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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에서 온 소녀

정명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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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0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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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0.50MB)
ISBN 9791156330387
쪽수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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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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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에서 온 소녀』는 고려 후기 화약을 들여와 개발한 최무선의 아들 최해산의 청소년 시절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저자는 야사에 기록된 해산의 어린 시절을 소설적 재미와 역사적 상상력을 덧입혀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1. 불타는 배
2. 붉은 배자를 입은 아이
3. 거북바위
4. 핏빛 그림자
5. 인연
6. 기습
7. 등 뒤의 칼
8. 위대한 유산
9. 전쟁
10. 어른으로 가는 길
11. 약속

작가의 말
참고 자료

멍한 눈으로 행렬을 바라보던 해산은 또래의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붉은색 배자에 가는 주름이 잡힌 옥색 치마 차림이었다. 한 가닥으로 땋은 머리를 뒤로 넘겼는데 얼굴은 눈처럼 하얀색이었고, 볼은 텃밭에서 자라는 복숭아 빛깔이었다. 해산이 입을 벌린 채 여자아이가 털컹거리는 수레를 따라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해산은 낯선 남자가 이끄는 행렬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_18쪽

“그럼 저는 어른이 되기 힘들겠네요?”
낙담한 해산의 말에 설유가 정원 한구석에 핀 대나무를 가리켰다.
“대나무는 말이다. 어떤 때는 한 치도 자라지 않다가 어떤 때는 한 뼘이 자라기도 한단다. 고민이 많다는 얘기는 잘 클 수 있다는 뜻도 되지.”
해산이 잠자코 듣는 것을 본 설유가 덧붙였다.
“물론 고민하는 것만으로는 어른이 될 수 없단다.”
“그럼요?”
“행동도 해야지.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는 게 바로 어른이란다.”_57쪽

옆에 있던 야스꼬의 말에 요시무라가 버럭 화를 냈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줄 아느냐? 화약을 손에 넣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고려, 아니 조선에 굽실거려야 한단 말이다.”
“그냥 교역해도 되잖아요.”
“야스꼬, 저놈들이 우릴 사람 얼굴을 한 짐승 취급하는 걸 잊었느냐? 교역을 하더라도 우리가 힘이 있어야 저들이 깔보지 않는 법이란다. 조선이 새로 들어섰으니 힘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쓰시마를 공격할 게 뻔하다. 며칠 동안 조선 사람 노릇하더니 진짜 조선인이 된 거냐?”
요시무라의 말에 충격을 받은 야스꼬가 고개를 돌렸다._129쪽

해산은 동굴에 남은 어머니와 이진유,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요시무라, 아니 설유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른은 단순히 나이를 먹고 키가 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뒤이어 설린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알아야 되는 거 아닐까?”
엄습해 오는 오한으로 온몸이 떨렸다. 후들거리는 무릎을 겨우 움직여 앞으로 나가던 해산은 낙엽더미를 밟고 비틀거렸다. 겨우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한 해산은 눈앞에 펼쳐진 싸리나무 숲을 발견했다.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아버지의 환영을 봤다. 놀란 해산은 눈을 껌뻑거렸다.
“아, 아버지.”_139~140쪽

“어차피 이러다 조선군이 나타나면 끝입니다. 명령만 내려 주시면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기다려 봐야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요시무라가 고민하는 사이 참지 못한 부하 한 명이 창을 휘두르면서 동굴로 뛰어갔다. 그러다 날아온 주화가 오른쪽 정강이에 박히고 말았다. 얼른 달려가서 부하의 정강이에 박힌 주화를 뽑아낸 타테시가 요시무라에게 다가왔다.
“보십시오. 쇠촉이 아니라 나무 끝을 깎은 겁니다. 거기다 화살 깃도 아교를 붙인 게 아니라 그냥 홈을 파서 끼운 겁니다.”
“속았다. 당장 공격해!”
요시무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동굴을 향해 뛰어갔다._153쪽

잠시 후 문이 벌컥 열리고 촌장이 나왔다. 촌장은 댓돌에 놓인 미투리를 신으면서 방에 대고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아세요. 그게 우리 마을을 위하는 길입니다.”
마당으로 나온 촌장은 해산을 보더니 주춤했다. 그러고는 상기된 표정으로 지나쳐 갔다. 촌장을 따라온 어른들까지 모두 밖으로 나간 다음에 해산은 방으로 들어갔다. 등잔불을 앞에 둔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웠다.
“뭐래요?”
“그게 말이다.”
머뭇거리던 어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여기를 떠나란다.”_169쪽

대장군전의 위력을 확인한 해산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세워져 있던 화차로 걸어갔다. 비스듬하게 세워진 수레 위에는 청동으로 만든 작은 총통 수십 개가 올려져 있었고, 총통마다 철령전이 꽂혀 있었다. 병사들이 백 보쯤 떨어진 곳에 투구와 갑옷을 입은 허수아비 수십 개를 옹기종기 세워 놨다. 대충 거리를 가늠하던 해산이 월대를 쳐다봤다. 두 번째로 붉은 깃발이 올라가자 해산은 손에 든 횃불을 심지에 붙였다. 수십 가닥이 꼬여 있던 심지가 타들어 가는 것을 본 해산이 물러나자 병조판서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이번에도 귀를 막아야 하느냐?”
“괜찮습니다.”
해산이 고개를 저었지만 병조판서는 손으로 귀를 막았다. 화약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철령전들이 하나 둘씩 총통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포성 대신 귀를 찢어 버릴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날아간 철령전들이 백보 앞에 세워진 허수아비를 덮쳤다._175쪽

화약 비법서를 빼앗으려는 일본인 스승과
그것을 지켜 조선을 구하려는 제자, 해산의 이야기

이국에서 찾아온 신비로운 소녀,
사라진 화약제조법의 비밀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기발한 상상력!

