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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초판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임지인 옮김
올리버

2023년 11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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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9.35MB)
ISBN 979119313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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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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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지금 또한 다르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
정의 구현 도련님, 부조리한 세상에 원초적 한 방을 날리다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패는 수밖에 없다.”

일본 근대문학의 거성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도련님》은 그의 실제 교직생활을 바탕으로 엮어낸 성장소설이다. 발표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작품임에도 오늘날 전혀 무리 없이 읽히는 까닭은 지금을 사는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의 부조리한 사회를 다짜고짜 노려보며 원초적 응징으로 권선징악을 끌어내는 좌충우돌의 스토리는 그래서 유쾌할뿐더러 통쾌하다.
타고나기를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어려서부터 손해만 본 말썽꾸러기 ‘도련님’은 부모를 여의고 다소 성장하면서 유일하게 사랑해주는 늙은 하녀 기요를 떠나 한 시골 학교의 수학 선생으로 생의 터전을 옮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곳은 한마디로 부조리하고 치사하고 부도덕한 난장판의 세상이다. 무모하고 단순하지만 정의로운 성깔을 지닌 ‘도련님’은 불의와 위선이 가득한 그곳의 인물들과 참으로 융통성 없게 충돌하고 대립한다. 기어코 그들을 응징한 ‘도련님’은 교직을 가뿐히 내던지고 누구보다 고귀하고 청렴한 기요에게 돌아간다.
득실을 따지지 않고 부정한 세상을 고지식하게 마구 들이받는 ‘도련님’은 그야말로 정의 구현의 화신이다. 이 ‘도련님’은 우리의 그릇된 세상에도 한 방을 날리며 ‘이런 세상 속에서 과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유쾌하면서도 자못 진중히 자문하게 만든다.
도련님

작가 연보

기요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서 이것저것 도와주었다. 오는 길에 잡화점에서 사 온 칫솔, 이쑤시개, 수건 등을 마포로 만든 가방에 넣어주었다.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해도 듣지를 않았다. 인력거 두 대를 타고 나란히 정거장에 도착한 후 플랫폼으로 나갔다. 기요는 기차에 올라탄 내 얼굴을 말갛게 바라보더니 맥없는 소리로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네요. 항상 몸 조심하세요” 하고 읊조렸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하마터면 울 뻔했다. 기차가 한참 움직인 후 이제는 가고 없겠지 싶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돌아보니 아직 그대로 서 있었다. 기요가 개미만큼 작아 보였다.
_〈1〉 중에서

‘어제 도착했어. 별 볼 일 없는 마을이야. 다다미 열다섯 장이 깔린 방에 누워 있어. 여관에 웃돈을 5엔 주었더니 안주인이 머리를 마룻바닥에 조아리며 절을 하더군. 어젯밤은 잠을 설쳤는데 기요가 조릿대 엿의 잎까지 먹는 꿈을 꿨어. 내년 여름에는 돌아갈 테야. 오늘 학교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별명을 지어줬지.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영어 선생은 끝물 호박, 수학은 산골바람, 미술은 따리꾼. 앞으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편지로 써줄게. 그럼 이만.’
_〈2〉 중에서

쉬는 시간 십 분이 지나고 다음 교실에 들어가자 ‘첫째, 튀김 메밀국수 네 그릇이니라. 단, 웃지 말지어다’라고 칠판에 쓰여 있었다. 앞 반에서는 크게 화도 안 났지만 이번에는 화가 치밀었다. 농담도 도가 지나치면 괴롭히는 것이다. 떡도 적당히 구워야지 심하게 구우면 타는 것처럼 뭐든 정도가 지나치면 누구 하나 칭찬할 사람은 없다. 이 촌뜨기들은 요령을 몰라서 어느 선에서 그만둬야 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한 시간만 걸으면 더는 구경할 것도 없는 비좁은 동네에 살아서 달리 흥밋거리도 없으니 튀김 메밀국수 사건을 러일전쟁처럼 떠들고 다니는 거겠지. 옹졸한 놈들이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것이 그런 것뿐이니 화분에 심은 단풍나무처럼 뒤틀린 소인배가 되는 것이다.
_〈3〉 중에서

