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019년 05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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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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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냐? 혹시 내가 미쳐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럴 경우 사람은 미치기도 하고 권총 자살도 하는 것인가 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프록코트를 벗고 벨트를 풀고는 더 편하게 숨을 쉬기 위해서 털북숭이 가슴을 내놓고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격정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이유는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주는 흡입력은 물론 제도와 가족의 문제, 19세기 러시아 귀족계급의 생활, 계급 간 갈등과 인간의 도덕적 모순, 농업 경영 문제,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박애주의 등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간 뛰어난 작가적 역량에 있다. 일찍이 토마스 만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고 한 점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고 격찬하였으며 실로 이 소설은 그 찬사에 어긋남이 없는 걸작이라 하겠다.
2부 정염
3부 시험대
4부 사랑의 얼굴
5부 불가해한 신비
6부 현실
7부 불안한 영혼
8부 이별
수치심이라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을 회상해 보니 거기에는 뭔가 무섭고 더러운 것이 있었다. 자신의 정신적 나체에 대한 수치심이 그녀를 압도하고 그것은 곧 그에게로 전달되었다.
하지만 살인자는 자기가 죽인 시체에 대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 시체를 감추기 위해서는 난도질해야 하며, 또한 살인 행위에 의해서 얻은 것을 끝까지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살인자는 정열이라고 할 수 있는 분노를 안고 그 시체에 덤벼들어 끌고 다니거나 난도질하는 것이다. 꼭 그와 마찬가지로 그도 그녀의 얼굴과 어깨 위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 2부 정염
브론스키를 생각하면 안나는 그가 이제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며 도리어 자기를 귀찮게 여기고 있으므로 도저히 그에게 자기를 맡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그 때문에 그에게 적대감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그녀는 또 자기가 남편에게 한 그 말, 아니 지금도 자기 마음속에서 자꾸만 되풀이되고 있는 그 말은, 남편에게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한 말 같고 이제는 누구나 다 그것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때문에 그녀는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부름꾼을 부를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래층에 내려가 아들이나 가정교사와 얼굴을 맞대는 건 더욱 못 할 일 같았다.
아까부터 문밖에서 안을 엿보고 있던 하녀는 자기 스스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안나는 무슨 일이냐고 묻듯이 흘끗 그녀를 보았으나 바로 또 겁먹은 듯이 얼굴이 붉어졌다.
- 3부 시험대
1분 전까지 느꼈던 머리가 무겁고 팔다리가 나른한 것도 금방 사라져 버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냐? 혹시 내가 미쳐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럴 경우 사람은 미치기도 하고 권총 자살도 하는 것인가 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프록코트를 벗고 벨트를 풀고는 더 편하게 숨을 쉬기 위해서 털북숭이 가슴을 내놓고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은 이렇게 해서 미치광이가 되는군.”
그는 다시 중얼거렸다.
“아니, 이렇게 해서 권총 자살도 하게 되는 거야. 굴욕을 떨치기 위해서.”
그는 찬찬히 덧붙였다.
- 4부 사랑의 얼굴
그는 전보다 더욱 안나에게 애정에 넘친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그녀가 지금의 처지로 해서 어색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마음을 써 주었다. 그는 정말 남성적인 인간이었지만 안나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반대하는 일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자기 주관도 갖지 않고 오직 안나가 바라는 것을 살피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듯했다. 따라서 안나도 그것을 고맙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었으나 그의 그러한 마음 씀이 너무 커지면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에 때때로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편 브론스키는 그토록 오랫동안 소망하던 것이 완전히 실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는 곧 그러한 욕망의 실현은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행복의 커다란 산에 비하면 불과 한 알의 모래알을 얻은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행복이 욕망의 실현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범하는 예의 과오를 범하고 또 깨달은 것이다.
