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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생

송동윤 장편소설
송동윤 지음
스타북스

2019년 04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05월 18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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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6.74MB)
ISBN 9791157954551
쪽수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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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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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죽었지만, 그래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3번의 죽을 고비, 현장을 직접 목격한 감독의 절규
『5월 18일생』이 50부작 최초 ‘영상소설’로 탄생!

‘나는 5월 18일에 태어났고, 아버지는 행방불명됐다.’로 시작되는 『5월 18일생』은 1980년 5월18일에 태어난 여자와 그녀의 엄마, 그리고 공수부대원이 5·18로 인해 찢겨진 상처를 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다가 결국은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 소통하며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5.18 당시 재수생으로 메일 전남도청 앞에 나가 독제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군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시신수습도 하고 관을 옮기면서 치열하게 투쟁했다. 공수부대에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 작가는 지금 살아있기에 이 글을 쓴다고 했다. 따라서 이 소설에는 실전적인 현장감이 느껴진다. 이 책 『5월 18일생』은 5.18과 광화문광장 촛불을 관통하는 내용으로 증오와 고통과 용서와 사랑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 소설의 저자 송동윤 감독이 영화 형식을 빌려 50부작 배우들이 열연하는 ‘영상소설’로 재구성해 12월부터 유튜브 〈송동윤tv〉에서 공개한다.
5월 18일생

작가의 말

날마다 꾸는 꿈이었다. 장소는 항상 안개가 깔려있는 숲속으로 어떻게 해서 50대 중반의 사내가 그 곳까지 들어가게 됐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시작부터 그는 그곳에 갇혀 있었으니까. 안갯속을 스멀스멀 돌아다니는 바이러스 같은 그 무엇이 공포를 부추겼다. 보통 이런 꿈의 결말은 잔인하고 충격적으로 지금 당장 진행을 멈추지 않으면 사내는 끝내 비명을 지르며 죽음에 이를 것이다.
갑자기 괴이한 기운이 사내의 몸을 휘감는 그 순간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려왔다. 사내는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20대 초반 군복차림의 남자가 M16을 쏘며 누군가를 뒤쫓고 있었다. 빠른 발자국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결국 사내의 눈앞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 본문 7쪽에서

누구나 인생에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일기를 쓴 여자에게도 그 시절은 첫사랑의 그 지점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씨체에서 그녀의 풋풋하고 들뜬 마음이 지혜에게도 전달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첫사랑은 하나도 다름이 없었다. 더구나 시골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 첫사랑은 지혜에게도 그랬다. 추운 겨울이 물러난 온기가 하나도 없는 그 자리에 남쪽으로 향한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봄 햇살처럼 그렇게 따스하고, 손가락을 잘못 놀려 면도칼에 베었을 때 선홍빛 피가 흐르기도 전에 비명보다도 더 빨리 놀라는 그 순간처럼 강렬했다. 그녀의 첫사랑은.
- 본문 17쪽에서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공수대원들이 지나가는 버스를 세우고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끌어내렸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무자비하게 곤봉을 휘둘렀다. 그때 버스 안 뒷좌석에 앉아있던 체크남방을 입은 남자가 왜 학생들을 끌고 가냐며 항의를 했다. 그러자 공수대원이 남자를 버스에서 내리게 해 도로에 꿇어앉혔다.
버스를 보내고, 공수대원 한명이 다가가서 남자가 귀중한 물건처럼 품에 꼭 안고 있는 가방을 빼앗아 혹시 시위용품이 들어있을까 의심해서 바닥에 대고 흔들었다. 가방에서 아기용품들이 쏟아졌다. 그러자 남자가 흥분해서 벌떡 일어나 거칠게 대들었고, 공수대원 서너 명이 달려들어 개머리판으로 남자의 머리를 내리찍으며 폭행을 가했다.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축 늘어졌고, 공수대원이 남자를 군용트럭에 던져버렸다. 남자가 쓰러졌던 자리에는 아기용품들이 뒹굴었다.
- 본문 181쪽에서

