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민을 위한 최소한의 외교
2026년 03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6년 0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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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785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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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 세계를 움직이는 외교
외교란 무엇인가 _13
왜 외교를 알아야 할까 _15
외교와 국제정치의 차이 _17
‘국익’이란 무엇인가 _19
한국이 마주한 글로벌 과제 _21
쉬어 가기 - 동서양의 외교 차이 _23
2. 외교는 누가 어디서 하나
국제 정세와 외국어에 능통한 ‘다재다능 외교관’ _29
대사관은 우리 국민을 어떻게 책임질까 _30
대통령은 외교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_32
다른 나라에서는 왜 총리가 대통령 역할을 할까 _35
외교부장관과 대통령의 역할 _38
국정원의 정보력이 외교력을 더한다 _40
쉬어 가기 -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는 이유 _44
3. 지금 외교가 필수인 이유
대한민국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_51
외교에 실패하면 경제가 무너진다 _54
‘한강의 기적’은 외교에서 비롯됐다 _56
부족함을 메울 ‘업셋’의 기회 _58
든든한 우방과 약한 연결 고리로 안보 동맹 _60
과거의 외교는 어땠을까 - 삼국시대에는 어떻게 외교했을까 _63
4. 우리 외교의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외교는 무조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한다 _71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_73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고려하자 _75
외교의 힘은 경제와 국방에서 나온다 _78
미래 책임질 기후·AI·경제·안보 외교 _80
디지털 외교와 SNS 시대의 메시지 _82
문화, 스포츠, K-콘텐츠 외교 _85
과거의 외교는 어땠을까 - 한류의 원조, 조선통신사 _88
5.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외교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는? _95
가장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 _98
‘북한의 1인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_102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형님, 미국 _106
‘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 미국 대통령 _110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장, 중국 _114
‘중국의 국부’, 시진핑 국가주석 _117
따라잡아야 할 경쟁자이자 동료, 일본 _121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_126
수십 개 나라의 공동체, 유럽연합 _130
새롭게 열릴 준비가 된 중남미 _132
무수한 자원이 넘쳐나는 아프리카 _134
쉬어 가기 - 전쟁을 통해 성장한 나라 _137
6. 외교 리더십 스타일은 어떻게 다를까
강대국의 외교 스타일 _143
중견국의 외교 스타일 _145
약소국의 외교 스타일 _148
톱다운 외교와 바텀업 외교의 차이 _152
시대 상황에 따른 외교 스타일 _155
과거의 외교는 어땠을까 - 조선의 위기에 찾아온 외교력 만렙 왕 광해 _159
7.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외교 교과서
영원한 우방은 없다 _165
적의 적은 아군이다 _167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된다 _170
무엇보다 안보와 경제가 중요하다 _172
다가오는 시대 변화를 읽어야 한다 _173
역사를 모르면 재생할 수 없다 _176
쉬어 가기 - 정상회담 전 물밑외교 _178
8. 미래 외교, 우리가 할 일
외교에 성공하기 위해 인재를 키워라 _185
시민도 외교의 주체다 _188
갈라지기보다 함께하기 _192
끝으로 _196
우리는 지금, 외교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일상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속 부품, 음식, 해외로 오가는 상품,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위기에 이르는 모든 것이 외교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가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시민이 알아야 할 외교의 핵심을 총망라하고, 외교가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고자 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외교는 단순히 ‘국가 간의 단기적 협상 정책’이나 ‘오늘만의 외교 정치’가 아닙니다. 외교는 경제적 결정, 문화적 교류, 그리고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요즘처럼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세계에서는 각국의 외교정책이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끊임없이 고려해야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끈질긴 추적자’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 현실을 설명하고, 세계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p16)