이런 농사꾼들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다만 지혜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곤욕스러울 뿐이다. 곤욕스럽다고 포기할까 보냐. 정직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정직함이 이기지 못한다면 달리 이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생각해보라. 오늘 밤에 이기지 못하면 내일 이기리라. 내일 이기지 못하면 모레 이기리라. 모레 이기지 못하면 하숙집 주인에게 도시락을 가져오라 부탁해서 이길 때까지 이곳에 있어주마.
_〈4〉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하면 괜찮다고 굳게 믿고 있다. 가만 보면 세상 사람 대부분은 나쁜 일을 장려하는 것 같다. 나쁜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어쩌다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거짓말하지 마라”, “정직하게 행동해라” 하고 도덕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큰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기술이라든가 사람을 이용하는 비법을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도움 될 것이다.
_〈5〉 중에서

교감은 문학사 주제에 패기도 없다. 험담할 때조차 공공연하게 이름도 밝히지 못하는 남자라면 겁보일 게 분명하다. 겁보는 친절한 법이니 빨간 셔츠도 여자처럼 친절한 것이다. 친절한 건 친절한 거고 목소리는 목소리니까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친절함까지 나쁘게 생각해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세상은 참 묘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 친절하고, 마음 맞는 친구가 악당이라니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아마 시골이라서 도쿄와는 모든 게 정반대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_〈6〉 중에서

세상이 이렇다면 나도 지지 않을 작정으로 세상 사람들만큼은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남이 소매치기한 돈을 가로채야만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그렇다고 아직 팔팔한 젊은 나이에 목을 맨다면 조상님 볼 면목이 없을뿐더러 남 보기에도 흉하다. 돌이켜보면 물리학교를 들어가 수학 같은 도움도 안 되는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600엔을 밑천 삼아 우유 장사라도 할 걸 그랬다. 그랬다면 기요 또한 내 곁을 떠나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나 역시 멀리 떨어져서 할멈을 걱정하며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_〈7〉 중에서

뭘 그렇게까지 숨기는 걸까. 실제로 만났으면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한다. 이러고도 중학교 교감 노릇을 할 수 있다면 나 같은 놈은 대학 총장도 할 수 있겠다. 나는 이때부터 완전히 빨간 셔츠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신뢰하지 않는 빨간 셔츠와는 말을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산골바람과는 말을 섞지 않는다. 세상은 참으로 묘하다.
_〈8〉 중에서

“노베오카는 먼 외지라 이곳에 비하면 물질적 불편함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들리는 바로는 풍속이 매우 순박한 곳이라 교직원과 학생 모두 고대 사람들처럼 꾸밈없이 정직한 기풍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치렛말을 늘어놓거나 곱상한 얼굴을 하고 군자를 골탕 먹이는 양놈들은 단 한 명도 없으리라 믿기에 고가 선생님처럼 온량하고 인정이 넘치는 분은 반드시 그 고장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것입니다. 저는 고가 선생님을 위해 이 전근을 굉장히 축하하는 바입니다. 끝으로 노베오카에 부임하시면 그 지역의 숙녀 중에 군자의 좋은 짝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이를 택하여 하루라도 빨리 원만한 가정을 이루시어 정조와 절개를 지키지 않는 왈가닥 처자가 남부끄러워 동네 사람들 앞에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_〈9〉 중에서

학생들이 사과한 행위는 진심으로 지난날을 뉘우쳐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교장이 명령해서 형식적으로 머리를 숙였을 뿐이다. 장사꾼이 잘못을 저질러도 잠깐 머리만 숙일 뿐 교활한 짓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학생들도 사과만 할 뿐 결코 장난을 멈추지 않는 패거리다. 잘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대개 이 학생들 같은 자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사과하거나 용서를 빌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진심으로 용서해주는 사람을 보고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다고 하는 거겠지. 사과하는 것도 거짓된 마음이라면 용서하는 것도 거짓된 마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패는 수밖에 없다.
_〈10〉 중에서

