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산문
2022년 02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12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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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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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박준 시인이 다녀온 시간과
다가갈 시간을 짚으며 보내는 계절 인사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등으로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박준 시인이 두번째 산문집 『계절 산문』을 펴낸다. 첫번째 산문집 출간 이후 4년 만이다. 독자들의 오랜 기다림만큼 『계절 산문』에는 시인이 살면서 새롭게 쌓은 이야기와 깊어진 문장들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사는 동안 계절의 길목에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장면들을, 시인은 눈여겨보았다가 고이 꺼내 어루만진다. 때문에 산문을 이루는 정서와 감각 또한 섬세하고 다정하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경어체로 쓰인 글들이 눈에 띈다. 이는 계절의 한 페이지를 접어다가 누군가에게 꺼내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고, 시인 자신의 내밀한 독백이기도 하면서 지나온 미래에서 떠올리는 회고로도 보인다. 누군가를 향해 이어지던 말들은 이내 대상이 조금씩 흐려지면서 마치 시인이 어릴 적 하던 놀이인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로등을 바라보며 고개를 양옆으로 휘휘 돌리는 것”처럼 “여러 모양으로 산란”한다. 그렇게 풀어낸 시인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독자의 이야기와도 맞물려 확장된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얼굴의 큰 점인 ‘바둑이점’을 자주 들여다보았던 기억, 오래된 한옥의 별채에 머무르며 주인집의 손주처럼 지냈던 어느 저녁들, 누나의 손을 붙잡고 학원에 가던 길과 같은 지난날의 기억에서부터 상림, 곡성, 진주 그리고 우붓을 여행한 일들 그리고 지나는 바람줄기를 잡아채듯 봄을 이루는 단어를 입에 담아보거나 숨을 내쉬며 겨울날을 기억하는 일들처럼, 시인이 그만의 방법으로 그려내는 ‘기다림’과 ‘그리움’ 들은 지난 산문집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여전하게 우리를 미소짓게 하거나 울게 한다. 그렇게 독자들은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기도 하고 깊은 숲 한가운데 서 있다가 어느덧 푸른 바다를 마주하기도 한다. 이렇듯 계절을 산책로 삼아 펼쳐놓은 상찰들은 시인이 불어넣은 언어의 숨결로 인해 새로운 빛깔을 찾아간다.
그믐
일월 산문
시작
다시 저녁에게
또다시 저녁에게
입춘
이월 산문
세상 끝 등대 4
장면
1박 2일
선물 - 수경 선배에게
봄의 혼잣말 - 처마 아래 풍경처럼
강변
삼월 산문. 봄의 스무고개
삼월의 편지
다시 회기
사월 산문
한계
이해라는 문
희극
사월의 답장
하나와 하나하나
원인과 결과
오월 산문 - 바둑이점
어떤 독해
다시 침묵에게
새 녘
혼자 밥을 먹는 일
헬카페
유월 산문
무렵
회차
여름 자리
장마를 기다리는 마음
저녁과 저녁밥
칠월 산문
멀리서, 나에게
정의
막국수
벗
팔월 산문
정원에게
어떤 셈법
다시 술에게
구월 산문
꿈과 땀
조언의 결
다시 행신
가을 우체국 앞에서
시월 산문
내가 품은 빛
노상
학원 가는 길
십일월 산문 - 종이 인형
기도에게
크게 들이쉬었다가는 이내 기침이 터져나오는 겨울밤의 찬 공기처럼
한참을 셈하다
십이월 산문
다시 노동에게
겨울 소리
쉼 쉼 쉼
우붓에서 우리는
냉온
이쪽과 저쪽
기다림
남쪽
번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시인이 4년 만에 펴내는 신작 산문
시인이 불어넣은 언어의 숨결로
새로운 빛깔을 찾는 계절의 풍경들
‘계절’이라는 단어를 앞세운 채 시간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계절 산문』 속의 시간들은 우리가 흔히 이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한 줄기 바람과 같은 하나의 흐름으로서 우리의 삶에 오롯이 스며든다. 「일월 산문」부터 「십이월 산문」까지 이어지는 글의 순서는 시간의 흐름을 착실히 따르면서도 자주 넘나든다. 칠월을 지나는 중에 봄의 일을 기억하고 겨울을 지나는 중에 가을의 깊은 산중을 살피기도 한다. 이는 현재를 담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제를 섬세하게 되짚고 미래를 다정하게 보살피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도 나란히 이어진다. 우리는 종종 어떤 순간을 앓고 나서 그리워하지만, 이 산문집의 글들은 추억과 기약에서 나아가 지금 보내고 있는 계절의, 내려오는 비와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을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책은 처음을 알리는 글 「문구」 속 ‘나무’ 이야기로 시작되어, 다음 글인 「그믐」에서부터 열린다. 나무는 시간을 온몸으로 견디며 항상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우리가 문득 길가의 나무에서 새 눈이 돋고 푸른잎이 피어나며 이내 단풍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직감하듯 이 책 또한 그 자리에 오롯이 서서 독자를 맞이하고 새로운 계절로 안내한다. 시인이 한 해의 끝과 시작 사이에서 독자를 찾아온 이유 또한, 우리가 함께 책장을 열듯 한 해를 시작하자는 시인만의 새해 인사일 것이다.
산문집을 끝까지 읽고 나면 시인의 손짓을 따라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기도 하고 한 시절을 미리 다녀온 것 같기도 한, 배웅과 마중 사이 어디쯤 서 있는 기분이 된다. 모든 것이 이렇듯 지나가고 또 나아가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당신도 마음이 내키는 대로 다시 기껍게 그믐으로 발길을 옮겨볼 수도 있겠다. 다시 한 시절이 찬란하게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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