안보 환경은 더 복잡하다. 코앞에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있고, 주변은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이 둘러싸고 있다. 한반도라는 공간은 여전히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무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한 번에 긴장이 치솟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심해질수록 한국의 선택지는 줄어든다. 군사력만 키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동맹과 억지력, 대화와 관리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말 그대로 ‘줄타기 외교’가 일상이 된 셈이다. 복잡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마주한 글로벌 과제는 다시 크게 몇 갈래로 나뉜다. 기후 위기, 에너지·식량 안보, 디지털 질서,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전략산업 경쟁까지 더하면, 한국이 마주한 글로벌 과제는 한두 줄로 정리하기 어렵다. ‘이 복잡한 상황에서 한국이 지혜롭게 살아남고 더 나은 위치로 올라가려면 어떤 외교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p22)
외교관의 일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국제 정세를 누구보다 빨리, 정확하게 파악해 본부에 전달하는 일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일이다. 현지 정부 인사와 만나 물밑 협상을 하고, 우리 기업의 애로를 조정하고, 재외국민이 사고를 당하면 경찰서와 병원을 오가며 문제를 정리한다. 그래서 외교관이 단순히 공부 잘하면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복잡한 정보를 한눈에 구조화하는 분석력, 짧은 글 몇 줄로 상대를 설득하는 문장력,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세 거리를 줄이는 소통 능력, 시차와 피로를 견디는 체력까지 요구된다. 한 손에는 보고서, 다른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 웃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직업이다.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에 가깝다. (p29)
대사관에서 일하려면 기본적으로 외교관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아무래도 좋은 조건이 주어지는 직업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외교에서 대사관의 역할은 이만큼 크다. 정상회담과 장관 회의가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대사관은 그 무대를 밑에서 떠받치는 기둥에 가깝다. 해외에서 한국 여권 한 권이 주는 든든함, 사고가 났을 때 ‘그래도 대사관이 있다’라는 생각이 주는 안도감이 곧 국가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그 신뢰가 쌓일수록 외교정책도 힘을 얻는다. 국익과 국민 보호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맞물려 돌아간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대사관이다. (p32)
외교 무대에 나가면 ‘그 나라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외교 문제에서 영국은 국왕이 아니라 총리가, 일본도 천황이 아닌 총리가 회담장에 나선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대통령 역할’을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자가 총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존재하지만 역할을 나누는 나라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들이 직접 뽑는다. 대통령은 외교, 안보 등에서 큰 방향을 잡는 역할을 맡고, 총리를 임명한다. 총리는 국회와 협력해 국내 정책을 집행한다. 이런 체제를 ‘반半대통령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처럼 이름은 비슷하지만 실제 권력 구조가 또 다른 나라도 있다. 중요한 점은,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있는 나라라고 해서 항상 대통령이 전권을 쥐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헌법이 어떤 자리에 어떤 권한을 줬는지에 따라 힘의 배분이 달라진다. (p36)
