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싶은 것
2023년 11월 15일 출간
- 오디오북 상품 정보
- 듣기 가능 오디오
- 제공 언어 한국어
- 파일 정보 mp3 (18.00MB)
- ISBN 9791162901144
8분 18.00MB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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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기억의 댓돌, 2부 인연의 뜰, 3부 바다, 섬 기행, 4부 절집에서 묵다 등 4부로 나뉜 <인연의 뜰>은
1, 2부에서는 작가의 지난 세월의 소중한 인연의 흔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비롯해 스쳐 지나갔던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힘든 상황 속에 던져진 젊은 청춘들을 향한 애정도 보인다. 음식에 관한 추억,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 고정희 시인과 다산 정약용의 흔적을 찾아 나선 글도 있다. 작년에 생을 달리한 이윤선 씨에 관한 추억도 눈길이 간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작가 자신이 경험했던 병마와의 싸움도 슬쩍 엿볼 수 있다.
3, 4부는 단행본 시리즈를 준비 중인 콘텐츠로, 이번 산문집에서 일부를 공개한다.
<아름다운 우리바다, 우리 섬 기행>은 작가가 오래전부터 이어 왔던 작업이며, <남도사찰기행> 역시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혼란스러운 빌딩 숲을 날고 있는 나비 한 마리'로 표현된 표지 이미지는 현대인의 복잡한 인연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뜰인 줄 알고 날아든 나비는 이곳에서 과연 꽃을 발견할 수 있을까.
1부 기억의 댓돌
골목길
나비 여인
경계 또는 균형
경호
냄새
미역국 먹는 날
버리고 싶은 것
손으로 말해 주세요
석상 오동나무
종이컵
2부 인연의 뜰
가자미 식해 유감
파란 우산
코로나와 수세미
고정희 시인 생가에서
그해 겨울
내가 만난 북한 응원단
너는 내게 무엇이다
다산초당을 오르며
윤선
아버지의 뒷모습
3부 바다, 섬 기행
등대에서 엽서를 쓰다 - 소매물도
지심도에서 쓰는 동백예찬
그 섬에 핀 개망초 - 시도
순천만 그 바람 길을 따라서
여수, 새가 울자 해가 뜨고
아름답지만 왠지 처연한 것 - 강화도
외연도에서 사랑에 대해 묻다
청산도에서 봄을 만나다
지심도에 오르니 알겠다. 지심도 동백꽃이 새소리를 들으며 피고, 바닷가 몽돌 소리를 들으며 진다는 것을. 지심도(只心島)는 우리 삶이 ‘오로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말해주는 섬이란 것을. 더듬거리고 비틀거리며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을 내밀어 줄 것 같은 섬이란 것을.
- 지심도에서 쓰는 동백예찬(冬柏禮讚) 중에서
노완만필老阮漫筆이란 호를 보니 추사의 글이 틀림없었다. 작년부터 보고 싶었던 세심당의 추사 편액이 걸린 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다니……. 편액의 글은 ‘큰 사슴처럼 장수하라’는 의미의 미수麋壽. 절집을 다니며 당대 명필들의 글씨를 접하는 것 또한 남모를 즐거움이었는데, 오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추사의 축원을 듣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 <미황사 나비경첩> 중에서
서른아홉 해를 자신의 꿈을 향해 쉼 없이 노력했으며, 부조리에 맞서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장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게도 장애인식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 존재였으니 그녀를 알게 된 건 행운이었다.
- <윤선> 중에서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세상에 던져졌다고 느껴질 때 그래서 한없이 쓸쓸하여 주저앉고 싶을 때, 밤의 소매물도는 그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해본다. 부드러운 바람 속에 실려 온 ‘바다’가 가슴으로 한가득 밀려들어 왔다.
- <등대에서 엽서를 쓰다 - 소매물도> 중에서
섬은 모국어를 향한 몸살 같은 것이다. 모국어로 말하고 생각하는 내게 섬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통로이자 귀향 점이다. 그래서 때론 섬으로 떠난 건지, 섬으로 돌아온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섬을 통해 세상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나를 바라보고 싶다. 안개 속에 갇혀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때도 내 희망의 등불은 여전히 섬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몸살을 앓는다.
