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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숲과 불꽃의 심장

이시형 지음
안개숲미디어

2026년 01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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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13MB)
ISBN 9791199666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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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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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 환경 파괴로 붕괴된 세계,
사람들은 더 이상 어디에도 머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숲,
그중 안개숲은 우리를 구할 유일한 피난처가 된다.

『안개숲과 불꽃의 심장』은 안개숲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우리가 사는 공동체로 축소해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와 권력의 허점을 파헤친다. 생존을 위한 규칙, 질서를 위한 권한, 공동체 보호를 위한 명분이 어떻게 개인의 자유와 판단을 제한하는 폭력으로 변질되는지 집요하게 따라간다.
작품은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의존해 온 안전과 정의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묻는다. 맹목적 자유라는 명분을 내세워 모두의 기본권마저 제한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이미 현실에서 경험한 사실이다.

소설 속 중심에는 ‘불꽃의 심장’이 있다. 숲을 유지하는 근원이자 공동체의 존재 이유로 은유되었지만, 그 의미와 해석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하며 공동체는 점차 균열을 드러낸다.

무엇이 옳은 판단인가?
누가 결정할 권한을 갖는가?

이 질문은 소설 속 존재들의 선택을 통해 반복적으로 제기되지만, 특정한 정치 이론이나 해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급박하게 전개되는 사건과 인물들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난처한 질문 앞에 놓인다.

공동체를 위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결정의 책임은 과연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위기 상황에서 등장 인물들은 선택을 요구받으며 존재의 본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선택의 딜레마는 이야기의 긴장과 갈등을 끝까지 밀어 붙인다.

『안개숲과 불꽃의 심장』은 환경 재난 이후의 세계를 다룬 흥미진진한 판타지 소설이지만, 그 질문은 철저히 현재형이다. 기후 위기와 재난, 안전과 통제, 보호와 자유 사이에서 우리가 반복해 온 선택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작품은 미래를 상상하는 이야기이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1부
1. 대형풍선
2. 숲의 끝자락에서
3. 반갑지 않은 손님

2부
4. 안개숲
5. 커다랗고 화려한 집
6. 수상한 사내들
7. 산군
8. 불꽃의 심장
9. 진실의 수호자
10. 비윤
11. 탐욕이 벌일 수 있는 일들
12. 반가운 동료들
13. 숲의 재건
14. 사라진 주민들
15. 치열한 전투
16. 불꽃의 수호자
17. 깊은 숲의 소리

3부
18. J13
19. 주민들을 구출하라
20. 함정
21. 심판
22. 핏빛 정의
23. 안개숲과 불꽃의 심장

작가의 말

“기껏 대형 풍선 따위로 이 난리냐고! 하여간 호들갑들은. 더한 비극은 이미 오래전부터 벌어지고 있었어.”

“저기서도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사람들도 계속 잡혀가고.”
제이는 그곳을 다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난 어머니 찾는 게 제일 중요해.”
제이는 딱 잘라 말했다.

“기껏 도와줬더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너도 봤잖아! 괴물도 네 편이라고!”
“내 편? 그리고 구해야 하는 게 왜 숲이야? 저기 물에 잠기고 있는 도시가 아니고?”
“너도 알잖아. 도시는 이미 폐허가 되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걸!”

하지만 제이는 그들의 모습만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문명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이었지만, 어느새 이성은 낡아 없어지고 본능만 남은 존재였다. 제이는 오히려 핑크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제이가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도연이 제이를 밀치며 말했다.
“저런 게 바로 진짜 모습이야. 살기 위해서라면 짐승보다 더한 짓도 벌이는….”

강물 위엔 무수한 풍선 잔해가 떠 있었다.
터진 색색의 조각들이 부유하며 서로를 감쌌고, 그 사이로 별빛이 스며들었다. 제이는 마치 달빛에 홀린 듯 맑은 물에 이끌렸다. 그리고 양말을 벗어 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발가락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는 물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처음 보는 아주 작은 물고기가 잠시 보였다.

“강렬한 불꽃이여, 더욱 붉게 타오르소서!
비록 구덩이에 짓밟히고 채찍에 쓰러져도,
우린 끝까지 살아남아 숨을 쉬리니.
비록 하찮은 이 육신 짓눌려 병들고 썩어 없어져도,
우리 살을 통해 숲이 살아숨쉬니 어찌 기쁘지 아니
하겠소!”

마법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는데, 그 뒤로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빽빽한 나무 사이로 환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돈기호는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셔 찡그렸는데, 본능적으로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린 새들이 집을 짓도록 기꺼이 생살을 내어줘.
어린 벌레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부드러운 잎을 먹이기도 하고.
게다가 자식이나 다름없는 열매조차 어느 생명체든 먹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내어주지.
그래서 우린 오랫동안 이 땅에 살았고, 그만큼 살아갈 명분과 자격이 있어.
하지만 인간은?
인간이 도대체 뭐길래 넌 그토록 부질없는 짓에 매달리지?’

“그래서요? 그렇게 절차와 과정을 중시해서, 안개숲엔 억울한 자가 하나도 없고, 죄를 짓고 활보하는 놈들도 없습니까? 제발요! 제발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숲의 정의가 바로 서는지 이미 알아요. 다만 모두 겁쟁이라 절차와 과정 뒤에 숨은 거라고요! 하지만 전 그러지 않을 거예요. 어떤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홀로 십자가를 맬 거예요.”

붕괴된 세상, 살아남은 인간.
그러나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곧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숲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곧 알게 된다.
생존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지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개숲과 불꽃의 심장』은 환경 재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긴장은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안개숲에서 인간은 극적으로 살아남지만, 몰려든 인간은 선택과 판단에 내몰린다.

누가 머물 자격이 되는가,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가,
그리고 그 규칙을 누가 정하는가.

이야기는 인물들의 선택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된다. 각 인물은 ‘모두를 위해서’라는 말 앞에서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고, 그 차이는 곧 갈등으로 치닫는다. 옳다고 믿은 판단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고, 선의로 시작된 선택이 폭력으로 변하는 순간들이 우리 현실과 겹쳐지며 서사는 점점 밀도를 더한다.
작품 속 ‘불꽃의 심장’은 모두가 의지하는 중심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시선은 결코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인물들 각자의 서사 속에서 서로 다른 답으로 나타난다. 독자는 그 선택을 지켜보며, 어느 쪽에도 쉽게 서지 못한 채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 소설의 매력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독자는 끊임없이 판단을 유예 당한다. 누구의 말이 설득력 있는지, 어느 선택이 덜 잔인한지, 혹은 선택 자체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안개숲과 불꽃의 심장』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만, 읽고 난 뒤에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소설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독자들의 가치관을 흔드는 건 이 소설만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인물정보

저자(글) 이시형

구차한 자리를 지키려 벌이는 치졸한 음모와 시뻘건 거짓이 난무하는 마천루 사무실 한가운데서 어느 날 문득 작가로서 각성하기 시작하다. 그래 봤자 거리에 나오면 수많은 인파와 거리 곳곳을 배회하고 어지럽히는 망령된 존재에 불과했다는 부끄러운 절망감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구도자로서 작가의 길을 찾아 나섰다.
인간 본성과 소통에 대한 현대적 SF 우화 『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로 2020년에 데뷔했으며, 인권, 정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장르 소설 안에 우리 사회 전반을 투영한 갈등과 권력에 대한 이슈가 저절로 등장하곤 한다. L그룹과 PE사에서 26년 이상 근무했으며, 2021년 『편리한 진실』로 맹신적 AI 추종 사회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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