정상 외교는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이다. 다른 나라 정상과 마주 앉아 합의문을 채택하고, 공동성명 문장을 최종 승인한다. 실무 협상에서 거의 다 정해진 사안도 대통령이 어떤 톤으로 말하고 어디까지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다자 정상회의 연설, 외신 인터뷰, 특정 현안에 대한 공개 발언은 모두 국제사회가 예민하게 읽는 ‘신호’다. 외교부장관은 대통령이 정한 방향을 구체적인 정책과 행동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장관은 외교부라는 조직을 이끌면서 국가별 전략을 세우고, 협상 방식을 설계하고, 인력을 배치한다. (p38)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안전 문제와도 연결된다. 전쟁 위기나 내전, 쿠데타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정상이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다는 건 그 지역이 일정 수준의 안전과 예측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관광객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도 ‘저 나라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다녀갔다’라는 사실은 작은 안도감을 준다. 외교 일정이 일종의 ‘안전 인증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다자 회의를 위한 순방도 빼놓을 수 없다. G20, APEC, 유엔 총회 같은 자리는 각국 정상이 한꺼번에 모이는 거대한 외교 장터다. 공식 의제는 ‘세계경제, 기후 위기, 안보’ 등으로 붙어 있지만, 옆방에서는 양자 회담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대통령이 한 번 해외에 나가면 수십 건의 회담과 만남이 줄줄이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도시, 한 호텔에서 여러 나라 정상과 장관을 ‘몰아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런 회의다. 대통령의 순방에는 언제나 ‘세일즈 외교’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인프라, 반도체 같은 굵직한 사업은 기업이 혼자 밀어붙이기 어렵다. (p46)
여러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끝낸 뒤 촬영한 사진을 보면 신기한 공통점이 있어 괜히 웃음이 나온다. 전날까지 말쑥하던 얼굴이 하루 사이에 몇 년은 늙어 보인다는 점이다. 악수 몇 번 하고 만찬 한 끼 나누었을 뿐인 듯한데 실상은 밤새 계산기를 두드린 흔적이 얼굴에 다 찍혀 있는 것이다. 외교 테이블은 결국 ‘누가 자기 나라 몫을 더 챙겨 가느냐’를 놓고 머리싸움을 벌이는 자리다. 외교에서는 출발선부터 자국 이익을 향해 달린다. 국민들 눈에는 가끔 정부가 남의 나라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진짜로 나라를 팔아먹을 생각이 아닌 이상, 남의 이익을 위해 자기 이익을 버리는 외교는 오래갈 수 없다. 정권이 달라지면 속도와 코스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결승선은 항상 자국의 생존과 번영 쪽에 놓인다. 관건은 얼마나 내주고 얼마나 가져오느냐다. 통상 협정을 맺으면 수출 기업은 새 시장을 얻는 대신, 농업이나 일부 제조업은 값싼 수입품과 맞붙어야 한다. 국제 기후·환경 규범 안에 들어가면 기업의 비용이 높아지지만, 밖에 서 있으면 탄소 장벽과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겉으로는 양보처럼 보여도, 속에서 돌아가는 계산은 대체로 단순하다. (71p)
외교의 양면성은 안전핀처럼 어디에나 붙어 다닌다. 단기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선택이 나중에 발목을 잡기도 한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해 수출을 늘리면 당장은 호황이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지금 당장은 고통스러운 구조 조정과 개방을 선택하면 몇 년 뒤에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열리기도 한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번갈아 보이는 셈이다. 국가 입장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목구멍에 풀칠하는 일이 급하면 장기적 손해를 감수하고 단기 현금 흐름을 택해야 할 때가 있다. 위기 시기의 통화 스와프, 긴급 차관, 불리한 조건의 협정이 그런 얼굴을 한다. 반대로 여유가 있을 때는 단기 이득을 조금 미루더라도 규범과 신뢰를 쌓는 쪽을 선택한다. 그 신뢰가 훗날 진짜 위기에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결국 외교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다. 어느 선택도 100 대 0의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p74)
디지털 외교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상대 정부와의 소통이 훨씬 빠르고 촘촘해졌다는 점이다. 각국 외교 당국은 암호화된 화상회의, 메신저, 실시간 번역 시스템을 활용해 수시로 의제를 조율한다. 위기가 터졌을 때 ‘특사 파견→회담 준비→방문’ 같은 느리고 무거운 절차만으로는 대응이 안 된다. 몇 시간 안에 공동 발표문을 내고, 동시에 각국 언론과 SNS에 같은 메시지를 흘려야 파장을 관리할 수 있다. 이 작업이 모두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 외교의 상대가 더 이상 ‘정부만’이 아니라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과거에는 외교관이 상대국 관료를 설득하면 일이 반쯤 끝난 셈이었지만, 이제는 그 나라 국민 여론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각국 외교부는 자국어 계정은 물론 영어·프랑스어·아랍어 계정을 따로 운영하며 자국 입장을 설명하고, 밈과 영상, 카드뉴스까지 동원해 이미지 싸움을 벌인다. (p82)