- <그 섬에 핀 개망초 - 시도> 중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포花浦로 차를 몰았다. 꽃이 핀다는 포구. 와온의 맞은편에 앉아 순천만의 하루를 지켜보는 포구. 화포 가는 길은 유난히 쓸쓸하다. 가을걷이를 막 끝낸 빈들과 물가의 갈대들이 오늘도 서걱거리며 합창을 하고 있다.
화포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꽃을. 화포에 닿으면 알 수 있을까.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를.
늦가을 바람 소리는 처량하게 차창을 두드리고, 가슴 속은 바람 소리인지 갈대 소리인지 구별할 수 없는 묘한 소음들로 가득 차 있다.
- <순천만, 그 바람 길을 따라서> 중에서
아! 다시 와야겠다. 동백꽃의 분분한 낙화를 보지 못해서도 아니고, 향일암의 일출을 보지 못해서도 아니다. 거문도, 백도, 초도 등 여수의 아름다운 섬들을 보지 못해서는 더욱 아니다. 여수에 마음 한구석을 두고 온 모양이다.
- <여수, 새가 울자 해가 뜨고> 중에서
상도동을 떠난 이후로 더는 어둡고 긴 골목길을 걷는 일도, 또 그런 골목길을 두려워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때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나는, 당시의 나보다 더 나이를 먹은 딸아이를 마중 가곤 한다.
대로변의 횡단보도 맞은편에 선 딸아이가 나를 거인처럼 느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안도감은 느끼지 않을까.
오늘처럼 눈이라도 올 것 같이 찌뿌듯한 날은 그 어둡고 무서웠던 골목길이, 그리고 거인처럼 서 계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 <골목길> 중에서
설명의 속도는 느린 듯했지만, 단호함은 진단의 정확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의사는 언어를 얼리고 날을 세웠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잔인하리만치 냉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커튼 너머의 타인도 놀라 손발이 떨리던 선고의 순간은 이따금 들려오는 여인의 훌쩍임이 없었다면
현실 세계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나비여인> 중에서
돌아보면 나는 늘 경계인이었다.
중심 근처에 서 있다가 인력(引力)에 끌려 헤어나오지 못하고 구설에 휘말리거나, 원치 않게 악역을 도맡기도 했던 친구를 보고 난 후, 적당히 경계선 주변에서 서성이다가 원심력을 핑계 삼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쪽을 택했다.
문제는 중심으로부터 또는 경계로부터 적당한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 <경계 또는 균형> 중에서
열두 살의 초등학생이 답을 내놓기 어려웠던 그 ‘정의 내리기’나, 제안했던 놀이를 함께 했더라도 녀석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겠지만, 지금도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땅 위를 튀어 오르던 빗줄기처럼 내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녀석이 그때 수없이 내게 던졌던 구조요청을 이해하지 못했던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 <경호> 중에서
양쪽에 날개를 단 가벼운 씨앗 하나가 갈바람을 타고 내린 곳이 우연히 돌 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바람에 꺾이지 않으려고,
비에 쓸려가는 흙을 단단히 잡으려고 남들보다 더 단단히 몸을 만들고 뿌리를 더 깊숙이 내려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깊고 맑은 소리를 내는 오동나무가 된 것이다.
- <석상 오동나무> 중에서
병실에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보조 침대에 누워 가끔 뒤척이는 집사람이 유일하다.
수술 부위의 통증이 뇌에서 느끼는 것이라면, 피곤함에 지친 아내의 앓는 소리는 심장을 찌른다.
심장 통증이 수술 부위 통증보다 더 아프다.
- <종이컵>중에서
뒷모습을 흔히 민낯이라고들 한다. 감출 수 없는,
그래서 날것의 모습을 보이므로 그렇게 불릴 것이다.
확실히 뒷모습은 내 것이지만 타인에게 더 가깝다.
남에게는 지근거리지만, 자신에게는 별처럼 먼 곳.
그게 누군가의 뒷모습이 아닐까.
- <아버지의 뒷모습> 중에서
유배길에 오른 지 8년,
다산이 네 번째 거처할 곳을 찾아 오르던 그 길을 따라 나도 비를 맞으며 걷고 있다.
어느새 우산을 든 팔엔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빠온다.
옮기던 걸음을 멈추고 위를 바라본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자꾸 목적지를 찾는 것은 이미 지쳤다는 것.
