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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장편소설
옌롄커 지음 | 김태성 옮김
자음과모음

2019년 06월 21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06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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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93MB)
ISBN 9791163426189
쪽수 6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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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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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강한 심장을 준비하라!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옌롄커가 자부하는 최고의 작품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다

“딩씨 마을은 살아 있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간의 문명사적 재앙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유

제1회,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중국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이 자음과모음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옌롄커가 자신의 작품들 중 단연 최고라고 자부하는 『딩씨 마을의 꿈』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사서(四書)』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딩씨 마을의 꿈』은 중국의 경제 발전이 가져온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이 빚어낸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중국의 한 마을에서 비위생적인 헌혈 바늘을 사용해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특히 자본주의라는 유토피아적 환상이 처참하게 붕괴되는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해냈다. 피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딩씨 마을 전체가 에이즈에 점령당하는 지독한 현실을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열두 살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결합된 21세기 중국 문단 최고의 문제작이다.
한국 독자들께 드리는 글_ 비상을 다투는 새의 울음
1~8부
작가의 말_ 창작의 붕괴
옮긴이의 말_ 고통의 인식과 수용

마을 안의 정적, 그 진한 정적이 모든 소리와 호흡을 끊어버렸다. 딩씨 마을(丁莊)은 살아 있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너무나 조용하기 때문에, 가을의 끝이기 때문에, 황혼이기 때문에, 마을이 위축되고 사람들도 시들었다. 위축된 상태에서 세월도 따라서 말라버렸다. 마치 땅속에 묻힌 시신 같았다.
세월이 시신 같았다.
평원 위의 풀들도 말라버렸다.
평원 위의 나무도 말라버렸다.
평원 위의 모래흙과 농작물도 피처럼 붉어지더니 이내 시들어버렸다. _20쪽

나는 토마토를 먹자마자 배 속의 창자를 가위로 잘라내는 것처럼 아파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마을 길가에 쓰러졌다. 달려온 아버지가 나를 안아 집으로 데려가서는 침상 위에 눕혔지만 나는 눕자마자 흰 거품을 토하면서 죽고 말았다.
나는 죽었지만 열병이나 에이즈에 걸려 죽은 것이 아니었다. 십 년 전, 우리 아버지가 딩씨 마을에서 대대적으로 피를 매집했기 때문에 죽었다. 피를 사고팔았던 일 때문에 죽은 것이다. _25~26쪽

모래사장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물기가 밴 땅을 파서 손에 모래를 움켜쥐고 비벼보더니 모래 밑의 흙을 더 파냈다. 물이 나올 때까지 파냈다. 웅덩이에는 금세 물이 반쯤 차올랐다. 할아버지는 어디선가 주워 온 깨진 사발로 웅덩이의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퍼내고 또 퍼냈다. 한 사발 한 사발 계속 퍼냈다. 웅덩이의 물이 거의 없어지자 잠시 퍼내기를 멈췄다. 그러면 웅덩이에는 금세 물이 차올랐다. _60쪽

“내가 네게 사람들 피를 팔게 했지!”
“내가 네게 사람들 피를 팔게 했어!”
할아버지는 소리를 지르며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아버지의 목을 세게 눌러댔다. (……)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구름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천둥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목 졸라 죽이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수습이 불가능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 그것도 친아버지였다. 우리 아버지는 우리 할아버지의 친아들, 친자식이었다. 두 사람이 이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서로 죽고 죽여서는 안 될 일이었다. _101쪽

“이봐, 애들 엄마. 나도 피를 팔기 시작했소.”
그의 마누라가 설거지하던 손을 멈추고서 다소 창백해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낯으로 말했다.
“이제 됐네요. 이제야 남자가 된 것 같아요.”
그러고는 그에게 물었다.
“설탕물 마시고 싶지 않아요?”
그는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말을 받았다.
“안 마셔. 반평생 혁명을 했던 나도 이제 피를 팔기 시작했단 말이오.”
이렇게 그는 피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팔다가 나중에는 이십 일에 한 번씩 팔았다. 그다음에는 열흘에 한 번씩 팔았다. 그 뒤로는 피를 팔지 않으면 오히려 혈관이 부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_153쪽

아이의 보따리에서 쏟아져 나온 물건은 놀랍게도 금빛 찬란한 금괴와 금덩이들이었다. 땅콩처럼 크고 튼실한 황금 콩도 있었다. 알고 보니 이 평원의 지상에는 꽃이 만발한 반면 지하에서는 금이 잔뜩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리싼런의 손자는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간 황금 콩이 땅 위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할아버지는 다가가 아이를 일으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에게로 손을 뻗는 순간, 할아버지는 꿈에서 깨고 말았다. _170쪽