미국 내 정치 변수도 읽어야 한다. 미국은 4년마다 행정부 성향이 크게 바뀔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에 당선됐지만, 남은 임기가 그리 길지 않다.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의회 구도에 따라서도 외교·통상 정책 색깔이 달라진다. 한미동맹을 둘러싼 큰 틀은 유지하더라도, 방위비 협상, 무역 규제, 인권·기후 이슈 접근 방식은 정권마다 전혀 다를 수 있다. 한국 외교는 ‘미국’이라는 추상적 단위만 보지 말고, 백악관과 의회, 주 정부, 기업, 여론이라는 여러 층을 동시에 읽어야 한다. 그래야 특정 행정부의 성향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국익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을 향한 한국 사회의 정서는 복잡하다. 고마움과 불신, 기대와 피로감이 뒤섞여 있다. 어떤 때는 ‘형님이 있어 든든하다’라는 마음이, 어떤 때는 ‘우리를 너무 자기 방식에 맞추려 한다’라는 반감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외교의 세계에서 감정은 참고 자료일 뿐, 결정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중요한 건 한국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할지, 그 계산을 스스로 할 줄 아느냐다. (p109)
트럼프식 외교 스타일은 전통적인 외교 문법과 조금 다른 궤적을 그린다. 다자 회의장에서 정교한 합의를 끌어내기보다 정상 간 일대일 거래를 중시한다. 정상회담을 ‘쇼’처럼 활용해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고, 때로는 SNS를 통해 상대 국가를 압박하거나 회유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나토 동맹국을 향한 직설적인 방위비 요구, 유럽과 캐나다를 향한 예의 없는 발언들 모두 같은 패턴 안에 있다. 기존 외교가 ‘관료의 언어’로 움직였다면, 트럼프 외교는 ‘시장과 방송의 언어’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를 통해 미국이 그리고 있는 외교 형태는 고전적인 패권 유지 전략과 내부 지지층 결집 전략이 섞인 그림이다. 동맹의 안전을 계속 책임지되 비용은 더 많이 부담하게 만들고, 중국과 러시아 같은 경쟁국을 향해서는 군사·경제적으로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다. (p112)
현재 그 일본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까운 보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헌법 9조 개정, 군사력 강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쟁 책임을 둘러싼 인식까지 전반적인 노선이 상당히 오른쪽에 서 있다. 전후 일본이 쌓아 올린 ‘평화국가’ 이미지에서 한 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봐도 무리가 없다. 경제정책 역시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며 강화하는 방향이다. 대규모 재정 지출과 통화 완화, 규제 개혁을 앞세워 침체된 내수를 살리고, 엔저에 가까운 환율 환경을 유지해 수출 경쟁력을 키우려는 구상이다. 새 내각이 거론하는 추가 경기 부양 규모만 봐도, 코로나19 시기 못지않은 수준의 과감한 돈 풀기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이 정책의 의미가 단순하지 않다. 일본이 다시 ‘공격적인 산업국가’ 모드로 돌아설 경우, 반도체·자동차·배터리·소재·부품 등에서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할 순간이 많아진다. 역사와 안보 인식은 한일 외교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이다. (p122)
한국 외교에서 유럽연합이 까다로운 상대이면서도 놓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먼저 단일 시장이라는 점이다. 한번 기준을 맞추면 여러 나라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대신 환경, 노동, 개인정보, 경쟁 정책까지 규칙이 매우 촘촘하다. 유럽의 기준을 통과하면 사실상 세계 어디로 나가도 통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자 동시에 기회가 된다. 가치 외교의 파트너라는 점도 중요하다. 유럽연합은 민주주의, 인권, 법치, 다자주의를 강하게 내세우는 편이다. 한국도 기본적으로 같은 축에 서 있기 때문에, 무역 분쟁이 있더라도 기후 위기, 개발 협력, 인권, 보건 같은 의제에서는 손을 잡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과의 이런 ‘가치 동맹’을 잘 활용해야 한다. (p130)
‘가장 시끄럽게 말하고, 가장 많이 움직이고, 가장 자주 싸우는 나라’ 하면 저절로 연상되는 나라가 몇 곳 있다.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나라들이 맞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쥔 ‘강대국’이라고 부른다. 규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규칙을 바꾸는 쪽도, 협력을 말하면서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쓰는 쪽도 대부분 강대국이다. 강대국 외교의 기본 무기는 ‘힘’이다. 군사동맹과 기지, 항공모함 전단이 뒤를 받치고, 그 위에 금융과 무역, 기술과 통화가 깔린다. 한마디로 말하면 ‘규칙을 따르는 선수’가 아니라 ‘규칙을 만드는 심판’에 가까운 위치다. 국제기구 의장국을 맡고, 회의 의제를 설계하고, 제재와 관세, 비자 정책으로 다른 나라의 숨통을 조금씩 조인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래를 끊어버릴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흘리는 방식이다. (p143)
