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2025년 12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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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51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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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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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이경림 (시인)
그는 자신의 현실을 과잉 포장하지 않는다. 징징 짜지도 지나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세를 떨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크고 작은 일들을 탁구공처럼 받아치며 오히려 생의 활력소로 전환시키는 힘이 있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늙지 않는다. 그 힘으로 그는 지나간 소녀들의 나라를, 잃어버린 天眞을 소환한다. 그는 거짓의 가면을 쓰고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질 일밖에 없는 현실을 일시에 핑크핑크 한 소녀들의 나라로 둔갑시키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영리한 그는 ‘우리’로 통칭되는 이 시대의 익명들이 할 일이 그저 황태처럼 덜그럭거리며 문득 ‘우리 용대리 갈까?’ 하고 자신도 모를 말들을 중얼거리는 일뿐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어디에 용대리가 있는가? 그는 묻는다. 용대리는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일 수도 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에게는 너무 먼 곳. 그들에게 용대리는 그저 사무실이고 그 속에서 종일 의자에 붙박여 지내는 화자의 뒤통수이고 어느 일요일의 몽상이고 꿈속의 삼거리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하여 가까이 있으나 가지 못하는 그곳을 ‘그냥 황태해장국처럼 퍼마시고 싶은 용대리’라고 말함으로써 꽉 막힌 현실의 답답한 속을 문득 개그로 바꿀 줄 아는 시인이다. 그것이 그가 가진 힘이며 남다른 자질이기도 하다.
김기택 (시인)
최휘의 시는 불량기 있는 청소년의 말투 속에 숨어있는 활기와 탄력의 기운을 감지하고 그 힘으로 습관을 깨고 일상을 뒤집는 일을 즐긴다. 단어들은 날고 싶어서, 대들고 싶어서, 제멋대로 날뛰고 싶어서, 굳어진 것과 매몰된 것들을 찢고 깨고 싶어서 안달한다. “밥밥 씨바블”은 어른이 되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을 잃을 것 같은 소녀가 끝내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주문이며, “목 졸라 죽이고 싶은 단어”는 결코 꼰대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의 시에서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소녀의 非行과 飛行은 동음이의어를 넘어 동음동의어에 이르려고 한다. 거기에는 생체 에너지의 활기와 탄력, 생동하는 원초적 힘이 있기 때문이다.
소녀들의 나라│담배가 꽃피는 계절│숨은그림찾기│꼬랑지 같은 그림자 한 토막이 굴러왔다│벤치 혹은 연애│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참새가 떼로 날자│이상하고 아름다운│자두자두│오! 진이│압화(押花)│자취│눈깜짝할새│봄밤, 벚꽃 아래서 한 잔│목 졸라 죽이고 싶은 단어가 세 개 있다│그릇을 부시다│응?
2부
푸른 개가 날 깨워│홍도 4인방│사각│숨은 집│밥밥 씨바블│큰언니│탁자 아래 떨어진 콩 하나가│장손인가?│나무손│오후 5시가 갈라진다│장남이 돌아왔다│산딸기│방을 훔치다│창꽃 뒤에 누가 숨어 있을까│아버지는 없다│파이팅│일번 방에서 칠번 방까지│복숭아뼈│부지깽이
3부
간을 빼주다│엔딩노트│의지가지없는 애처럼│해롱다리의 입장 표명│가령, 이어폰을 끼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데 무장괴한이 소리치면│방문교사│값│굿바이증후군│빨간 나이키│스물한 살, 청│머리공방│양말? 양발?│소곤소곤 풍경│고양이 액션│나무 계단│말들은 먼 곳처럼│커다란 인형 하나가 필요해│6개월이 지난 다이어리를 샀다│개똥지빠귀가 옥상 난간에 앉아 있는 동안
해설
쓸모 있는 기억들의 서사와 통각의 언어_이재훈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데없이 덜그럭덜그럭 황태처럼 흔들린다 연고도 없이 용대리란 곳이 그립다 용대리가 물처럼 쏟아지고 꾸덕꾸덕 목구멍이 마른다 수화기를 든다 우리 용대리 갈까 넌 참 한가하구나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묶자 머리통이 이면지처럼 쓸모없어진다