나는 다시 무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가 어느 한 무덤 앞에 섰다. 묘비에 새겨져 있는 이름과 나이가 내가 찾는 그 아이의 것과 일치했다.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검정고무신을 집어 들다가 내 총을 맞고 죽은 아이였다. 나는 사죄했다. 아이의 아버지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사죄했다.
나는 1시간여정도 그 묘 앞에 앉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결심을 굳혀가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오면서 봐둔 그곳으로 갔다. 밑에서 올려다만 봐도 아찔한 절벽이었다.
나는 그곳으로 올라가 그 끝에 서서 눈 가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 5.18 너머에 찬란한 내 순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국군의 날인 10월 1일에 시작한 내 삶의 여정이 1분도 안 되는 시간으로 축소돼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한 순간 이었다. 내가 여기서 몸을 날리면 그건 추락이 아니라 비상이라고 나는 믿었다. 새처럼 비상하고 싶었다. 살아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순수의 시절을 향해서.
- 본문 206쪽에서

다음 날, 나는 어머니와 같이 YWCA강당으로 갔다. 200여명의 사람들이 좌석을 매웠다. 거의가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군데군데 어머니회의 동료들도 보였다.
이승호가 사회를 봤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잡은 후에 행사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박수를 유도하면서 나를 소개하였다. 나는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갔다. 근데 내 손에는 원고가 없었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내가 원고를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을. 나는 당황했다. 어머니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나보다 더 당황했다. 나는 그대로 서 있다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미안합니다.
원고를 며칠 동안 준비했는데 집에 두고 왔습니다.
집에 어디다 뒀는지도 잊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하면서도 나의 입을 주시하였다.
“제가 원고를 썼다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여기 나와서 알았습니다.
근데, 이것도 내일이면 잊어버릴 것입니다.
저는 날마다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일은 내일이면 잊어버립니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쌓았던 지식도, 추억도, 사랑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 본문 224~225쪽에서

분노와 고통, 증오 그리고 위로와 화해가 담긴 책
〈5월 18일생〉이 50부작 최초 ‘영상소설’로 탄생!

3번의 죽을 고비, 현장을 직접 목격한 감독의 절규와 생생한 기록

2017년 5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단상의 여인이 울먹이며 “때로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않았더라면 아빠 엄마는 참 행복하게 살아 계셨을 텐데, 하지만 한 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불효가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아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아버지를 그리며 추도사를 하자 눈물을 흘렸고, 단에서 내려오자 뒤따라가 한참을 안아주면서 위로하고 자리로 돌아가신 장면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송동윤 감독은 자신이 겪은 5.18 도청 앞 광장에서의 10일간을 이렇게 말했다.

