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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거리

만날 수 없는 대상이 공간을 바꾸는 방식
스마트북

2026년 08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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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AI(생성형) 활용 제작 도서
파일 정보 ePUB (19.46MB)
ISBN 9791176556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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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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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떠났을 뿐인데 골목이 길어진다. 현관에서 모퉁이까지의 걸음 수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예전에 기다리던 사람이 더는 없다는 사실이 같은 길을 전혀 다른 거리로 만든다. 『그리움의 거리』는 그리움을 마음속 감정으로만 두지 않고 골목, 빈 의자, 역, 옛집과 우회로처럼 실제 공간을 바꾸는 힘으로 읽는다. 물리적 거리는 그대로여도 몸이 느끼는 거리는 관계와 기억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든다는 데서 이 책의 독특한 시선이 열린다.

책은 떠난 뒤 길어진 골목에서 시작해 사람이 사라진 뒤 방의 중심이 되어 버린 빈 의자, 기다리는 동안 공적 시간과 사적 시간이 충돌하는 역,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되밟게 되는 옛길로 이동한다. 프루스트의 감각 기억, 조이스의 더블린, 울프의 장소와 상실 같은 문학적 장면은 삶의 장소가 어떻게 기억의 주소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 반대로 회피와 우회가 약함이 아니라 몸을 지키는 공간 기술일 수 있다는 점도 세심하게 살핀다.

이 책은 그리움을 무조건 아름다운 감정으로 만들지 않는다. 떠난 관계가 자신을 해쳤을 수도 있고, 고향이나 옛집이 누군가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장소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벗어나야 했던 공간일 수 있다. 죽음, 이별, 이주, 철거처럼 재회 자체가 불가능해진 지리에서는 그리움이 귀환의 약속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는 다른 방식이 된다.

새로운 사람과 옛 거리를 걷는 순간처럼 과거와 현재가 한 장소를 함께 사용할 때 무엇을 지우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묻는다. 기억을 없애는 것이 회복이 아니라 기억이 더 이상 걸음을 명령하지 않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결론은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오래 남는 장소와 함께 사는 법을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은 감정을 공간으로 번역해 읽는 새로운 지도를 건넨다.

또한 장소를 개인의 추억만으로 소유하지 않는다. 같은 광장과 골목, 옛집이 다른 사람에게는 생활공간이거나 아픈 기억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추모와 일상, 과거와 현재가 한 장소를 함께 쓰는 윤리를 탐색한다.
프롤로그. 골목이 길어진 저녁

1장. 떠난 뒤에야 늘어난 골목
1절. 같은 길의 다른 길이
2절. 부재는 어디에 머무는가
3절. 기다림이 만든 방향

2장. 빈 의자가 방의 중심이 될 때
1절. 사라진 몸의 윤곽
2절. 등대로 가지 못한 날들의 집
3절. 따뜻함만 남지 않는 자리

3장. 역은 왜 자꾸 멀어지는가
1절. 도착을 기다리는 사람의 시계
2절. 터널과 유리창이 나눈 두 세계
3절. 떠날 수 있음의 불평등

4장. 돌아가지 않는 길을 되밟는 사람
1절. 반복 방문의 의식
2절. 오뒷세우스의 귀향과 달라진 문턱
3절. 돌아옴이 상처를 고치는가

5장. 기억은 장소에 주소를 붙인다
1절. 콩브레라는 이름의 방
2절. 싱아가 사라진 자리
3절. 지도와 기억이 싸우는 순간

6장. 우회로가 몸을 지키고 가두는 방식
1절. 피하는 길의 정확한 감각
2절. 창가에 남아 떠나지 못한 사람
3절. 회피를 배려라고 부를 때

7장. 재회할 수 없다는 지리
1절. 죽음과 망명이 닫은 통로
2절. 아우스터리츠의 역과 되찾을 수 없는 시간
3절. 만남이 불가능할 때 남는 책임

8장. 다른 사람과 걷는 옛 거리
1절. 새 관계가 옛 장소를 침범할 때
2절. 한 사람의 슬픔과 도시의 공동 표정
3절. 비교와 소유가 만든 불공정한 거리

9장. 아름다운 상실이라는 거짓말
1절. 낭만화가 지우는 분노
2절. 설국의 눈과 관계의 비용
3절. 떠난 대상의 결함을 지우는 기억

10장. 도시와 장르와 번역이 바꾸는 거리
1절. 더블린의 마비와 떠나지 못하는 사람
2절. 장소 이름과 번역어가 만드는 원근
3절. 이동할 수 있는 사람과 기다려야 하는 사람

