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
2023년 11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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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8602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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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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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최현경의 최신작
비밀을 알게 된 순간 노른자처럼 뒤섞여 버린 두 자매
말하지 못했던 오해를 풀고 이해로 한 발짝 다가서는 성장 소설
이민자 가정의 모습과 소외된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묘사해 미국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최현경Mary H.K. Choi이 최신작 『요크』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던 그녀는 첫 소설 『비상 연락처Emergency Contact』로 단번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린다. 최현경의 모든 작품에는 한국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그녀의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특징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말 못 한 감정을 이해해 주며 대신 말해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녀의 세 번째 작품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두 자매의 비밀과 자매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동생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자매와의 관계뿐 아니라 자기혐오, 이민자 가정의 모습, 우정과 사랑 등의 다양한 면면들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영 어덜트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가”(《북리스트》)라는 극찬을 받은 최현경의 『요크』는 시카고 공립 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밀워키 카운티 청소년 도서상 후보작,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DC 추천 도서 등에 선정됐다. 그녀의 다른 책 『비상 연락처』와 『영구적 기록Permanent Record』도 순차적으로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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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언니가 죽을병에 걸렸다.
이게 앞으로 몇 년 사이에 내게 일어날 최악의 일일까? 아니면 여기서 더 나빠지는 걸까?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어른이 돼야 하는 거라면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당장 알아야 한다. (…) 자매가 죽는 게 엄마가 죽는 것보다 더 지독한 일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 p.49
차마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가끔은 내가 존재하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 내가 세상에 없는 존재는 아닐까? 준이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확신이 없어서도 아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둘째 언니의 환생, 그녀의 혼을 재활용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아니, 그건 믿음에 가깝다.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는 끔찍한 믿음. 나는 나름의 인격이나 운명을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두 번째 삶이 아닐까? 그래서 내 삶이 이토록 삐걱거리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닐까?
- p.232
우리의 음식이 나오자 나는 전부 다 잘게 잘라 헤집어놓는다. 아침 식사는 어렵지 않다. 정차할 곳이 많으니까. 계란, 아무도 다 먹지 않는 감자. 눈속임하기엔 소시지보다 베이컨이 더 쉽지만 괜찮다. 계란 프라이는 더없이 쉽다. 노른자를 터트리면 얼마나 먹었는지 아무도 모르니까.
- p.314
“언니. 언니가 죽으면 제인 지영 백은 죽은 사람이야. 나는 병원에서 죽은 사람으로 처리돼. 사망 증명서는 내 이름으로 발급될 거야. 학교에서도 죽은 사람이 되겠지. 뉴욕시에서, 뉴욕주에서, 미국에서 모두 내가 죽은 줄 알 거야. 언니의 유언장은 중요하지 않아. 서류상 살아 있는 사람은 언니니까. 나와 엄마의 죽은 아기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야. 나는 이름 없는 연옥에 갇히겠지. 중간 세계에서 유령으로 떠돌게 될 거야.”
- p.356~357
수업에 빠지는 건 믿을 수 없이 쉬웠다. 그때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만큼. 엄마도 우리를 떠나 목적지에 이르렀을 때 똑같이 느끼지 않았을까? 그토록 쉽게 떠날 수 있었는데 한 곳에만 머물러 있었다니 너무도 안주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 p.390~391
비밀은 소망과 비슷하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효력이 없어진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비밀이 힘을 가지려면 그것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선 안 된다.
- p.394
그래도 그녀의 말이 옳다. 끝까지 내게 치욕을 준 홀랜드 힌트 때문에 내게는 목적이, 방향이 생겼다. 그것은 불안한 보호막이 됐다. 그 장막 속에는 어느 때보다도 얄팍해진 내가 있었다. 내게는 홀랜드 힌트가 필요하지 않았다. 엄마가 필요하지 않았다. 준도 필요하지 않았다. 언니가 대학으로 떠날 무렵 나는 단단해졌다. 엄마와 홀랜드, 친구들, 그들 모두가 훌륭한 예행연습을 하게 해준 것이다.
- p.462~463
“암에 걸린 건 아니에요.”
내가 팔짱을 끼며 말한다. 머릿속 한구석 어딘가에서 어렴풋이 다시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토하는 것도 아니고요.”
“제인.”