그다지 대단치 않은 일이었다. 그저 피가 약간 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삼촌은 피가 난 부분이 아픈 것 외에도 온몸에 통증을 느꼈다. 몸 전체에 뜨거운 땀이 흘렀다. 등골이 으스스하면서 아파왔다. 땅바닥에 넘어진 삼촌은 간신히 몸을 세워 앉았다. 그러고는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링링, 나 온몸이 아파.”
링링은 황급히 삼촌을 부축해 침대에 눕힌 다음, 땀을 닦아주고 몸에 묻은 피도 닦아주었다. 삼촌은 침대에 몸을 구부리고 엎드려 있었다. (……) 온몸이 아파오면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입술이 파래질 정도로 아팠다. _456~457쪽

죽은 사람은 죽은 닭이나 죽은 개와 마찬가지였다. 발에 밟혀 죽은 개미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소리 내어 울지도 않았고, 흰 종이로 대련을 써 붙이지도 않았다. 사람이 죽으면 그날을 넘기지 않고 파묻었다. 관은 일찌감치 마련되어 있었다. 무덤 역시 사람들이 죽기 전에 다 파놓았다. 날이 너무 무더워 사람이 죽은 다음에 무덤을 파면 이미 때가 늦기 때문이었다. 하루만 지나면 시신이 부패되어 지독한 냄새가 났기 때문에 미리 관을 준비하고 무덤을 파놓았다가 사람이 죽으면 후다닥 순식간에 매장해버리는 것이었다. _521쪽_

“열병은 피를 사랑했고, 할아버지는 꿈을 사랑했다.”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결합이 이뤄낸 문학적 성취

황광수 문학평론가는 “『딩씨 마을의 꿈』을 읽으면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떠올랐는데,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우리 삶과 구체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비판 의식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하며, “또한 기법적인 측면에서 감탄했던 부분은 이미 죽어서 땅에 묻힌 열두 살짜리 소년의 시각으로 작품이 그려져 있다는 점, 그리고 꿈을 활용하여 고통과 절망이라는 평면적인 주체를 중층적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이 재음미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옌롄커 작가와의 대담에서)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딩씨 마을의 꿈』이 이뤄낸 문학적 성취는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문명사적 재앙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유를 드러내고 있다는 데 있다. 주인공 ‘나(샤오창)’는 십 년 전, 상부의 주도로 마을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난 매혈 운동의 우두머리였던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누군가 마을 어귀에 놓아둔 독이 묻은 토마토를 먹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너 나 할 것 없이 피를 팔아 부를 축적하게 되었지만, 결국엔 열병(에이즈)에 걸려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현실의 상황을 이미 죽은 열두 살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내어 작품의 강렬함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꿈속에서 그는 전에 가본 적이 있는 웨이현 현성과 둥징성 지하에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파이프를 보았는데, 파이프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제대로 접합되지 않은 파이프 연결 부위와 파이프가 꺾어지는 지점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허공을 향해 뿌려지고 있었다. 붉은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진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할아버지는 평원의 우물과 강물 모두 새빨갛고 비린내가 진하게 풍기는 피로 변해 있는 것을 보았다.(21~22쪽)

그리고 『딩씨 마을의 꿈』을 관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할아버지의 꿈이다. “고통과 절망을 희화화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그 무게와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되, 그 아픔과 추한 외상의 충격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서사적 장치”(김태성 번역가)가 바로 꿈인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할아버지의 꿈을 통해 ‘피를 팔아 천당과 같은 세월’을 얻으려고 했던 딩씨 마을 사람들의 희망이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허황된 것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견고한 허구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근원적인 진실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인성의 가장 후미진 구석에 자리한 욕망의 그 꺼지지 않고 반짝이는 빛”을 쓰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딩씨 마을의 꿈』은 ‘꿈’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문명이 빚어낸 비극적인 현상들에 천착함으로써 중국 문학에서 독창적인 영역을 확보한 작품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옌롄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으며, 1985년 허난대학 정치 교육과를 거쳐 1991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수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산문 등을 발표했다. 제1회,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옌롄커 스스로 가장 최고의 작품이라고 인정하는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사서(四書)』와 마찬가지로 자국 내 출간 금지를 당했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 『즐거움(受活)』 『풍아송(風雅頌)』, 산문집 『나와 아버지(我與父輩)』 등이 있다.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 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 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의 고문과 『인민문학』 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 다』 『풍아송』 『미성숙한 국가』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등 백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 중국 신문 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었습니다. 제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둘러싸고 있는 고난을 극복하고 선과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영혼의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인성의 가장 후미진 구석에 자리한 욕망의 그 꺼지지 않고 반짝이는 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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