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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세상의 기쁜 말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 개정판 ]
정혜윤 지음
녹스

2025년 12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0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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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940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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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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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간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2025년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교보문고×MBC)의 ‘지금 꼭 읽어야 할 책’에 선정된 정혜윤 작가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공모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2023년과 2024년에 연달아 수상한 디자이너 오혜진이 표지와 본문을 새롭게 구성했다. 강렬한 보색 대비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슬픈 세상에 빛처럼 떠오르는 기쁜 말을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구현했다.
프롤로그 자기 자신을 말하기 … 7

나의 단어, 이야기
자유, 약속, 품위 … 31
배지근해지다 … 55
눈맛, 무게 제로 … 73
하쿠나마타타 … 99
일기, 동화책, 컵 … 119
꽃이 폈어 … 143
달, B95 … 161
유리창 … 183
목소리, 이름, 우리, 인생의 전문가 … 217

나의 단어, 시와 운명
돌고래, 아더 사이드, 스틸 뷰티풀 … 251

에필로그 우리의 좋은 결말을 위해서 … 275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졌다. ‘살아 있는데, 이 살아 있다는 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나눠야 할까?’ 그 질문을 중심으로 여러 생각들이 잔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그때 칼비노의 이야기도 생각나곤 했다. 흔하디흔한 시장 한구석이 특별해지는 것은 우리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이고,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나는 언어가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말,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이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인간 삶은 그렇게 변해왔다. 그러니 나에게서 어떤 새로운 말도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 내가 가장 슬퍼해야 할 일이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11면)

이야기의 신비로움은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야기의 신비로움은 삶의 신비로움이 된다. 그 반대말도 사실이다. 삶의 신비로움 없이는 이야기가 없다. 좋은 이야기 안에는 늘 원인과 결과의 딱딱한 인과론만으로도, 숫자로도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모든 좋은 이야기 안에 있는 ‘고유한 기쁨’이고, 보르헤스가 언어 공동체에서 우리의 의무는 우리의 말을 찾는 것이고 단어를 찾는 것은 부적과도 같은 힘을 주고, 단어를 찾는 것이 곧 회복이라 말한 뜻일 것이다.(18-19면)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이를테면 다이버나 아마추어 조류학자나 목욕탕 주인이나 인삼 파는 상인이나 구름 연구자가 될 수도 있었는데 바로 이 모습이 되어서 살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존재한다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현실’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이 각자의 가장 무거우면서도 놀라운 ‘현실’이다. 생각할수록 삶은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우리의 고유성은 계속 하나의 범주로, 하나의 숫자로 지워져만 간다. 그러나 세상이 우리의 고유성을 지울수록 자기 자신만은 자신의 고유성, 내면에 ‘살아 있는’ 어쩌면 아직은 ‘이름 없는’ 뭔가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도 고유한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고, 우리가 궁금해할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거의 ‘저항’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고 최고의 존중이다.(16-17면)

‘세월이 가면 슬픔은 사그라든다고?’
아니었다. 슬픔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슬픔은 사라지는 단어가 아니다. 슬픔은 오겠다는 기별도 없이 제멋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수시로 온다. 눈을 감아도 온다. 슬픔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눈꺼풀은 없다. 슬픔은 거친 밤을 기진맥진 통과하게 만든다. 슬픔은 자신을 진지하게 대하라 요구하는 손님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슬픔이야말로 딸에게서 엄마가 받은 유산인걸.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슬픔도 눈물처럼 어디론가는 흘러가야 한다.(105면)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세상은 변해야 하고 우리는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계속 말할 것이다. 위험에 처한 생명에 대해서.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세상의 모습에 대해서. 각자가 숨기고 싶었던 어둠을 뚫고. 그리고 우리가 서로 더 잘 듣고 더 잘 말하고 더 잘 알게 되면 확실히 이 세상에 위안과 아름다움은 존재할 것이다.(247면)