빗물인지 땀인지 얼굴을 덮는 것을 간신히 손등으로 훔쳐내면 산길엔 빗물에 젖은 나무뿌리만 하얗게 빛난다.
- <다산초당을 오르며> 중에서
산정(山井) 김익하 소설가의 <인연의 뜰> 서평
K방역이 knockout됐다. 불통의 세월에 통금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생존 때문에 너와 내가 경계인으로 멀찍한 공간에서 숨쉬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2021년 끝 계절도 이렇게 미물처럼 생짜로 갇혀 있다. 이 우울하고 답답한 시간 흐름에서 지친 심신을 달랠 책 한 권이 내게로 전해졌다.
김철우 수필가의 산문집 『인연의 뜰』이다.
<누리달>에서 펴낸 256쪽에다 저자는 품격 높은 산문 31편을 마치 달빛 그윽한 산골 밭에다 메밀꽃처럼 풀어 놓았다. 2021년 12월 20일에 발간된 책이니 쪽에 넘치는 활자의 열기가 아직 펄펄 끓는다. 나는 저자의 산문 짜임새와 경물에 천작하는 그의 깊은 사유에 매료되어 단참에 읽고 마음이 식기에 앞서 서평을 적고 있다.
저자의 문장은 어휘 선택이 진중하고 쓰임자리가 적절해서 작의가 분명하고 정갈하다. 그리고 시선은 사물의 핵심에서 더 복판으로, 마음의 안쪽에서 한 겹 더 깊은 곳으로 향해 사유하고 번민한다. 해서 그가 쓴 글은 날선 보습으로 깊이 따비질 해놓은 토양처럼 향기가 짙어 울컥할 만큼 울림이 크다. 이것이 김철우 글의 매력이고 산문의 정수다. 마치 수필은 이렇게 써야 품격을 잃지 않는다는 항변을 듣는 듯하다.
특히 「경계 또는 균형」 「석상 오동나무」 「그해 겨울」 「너는 내게 무엇이다」 「다산 초당을 오르며」 는 글맛이 좋아 곱씹으면서 거듭 읽었다.
-나는 언제 풀렸는지 모르는 신발 끈보다, 귓가를 스치는 핀잔 소리보다, 아내의 치맛단이 쓸어 올린 먼지에 눈길이 갔다. 먼지는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의 햇살을 따라 반작이며 하늘로 오를 것 같더니 이내 힘을 읽고 바닥으로 주저앉고 있었다.(25쪽)
마치 소설 한쪽을 읽듯 묘사가 선명해서 가슴 깊이 울린다.
통금으로 갇혀 있는 날, 특히 눈까지 내릴 듯한 한겨울. 이 산문집 3, 4장을 읽기를 권한다.
-섬은 모국어를 향한 몸살 같은 것이다. 모국어로 말하고 생각하는 내게 섬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통로이자 귀향점이다. 그래서 때론 섬으로 떠난 건지, 섬으로 돌아온 건지 혼란스러운 때가 있다. (170쪽)
저자가 가 본 순천만도 그럴 거다. 겨울 끝자락에 소란스러운 갈대 소리가 지고, 고요 속에서 일어서는 변화가 곧 봄일 게고 사람은 그로부터 나이 듦을 알 거다.
-세상의 모든 이별과 헤어지고 난 후의, 아름답지만 왠지 처연한 것. 그것이 바로 장화리의 낙조다. (199쪽)
이쯤이면 강화도 동막리로 황혼녘에 갈 연유는 충분하다.
저자의 서문에서 밝혔듯 3.4장은 연작으로 각각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섬도 많고 절간도 많으며 또한 색깔과 느낌도 각각 달리 품고 있어 글감은 부족하지 않으리라. 다만 이 산문집과 같은 톤의 서정과 사유를 유지함이 중요하리라 여겨진다.
나는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글렌 벡(Glenn Beck)의 소설 『스웨터(The Christmas Sweater)』 한 문장이 자꾸만 떠올랐다. ‘동물들은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서만 달아나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좋은 글 읽은 다음 박수밖에 보낼 수 없어 무안할 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철우
김철우(金哲宇) 수필가
호 : 평선(平善)
문학저널 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구로지부 회원
문학저널문인회 수필분과 회장
(주)누리달 대표이사, 발행인
유튜브 <한국수필채널> 운영자
산문집 : 『인연의 뜰』
kc0377@nate.com
낭독 홍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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