겨울은 두 손으로 자꾸 가슴을 끌어안는 것, 휴가를 까만 숫자로만 사용하는 언니는 대신 입술이 빨갛지 이 말을 저쪽에 저 말을 이쪽에 전하다가 그만 입이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여행이란 말을 쌓아 올려본다 기차처럼 칸칸이 비행기처럼 높이 높이 여행이란 글자에는 동그라미가 두 개, 두 눈 속에는 눈 덮인 대관령이 하얗게 자작나무 요정들이 새하얗게 있지 언니들은 이미 발목 부츠를 벗고 누워 누군가와 또다시 뚜, 뚜, 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나간 여름 위로 눈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쌓인다 달력이 순서대로 넘겨지듯 올해가 넘어간다 끝내주게 끝장내버리게 딱히 죽어도 여한은 없게 일몰처럼 빨갛게 일몰에 걸친 구름처럼 뭉게뭉게
용대리는 사무실이고 뒤통수고 일요일이고 몽상이고 삼거리지 꼭 용대리만은 아니지 그냥 황태해장국처럼 퍼마시고 싶은 용대리
나는 혼자 코웃음을 쳐본다 쓸쓸하지 않은 척,
소녀들의 나라
마우스를 클릭하면 예쁜 열두 살이 튀어나와 견딜 수 없이 기뻐요
소녀나라 장바구니에 무작정 쓸어 담는 이 맛
장바구니 가득 쓸어 담은 물건을 그냥 두고 나와도 괜찮은 밤
지금 내 기분은 만 원이나 만이천 원 정도
어제 입은 옷은 또 입고 싶지 않죠
반품하면 배송비를 빼고 나머지는 적립금으로 전환한대요
적립금에 발목 잡혀 적립하는 소녀
어쩜 이렇게 사는 건 잘 못 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럴 땐 올여름 가장 핫한 빨간 틴트 사천 원을 클릭해요
사천 원짜리 기분이 택배로 도착하면
귓구멍에 빨간 바람이 들어가 또 어지러울까요
내일이 오기 전에 리뷰도 읽고 새 옷에 맞는 표정도 연구해야 하는데
구두는 더 높아지고 싶고 치마는 더 짧아지고 싶어 핑크핑크한 밤
매일 밤 잠을 적게 자도 계속 키가 크는 건 별이 되고 싶어서죠
흔들려요 누가 자꾸 몸을 탕탕 쳐요
데굴데굴 혼자서 웃다가 후기 사진을 올리는 밤
허접한 후기 제송해여~~ 이렇게 무심한 척 써놓고
좋아요가 별처럼 꾹꾹 눌려지는 밤이면 좋겠어요
최휘 시집은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는 기억이 아니라 쓸모 있는 기억들의 서사가 시집 곳곳에 빼곡하다. 시인은 민감한 언어의 촉수를 내장하고 있다.
언어로 시작해서 언어로 끝나며, 언어가 시인의 양식이다. 한마디의 말로 출발해서 시가 탄생되기도 하며 깨달음과 성찰의 마음이 간절한 언어와 만날 때 시가 되기도 한다.
평범한 의미를 지시하는 언어로는 좋은 시를 만들어낼 수 없다. 최휘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세밀하게 표현할 줄 안다. 야비해진다는 것과 쓸모없어진다는 것은 상대어이면서도 유사어이다. 야비와 쓸모없음의 수사는 인간의 본면(本面)을 상징하는 말처럼 들린다. 인간의 정서는 한마디의 말로는 포착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 최휘는 그러한 마음들을 찾아 유랑한다. 지식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일상인의 욕망과 방황을 따라가기도 하고, 입사식(入社式)를 거치지 않은 미성년들의 일상과 담화를 엿듣기도 한다.
최휘의 시선은 먼 기억의 언저리를 더듬기도 한다. 개인 가족사의 사연과 부침을 고백하거나 과거 공동체의 삶을 회억하며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기도 한다. 최휘에게 일상은 이어폰을 끼고 지하철을 오가는 도시인의 삶이겠지만 늘 “이 시대의 믿을 만한 것들에 대한 목록”(?시인의 말?)을 적어 넣는 산책자이기도 하다. 최휘는 대상에 대한 관조를 복잡한 정서의 직시나 예민한 언어적 자의식을 통해 표현한다. 그 망설임의 언어는 어떤 양상의 스펙트럼으로 나타날까.
_이재훈 해설「쓸모있는 기억들의 서사와 통각의 언어」중에서
[책속으로 이어서]
참새가 떼로 날자
참새가 떼로 날자 회화나무 가지가 벌어진다
공중이 수직으로 끌려 올라간다
날고 또 날고 다시 날고 자꾸 날면 저렇게 많은 날개가 생겨나는 걸까
참새의 가느다란 발꿈치에 날개가 매달려 있다, 신발처럼
참새는 그저 날 뿐 날개가 어디에 붙었는지 생각하지 않지
팔을 휘저으며 나 날고 있니? 이러지 않지
참새는 세 갈래로 갈라진 꼭 자기 발 같은 신발을 직직 끌고
급조된 공중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걸까
수직으로 떨어질 때는 양 날개를 활처럼 휘어 공중에 몸을 매어놓는 걸까
그때 가볍게 밀어주는 바람 가볍게 흔들리는 몸
현기증이 날 때까지 날아오르는 참새도 있을까
거기까지 가고 싶어 발바닥이 닳아빠질 때까지
사슬 같은 공중을 끌고 참새들이 떼로 날아오른다 촤르륵 촤르륵
인물정보
저자(글) 최휘
최휘 시인은 경기 이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2012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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