“야사에 따르면 최무선은 아내에게 《화약수련법》이라는 책을 주면서 아들이 장성하거든 이 책을 읽고 화약을 계속 만들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 최무선은 고려에게 필요한 것이 화약이라고 믿었고, 그것을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 최해산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화약을 만드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최해산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은 없으며, 이 소설은 그런 최해산의 삶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믿었던 이들과 칼을 겨눈 싸움 뒤에 나누어 가진
평화와 화해, 성장의 진정한 의미

오늘의 청소년문학 시리즈의 열 번째 권인 《쓰시마에서 온 소녀》는 고려 후기 화약을 들여와 개발한 최무선의 아들 최해산의 청소년 시절을 상상력을 불어넣어 재구성한 것이다. 최해산은 조선 초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 화약제조법과 화약 무기를 개발하고, 왜구를 무찌르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정명섭 작가는 야사에 기록된 해산의 어린 시절을 소설적 재미와 반전, 역사적 상상력을 덧입혀 모험 가득한 청소년소설로 변화시켰다.

예상치 못한 반전, 놀라운 상상력과 재미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영주(영천)의 작은 마을 내림골에서 살아가던 해산은 계림부(경주)에서 같은 마을로 이사 온 설유와 설린 남매의 신비로움에 이끌린다. 그리고 눈처럼 하얀 얼굴에 복숭아 빛 뺨을 한 설린에게 호기심을 느껴 설유가 하는 천자문과 소학 수업에 참가하게 된다. 내림골은 산과 계곡, 강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마을로 해산 역시 사 년 전에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 외지인이다. 그래서 해산은 또래 친구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당한다. 설유의 글공부 수업과, 말을 잃어버린 소녀 설린과의 만남은 해산이 느꼈던 빈자리를 채워 주고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어느 날 마을로 들이닥친 이진유가 이끄는 관군은 설유와 설린을 왜인으로 의심하면서 수사망을 좁혀 오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진유의 편이 되어 움직이고,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 준 설유와 설린을 보호하던 해산은 실제로 그들이 왜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서 살던 소년의 눈앞에는 갑자기 조선인으로 변장한 왜구들이 나타나거나 어머니가 숨겨 온 아버지의 정체가 밝혀지는 등 사건이 연이어 펼쳐지고,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던 소년은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과 아버지가 걸어 온 길 사이에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정명섭 작가는 이러한 해산의 성장 과정을 긴박한 사건 전개와 반전이라는 장르소설적인 면을 배치하여 흥미진진하게 풀어 나간다.

모든 것과 교차해 어른이 되는 순간
열다섯 해산과 같은 나이인 설린 또한 소설 속에서 격심한 성장통을 앓는 인물이다. 가문의 치욕을 갚아야 한다는 오빠의 말에 따라 아무런 의심 없이 조선에 왔지만, 믿음과 온기로 자신을 대해주는 해산을 만나며 그 ‘옳은 길’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선을 약탈해야 한다는, 화약제조법을 빼앗아야 한다는 당위에 반대해 스스로의 옳은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것은 곧 ‘어른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해산의 질문과 맞닿아 있고, 부모와 형제들이 알려 주는 방향에서 한걸음 물러서 자신의 길을 찾는 독립성의 발현이기도 하다. 온정을 베풀어 주고 마음을 나눈 이들을 배신하고 왜구들의 앞잡이로 화약제조법을 찾으려 했던 설린은 점차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는 인물로 성장해 간다.

다양한 역사서로 쌓아 온 내공이 발휘된 청소년 역사소설
《조선전쟁 생중계》 《조선의 명탐정들》 등 다양한 역사서를 집필한 작가답게 이 소설 구석구석에는 조선 건국 초기의 복식부터 제도와 사회 변화상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또 섬세하게 형상화된 상상의 공간 내림골은 이야기의 구조와 맞물려 마치 해산의 마음을 반영하듯 외부와 차단된 닫힌 공간에서 점차 외부와 영향을 주고받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한다. 더불어 추리와 장르소설을 아우르는 작가의 지난 작품들처럼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재미 요소들 역시 이 소설의 큰 특징이다. 정명섭 작가는 주인공 해산의 성장과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를 보여주는 청소년소설에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반전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담아냈다.
독자들은 해산이 이국에서 온 소녀 ‘설린’과의 만남으로 잊고 지낸 성장의 의미를 재발견해 나가는 모습과, 온정을 주고받던 스승과 친구를 적으로 만나고 마침내 다시 마음을 확인하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이 소설에는 역사의 빈틈에 스며들어 이야기를 체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더라도
‘또래’의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지 함께 호흡하며 체득할 수 있다면 청소년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화약 비법서를 빼앗으려는 일본인 스승과 그것을 지켜 조선을 구하고자 하는 제
자의 이야기라니! 온정을 주고받던 이를 적으로 만나고, 마침내 화해를 도모하는 치열함 속에서 자
연스럽게 우리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_한정영(소설가, 서울여대 겸임교수)

작가정보

저자(글) 정명섭

저자 정명섭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연인, the lovers》를 시작으로 《혁명의 여신들》 《암살로 읽는 한국사》 《조선백성실록》 《조선의 명탐정들》 등의 역사서를 집필했다. 2011년 2년간의 기획과 집필 끝에 조선 시대 전쟁사를 중계방송 방식으로 풀어낸 《조선전쟁 생중계》를 출간했다. 2013년 《기억, 직지》로 제1회 직지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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