이다. 작가는 작가후기에서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개굴개굴’이라고 표현하지만 강진 촌로들은 ‘아굴아굴’ 운다고 말했다. 바가지로 물을 뜨는 샘을 ‘바가지시암’ 굴뚝을 ‘귀똘’이라고 불렀다. 사전에 반드시 등재해야 할, 이른바 표준말보다 더 실감나므로 사라져서는 안 될 강진 말이라고 생각된다. 더 말 할 것도 없이 우리말을 누부시게 조탁한 시문학파로서 정지용과 길동무가 된 김영랑 시인은 강진 향토언어를 자신의 시에 영롱하게 구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작가가 <소설 정약용> 속에 왜 전라도와 강진 향토언어를 고집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작가는 김영랑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향토언어가 다소 생경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 문장의 앞뒤를 읽다보면 저절로 이해되고 결코 독해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 터이다. 오히려 아름다운 향토언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찬주

자기다운 삶으로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작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된 이래, 자신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변함없이 천착하고 있다. 호는 벽록檗綠.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국어교사로 잠시 교단에 섰다가 《월간문학》 등에서 편집자의 삶을 시작했으며, 십수 년간 샘터사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들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 법정스님에게서 받은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마음에 품고,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에 산방 이불재耳佛齋를 지어 2002년부터 그곳에서 텃밭을 일구며 자연에 둘러싸여 집필에만 전념 중이다.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4백여 곳의 암자를 직접 답사하며 쓴 <암자로 가는 길>(전 3권)을 비롯하여, 이 땅에 수행자가 존재하는 의미와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를 일깨우는 수십 권의 소설과 산문집들을 펴냈다. 장편소설 <소설 무소유>, <이순신의 7년>(전 7권), <천강에 비친 달>, <니르바나의 미소>, <천불탑의 비밀>, <다불>, <만행>, <대백제왕>(전 2권), <가야산 정진불>(전2권), <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전 2권), <나는 조선의 선비다>(전 3권) 등, 산문집 <법정스님의 뒷모습>, <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정찬주의 다인기행> 등, 동화 <마음을 담는 그릇>, <바보 동자> 등이 있다. 행원문학상, 동국문학상, 화쟁문화대상,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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