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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

이경희 지음
디자인하우스

2013년 07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11년 09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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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5.16MB)
ECN 0102-2018-600-002798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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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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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천재 예술가 백남준을 추억하다!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 예술가 백남준과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저자가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던 인간 백남준에 관한 솔직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유치원 친구로 만나 함께 했던 추억들과 35년 만에 다시 만나 나눈 우정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가 마음속에 혼자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백남준과의 추억과 함께 특별할 것 없는 전시 리플릿, 엽서, 메모지 등에 남긴 백남준의 드로잉 등 개인적인 작품들을 수록하였다. 더불어 국내 신문에 실린 두 사람의 좌담과 함께 백남준의 전시회와 미술관을 찾아다니면서 쓴 글과 백남준의 부인 시게코 여사와의 인간적인 대화 등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의 뿌리를 진실 되게 기록하고 있다.
여섯 살의 어린 시절 ‘남준이 색시’로 불리던 저자와 백남준은 백남준이 일찍 한국을 떠나는 바람에 긴 공백의 시간을 갖게 된다. 1984년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위해 귀국한 백남준과 35년 만에 재회하게 된 저자는 각자 결혼한 상황에서도 깊은 우정을 나누며, 때로는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백남준의 부인 시게코 여사와 저자의 남편 사이에서 갈등을 벌이기도 한다.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각각 다른 궤도를 돌면서도 서로를 잊지 않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 백남준의 인간적인 면모를 오롯이 만나볼 수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 이야기
햇빛 밝은 날, 라인 강의 물결을 세라
뒤셀도르프 백남준 회고전의 ‘레이저 콘’
물고기들이 하늘을 날게 하자
플럭서스 동료 마리 바우어마이스터와 백남준
베르기슈 성당의 회색빛 스테인드글라스
내가 무얼 도와줄까?
드레스덴에서 일으킨 사물놀이 패의 반란
우연의 도시, 베르기슈 글라드바흐
세계를 떠돈 어릿광대, 나의 젊은 날의 삶
오, 젤소미나!
C’est la Vie! 견우와 직녀의 만남
쿠바 여행은 백남준 덕분이었다
나는 남준이와 사랑을 하지 못했다

두 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3장의 콜라주 드로잉,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먼 후일, 잊었노라…,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유치원과 견우와 직녀,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
나의 유치원 친구, 백남준 이야기
왕자와 공주
35년 만의 어떤 만남
이러면 됐지? 나만 보고 버리라고 한 것…
나는 한 번밖에 없었어
TV에 함께 나가줘, 응?
백남준은 방송에 관심이 많았다
18년 만에 읽게 된 백남준의 ‘뉴욕 단상’
큰 대문 집의 굿판

세 번째 이야기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
베니스비엔날레의 워터 택시 해프닝
독일 파빌리온의 한스 하케 설치 작품과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들
자르디니 숲에 만든 백남준의 통로, ‘아시아로 가는 길’
‘춤의 해’, 무용가와 함께한 백남준 퍼포먼스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는 자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해
소게쓰홀에서의 보이스 추모 퍼포먼스
보이스는 내가 유명하게 만들었어
태내기 자서전
아이고, 너 여기 있었구나!
백남준에게서 온 절교 편지

네 번째 이야기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장례식이 끝난 후 시게코 씨에게서 온 전화
당신이 해준 옷을 입고 갔어요
한국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신과…?
남준이 너무 착해서 나처럼 강한 여자가 필요해요
허드슨 강에 뿌려달라고 했는데…
나는 그녀를 꼭 껴안아주었다
파리의 루이지애나 호텔 이야기
〈백남준에게 바친다〉, 퐁피두센터 추모전
김수근에게 보내는 백남준의 추모 글
한자를 배격하면 문화에 뒤떨어져

다섯 번째 이야기
가난한 나라에서 온 가난한 사람,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뿐
손으로 작동하는 백남준의 엘리베이터
두 얼굴을 사슬로 묶어놓은 백남준의 표지화
모스크바에서 다친 이마를 하고 다시 창신동에 가다
이젠 내가 죽기를 바라도 돼
사람의 인연이란 지하수 같은 것, 서두름 없이 기다려야
경희 주변 사람들을 안 만나면 될 것 아냐
반주 음악 듣듯이 그저 즐기면 되는 것
백남준은 여전히 하하하 웃고 있었다
백남준의 말하기와 글쓰기
누가 더 잘 찍는지, 백남준의 사진 찍기