- 5부 불가해한 신비
인간이 처한 삶의 공통 문제를 빼어난 심리적 통찰로 다룬 소설
도덕주의자 톨스토이가 대비시킨 두 가지 사랑, 격정과 애착
처음으로 경험하는 삶의 충만감과 전 존재를 뒤흔드는 빛
외부의 시선과 그 앞에 패하고 만 진실은 무엇인가를 되묻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와 그 남편 카레닌, 안나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브론스키의 이야기만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면 『안나 카레니나』는 격정적인 연애소설로서만 한 자리를 선점하였을 것이다. 연애소설 자체가 주는 매력과 불안과 괴로움, 질투, 증오, 광기의 감정들이 가져오는 인간적 고뇌, 심리적 통찰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에 대비되는 레빈과 키티의 사랑 이야기를 엮어 놓음으로써 독자들이 더욱 극명하게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고찰하도록 만든다. 레빈과 키티가 인연을 맺기까지, 안나와 브론스크가 인연을 맺기까지 그들 모두의 인연의 고리가 얽혀 있음도 소설의 긴장감과 상처를 극대화시키며 한 단계 높은 진지한 성찰을 하도록 이끈다.
『안나 카레니나』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이유는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주는 흡입력은 물론 제도와 가족의 문제, 19세기 러시아 귀족계급의 생활, 계급 간 갈등과 인간의 도덕적 모순, 농업 경영 문제,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박애주의 등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간 뛰어난 작가적 역량에 있다. 일찍이 토마스 만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고 한 점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고 격찬하였으며 실로 이 소설은 그 찬사에 어긋남이 없는 걸작이라 하겠다.
인간이 처한 삶의 공통 문제를 다룬 심리묘사가 뛰어난 소설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여 표현하는 대가의 능력에 감탄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전지적 시점임에도 내면의 독백을 통해 인물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또한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전통 계승자답게 탁월한 사실성, 사람의 내면을 다루는 심리적 통찰, 역사적 특징을 포착하는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소설은 격정적 사랑에 대한 열망 못지않게 삶에 대한 허무주의와 싸우는 등장인물(레빈으로 대표되는)의 이야기가 심도 있게 진행된다. 이는 톨스토이 자신이 젊은 시절 거부하지 못하고 즐겼던 쾌락적 유희와 뒤따라오는 허무함, 자괴감, 무의미함을 뼈저리게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처절히 괴로워하며 힘들어한 데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무상함, 정서적 불안정함과 여기에서 오는 정신적 위기는 톨스토이 자신이 고작 9살이던 때에 부모를 잃은 경험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적 자아와 실제 모습 간의 격차, 자신의 부부 사이도 『안나 카레리나』에 그려 놓은 레빈과 키티처럼 이상적이길 바랐으나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했던 현실, 문학을 포기하고 종교에 깊이 빠질 정도로 힘겹게 겪었던 삶의 위기 등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소설의 진정성을 더한다.
“당신의 아내로 살 수 있는 곳으로 떠나요”
마음속에 폭발하기 직전의 열망을 간직하던 사람이 그 촉매제를 만났을 때, 그것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 촉매제와 그로 인해 생성된 세상이 자기 세계의 전부인 듯 여겨지며, 자기 일생을 구원하여 신세계를 열어 줄 유일무이한 기적으로 여겨진다. 그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만큼 열망하기 때문에, 세상의 규범에 기반한 시선이 올바르게 느껴지지 않고 세상의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 모두에게 까발려진 인간의 도덕에 반하는 사건 뒤에 남겨지는 것은 한 인간의 성장이 아니라 파멸로의 귀결이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더구나 불안정한 안나의 위치로 인해 사랑의 균형은 깨어지고 마는 것이다.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위태로운 현실, 이어 오는 혼돈, 세상에 퍼지는 은밀한 소문들,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안나가 느끼는 압박감. 안나가 보이는 불안한 모습들은 그녀의 아름다움과 거부하기 힘든 매력에도 불구하고 브론스키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그녀가 한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이 멀어지면서 느끼는 모욕감에도 불구하고 그가 떠날까 봐 두려움에 급급하게 만드는 것이다.
‘안나는 그가 자기를 무거운 짐으로 아는 것도 자유를 버리고 자기한테 돌아오기가 서운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아무튼 그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리고 그(사랑)에게 이끌려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순간에도 ‘안나는 제정신이 들어 자기의 결심을 깨뜨린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일을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기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는 본문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 제 모든 것을 용堉?주십시오!”라고 신을 부르짖으면서도 자신의 갈망을 이겨 내지 못하고 만다.
일반적인 자유라는 것의 매력을 맛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갈구할 대상을 만났을 때, 이 세상의 그 무엇도 그들을 말릴 수는 없는 것이다.
