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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여인들

최문희 장편소설
최문희 지음
다산책방

2017년 02월 02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0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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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8.32MB)
ISBN 9791130611198
쪽수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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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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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뜨거운 일대기이자 181년 후에야 풀어놓는 애절한 고백!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작 《난설헌》의 저자 최문희의 장편소설 『정약용의 여인들』. 18세기 비운의 천재 다산 정약용. 이 작품은 다산의 마지막 생애를 휘감은 여인들을 통해 충효와 애민정신으로 박제된 학자 정약용을 피와 살을 가진 보통의 사내로 뜨겁게 되살려냈다. 정약용이라는 인물의 솔직하고도 인간적인 면에 주목해 섬세하고 우아한 문체와 세밀한 묘사로 정약용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누구보다 엄하고 이성적이었던 정약용의 허물어진 몸과 마음을 소리 없이 다독이고 지탱해준 여인 진솔. 소실의 존재를 평생 송곳처럼 품고 살아내며 가장의 오랜 부재에도 집안을 단단히 지켜온 아내 혜완. 그리고 아끼던 딸 홍연과 늘 가르침을 잊지 않았던 두 아들 학연과 학유, 충심을 다했던 지존 정조, 유배지에서 만난 혜장 선사와 초의 선사, 제자 황상 등 살아 숨쉬는 인물들로 역사 속 빈자리를 풍성하게 채우며 정약용의 생을 실감나게 그려보인다.
서(序)

여유당의 적막
빗살무늬 구름
살가운 넉살
물안개 소내 나루
겨울새
기웃대는 시선
붉은 끈
고독을 거느린 곤룡포
화성을 적시는 비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
찾아오는 사람, 맞이하는 사람
가을의 단서
노을빛 비단치마
외나무다리
밤에 온 손님
나무 비녀
소란한 외로움
매조도
불씨 한 점
다산의 아들 노릇
남당에 봄물 설레고
묵은 향기
남당사 십육수

마지막 당부

작가의 말

끝물이어서 봉선화는 몇 잎 남아 있지 않았다. 따서 모은 봉선화를 홍임이 편편한 돌 위에 놓고 작은 돌로 콩콩 짓찧었다. 그가 엉거주춤 홍임이 곁에 앉았다. 한 폭의 그림이었다. 혜완이 불시에 방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열린 장지문 틈새가 부녀의 다정한 모습을 가리지 못했다.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이려면 묶어줘야지, 헝겊은 있느냐?”
계집아이의 조막만 한 얼굴이 해뜩하니 쳐들렸다. 순간 혜완은 눈앞이 어질거렸다. 얇은 눈꺼풀에 긴 눈매가 남편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너무나도 빼다박은 핏줄의 내림이 섬뜩해서였다.
아침 밥상을 받은 그의 바지 대님이 짝짝이라는 걸 알았다. 대님 한 짝을 홍임에게 주고, 뭉갠 봉선화를 손톱에 감아주었는가? 한쪽은 옥색이고 한쪽은 회색이었다. 혜완은 못 본 체했다. (본문 29면)

약용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를 어쩐다? 아깝구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보다 그 목소리가 더 아릿했다. 네 살에 천자문을 달달 외웠고 지난해부터는 획 하나 거르지 않고 천자문 백삼십 쪽을 해서로 필사했다. 한자리에 앉아 몇 시간을 골똘히 필사하는 모습이 그의 가슴에 와 닿았다. 쓰라거나 외우라거나 자세를 어찌하라거나 붓을 이렇게 들어야 한다는 조언은 하지 않았다. 그냥 멀찌감치 미뤄둔 채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반듯한 자세로 붓을 든 팔에 힘이 느껴졌다. 해서체로 된 천자문 그대로를 베껴 쓰는 일이라 제 나름의 서체를 다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견했다. 내 핏줄인가?
홍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가 말했다.
“아버지하고 올라가자.” (본문 48~49면)

유배지 강진에서 홀연 나타난 진솔이라는 여인이 안겨준 평온, 나른한 휴지(休止)를 그는 탐욕스럽게 껴안았다. 깊고 따스하고 청결했다. 그가 질색하는 행동거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 안온을 줄줄이 꿰어 차면 열 가지도 넘을 것이다. 조가비처럼 다문 입술이 듬직했다. 갉작거리지도 목소리로 말을 씹지도 않았다. 굼뜨거나 촐싹대지도, 치맛바람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센 입김을 풍기지 않았다. 일곱 명 제자들의 점심 한 끼니? 말은 그랬다. 어젠 온종일 깻잎을 씻어 말린 후 무명실로 묶어 단을 만들었다. 된장에 박고 졸인 간장에 켜켜이 재는 걸 보았다. 산등성이를 훑으며 쑥부쟁이나 민들레, 고사리에 버섯까지 몇 소쿠리나 담아 날랐다. 뜯어 온 산나물을 마당에 부리거나 그의 눈이 지나가는 곳에서 가리지 않았다. 찌고 말리고 단속하는 과정을 좁은 정지에서 해치우면서도 그릇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참 여문 사람이구나 싶었다. (311~312면)

뭔가 뜨거운 것이 입안에서 깨물렸다. 다시 눈을 감는다고 끊어진 꿈이 이어질까. 흘러내린 눈물이 콧등을 지나 입술을 적셨다. 남당사라, 진솔. 정녕 그대 글씨가 맞는데, 어찌 이리 절절하단 말인가? 입안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그의 새벽을 허물었다. (……) 한 장의 백지처럼 가벼운 육신, 나른한 평온으로 환치되는 이 느낌은 무엇인가? 결박, 그랬다. 평생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여미고 있던 사슬이었다. 체면이라는 사슬, 살 속으로 파고든 그것은 뼈를 녹이고 살을 파먹고 갈기갈기 찢어 그를 부스러뜨렸다. (439~440면)

정약용, 세상의 끝에서
한 여인을 품다!