“42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나에게 악몽이었다. 그 악몽이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이로써 나는 악몽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사죄의 말도 없이 떠난 그 자리에 허망한 고통이 맴돌았다. 다시 그날의 분노가 되살아났다. 이제 어쩔 것인가?
매년 5월만 돌아오면 그랬다. 어디선가 와∼ 하는 함성과 전두환 타도를 외치는 시위대의 구호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들이 흔들어 대는 태극기가 보리밭 같은 하늘에 펄럭일 것만 같다. 지금도 5.18을 관통해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는 악몽이었다.
나의 5.18도 다르지 않았다. 1980년 5월 18일 2시 나는 광주 금남로 한일은행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무장한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진압에 영문도 모른 채 쫓겼다. 등 뒤로 신음과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혼이 나간 채로 도망치다가 셔터가 내려지고 있는 상점 안으로 몸을 날렸다. 뒤따라온 공수대원의 곤봉이 내 등을 후려쳤다. 동시에 상점의 셔터도 꽝하고 닫쳤다. 나는 상점 주인이 가리키는 안쪽의 마당을 지나 담을 넘고 또 넘어 재래식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 안에는 벌써 2명이 숨어있었고, 우리는 어두워질 때까지 쪼그리고 앉아 엄습하는 공포와 전율에 몸을 덜덜 떨면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 다음날부터 계엄군의 진압은 더 잔인해졌다. 개머리판을 휘두르고 대검으로 찔렀다. 머리가 깨지고 몸이 갈기갈기 찢겼다. 사상자가 늘어났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가 광주 하늘을 저공비행했다. 기총소사라도 할 것 같이 위협적으로 보였다. 오직 대학교합격에만 관심을 쏟았던 재수생의 눈으로 봐도 그것은 진압이 아닌 토벌 작전이었다. 그들은 더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 국군 아저씨께로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보냈던 우리의 국군이 아니었다. 나는 시위에 참여했다. 그렇게 서서히 내 몸은 5.18에 휩쓸려 들어갔다.
그날이 왔다. 5월 21일이었다. 시위의 흐름이 바뀐 날이었다. 광주 시민들이 공수부대를 몰아내자며 도청으로 몰려나왔다. 버스들도 시위에 참여해 금남로에 줄지어 섰다. 아시아 자동차공장에서 끌고 온 장갑차가 그 선두에 자리했다. 나는 장갑차 바로 뒤에 있었다. 계엄군은 물러가라는 시위대의 외침이 도청광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도청 건물 앞에 주둔해 있던 계엄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1시경이었다. 갑자기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던 공수부대가 집단 발포를 시작했다. 콩 볶듯 총소리와 함께 나는 골목으로 뛰어갔다. 바로 내 옆 있던 내 또래의 청년은 총을 맞고 쓰러졌다. 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이 처절했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조국 대한민국이 그 의미를 상실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두려움과 공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분노가 들어섰다. 시민들이 하나같이 그랬다.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며 무장하기 시작했다. 시민군이 등장한 것이다. 그날 저녁에 도청 앞 공수부대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시 외곽으로 철수했다. 그와 동시에 광주는 포위되어 봉쇄되었다. 그러나 시민군의 수중에 들어온 광주는 해방광주가 되었다.
나는 날마다 도청으로 나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상무관에 안치된 시신을 운구하거나 태극기로 덮여있는 관을 정리하고, 도청 상황실에서 발표하는 그날그날의 사망자와 실종자 명단을 벽에 붙이거나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던 중에 소식을 들었다. 영광에 계신 부모님은 내가 죽었다고 잘못 알고 관까지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솔직히는 그랬다. 항쟁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서히 나는 두려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계엄군이 내일이나 모레 쳐들어온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다. 계엄군의 심리전이었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 내가 나도 모르게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다가왔다. 나는 날짜를 잡아 광주를 탈출하기로 했다. 26일 새벽에 출발했다. 포위망을 뚫고 화순을 거쳐, 지금은 광주시에 편입된 송정리에 있는 고모 집으로 갔다. 종일 걸어서 밤에 도착했다. 살아 있다는 안도감보다는 불길한 예감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뒤척이다가, 집 위로 지나가는 헬기의 굉음을 들었다. 고모 집은 비행장 근처였다. 가슴이 뛰고…… 손이 떨렸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물이 났다. 그날이 5월 27일 새벽이었다. 계엄군은 탱크를 앞세우고 광주 시내로 진입했고, 총격전 끝에 도청을 함락시켰다.
지식인들은 침묵했고, 정치인들은 비겁했다. 어디로 숨었는지 그들은 그곳에 없었다. 시작부터 마지막 도청까지 총을 들고 결사 항전한 이들은 잡초처럼 살아온 구두닦이 신문팔이 노동자 등의 하류 인생들이었다. 역사가 그랬다. 임진란 때 선조가 저 먼저 살겠다고 도망쳐도 그들은 그 자리에서 나라를 지켰다.
나는 부모님이 계신 영광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 도망쳐 나온 자의 때늦은 후회였다. 알량한 양심의 가책이었다. 5월 28일, 나는 다시 광주로 갔다. 절망과 패배의 그림자가 무겁게 드리워진 거리의 관공서마다 계엄군이 완전무장한 채로 서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증심사 가는 길목 산밑의 집에서 하숙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영천별장이라 불렀다. 그날 5월 28일 오후에 나는 개울 옆의 밭길을 걸어서 하숙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머리끝이 곤두섰다. 나는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산속에 매복해 있던 군인들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쩌지? 도망갈까? 개울로 뛰어내려 숨을까? 아니면 손을 들까? 내가 도망가면 방아쇠를 당기겠지?” 아무리 궁리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도 죽은 목숨이었다. 나는 그쪽으로 몸을 틀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군인 한 명이 올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그들에게 후다닥 뛰어갔다. 그래야만 내가 살 것 같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들 앞에 섰다. 내가 차려 자세를 하기도 전에 느닷없이 군홧발이 날아왔고, 나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이런 빨갱이 새끼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며 개머리판으로 내 가슴을 내리쳤다. 맞으면서도 반발심이 솟구쳤다. “내가 빨갱이라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초등학교 시절 크레파스로 반공 포스터를 그렸던 미술 시간이 떠올랐다. 늑대를 빨강으로 색칠하고 마지막으로 써넣는 문구는 “때려잡자 공산당!”이었다. 학교를 오가면서 불렀던 노래는 월남전 군가 ‘맹호부대 용사들아’였다. 이른 아침에 산속에서 이슬을 털며 내려오는 사람만 봐도 간첩이 아닌가 하고 의심부터 하는, 누가 뭐래도 우리 세대는 공산당을 바퀴벌레만큼이나 싫어했던 반공의 전사들이었다. 나보다 두세 살 더 많아 보이는 그들도 나처럼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공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편인데, 내가 그들에게 빨갱이로 몰려 죽어야 한다니…… 기가 막혔다. 억울하고 분했다.