11장. 지워지지 않는 곳과 함께 사는 법
1절. 장소를 없애지 않고 권리를 나누기
2절. 방문을 중단하는 선택
3절. 기다림이 기억의 윤리로 변할 때

에필로그. 길이는 돌아오지 않지만 길은 달라진다

참고문헌

방에서 가장 큰 것은 때로 가장 작은 사물이다. 식탁 옆 의자 하나가 비어 있으면 벽과 장롱과 창문보다 먼저 보인다. 그 의자는 사람의 몸을 닮지 않았지만 몸이 차지하던 높이와 방향을 남긴다. 등받이의 기울기, 팔걸이의 마모, 늘 같은 쪽으로 밀려난 위치가 사라진 사람의 습관을 대신 말한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집의 구석과 서랍, 다락과 지하실 같은 친밀한 공간이 상상과 기억을 조직한다고 보았다. 이 관점은 방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몸이 세계를 배우는 구조로 읽게 한다. 다만 모든 집이 보호의 장소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구석은 안식처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해야 했던 장소일 수 있다.

회피는 몸이 먼저 설계하는 공간 기술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집 앞을 피해 두 블록을 돌고, 특정 역의 환승 통로 대신 계단이 많은 출구를 택한다. 지도상 비효율적인 길이 정서적으로는 가장 안전한 길이 된다. 우회는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위험을 계산한 선택일 수 있다. 몸은 위험의 신호를 머리보다 빠르게 읽는다. 냄새와 목소리, 특정 조명의 색이 과거의 장면을 불러오고, 심장이 빨라지며 근육이 굳는다. 이 반응은 경험에서 배운 보호일 수 있다. 다만 모든 불편을 현재의 위험과 동일하게 판단하면 생활 반경이 지나치게 좁아진다. 과거의 신호와 지금의 조건을 천천히 구분해야 한다.

지워지지 않는 장소와 함께 사는 일은 보존과 삭제의 양자택일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한다. 옛집과 빈 의자, 지도 속 도시가 남아 있어도 현재의 삶은 그 곁에서 새 동선을 만든다. 이 장의 문제는 흔적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한 장소에 겹친 기억과 생활의 자리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공공 공간에는 서로 다른 시간이 포개진다. 한 사람에게 추모의 광장인 곳이 다른 사람에게는 통학로와 장터, 휴식의 자리다. 소설이 이 겹침을 한 감정으로 통일할 때 장소의 현재가 사라진다. 기억과 생활이 맞부딪히는 지점을 남겨 두어야 공간이 살아 있다. 사적 공간에서도 같은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움은 마음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람 한 명이 사라지면 골목의 길이와 방의 중심, 역의 시계와 걷는 속도가 함께 달라진다. 『그리움의 거리』는 이 단순하지만 낯선 사실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상실 이후의 공간이 어떻게 다시 조직되는지를 문학과 생활의 장면으로 보여 준다.

빈 의자와 오래된 집, 기다리는 역을 낭만적인 소품으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의자는 사라진 몸의 습관을 남기고, 역의 시간표는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길어지는 몇 분을 만든다. 만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옛길을 찾아가는 행동은 미련으로 단정되지 않고, 우회로를 택하는 몸은 회피의 실패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전략으로 읽힌다. 공간은 감정의 배경이 아니라 감정과 행동을 실제로 바꾸는 조건이 된다.

프루스트와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한 문학적 사례는 기억과 장소의 관계를 넓힌다. 동시에 작품 속 아름다운 상실이 분노, 모욕, 안도, 죄책감을 지우는 방식도 비판한다. 그리워한다는 사실이 과거의 관계를 좋은 관계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실제 귀환의 가능성이나 권리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마지막 장에서 책은 보존과 삭제 사이에 제3의 길을 남긴다. 지워지지 않는 장소를 그대로 두면서 현재의 생활이 새 동선을 만드는 것이다. 같은 골목을 다시 걸어도 예전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을 수 있다면, 기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명령의 힘을 잃은 것이다. 상실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기억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언어를 찾는 독자에게 조용하고 단단한 책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익숙한 길도 다르게 보인다. 걷는 속도와 우회, 머무는 자리에는 관계의 역사가 남아 있고, 그 역사가 바뀌면 같은 지도의 거리가 달라진다. 상실을 추상어가 아니라 생활의 동선으로 이해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인물정보

감정과관계 편집실은 가족, 사랑, 상실, 질투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과 책임의 문제를 생활 장면과 문학·심리 자료를 함께 읽으며 풀어내는 편집팀이다. 감정을 선악으로 재단하기보다 선택권, 돌봄, 경계, 관계의 비용을 구분해 독자가 자신의 상황을 더 정확한 언어로 바라보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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