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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쳐도 괜찮아, 내가 먹을 프렌치 요리

박 클레어 지음
파롤앤

2026년 01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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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84.57MB)
ISBN 9791194428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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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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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만 놀러 가도 밥맛이 다르다.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반찬 때문일까? 접시 무늬, 식탁 모양도 다르다. 그 집만의 고유한 밥상 문화가 있을 때도 있다. 우리 집은 조용히 먹어야 하는데 시끌벅적하다든지.
낯선 세계로의 넘나듦은 우리 삶의 탄성을 늘려 준다. 멀리 가지 않아도, 혹은 멀리 갈 것에 대비해 외국풍에 익숙해져 보자. 일찍이 앞선 예술인들은 영감의 원천으로 이국취향을 가졌다. K-문화를 찾아 물밀듯 밀려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호혜의 차원이기도 하다.
막상 가보니 실망스럽다는 풍문이 사실인지 에펠탑과 루브르, 마카롱의 나라 프랑스를 조금 탐구해 보면 어떨까? 가지가지 포도주와 치즈를 생산하는 나라라니 온갖 김치와 젓갈, 장맛을 아는 우리의 섬세한 미뢰로 살짝 간이라도 봐주자는 거다. 존중해 주고 싶은 다름, 뜻밖의 유사성에 놀라게 될 것이다.
김치가 소울푸드이자 소화제인 작가가, 평생을 알아 가는 중인 먼 나라 프랑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요리를 소통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잡식가’인 개인적 사정이 크다. 비싼 프렌치 레스토랑을 덜컥 예약했다면 적금을 부어 가는 지루한 시간 동안 약간의 예습을 해보자. ‘알면’ 더 많이 보인다고 하니 ‘알고 나면’ 더 달고 진하게 느껴질 테다.
작가는 염치없이 펼쳐놓은 부실한 지식에 독자들이 앞다투어 후속 연구에 돌입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글을 앞서는 성실한 삽화들이 요긴한 ‘완독 도우미’가 되어 줄 것이다. ‘내겐 너무 예쁘지만 낯선’ 프렌치 요리와 통성명은 한 기분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소임을 다한 것이리라.
들어가는 글

1장 첫걸음 떼기
핫! 뜨겁고 달큼한 양파 수프
프로피트롤
신기한 아는 맛 프렌치 수프, 포토픠ㅤ
스텍 타르타르
프랑스 메밀전, 갈레트
잘 나가는 성탄절 음식은 무엇?
자정의 유혹, 수뻬를 아시나요?
채우는 맛! 토마토, 양파 팍시
더 잘될 거야, 홍합요리!
프랑스식 가자미 구이, 솔 뫼니에르

2장 레벨업
살찌게 해서 미안해, 오리 콩피
로시니식 안심 스테이크
아쉬 파르망티에
슈크루트 가르니
홈 메이드 샤퀴테리
쿠스쿠스
라클레트
카라멜 소스 등갈비구이
뵈프 부르기뇽 수육(feat. 채소 가니쉬)

3장 마침내 중급 입성
꿩 대신 닭, 상추 장봉!
후추 스테이크
뿔레 바스케즈
펜넬을 넣은 솔 모르네
바람에 날아오르다, 볼오방
양대파 비네그레트
치킨 프리카세와 대파 수프
광어 파피요트
디바를 위한 멜바 소스
피티비에, 이걸 내 손으로?

4장 이제는 알아서 척척
고등어 타르티나드
절실함을 숨겨 놓은, 우아한 건강 브런치 3종
빨간 맛 호박, 가지 돌돌말이 구이
내 식탁 위에서는 갑오징어가 갑
K-전기구이 통닭과 스페인 파에야의 떳떳한 만남
베트남 3일 천하
동글동글 완자의 변신
사이쿵이여 다시 한번!
장난의 재미
개발자의 보람