우리는 대부분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검은 물살 위에서 이리저리 외롭게 흔들린다. 그래서 ‘아더 사이드’는 우리 모두의 단어가 될 수 있다. 무엇을 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의 다른 측면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보고, 다른 이야기를 들어봐야 비로소 지금과 다른 삶이 가능하다. ‘아, 난 이것을 원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은 한 개인의 삶에 일어나는 강렬한 해방적 순간이다.(267면)

우리가 곧잘 그 사실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지만 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언제나 가장 좋은 이야기로 힘을 내고, 가장 좋은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가지 압력에 맞서 싸우면서 따뜻하면서도 깊게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기쁠 것이다. 현실을 살되 마음 한쪽에 뭔가를 품고 현실의 일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저마다 이 문제 많은 현실의 ‘해결자의 목소리’가 된다면 기쁠 것이다. 우리가 가진 여러 모습 중 가장 좋은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279면)

● 슬픈 세상에서 빛처럼 떠오르는 기쁜 말의 기적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작가는 수십 년간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며 오래도록 타인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인간의 말을 발견하는 일이 곧 인간의 운명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믿으며, 거친 삶의 한가운데에서 희망과 기쁨을 놓지 않고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만든 이들의 말을 기록해왔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이들의 말이 조용히 빛을 발하는 이야기다. 스스로 한 약속을 평생 친구처럼 데리고 다니는 어부, 인생 말년에 이르러 귀가 “배지근해지도록”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듣게 된 할머니, 눈맛을 아는 낚시꾼, 떡집 아줌마의 인생 멘토 야채 장수 언니, 세월호에서 아들을 잃은 아빠와 9ㆍ11 테러에서 형을 잃은 동생, 콜럼바인 총기 사건의 생존자……. 이들의 삶은 같지 않다. 살아온 삶의 궤적도, 현재의 위치도, 자신 앞에 닥친 시련도. 하지만 이들은 같은 세계에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는 기쁨을 누려봤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가난, 우울, 슬픔, 끔찍한 재난에서도 이들을 살아 있게 만든 말에 관한 이야기이자 회복과 재생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삶이 형태를 갖게 되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 한 사람의 좋은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삶이 형태를 갖게 되는 순간

수년 전, 정혜윤 작가는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를 기획했다. 〈자기 자신을 말하기〉. 누구나 출연할 수 있지만, 출연자 모두 지켜야 할 엄격한 규칙이 하나 있다. 그 규칙은 자기 자신을 말하되 특정한 단어 몇 가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안 된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이라는 단어를, 서점 주인은 ‘서점’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즉 그 단어 없이는 자기 자신을 말할 수 없는 단어가 금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했을까?

자기 자신을 말하는 단어를 찾는 것은 쉬워 보여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단어를 찾으려면 마음의 변화가 필요하다. 늘 보던 대로 자신을 보고, 늘 하던 이야기만 해서는 단어를 잘 찾아낼 수도, 설령 찾았다 해도 말할 방법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마음의 변화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제대로 말하기는 훈련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일단 찾기만 하면, 그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고유한 기쁨을 찾을 수 있다. 보르헤스가 “언어 공동체에서 우리의 의무는 우리의 말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면 저자는 말한다. 단어를 찾는 것은 부적과도 같은 힘을 주고, 단어를 찾는 것이 곧 회복이라고. “새로운 세계의 창조 앞에는 언제나 언어와 이야기가 있어왔다. 그러니 살아 있는 자의 심장에서 나온 살아 있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살아 있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 사람의 좋은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부드럽게’ 각인되고 남아서 우리의 자아를 바꾼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드러움 중 가장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것은 인간의 변화다.”

인물정보

저자(글) 정혜윤

마술적 저널리즘을 꿈꾸는 라디오 피디. 세월호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 1, 재난참사 가족들과 함께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 등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자살률의 비밀›로 제31회 한국피디대상을 받았고,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 ‹불안›,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 75년 동안의 고독› 등의 작품으로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삶의 발명』, 『앞으로 올 사랑』, 『아무튼, 메모』,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사생활의 천재들』,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그의 슬픔과 기쁨』 등이 있다. 기후위기시대 예술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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