지나는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눈을 빛낸다. 그러곤 내 손에 들린 종이 책자를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잘 읽어봐요. 섭식 장애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오면 소개해 주는 곳이에요. 도움이 될 거예요. 뉴욕은 그저 한 장소일 뿐이에요. 집이 돼주는 건 사람들이죠.”
- p.584
드디어 나는 뉴욕의 식당에서 혼자 식사한다.
다 먹고 나자 내가 먹은 수프를 게우지 않기를 기도한다. 내가 건강해지길 기도한다. 나의 망가진 몸이 회복되길. 속으로 진심과 희망을 담아 기도를 올린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효과가 없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다.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는지.
- p.618
떠나고 싶은 게 어떤 기분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집이라는 곳이 그저 신기루에 불과할 때, 환영에 불과할 때 어떤 기분인지.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준이 곁에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설사 그녀가 나를 조금 미워한다고 해도. 왜냐면 그녀는 나를 미워할 때조차도 나를 가장 사랑하니까.
- p.645
제인은 우리가 지나온 한순간, 앞으로 다가올 어디쯤 서 있다.
그녀는 그 어떤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진실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 이희영(소설가)
★ 시카고 공립 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 밀워키 카운티 청소년 도서상 후보작
★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DC 추천 도서
매 순간 고군분투하던 코리안 아메리칸 키드
최현경은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이 되기 전 홍콩으로 이주했고, 열네 살에 미국 텍사스에 정착했다. 사실상 한국에 머물렀던 기간은 길지 않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한국적인 면을 잃지 않았던 것은 부모님의 노력이 가장 컸다. 그러나 그녀가 청소년이던 당시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보이는 모습으로 정체성을 모호하게 보이기 위해 최현경은 패션을 전공했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뉴욕 생활은 녹록지 않았고 그녀는 곧 패션계를 떠나 매거진 어시스턴트로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를 쌓은 작가는 직장을 다니면서 쓴 첫 원고로 결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기까지 한다. 그녀는 여러 번 거처를 옮기고 직업을 바꾸며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해 왔다. 최현경의 성공은 이렇듯 끊임없이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얻을 수 있던 결실임이 틀림없다.
낯선 곳으로 한 걸음 나아가려는 용기
최현경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타일로 드러내기 위해 패션을 전공했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의 몸과 정체성을 혐오하게 하고 보디 이미지에 집착하게 한 패션계가 불편해졌고, 때문에 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 『요크』는 동생인 ‘제인’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작가 본인과 무척 닮아 있는 캐릭터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제인’은 평생 정체성의 혼란과 소수자의 삶의 무게를 견디다 뉴욕으로 이사 오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며,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향수인 ‘페른베Fernweh’를 느낀다. 이 책은 두 자매가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는 것만큼이나 ‘제인’ 개인의 이야기 역시 중요하다. ‘제인’은 남몰래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리셋’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지속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몸에 집착하고 자기혐오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제인’은 “집이 돼주는 건 사람들”(584쪽)이라는 명쾌하면서도 다정한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곳으로 한 걸음을 뗄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또 다른 ‘제인’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흰자에 둘러싸인 노른자
제목인 ‘요크Yolk’는 다양한 상징으로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노른자는 쉽게 쓰레기통에 버려지기도 하며, 타이머의 모양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식사를 어느 정도 했는지 가늠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터진 노른자처럼 ‘제인’의 하루하루가 끈적이고 뒤엉켜서 엉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노른자는 ‘제인’과 ‘준’을 이어주는 관계의 중심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흰자에 둘러싸인 노른자는 비유적으로 ‘제인’의 가장 안쪽, 자기혐오라는 막 안에 가려져 있던 진짜 ‘나’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더 나아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최현경에게 늘 존재했던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혼란 속 그만이 가지고 있는, 잃어버려서는 안 될 핵심으로도 읽히기도 한다. 이 ‘노른자’는 최현경의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이자 한국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현경
(Mary H.K. Choi)
『비상 연락처Emergency Contact』 『영구적 기록Permanent Record』 『요크』를 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직업에 관한 팟캐스트 〈Hey, Cool Job!〉과 정신 건강 및 창의성에 대한 짧은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애틀랜틱》 《뉴욕타임스》 《GQ》에 기고하며 뉴욕주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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