‘낯선 음식 먹기’도 일종의 모험이라고 친다면, 역사적 배경에 관심을 두고, 간단한 요리법까지 익혀 보자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일까? 우리가 밟는 땅이 넓어지고 일용할 우물도 더 깊어질 것이라고 우기고 싶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제2외국어 배우기’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구태여 낯선 언어에 발을 담그려는 ‘가성비 떨어지는 행보’라니… 기본 문법들을 익히고 발음을 흉내 내는 사이, 멀었던 그 나라가 조금씩, 어느 날은 성큼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아득해서 허우적거릴 것만 같은 프렌치(요리)의 세계, 찰방대며 신나게 나아갈 수 있을 만큼만 함께 가보자. 나도 딱 그만큼까지만 가보았으니.(들어가는 글, 5쪽)

누군가가 입문용 프렌치 요리를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내 생각엔 ‘양파 수프’다. 달큼하면서도 시원한 감칠맛이 끝내주는 데다 뜨거운 국물 요리다. 해장의 효과도 있을 것만 같다. 본식에 앞서 먹는 전채요리쯤 되지만 바게트에 치즈까지 얹으면 가벼운 한 끼도 될 만하다. 만드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적어도 이론상으론.(핫! 뜨겁고 달큼한 양파 수프, 13쪽)

이질감 제로 프랑스 국물 요리로 ‘포토픠’라는 것이 있다. 덩어리 고기, 당근, 파, 양파, 양배추, 순무, 감자, 셀러리 등등을 함께 푹 끓인 것이다. 춥고 으슬으슬할 때, 국물 요리가 당길 때 안성맞춤이다. 파리 시댁 아파트 건물 1층에 포토픠 전문 식당이 있었다. 특별하진 않아도, 익숙해서 그게 또 신기한, 푸짐한 프랑스 시골풍 요리였다.(신기한 아는 맛 프렌치 수프, 포토픠, 25쪽)

스텍 타르타르는 서양식 육회다. 생고기를 양념하여 달걀노른자를 얹는 것까지 유사하다. 우리 육회와는 양념 맛과, 채를 치는 대신 굵게 다지는 것이 다른 정도? 어릴 적 헤어져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보는 느낌이다.(스텍 타르타르, 31쪽)

가난하고 인구가 많았던 브르타뉴에서는 파리 몽파르나스가 종착역이 되는 기차 노선이 완성되자 자식들을 파리로 보냈다고 한다. 그 덕에 몽파르나스 역 근처에는 브르타뉴 출신들이 문을 연 크레프 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크레프(갈레트) 애호가라면 프랑스의 호시절, 예술가들이 활보했던 몽파르나스의 맛집 거리에서 1끼, 2크레프를 먹는 호사를 누려 볼 만하다. 전에 배부르고 시드르에 취하면 명사들의 아지트였던 유서 깊은 카페들을 방문하여 에스프레소로 나른함을 씻어 낼 수도 있다. 탕약처럼 쓴맛에 잠이 확 달아난다.(프랑스 메밀전, 갈레트, 38쪽)

투르느도는 무려 6가지로까지 분류한다는 안심의 일종이다. 그 위에 눅진한 푸아그라, 진미의 상징 트러플(송로버섯)까지 얹는 ‘비싼 애 위에 비싼 애’ 스타일의 럭셔리 스테이크가 바로 투르느도 로시니다. 달콤한 품종의 포도주로 진한 소스를 만들어 끼얹기도 한다고. 당장 먹고 싶다가도 배가 묵직해지는 예감에 몸서리가 쳐지기도 한다. 버터에 흥건히 젖은 빵을 바닥에 깔고 극강의 부드러움, 피맛, 눅진함, 고소함 등의 풍미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그야말로 맛의 ‘금자탑’, 혹은 아찔한 미각의 바벨탑일 수도 있을 것이다.(로시니식 안심 스테이크, 82쪽)

아쉬(hachis)는 다진 것을 의미하고 파르망티에(parmentier)는 감자 보급에 앞장섰던 학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못난이 감자의 입지전적 사연은 꽤나 눈물겹다. 기구한 ‘강제 이주자’의 성공 스토리 같다. ‘대항해시대’의 정복자들에 의해 안데스산맥 고지대에서 구대륙으로 ‘강제 진출’, 갖은 오해, 배척, 멸시를 받더니 끝내는 세계 4대 작물의 하나로 우뚝 서, 든든한 구황작물 그 이상이 되었다.(아쉬 파르망티에, 87쪽)