폭행이 계속되면서 내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때 저 멀리 하숙집 아주머니가 밭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는 어둠 속의 빛을 본 것이다. 내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목이 터지라고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봤는지 부리나케 올라왔다. 그리고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군인들을 설득하며 나무랐다. 공부만 하는 순진한 학생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그렇게 나는 아주머니의 보증 덕분에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곳에 주둔했던 군인들은 빨래나 음식 등 아주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후로 나의 방황은 시작되었다. 1980년 그해 겨울에 예비고사(지금의 수능)를 보고 대학에 합격했지만 3개월 만에 자퇴하고 산속 암자로 들어갔다. 세상과 단절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학을 그만뒀기 때문에 학변자로 취급돼 곧바로 영장이 나왔고, 자퇴한 지 5개월만인 10월에 군에 입대했다. 논산 훈련소에서 헌병으로 차출돼 성남에 있는 행정학교에서 8주 헌병교육을 받고 수도경비사령부(지금의 수도방위사령부)에서 30개월 복무를 했다. 그때의 대통령은 전두환이었다. 그는 나에게 광주 학살의 원흉이었다. 원한을 사면 언젠가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고 했던가. 수경사 헌병단의 임무가 검문소 파견근무와 대통령 경호도 포함돼 있었다.
한강 다리에 있는 검문소에서의 일이었다. 나는 1년에 한두 번 파견 나갔었다, 보통 탄창 3개에 실탄 45발을 가지고 근무했다. 아주 가끔 VIP가 다리를 지나갔다. 그때마다 검문소에 비상이 걸렸고, 초소장은 검문소에 있는 모든 헌병의 소총에서 공이를 빼내어 철제함에 넣고 봉인하였다. 지은 죄가 커서였을까. 그 VIP는 자기 부대도 믿지 않았다.
VIP경호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30개월 근무하는 동안 서너 번은 VIP원거리 경호를 나갔었다. 그때마다 1980년 5월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가 악몽으로 되살아나면서 그 어떤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공이가 없는 M16 소총을 들고 멀리 있는 그 VIP를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총이 온전했고 탄창에 실탄이 들어있었다면 정말 내가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을까?
1985년 5월에 제대했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신 아버지의 바람을 배신할 수가 없어서 나는 다시 예비고사를 보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5학기 만에 자퇴했다. 여전히 5.18에 갇혀 살아남은 자로서의 좌절감은 계속됐고, 1987년 가을에 도피하듯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 나라의 낯선 도시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한 번도 그 증상으로 병원에 간 적이 없었다. 내가 스스로 진단해서 이런 병이구나 의심만 할 뿐이었다, 그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였다. 어쨌든 독일은 나에게 기회와 희망을 줬다. 나는 나 자신을 치유해 가면서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하여 보훔 대학교에서 7년 만에 연극영화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95년 여름에 귀국했다. 2년 동안 5. 18과 관련된 시민운동을 하다가 그 한계를 깨달을 즈음 대학으로 갔다. 10여 년 동안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하였다.
‘광주사태’는 정치군인들과 그들의 비위를 맞추었던 자들이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진즉에 5.18을 폭도들이나 불순분자들이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 일으킨 사태가 아닌 보통사람들이 살기 위해 더 나아가 내 가족과 내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던 항쟁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군사정권의 독한 탄압과 그 후 들어선 민주정권의 의지 부족의 방관적 태도 속에서도 시, 소설, 가요, 연극영화 등의 예술 분야가 금기를 깨고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데 선봉에 나섰다.
1995년 독일에서 귀국한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시민운동과 강연, 출판과 기고 등을 통해 5.18 정신과 진실을 알리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쏟아왔다. 최근에는 5.18 관련 소설 〈5월 18일생〉을 출판했고, 지금은 그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와 드라마, 영상소설을 제작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보듯이 영상의 힘은 압도적이다. 제작자로서 그런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영상소설 〈5월 18일생〉은 5월 18일에 태어난 여자와 그 여자의 어머니, 그리고 그 여자의 아버지를 죽인 공수대원, 이들 세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처절하게 살아가다가, 38년이 지난 2017년에 가서야 용서와 화해를 말한다는 내용이다. 전두환은 떠났지만, 5.18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악몽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이 영상소설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진실을 알리고 5.18정신을 우리 모두의 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송동윤 감독은 금남로 5.18광장에서의 10일간의 시간과 밑바닥인생의 역경이 얼마나 치열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다면서 ‘영상소설“을 기회로 42년 묻어둔 응어리를 이 정도라도 털어놓게 되어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그 당시, 재수생으로 시민군이었던 작가는 공수부대에 잡혀 죽을 고비를 3번씩이나 넘기고 심한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지만, 독일 유학에서 독하게 공부해 연극영화TV학 박사를 받았다. 5.18을 처절하게 앓고 트라우마를 공부로 극복한 저자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최초라 할 수 있는 〈영상소설, 5월 18일생〉을 50부작 시리즈로 만들어 유튜브 ‘송동윤tv'에 12월 1일부터 공개한다.
따라서 소설을 읽고 영화 형식의 50부작 영상으로까지 볼 수 있는 〈5월 18일생〉은, 우리 현대사의 독재로 얼룩졌던 어두운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상소설 개요

