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2026년 01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16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1.01MB)
- ISBN 9791191247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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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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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는 작가가 내세운 여성 화자의 목소리에 가장 어울리는 한국어를 찾는 일, 즉 ‘문체’와 ‘톤’의 문제에 깊이 다가갔다. 작가의 ‘톤’에 존재하는 리듬감, 그 리듬감이 끌고 나가는 이야기의 속도감, 그 속도감이 형성하는 서사적 흡입력을 최대한 재현하고자 한 것. 특히 『오만과 편견』의 화자가 스무 살 무렵 제인 오스틴의 편지글 말투와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당대의 여러 텍스트를 비교해볼 때 작가의 서술이 ‘글’보다는 속살거리는 ‘말’에 훨씬 가깝다고 판단해 원작을 경어체-구어체 한국어로 옮겼다.
이런 번역은 텍스트를 읽는 체험의 동시대성에 최대한 집중하는 번역가의 지향 덕분에 가능했다. 김선형 번역가는 지난 삼십 년 동안 메리 셸리, 토니 모리슨, 수전 손택, 실비아 플라스, 비비언 고닉,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마거릿 애트우드, 존 디디온, 시리 허스트베트 등의 수많은 영문학 작품들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좋은 번역은 원작 소설을 읽을 때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주어야 한다. 텍스트가 숨죽이면 숨을 죽이고, 따뜻할 땐 따뜻하게 읽혀야 한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하여 한국 독자들에게 영어권 독자들이 원작 소설을 읽을 때처럼 생생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는데, 이는 “체험 지향적” 문학 번역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방대하고 꼼꼼한 옮긴이 주석도 오스틴 읽기에 깊이와 재미를 더한다. 김선형 번역가는 영미권에서 출간된 여러 유력한 오스틴 판본과 연구서, 제인 오스틴 북클럽 등에서 얻은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석들을 정리해,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더욱 잘 이해해 풍요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한편, 번역가는 그동안 최인아책방 등에서 꾸준히 문학 독자들과 함께 제인 오스틴 원서 강독을 진행하며 원서와 번역 문학 읽기에 새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번 번역 작업은 가장 내밀하고 깊이 있게 함께 읽는 실천의 종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2부
3부
제인 오스틴 연보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을 펴내며 ㆍ 김선형
온 세상이 인정하는 진리 하나는 재산이 많은 독신 남자라면 반드시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그런 남자가 그 지역에 이사 온다고 하면, 당사자의 감정이나 의견 따위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이웃 가족들은 저마다 당연히 자기 집 딸내미 중 하나가 차지할 재산이겠거니 생각해버린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진리를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9쪽
“맙소사, 정말이지! 명예를 걸고 말하지만, 난 평생 오늘밤처럼 이렇게 좋은 아가씨들을 많이 만난 적이 없어. 특출하게 어여쁜 미녀도 몇 분 보이고 말이야.” / “장내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여자와는 자네가 춤을 추고 있잖아.” 다아시 씨가 큰언니 미스 베넷을 보며 말했습니다. / “아! 이리도 아름다운 이는 내 평생 처음 보네! 그렇지만 바로 자네 뒤에 그분의 동생이 앉아 있잖아. 아주 예쁘고, 또 솔직히, 아주 호감 가는 아가씨야. 자네한테 소개시켜주라고 내가 파트너에게 부탁할 테니 제발 그렇게 하자고.” / “어느 동생을 말하는 거야?” 그러더니 다아시 씨는 고개를 돌려 잠시 엘리자베스를 보다가, 눈길이 마주치자 시선을 거두더니 싸늘하게 말했어요. “참아줄 만은 하군. 하지만 내 마음을 끌 만한 미모는 아니야. 지금은 다른 남자들한테 홀대받는 여자 체면을 세워줄 기분도 전혀 아니고. 자네도 파트너한테 돌아가서 그 미소를 즐기지 그래. 쓸데없이 나하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말이야.”
--25쪽
“안간힘을 다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제 감정이 억눌리질 않습니다. 제가 얼마나 열렬하게 당신을 흠모하고 사랑하는지 말할 수 있도록 당신이 허락해주셔야만 합니다.” / 엘리자베스의 경악은 표현의 범위를 넘어섰어요. 그녀는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얼굴을 붉혔다가, 잘못 들은 걸까 의심하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를 충분한 격려로 받아들였는지, 곧바로 자기가 느끼는 모든 감정, 오래전부터 느껴온 감정을 맹세하는 말을 잇달아 털어놓았지요. 말은 잘했지만 심장의 문제와 무관한 감정들이 소상히 표현되었고, 다정한 사랑의 화제보다 자존심이 걸린 화제를 말할 때 오히려 유창하고 달변이었어요. 그녀가 자기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위신이 굴욕적으로 떨어지는 일이라는 자의식-가문이라는 걸림돌들-때문에 그녀에게 이끌리는 마음이 늘 올바른 사리 판단에 가로막히곤 했다는-이런 얘기들을 한참 동안 격한 감정을 섞어 토로했는데, 아마도 극심한 가슴앓이의 결과겠지만 청혼에 별로 도움이 될 리는 없었지요.
