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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수필선

고전 문학, 시간을 넘어
이육사 지음
위즈덤커넥트

2026년 01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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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0.23MB)
ISBN 9791139830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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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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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시인', '저항 시인'이라는 수식어로만 기억되는 이육사(李陸史). 이 책은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넘어, 그의 내밀한 정신세계와 인간적 면모를 가감 없이 담아낸 산문집이다. 독자들은 보통 그를 '광야'나 '절정'의 비장미 넘치는 시인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 수필선에 실린 글들은 생활인으로서의 소소한 취미, 여행지에서의 감상, 그리고 당대 지식인과 예술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을 보여준다. 무용가와 인터뷰를 하고('무희의 봄을 찾아서'), 손톱을 깎는 사소한 버릇을 고백하며('전조기'), 인장(도장)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연인기') 그의 모습에서는 멋과 풍류를 알았던 '모던 보이'의 취향이 묻어난다. 동시에 그는 '모멸의 서'나 '노신 추도문' 등을 통해 당대의 허영과 현실을 서릿발 같은 지성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낭만과, 그 밑바닥에 흐르는 대쪽 같은 기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수필선은 박제된 영웅이 아닌, 고뇌하고 사색하며 치열하게 시대를 살았던 인간 이육사의 진짜 얼굴을 복원한 것이다.
표지
목차
무희의 봄을 찾아서
모멸(侮蔑)의 서(書)
노신 추도문
자기 심화의 길
문외한의 수첩
신석초에게 보낸 편지
전조기(剪爪記)
계절의 오행
무량사에서
청란몽(靑蘭夢)
산사기(山寺記)
고란(皐蘭)
필요
연인기(戀印記)
횡액(橫厄)
창공에 그리는 마음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5 만자 (종이책 기준 약 86 쪽)

도쿄에 가거든 '무용 조선'의 예쁜 기사들을 만나 봐 달라는 것이 '창공' 편집인들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그러나 내가 도쿄에 왔을 때는 정에 끌려 거절하지 못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 이유로는 나같이 무용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이 그들을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인터뷰할까 하는 것과, 도쿄에 있는 조선의 무용가가 몇 사람이나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 내 기억에 있는 '무용 인명 사전'을 뒤져 보아도, 15만 불의 개런티를 받고 아메리카로 간다는 최승희 여사는 예의 교토 공연 무대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을 때이므로 도쿄에 있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는 자신이 '나의 자서전'이란 것을 써서 세상이 다 아는 판이니 내가 새로이 붓을 들 것도 없었다. 동대(도쿄예대) 미술과를 나온 박 씨는 구주(유럽)로 무용 행각을 떠난 지 십여 일이 되었으며, 김민자 양은 그 선생인 최 여사를 따라 순회 공연 중에 있었으므로 만날 도리가 없고, 다만 남아 있는 한 분이 내가 이에 쓰려는 박계자 양이다.
그러나 박 양을 만나는 일주일 전까지도 나는 여간 불안을 느낀 것이 아니었다. 박 양은 다카다 세이코 여사의 문하에서 수업한 지 만 5년이 되는 금년 5월 5일에는, 자기 자신이 당당한 일개 무용가로서 '무용 조선'의 처녀지를 개척할 무희라면 박 양에게 너무나 과대한 짐일지는 모르나, 하여간 그 길을 걷고 있는 박 양은 봄 시즌을 앞두고 자기의 공연 준비와 그 선생인 다카다 여사의 공연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처음 만나던 전날 전화를 서너 차례나 걸었을 때 그 연구소 사무실의 대답에 의하면 며칠 뒤 있을 공연에 쓸 의상 준비로 외출하고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경성에서 온 사람인데 전할 말이 있으니 박 양이 들어오는 대로 전화를 걸어 달라는 부탁을 해 두었으나, 끝내 아무런 통지도 그날은 받지 못했다.
그다음 날 아침 9시, 박 양의 전화를 받은 나는 12시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정각이 30분을 지난 후 명함을 받아 든 박 양은 나를 응접실로 맞아들였다.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고 곧 방문한 뜻을 말하니 어디까지나 명랑한 박 양이면서도 "아직 무엇을 알아야지요." 하는 것은 처녀다운 태도였다.
"처음 배우기는 17세! 글쎄, 거기 무슨 동기라든지 이유랄 게 있나요. 소학교 시대부터 무용이 좋아서 시작했지요!" 하는 대답에 나는 '이 작은 아가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는 행복한 아가씨로구나' 하고 속으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유쾌하였다.
"제일 처음 무대에 선 시일은 5년 전 10월이고, 베토벤의 '학대받는 자에게 영광 있으라'와 '가을'이었지요." 하는 박 양의 눈은 무슨 영광을 꿈꾸는 듯도 하였다.
"독자적으로 공연을 한 것은 어느 때쯤 됩니까?"
"그것이 아마 재작년 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창작이라고 발표한 것이 '사랑의 꿈'입니다." 하고는 이어서,
"글쎄요! 조선의 고전 무용이라고 해도 저는 생각하기를 어떤 의상이라든지 그런 형식에 제약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옷이야 어떤 것을 입었든지 새로운 발레를 춤추려는 노력뿐입니다. 내가 이탈리아 무용이 된다거나 러시아 무용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아요? 다만 소박한 조선의 고전 무용에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서 신흥 무용을 완성한다는 것은 조선의 문화적 정신과 전통에서 자라난 사람들이니만큼 결국 그 이데올로기에 있으리라고 밖에 아직은 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는 박 양은 어디까지나 남국적인 정열의 주인공이었다.

<추천평>
"이 산문집은 단순히 한 문인의 신변잡기를 모은 것을 넘어, 1930년대 동아시아 격변기를 관통했던 한 지식인의 예리한 시선과 미학적 취향을 보여주는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당시 조선과 중국, 일본을 오가며 형성된 작가의 넓은 시야와 마주하게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당대 최고의 중국 문호 루쉰(노신)과 직접 교류하며 느꼈던 감회를 서술한 대목이다. 이는 작가가 한반도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동아시아적 보편성과 연대 의식을 지니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또한, 무용, 영화, 고고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지식은 그가 치열한 현실 인식 속에서도 문화적 소양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준비된 지성'이었음을 보여준다.
작가의 문장은 날카로우면서도 격조가 있다. 그는 서구 문물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허영에 들뜬 세태를 비판할 때는 서릿발 같은 엄격함을 보이지만, 벗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나 자연을 예찬하는 글에서는 한없이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를 구사한다. "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인물정보

저자(글) 이육사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본명은 원록(源祿)이며, 필명 '육사(陸史)'는 대구형무소 수감 당시 수인번호 264번에서 유래한 것이다. 의열단 활동 등 치열한 독립 투쟁에 투신하여 17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가혹한 식민지 현실을 초극하려는 강철 같은 의지와 서정이 담긴 작품을 남겼다. 광복을 1년 앞둔 1944년 베이징의 감옥에서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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