여섯 번째 이야기
어릿광대, 그 시간 없는 여행
대관령의 밤, 밖에는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다시 읽는 ‘흰 눈과 미스터 오웰’
백남준 씨에게 전화 걸었어요?
이번에 마이애미에 오면 내가 해줄게
마이애미 바닷가의 카페, 남준이와의 극적인 만남, 그리고 충격적인 헤어짐
바하마 뱃길 갑판 위에서 긴긴 시간 남준이 생각을…
왕생… 그는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 故 백남준에게 보내는 추모의 글

나의 유치원 친구, 백남준 이야기, 132p 중에서
그런데 남준이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기자들의 질문에 “나의 유치원 친구, 이경희를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석간신문에 실려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했지만 분명히 거기엔 ‘유치원 친구, 이경희’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고 반가웠다. 도대체 누가 그 ‘이경희’가 난 줄 알 것인가? 그러나 그가 분명 나의 친구였음을 확인해주는 감격적인 말임에 틀림없었다.
그날 밤, 나는 퇴근한 남편에게 이 사실을 전하면서 신문 기사를 보여주었다. 남편은 기사를 보면서 “미친 놈!” 하고 내뱉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과 음성은 ‘응당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사람의 그것이었다. 사실 남편이 아무 말 없이 가만있었으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런데 그의 너무도 적절한 표현이 그리도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꼭 껴안아주었다, 191-192p 중에서
“경희 씨가 좀 남준이를 먹도록 해줘요. 식기 전에 생선도 좀 뜯어서 남준이 접시에 놓아주고….”
나는 누님이 시키는 대로 생선뿐 아니라 다른 음식도 골고루 앞 접시에 놓아주며 그가 음식을 먹도록 신경을 썼다. 사실 나는 그날 처음 만난 백남준의 일본 부인인 시게코 씨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 마음이 쓰였다. 그렇지만 그날 아침에도 남편과 내가 다정히 인사를 하다가 자신을 조심스레 대하는 나에게 “괜찮아요. 남준에게 유치원 친구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하며 활달하게 웃는 것을 보고, 자신 있고 통이 큰 여성이구나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
처음 만난 시댁 식구들 앞에서 말도 통하지 않고 혼자서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그녀가 많이 지루할 것 같아서 이제 자리에서 일어설까 했을 때 시게코 씨가 그만 폭발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혼자 가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백남준이 누구 때문에 유명해진 줄 아세요? 내가 유명하게 만든 거예요. 왜 한국에서는 백남준에게만 관심을 가져요?”
그녀는 자기 혼자 호텔로 돌아가겠다며 현관 쪽으로 나가려고 했다. 모두들 놀라기만 했지 아무도 그녀를 진정시킬 생각을 못했다. 그러자 백남준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흥분한 부인에게 “혼자 가!”라며 마주 큰소리를 쳤다. 당황한 것은 나였다. 나는 얼른 일어나 시게코 씨에게 가서 그녀를 껴안으며 달랬다.
“시게코 씨,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달래려면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꽉 껴안아주며 진정 마음으로 그녀를 달랬다.

C'est la Vie! 견우와 직녀의 만남, 82-83p 중에서
워커힐 펄빌라, 남준이는 방에 혼자 있었다. 한국일보 인터뷰를 위해 예정에 없던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둘만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방에 들어가자 남준이는 두 팔로 나를 감싸 안으며 “세 라 비C’est la Vie! 우린 너무 늦게 만났어”라고 말했다. 그는 부르짖듯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남준이의 입술이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팔에 감싸인 내 어깨를 뒤로 제쳤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남준이는 멈추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남준이는 이렇게 말했다.
“난 섹스를 못해. 당뇨병이라.”
짐작도 해본 적 없는 남준이의 말.
남준이가 왜 나에게 만나자마자 이런 사실을 밝히는지. 남자로서 가장 중요한 몸의 불능不能을, 더군다나 나에게 밝힌다는 것은 여간한 용기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러나 남준이의 건강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남준이는 정직한 남자였다. 일곱 살짜리 계집애 때, 자신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남준이 색시’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세 라 비! 우린 너무 늦게 만났어”밖에 더 있었을까. 몸이 가능치 않아 제대로 사랑의 행위를 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서, 그래서 나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지.
어쨌든 남준이가 만나자마자 그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제대로 사랑을