스위스는 ‘전쟁과 거리가 먼 나라’, ‘중립과 평화의 상징’이라는 브랜드를 오랫동안 가꾸어왔다. 산과 호수, 시계와 초콜릿 같은 평화로운 이미지 뒤에는 국제인도법과 인권, 적십자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성도 함께 서 있다. 약소국에 이미지는 사소한 장식이 아니라 직접적 자산이다. ‘이 나라와 싸우면 국제 여론이 나빠질 것 같다’라는 인식 하나만 확고하게 만들어도 외교 공간이 넓어진다. 결국 약소국 외교 스타일의 핵심은 ‘없는 힘을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지리적 위치가 강점이면 물류·중재 허브를 노리고, 자원이 강점이면 공급망의 필수 고리로 자리 잡으려 한다. 인구와 군사력이 약하다면 규범, 금융, 중재, 이미지 같은 비군사적 자산을 앞세워 협상 테이블 위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한국처럼 군사력과 경제력이 상당한 나라라도, 세계 구조 전체를 보면 ‘강대국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국가’라는 점은 스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p151)
20세기 중후반 냉전 시대로 넘어오면 외교 스타일의 중심에 이념이 올라선다. 국경선 지도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을 나누는 색깔 지도가 더 중요해진다.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향해 직접 총을 겨누기보다 제3국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군사 동맹과 원조, 무기 수출로 세력을 넓히려 했다. 외교는 군사력과 이념 선전, 경제 지원을 한 묶음으로 다루는 ‘패키지 게임’에 가까웠다. 유엔과 각종 국제기구가 생겨 다자 외교의 틀을 만들었지만, 회의장 안에서도 양 진영의 기싸움이 먼저였다. 냉전에선 웃는 얼굴로 악수하면서도 속으로는 핵 억지력을 계산하는 양면 외교가 일상이었다. 21세기 들어 세계화가 본격화하면서 외교의 무게중심이 다시 한번 이동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해지고 자본과 기술, 사람의 이동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외교는 곧 경제정책이자 산업 전략이 된다. 무역협정, 투자 보호 협정, FTA 같은 단어가 외교 뉴스의 절반을 채우기 시작한다. 군사동맹 못지않게 경제동맹이 중요해지고, 과거 식민지였던 나
외교는 개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와 마주하는 선택의 기준을 묻다!
외교를 공부하자는 말은 각 나라의 수도와 국기를 외우자는 뜻이 아니다. ‘지금 이 협상의 핵심은 무엇인지’, ‘이 결정이 우리 경제와 안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다른 선택지는 없는지’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제안이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는 대신, 그 안에 빠진 문장과 숫자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보자는 권유다. 정치권의 공방을 응원하듯 지켜보기보다, 진짜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해보자는 초대장이다. 앞으로 세계는 더 자주, 더 거칠게 요동칠 것이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AI와 데이터 전쟁,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밀려온다. 이런 변화 속에서 외교를 모르는 나라는 바람 부는 대로 떠밀리는 작은 배가 되기 쉽다. 반대로 외교를 아는 시민이 많은 나라는, 설령 파도가 거칠어도 방향키를 끝까지 붙들고 항로를 바꿔낼 수 있다. 이 책을 덮는 지금, 독자 여러분이 외교의 모든 세부 사항을 이해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뉴스를 보는 눈이 예전과 조금은 달라졌기를 바란다. 어느 나라 이름이 나올 때, 어느 조약과 회담이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 ‘이게 나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인물정보
학생 때부터 시사 프로그램을 보며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고, 9시 뉴스를 보며 정치인이 뱉는 말과 행동에 의문을 가져왔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품은 궁금증과 의심이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OBS 사회부 취재팀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주요 현안과 시민의 삶에 밀착한 의제를 심층 취재하였다. 이후 월간지『CEONEWS』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며 경제·경영 분야의 핵심 쟁점을 발굴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리더십 문제를 균형 있게 조명했다.
2022년에는 언론사 ‘CEO저널’을 공동 창간해 공공 정책, 정치, 외교, 사회문제를 독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현장에서 축적된 취재 경험과 정책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시민 눈높이에 맞게 복잡한 제도와 공론장을 해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20년대에 들어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진 국제 외교 질서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각 국가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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