행복이 욕망의 실현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범하는 과오
톨스토이 자신이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난 쾌락을 추구했고 그 유희를 탐하고 난 이후 몰려오는 자괴감으로 괴로워했다. 더불어 작가적 명성에 뒤따라오는 막대한 부의 소유로 인한 괴로움,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사람들의 관심과 개인 사이에서 느끼는 모순 등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격차 때문에도 힘들어했고, 세상에서 그를 위선자로 바라보는 시선과 가족의 요구 사이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로 인해 톨스토이는 중년 이후 삶의 깊은 위기를 겪게 된다. 말년에 이르러서도 청빈함과 금욕을 추구하면서도 안락한 생활을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했고, 자신의 이상적 모습에 실제의 자신을 도달하게 하고자 저작권을 포기하려는 결심까지 한다. 이는 가족 간 불화를 절정으로 치닫게 만드는 도화선이 된다.
풍부한 감수성을 갖는 톨스토이가 포용하는 감정적 영역이 컸던 만큼이나,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이성으로 인해 일상을 심각히 괴롭힐 정도의 자기반성을 요구했던 것이다. 청렴한 삶을 추구하고자 한 톨스토이의 의지는 그를 신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결과로 이끈다.
톨스토이의 오랜 고뇌가 반영된 『안나 카레니나』에는 오랫동안 소망하던 것의 완전한 실현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행복하다고는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의 면면이 잘 드러나 있다. 그들은 결국 그 실물을 움켜쥐지만 대개의 경우 그 만족스런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왜 그러는 것인지는 본문의 다음 내용이 잘 말해 준다.
‘그는 곧 그러한 욕망의 실현은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행복의 커다란 산에 비하면 불과 한 알의 모래알을 얻은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행복이 욕망의 실현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범하는 예의 과오를 범하고 또 깨달은 것이다.
작가정보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는 1828년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다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파산을 막기 위해 부유한 귀족의 외동딸과 정략결혼을 하였으며, 그들 부부가 일찍 세상을 떠남으로써 다섯 남매는 친척집에서 성장했다.
1844년 카잔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대학 교육에 실망하고 3년 뒤 고향으로 돌아간다. 부모가 그에게 남긴 유산 야스야나 폴랴나에서 작품 집필을 시작하는 한편 잡지 《동시대인》에 익명으로 연재하면서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이때 농민들의 열악한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농업 경영에 힘을 쏟으나 실패한다. 농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은 평생 이어진다.
1848년에는 다시 고향을 떠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내며 방탕한 생활에 빠진다. 도박과 성욕 등의 유혹으로 인한 빚으로 부모가 유산으로 남긴 저택마저 매각하고 말았다. 자신의 쾌락주의적 성향을 억제하려던 노력으로 도덕주의적 면모를 드러내고 그러한 작품을 집필했으리라 생각된다.
1851년 육군 장교로 입대하여 체첸 공격에 가담(독립운동의 원인이 된)하였으며 이듬해 자전소설인 『유년시절』을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856년에는 전역하여 1857년 프랑스ㆍ이탈리아ㆍ독일을 여행하고 1858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농민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다.
1862년 지인의 딸과 결혼한 이후 아내가 남편을 대신하여 영지를 관리하고 원고를 정리하는 등 내조에 힘을 쏟으며 톨스토이는 문학에 전념하여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작을 집필하게 된다.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리면서도 40대 후반 즈음부터 삶의 위기를 겪게 된 톨스토이는 한동안 문학은 포기하다시피 하며 종교 문제에 깊이 빠져들었다. 문학보다 종교적인 비중이 점차 커진 이후인 1899년 대표작 『부활』을 완성했으나 문학작품에 종교적 색채가 짙어지는 것 또한 가족의 불만을 샀다.
1910년에 그가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를 이해해 주던 딸 알렉산드라에게 모든 저서의 판권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아내와의 불화가 절정에 치닫자 가출을 단행한다. 그러나 기차 여행 중에 걸린 감기가 폐렴으로 번지면서 아스타포브 역의 역장 집을 빌려 쉬던 중 집을 나온 지 열흘 만인 11월 7일 새벽 세상을 떠나고 만다. 톨스토이의 시신은 야스나야 폴랴나로 운구되어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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