▶▶▶ 여섯 살짜리 동갑나기 친구와의 인연

백남준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다. 세계 유수의 현대미술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백남준의 작품은 뿌듯함 그 이상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백남준의 예술을 다루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예술가가 되기 이전의 백남준, 그리고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고나서의 백남준이다. 이 책의 저자 이경희가 백남준과 어린 시절을 함께했고, 백남준이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극적으로 다시 만난 후, 마지막까지 백남준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던 유치원 친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저자가 알고 있는 인간 백남준에 대한 아주 솔직한 기록이 담겨 있다.
백남준이 기억하는 가장 원초적 여인상(부모, 형제를 제외하고)이 이경희였다는 이야기, 이경희와 백남준이 서로를 ‘왕자와 공주’로 인식하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질투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이경희의 남편 혹은 백남준의 부인 시게코 여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구조는 사뭇 아슬아슬하다. 특히 백남준의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들어갔을 때 이경희가 느낀 야릇한 상상은 너무 솔직해서 잔잔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인간적이면서도 천재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모습은 이 책에 등장하는 아주 개인적인 작품들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전시 리플릿, 엽서, 메모지 등이 백남준의 재기 넘치는 손을 거치면 멋진 작품으로 변한다. 때로는 글로 때로는 드로잉으로 매번 다르게 표현되었다. 하다못해 ‘찌라시’ 한 장이라도 받는 사람의 마음에 기쁨을 더해주는 백남준의 이러한 퍼포먼스(?)는 또 하나의 예술, 즉 ‘사인아트(sign art)’라고 할 만하다.
유치원을 함께 다닌 인연으로, 이 여섯 살짜리 동갑나기 친구들은 ‘견우와 직녀’같이 각각 다른 궤도를 돌면서도 서로를 잊지 않았다. 백남준이 일찍이 한국을 떠나는 바람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던 35년이라는 공백의 시간에도 기억은 훼손 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 기억들을, 백남준의 뿌리를 알고자 하는 훗날 사람들을 위해서 진실되게 남기고 싶은 마음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다.

▶▶▶ 나 혼자 간직했던 백남준 이야기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에는 백남준과 이 책의 저자 이경희가 유치원 친구로 만나 성장하며 함께했던 추억들과 35년 만에 다시 만나 함께 나눈 끈끈한 우정이 여러 가지 에피소드 속에 담겨 있다. 저자 이경희가 마음속에 혼자 간직했던 백남준 이야기를 공개하는 셈이다. 마치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매우 극적인 장면들도 많다. 이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인간 백남준의 면모를 보다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중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따로 추려보았다. 지면 관계상 담지 못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 혹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책에서 읽어 보시길….

▶▶▶ 아주 개인적인 작품들, 사인 아트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에 들어가 있는 자료들은 대부분 저자 이경희의 개인적인 것들이다. 이 책 자체가 백남준과 이경희의 오래된 인연을 이야기하는 책인 만큼 들어가는 자료들 또한 유명하고 알려진 것들보다는 소소하고 개인적인 것들이 들어가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정리하고 보니 유독 눈에 띄는 게 백남준이 매번 다르게 쓰거나 그린 자료들이다. 이경희는 특별히 이 자료들을 백남준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예술, 즉 ‘사인 아트 Sign Art'라고 명명하였다. 백남준의 사인을 받는 사람의 마음에 기쁨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인 아트 작품들은 세계적 천재 예술가로서 자칫 멀게만 느껴질 뻔했던 백남준이 우리 주변의 다정한 친구인 듯한 친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책속으로 추가
경희 주변 사람들을 안 만나면 될 것 아냐, 354-356p 중에서
어느 해인가 정부가 윤이상尹伊桑 씨를 초청하겠다고 했을 때 백남준이 윤이상 씨와 함께 공연할 것이라는 기사가 신문에 났다. 그리고 광주에서도 퍼포먼스를 하겠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 당시 이북에서 남하한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는 윤이상 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서 윤이상 씨를 한국에 초청해서 공연을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내 주변 사람들은 백남준이 윤이상 씨와 함께 공연을 한다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이경희 씨가 백남준 씨에게 이야기해서 그 공연을 하지 말라고 하세요. 백남준 씨가 한국의 사회 정서를 몰라서 윤이상 씨와 함께 하는 것이니까.”
백남준을 아끼는 마음에서 한 말들이었다.
마침 백남준에게서 전화가 왔기에 얼핏 그 말부터 했다. 백남준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왜 하지 말라고 해? 윤이상이 나보다 훨씬 유명해. 윤이상이 나하고 하기를 원하느냐가 문제지”라고 했다. 내가 “그래도요. 백남준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그래요”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경희 주변 사람들을 안 만나면 될 것 아냐!”
… (중략) …
백남준이 한 신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일이 있다.
“윤이상 선생은 한국이 낳은 금세기의 위대한 음악가다. 윤 선생과 나는 예술의 장르와 생각은 다르지만 한국의 예술가라는 점에서 같다. 1958년 다름슈타트 음악페스티벌에서 윤 선생을 처음 만난 후부터는 예술가로서 깊은 정신적 교류를 가졌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와 상상력이다. 이데올로기, 제도,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무한한 상상력을 지닐 수 있다.”
이런 백남준에게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고 윤이상과의 퍼포먼스를 하지 말라고 말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을 뜨겁게 만든다.