『난설헌』의 작가 최문희 신작 장편소설

“깨알처럼 예민했고 흑단처럼 단단했던
정약용의 심장에 돌을 던진 여인, 진솔.
부서져 가루가 되어도,
그 외마디가 눈가에 물기를 자아올린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피와 살을 가진
보통의 사내에 불과했소.”

정약용의 생을 관통한 불멸의 여인들.
사랑과 증오, 그리움과 회한으로 얼룩진
정약용의 가장 내밀한 일대기!

『난설헌』으로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 “바윗돌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새기는 마음으로 글을 쓴 최명희의 작가정신을 그야말로 오롯이 담아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최문희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정약용의 여인들』을 출간했다.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정약용이라는 거대한 인물의 가장 솔직하고도 인간적인 면에 주목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한 땀 한 땀 직조한 듯 섬세하고 우아한 문체와 눈에 보일 듯 세밀한 묘사로 정약용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파고든다.
올곧은 성정과 비상한 지혜를 지녔지만, 열여덟 해를 남도 끝 유배지에서 보내며 깊은 절망과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18세기 비운의 천재 정약용. 끝도 없이 붓을 들던 그의 허물어진 몸과 마음을 소리 없이 다독이고 지탱해준 여인 진솔. 가장의 오랜 부재에도 집안을 단단히 지켜온 당찬 아내 혜완. 『정약용의 여인들』은 다산의 마지막 생애를 휘감은 여인들을 통해, 충효와 애민정신으로 박제된 대학자 정약용을 “피와 살을 가진 보통의 사내”로 뜨겁게 되살려낸 소설이다.
한 인간이자 한 사내였던 정약용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이야기는 한 여인을 마음에 품고만 엄격한 선비의 내밀한 속내뿐 아니라 한 사내를 향해 모든 것을 내어준 비천한 여인의 숨죽인 마음과 새어나가는 남편의 마음을 붙잡고픈 사대부 여인의 애틋한 심경을 글줄 깊이 녹여낸다. 절제된 감성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장면들은 역사의 행간을 넘나들며 지금을 사는 우리의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정약용의 생을 되짚게 한
그림 한 폭과 시 한 수

“유배지 강진에서 홀연 나타난 진솔이라는 여인이 안겨준 평온, 나른한 휴지(休止)를 그는 탐욕스럽게 껴안았다. 깊고 따스하고 청결했다.” -본문 중에서

누구보다 엄하고 이성적이었던 그를 허물고 보듬었던 여인 진솔은 정약용이 남긴 한 폭의 그림 「매조도」와 애끓는 심정을 담은 시 「남당사 십육수」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2009년, 딸 홍연의 혼인을 축하하며 그려준 멧새 두 마리가 아닌, 한 마리만이 외롭게 가지 위에 올라앉은 또 다른 「매조도」가 공개된 것이다.

묵은 가지 다 썩은 그루터기 되려더니
푸른 가지 뻗어 나와 꽃을 피웠구려
어디선가 날아온 채색 깃의 작은 새는
한 마리만 혼자 남아 하늘가를 떠도네

계유년 팔월 열아흐레에 지은 이 애잔한 시는 다산이 강진에서 얻은 딸 홍임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1999년 공개된 시 「남당사 십육수」에 홍임 모녀에 관한 사연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홍임 모(母)로만 알려진 유배지에서 만난 인연은 최문희 작가의 손끝에서 진솔이라는 이름을 새겨 가녀린 육체와 여문 품성을 지닌 한 여인으로 온전히 되살아났다.
소실의 존재를 평생 송곳처럼 품고 살아낸 아내 혜완을 비롯해 아끼던 딸 홍연, 늘 가르침을 잊지 않았던 두 아들 학연과 학유, 충심을 다했던 지존 정조, 유배지에서 만난 혜장 선사와 초의 선사, 제자 황상 또한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역사 속 빈자리를 풍성하게 채우며 정약용의 생을 더욱 단단하고 실감나게 완성해낸다.
세밀화처럼 정교하게 그려진 장면과 인간적인 고뇌를 층층이 실어 나른 문장은 한 편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역사의 조각들도 빈틈없이 엮어낸다. 빨려들 듯 읽어내려가다가 처연하고도 멍울진 아픔에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이야기는 정약용의 가장 뜨거운 일대기이자 181년 후, 오늘에야 풀어놓는 가장 애절한 고백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문희

저자 최문희는 산청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5년 장편소설 『서로가 침묵할 때』로 국민일보문학상,
같은 해 『율리시즈의 초상』으로 작가세계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크리스탈 속의 도요새』 『백년보다 긴 하루』 『나비 눈물』을 출간했다.
2011년 『난설헌』으로 제1회 혼불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 장편소설 『이중섭(게와 아이들과 황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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