나와 산골바람은 이 말을 끝으로 헤어졌다. 산골바람의 추측대로 정말 빨간 셔츠가 꾸민 짓이라면 아주 지독한 놈이다. 도저히 수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는 놈이다. 아무래도 완력을 써야만 할 것 같다. 이래서 세상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개인과 개인도 결국 완력이다.
_〈11〉 중에서

서울대학교 선정 필독 교양서
일본의 셰익스피어,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 명작

불의와 위선에 맞서는 인간적 반항, 그 거침없는 하이킥

1906년에 발표된 소설 《도련님》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 작품이다. 타고나기를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어려서부터 손해만 본 ‘도련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국내에서도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서울대학교 동서양 고전 200선 필독서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말썽만 피워 애물로 낙인찍힌 ‘도련님’에게 늙은 하녀 기요는 유일하게 사랑해주는 사람으로, 그야말로 안식처 같은 존재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새내기 수학 교사로서 마주한 시골 학교의 교장 ‘너구리’, 교감 ‘빨간 셔츠’, 미술 선생 ‘따리꾼’, 능구렁이 같은 학생들과 마돈나 등은 부도덕하고 위선 가득한 인간 유형으로 그를 도발하는 존재들이다. 또한 수학 선생 ‘산골바람’, 영어 선생 ‘끝물 호박’ 등은 정의로운 인간 유형으로 그를 각성시키는 존재들이다. 끝끝내 불의를 참지 못하고 부도덕한 인간들에게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린 ‘도련님’의 원초적 행동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터뜨려주면서도, 결국 교직을 내려놓고 어머니 같은 안식처 기요에게 돌아가는 모습에서 사회적 힘이 없는 인간의 한계, 그 씁쓸함도 안겨준다. 이것이 발표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작품임에도 오늘날 위화감 없이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득실을 따지지 않고 부정한 세상을 고지식하게 마구 들이받은 그때의 ‘도련님’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도덕’과 ‘정의’에 관한 질문을 새삼 던져준다. 과연 당신은 도덕적인가? 과연 당신은 정의로운가?

작가정보

(夏目漱石)

1867년 2월 9일, 에도 우시고메 바바시모요코초(현재의 도쿄 신주쿠)에서 태어났다. 도쿄제국대학 문과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마쓰야마와 구마모토에서 교편을 잡았다. 1900년, 문부성 지원으로 영국 유학길에 오르고, 도중에 파리 엑스포를 방문하기도 했다. 귀국 후 1905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 연재를 시작했다. 1906년에 《도련님》과 《풀베개》를 연이어 발표하며 명실상부한 인기 작가로 등극했다. 1907년, 《태풍》을 발표한 그는 〈아사히신문〉에 입사, 《우미인초》를 연재하며 전업 작가로서 집필에만 전념했다. 《갱부》(1908), 《산시로》(1908), 《그후》(1909), 《문》(1910), 《행인》(1912), 《마음》(1914) 등의 작품을 꾸준히 연재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만, 거듭되는 신경쇠약과 위궤양에 시달리면서 집필 활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신경쇠약과 위궤양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결국 1916년 12월 9일, 위궤양 악화로 49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일본 동경외국어대학원에서 언어문화 일본근대문학을 전공했다. 주요 역서로 《인간 실격》, 《오늘은 아무래도 케이크》, 《마들렌과 피낭시에 실험실》, 《슈크림의 아이디어와 기술》, 《프랑스 전통 과자 백과사전》,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치즈》, 《파스타 다이어트》, 《비커 군과 교과서 친구들의 수상한 과학책》, 《딱 한잔하려고 했을 뿐인데》, 《쿠마오리 준 일러스트레이션 메이킹 & 비주얼 북》, 《쉽게 배우는 고양이 가정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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