쿠바 여행은 백남준 덕분이었다, 86-87p 중에서
“쿠바에 가려고 해요. 가는 길에 마이애미에 들를까 하는데 가도 될까요?”
남편의 허락을 받으려고 며칠을 별러 어떤 식으로 이야기할까 생각하고 한 말이다.
“마이애미에 있는 백남준에 대해 글을 써야 해서요.”
아무리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목소리가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다. 남편이 왜 모르겠는가. 나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이 여편네가 다 결정해놓고 나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데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갈 건가.’
남편은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그가 ‘된다’, ‘안 된다’는 대답을 하기 전에 나는 얼핏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비행기 스케줄을 짜주세요. 쿠바로 먼저 가서 올 때 마이애미에 들르는 것이 좋은지, 마이애미에 먼저 가는 게 좋은지. 당신이 잘 안다는 쿠바 사람, 지금도 연락할 수 있어요?”
계략이 담긴 말이라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어쩌랴. 꼭 마이애미에 가야 했다. 백남준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시게코 씨에게서 온 전화, 276p 중에서
켄이 시게코 씨를 못 가게 하는 이유 중에는 ‘요치엔(유치원)’도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에 시게코 씨는 내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켄이 시게코 씨를 서울에 못 가게 하기 위해 나까지 끌어댄 것이 안타까웠지만 켄을 미워할 수도 없었다. 켄은 백남준의 혈육인 조카이기 때문이다. 조카와 시게코 씨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백남준의 영혼이 고달프게 떠돌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영혼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시게코 씨가 켄의 말을 일단 들어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점점 심각해졌다. 그러는 동안 켄이 삼촌 백남준의 유해를 가지고 서울에 도착했다는 것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나는 시게코 씨의 방한 준비에 바빴다. 호텔 예약은 물론, 공항에서 가질 신문기자 인터뷰, 그리고 서울 체류 기간 동안의 스케줄 등, 시게코 씨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백남준이 살아 있을 때 내가 그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시게코 씨를 돌봐줄 사람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남준 씨 다음에 나일 거예요.”
“시게코가 어젯밤에 한잠도 못 자게 했어. 경희 때문에…”라고 백남준이 전화로 마누라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그에게 한 말이었다. 그 전날 자기 집에서 저녁 식사를 잘 대접해줘서 맛있게 먹고 온 죄밖에 없는데 나를 보내놓고는 밤새 그

작가정보

저자(글) 이경희

저자 이경희 (李京姬)는 1932년 12월 15일 서울에서 태어나서 숙명여고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대학교 2학년 재학시절부터, KBS 라디오의 ‘스무고개’와 ‘재치문답’ 등, 20년 가까이 라디오와 TV의 방송패널로 출연하였다. 1970년 첫 수필집 《산귀래山歸來》로 문필 활동을 시작하였다. 1960년부터 여러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다녔던 많은 해외여행이 그녀의 삶의 테마가 되어 ‘기행수필’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수필세계를 만들어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월간 〈춤〉에 12년 8개월 동안 기행수필을 연재했다. 특히 수필 ‘현이의 연극’은 중학교 국정국어교과서에 30년 넘게 실리고 있다. 한편 1972년부터 1975년까지 영문 일간지 코리아 해럴드 The Korea Herald에 ‘Women’s Pattern’이라는 타이틀의 주간 칼럼을 씀으로서 한국 여성의 고유한 정서를 외국인 독자에게 알리는 데 기여했다.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여성문인협회, 숙란문우회 등 문인 단체에 이름을 두고 있다. 저서로 《산귀래》(1970), 《뜰이 보이는 창》(1972), 《현이의 연극》(1973), 《南美의 기억들》(1977), 《Back Alleys in Seoul》(1994), 《白南準 이야기》(2000), 《李京姬 기행수필》(2009) 등이 있다. 《白南準 이야기》로 현대수필문학상, 《李京姬 기행수필》로 조경희수필문학상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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