‘살’이라는 뜻의 chair와 ‘익힌’의 뜻을 가진 cuit에서 유래했다는 charcuterie. 당연히 시작은 육류의 보관을 위한 것이었겠지만 ‘남의 살’을 탐하는 우리의 입맛에 딱 맞게 발전을 거듭해 왔을 것이다. 선연한 핏빛으로 우리의 동물적 먹성을 도발하는,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샤퀴테리 한 접시는 큰 호응과 함께 식탁을 빛내 줄 ‘요물’임을 확신한다.(홈 메이드 샤퀴테리, 102쪽)

프랑스 요리의 뒤를 살금살금 밟아 가다 보니 5가지 모체 소스mother sauce라는 큰 산을 만나게 된다. 어느덧 이름이 낯설지 않은 프랑스 요리계의 전설, 마리 앙투안 카렘, 조르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등이 시중의 다양한 소스들을 분류해 가계 도처럼 체계화, 정립한 기본 소스들이다. 기초가 되는 것은 엄마 소스, 변용되는 것은 딸 소스라 부르는 것이 재미있다. 베샤멜, 벨루테, 에스파뇰, 토마토, 홀렌다이즈. 소스가 온갖 재주를 다 부린다는 프랑스 요리의 비법 아닌 비법들의 바탕이 되는 것들이다.(후추 스테이크, 138쪽)

직업 셰프가 아닌, 소비가 전문인 입장이라도 자기만의 레시피, 혹은 먹는 방식을 가진 이들은 많을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흐름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응용하고 나아가 개발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부엌은 난장판이고 시간은 나만 두고 훌쩍 달아나, 아찔한 현타가 오기는 하지만 말이다.(개발자의 보람, 252쪽)

프렌치라는 수식어는 공연히 고급을 상기시킨다. 프렌치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는 큰맘 먹고 고급레스토랑을 예약해야 할 것 같고, 음식보다 더 비싼 포도주를 곁들여야 할 것 같아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가성비의 시대엔 프렌치 요리를 내가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되지 않을까? 누가 그랬던가 프랑스에서 중산층의 기준에 외국어 하나 정도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그렇다면 프렌치 요리 하나쯤은 직접 해 먹는 것을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 한번 배우는 셈 치고 도전해 보자. 망치면 어떠냐고? 저자 박클레어가 우리를 격려해 준다. “망쳐도 괜찮아.”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해도 ‘메르시’와 ‘봉주르’, ‘실부플레’만이라도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하면 폼 나듯이, 내가 만든 프렌치 요리 내가 폼 나게 먹으면 된다.
음식은 음식이면서 문화이다. 음식을 둘러싼 문화적 배경을 함께 소화해 보자. 베샤멜, 벨루테, 에스파뇰, 토마토, 홀렌다이즈 소스를 내 손으로 만들어 음식에 뿌리는 것은 우리 삶에 약간의 프렌치 바닐라향을 뿌려 주는 것과 같다.
39개의 요리 만드는 법을 읽는 과정은 39개의 프랑스 요리를 음미하는 과정이며 39개의 프랑스를 소화하는 과정이며 39명의 프랑스인과 이야기하는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면 이제 자신 있게 브라스리에 가서 오만해 보이는 프랑스 웨이터를 향해 여유 있는 친구의 미소로 그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씰부쁠레 므슈!”

인물정보

저자(글) 박 클레어

생애 첫 꿈은 ‘척척박사’였다. 말하기 애매해서 누가 물어보면 선생님…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척척박사는커녕 석사도 수료에 머무르고 말았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하였고 약간의 번역일과 학원 강사를 해본 경력이 있다. 단막극을 써서 단 한 번 무대에 올린 적이 있으나 하필 결혼식 날과 겹쳐 끝끝내 보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과 더불어 요리책을 즐겨 보았다. 결혼 이후 프랑스와 홍콩에서 한동안 거주한 적이 있다. 전업주부로 살며 평상시에는 생존 요리를 하다가 손님 초대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잠시 요리 열정을 환하게 불사른다.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한 요리 계정 @tulliskitchen에 글과 사진들을 짬짬이 올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부엌에서 궁리하기』(202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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