--317쪽
마음이 온통 어지럽게 흐트러져 그 무엇에도 생각을 집중할 수 없는 채로, 걷고 또 걸었어요. 하지만 그걸로는 도저히 안 되었어요. 삼십 초도 못 되어 편지는 다시 펼쳐졌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정신을 가다듬은 후에 그녀는 다시 위컴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숙독하는 죽도록 수치스러운 일을 재개했고, 이번에는 모든 문장의 의미를 검토할 만큼은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펨벌리 가문과 위컴의 인연에 대한 설명은 위컴 본인이 한 얘기와 정확히 일치했어요. 작고하신 다아시 씨의 친절도, 물론 어느 정도였는지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그가 한 말에 부합했고요. 지금까지는 모든 내용이 서로의 이야기를 확인해주고 있었지요. 그러나 유언장에 이르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위컴이 교구직에 관해 한 말이 기억에 생생했지요. 위컴이 자기 입으로 한 말들을 되새겨보면, 이쪽 아니면 저쪽에 더러운 기만이 도사리고 있음이 분명했어요. 몇 초간,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소망한 사실이 틀린 게 아니라고 애써 믿으며 기분을 추스렸어요. 그러나 다시 읽고, 지극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또 읽자, 위컴이 교구 목사직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 직후 벌어진 상세한 일들, 그 대가로 받은 삼천 파운드의 거액이라니, 그녀는 결국 또다시 주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요. 편지를 내려놓고는, 중립적인 입장에 서고자 애쓰며 모든 정황을 가늠해보았습니다-각 진술의 개연성을 숙고해보았고요-하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습니다. 양측이 각자의 주장을 펼칠 뿐이었지요. 그래서 계속해서 읽었습니다. 그러나 한 줄 한 줄 읽을수록 그 연애 사건, 거짓으로는 꾸며냈다면 결코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그 사건에서 다아시 씨가 한 행동을 악하다 탓할 수는 없다는 게 명료해졌고, 오히려 그는 이 사태의 전말을 통틀어 아무 잘못도 없다는 반전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되었어요.
--341~343쪽
작품 내용
영국 시골 마을에 사는 다 자란 딸 다섯을 둔 베넷 부부가 살고 있다. 부부에게는 아들이 없으므로 만일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상속법에 따라 베넷 가족이 보유한 저택과 자산은 먼 남자 친척에게 상속될 예정이다. 딸들의 경제적 삶은 오직 결혼에 달려 있게 되는 셈이다. 말 많은 아내는 딸들의 좋은 혼처를 찾는 일에 매진하고 조용한 성격의 남편 역시 짐짓 무심한 척하지만 딸들의 혼사를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러던 중 이 마을에 재산이 많은 빙리 씨라는 청년이 이사를 오면서 딸이 있는 집들이 들썩이고, 베넷 부인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딸 중 하나를 빙리 씨와 맺어줄 꿈에 부푸는데…… 베넷 가족의 다섯 딸은 부모의 바람대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인물정보
Jane Austen, 1775~1817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 카운티 스티븐턴에서 성공회 교구 목사인 조지 오스틴과 커샌드라 오스틴 사이에서 여덟 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폭넓은 독서를 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795년 무렵 『이성과 감성』의 초고에 해당하는 첫 장편소설 「엘리너와 메리앤」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1796년 『오만과 편견』의 초고에 해당하는 장편소설 「첫인상」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1801년 가족들과 함께 바스로 이주했지만 1805년 1월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형제, 친척, 친구의 집을 전전했다. 1809년 셋째 오빠인 에드워드 오스틴의 도움으로 어머니, 언니 커샌드라와 함께 햄프셔 카운티 초턴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1811년 『이성과 감성』을 익명으로 출판했고, 1813년 『오만과 편견』을 출판했다. 이어 1814년 『맨스필드 파크』, 1815년 『에마』를 출간하면서 작가로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갔지만, 1816년 『설득』을 탈고한 이후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되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다. 1817년 『샌디턴』을 집필하던 중 다시 건강이 악화되어 맨체스터로 옮겨 치료를 받다가 그해 7월 18일 세상을 떠났다. 사후에야 처음 제인 오스틴이라는 본명으로 『노생거 애비』와 『설득』이 출간되었고, 생전 습작품과 편지글도 공개되었다.
서울대학교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존 밀턴을 공부해 문학박사가 되었고, 영어권 문학을 연구, 강의, 번역한다. 메리 셸리, 수전 손택, 토니 모리슨, 비비언 고닉, 실비아 플라스, 매기 넬슨, 힐러리 맨틀, 시리 허스트베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존 디디온, 마거릿 애트우드, 루시 모드 몽고메리, 스콧 피츠제럴드, 카렐 차페크, 킹슬리 에이미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2010년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2025년,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을 새로 옮기고, 젊은 시절 제인 오스틴의 세계를 구석구석 포착한 에세이 『디어 제인 오스틴: 젊은 소설가의 초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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