제 목 : 5월 18일생
원 작 : 5월 18일생
배 우 : 남소연 송승기 승한스님 현소영 송연 임유택 등등
음 악 : 이프로 엔터테인먼트
홍 보 : 김상철 승한스님
감 독 : 송동윤
제 작 : 에스디와이 엔터테인먼트
상 영 : 송동윤TV
개봉일 : 202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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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송동윤

저자 송동윤은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다. 『5월 18일생』은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저자의 첫 번째 소설은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이다. 우리의 내면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삶의 원형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이 첨단의 시대에 놓치고 있는 진정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사랑, 믿음, 깨달음의 의미를 체화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인 『블랙 아이돌스』는 출구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가두어 버리는 사회 시스템과 주류의 시선에 반항하면서도 주류의 시선에 갇혀 스스로를 잉여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독일의 보훔대학교에서 연극영화TV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일장신대학교 연극영화학 교수를 지냈다. 또한 〈서울이 보이냐〉 〈바다 위의 피아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HID 북파 공작원〉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저자의 영화 관련 저서로는 『송동윤의 영화 이야기』 『영화로 치유하기』가 있다.
저자는 5.18 당시 재수생으로 메일 전남도청 앞에 나가 독제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군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시신수습도 하고 관을 옮기면서 치열하게 투쟁했다. 공수부대에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 작가는 지금 살아있기에 이 글을 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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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5월 18일생
    송동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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